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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79화 - 지켜보고 있다?

시어하트어택, 2023-04-28 07:31:47

조회 수
123

공원에서 치히로와 함께 뜀박질을 하던 사람들은 모두 히어로 동아리의 멤버들. 파란 후드티를 입은 올리버, 붉은 후드티를 입은 베로니카뿐만 아니라 다른 2명도 함께다. 흰 후드티를 입은 사람은 미린고등학교 1학년생인 라일라, 그리고 검은 후드티를 입은 사람은 미린중학교 1학년생 재연이다.
“저는 또 이렇게 선배님하고 다니는 게 오랜만이기도 하고요.”
“호, 그렇지. 나도 며칠 전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의외로 올 사람들은 있더라. 나도 솔직히 놀라기는 했어.”
올리버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치히로는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서 뒤에 있는 후배들을 돌아보며 말한다.
“다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잘 왔어. ”
“네, 선배님!”
“그래, 오늘은 이만 하고, 여기서 다들 해산하자고.”
치히로가 그렇게 말하고, 다들 치히로의 신호를 따라 거기서 해산하려는 찰나...
“응? 우리 뒤에 무언가 쫓아오는 것 같은데요.”
“쫓아온다니? 뭐가?”
재연의 말을 따라 치히로가 뒤를 돌아보니, 어두운 숲 안에 몸을 숨기려던 무언가가 서서히 이쪽으로 다가오려다가, 치히로가 돌아보자마자 잽싸게 뒤를 돌아 달아나는 게 보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사람의 크기는 아닌 것 같다.
“뭐야, 뭔가가 나를 보더니 도망가는데? 또 이상한 녀석 아닌가?”
“에이, 선배님, 무슨 걱정을 그렇게 다 해요.”
그 말을 들은 베로니카가 기다렸다는 듯 홀로그램을 켜서 보여 준다.
“그냥, 길 잃은 고양이일 뿐이라고요.”
“허어... 다행이다.”
나름 긴장했던 치히로와 올리버도, 베로니카의 그 말을 듣고는 긴장이 일순간에 풀려서는, 안도하며 웃음을 짓는다.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다가 그게 아니라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단순한 고양이가 아니다. 목걸이에 달린 무언가가 빛을 낸다. 마치, 거기에 모인 히어로 동아리 멤버들을 보고 반응이라도 하듯 말이다. 이윽고 그 고양이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마치 누군가의 지령을 받고 자기 기지로 돌아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요일 아침, 윤진의 집. 윤진은 일어나자마자 메신저에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한다. 내일 동아리 교류 행사 대상인 댄스 동아리의 매니저가 보내 주기로 한 자료가 있었는데, 그걸 확인하는 것이다. 확인해 보니, 아직 메시지가 오지는 않았다.
“일요일이라서 실컷 자는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머리를 감으러 화장실로 들어간다. 거울 한쪽에 있는 SNS 표시창에는, 어제저녁에 화제가 된 영상과 사진이 올라가 있는데, 그 중에는 며칠 전부터 아멜리와 다른 동급생들, 선배, 후배들을 꾸준히 괴롭혀 온, 그 후드를 쓴 정체 모를 누군가의 사진과 영상도 보인다.
“뭐야, 아직도 안 잡힌 거야?”
윤진은 그 사진과 영상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푹 내쉰다.
“대체 잡힐 것 같으면서도 안 잡히고, 로베르토와 에밀리오 중 하나일 텐데 좀처럼 뭔가 결정적인 게 하나 걸리지 않고... 로지는 또 뭘 하는지 연락은 받지도 않고...”
그러다가, 윤진은 어제 에밀리오와의 만남에서 에밀리오가 자기가 올린 영상을 자랑하던 것을 다시 떠올린다. 윤진은 확실히 에밀리오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확실하지는 않다. 그 D88D88이라는 유저를 검색해 보니, 그 영상을 올린 유저는 맞기는 하지만, 다른 글들을 좀 둘러보니 ‘무슨 일 있었냐’ ‘그런 장난을 친 녀석은 내가 잡고 말 것’ 같은 댓글이 여럿 보인다.
“내가 지금까지 생각한 걸로 보면 에밀리오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게시판 댓글을 보면 또 모르겠고, 로베르토가 뭔가 앙심을 품고 그랬을 수도 있는 거고... 에이, 또 머리 아파지려고 하네.”
그렇게 순식간에 골치가 아파진 머릿속을 풀기 위해, 오늘은 만화부의 아지트인 그 만화 카페에 혼자 가서 머리나 식히고 오기로 한다.
그런데 막 윤진이 집을 나서려던 그때...

♩♪♬♩♪♬♩♪♬

윤진이 보니 아멜리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다. 얼른 전화를 받아든다.
“어, 여보세요? 아멜리 선배님?”
“어, 그래, 윤진아. 이렇게 일요일날 전화 받아줘서 고맙고, 다름이 아니고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부탁할... 거라니요?”
“사실 갑자기 댄스 동아리에 사정이 생겨서, 내일 교류 활동을 ‘레디 길드 원’과 맞바꿨으면 한다는 연락이 왔어. 그래서 그런데, 네가 괜찮다면 월요일에 만화부가 레디 길드 원과 행사를 진행하고, 내일로 예정이었던 댄스 동아리와는 모레 진행하는 걸로 하려는데, 어때?”
“네... 저야 뭐 크게 걸리는 건 없는데...”
“좋아. 그럼 내일과 모레도 즐거운 교류 행사가 되기를 바라.”
아멜리와의 전화는 이렇게 3분도 안 되어 끊어진다. 윤진은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머리를 긁적거린다. 뭔가 자신이 생각보다 더 큰 결정을 내린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런 기분도 잠시, 윤진은 다시 아까처럼 일어서서는 문을 열고 막 집을 나서려는데...
“어, 윤진아, 어디 가니?”
윤진을 불러세우는 사람은 다름 아닌 윤진의 어머니.
“아, 아니에요. 그냥 좀 나갔다 올게요.”
“오, 잘 됐네. 그러면 네가 여기 적힌 것 좀 사서 오면 좋겠어.”
윤진은 어머니가 적어준 쪽지를 보더니 순간 한숨을 푹 내쉴 뻔한다. 그도 그럴 게 어머니가 이따가 장을 보고 오려는 걸 전부 윤진에게 시키려는 모양이다.
“왜 표정이 그렇게 찌뿌둥해?”
“아, 아니에요. 다녀올게요.”
윤진은 얼른 표정을 바꾸고는, 서둘러 현관을 나선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미린역 출구에서 나온 윤진은, 카페거리에서 자신의 단골 만화카페를 바로 찾아간다. 그러다가 보니 누군가와 마주치는데...
“어, 치히로나?”
“어... 그래.”
윤진과 치히로는 이렇게 다시 어색하게 마주친다.
“일요일인데 아침 일찍 어디를 그렇게 일찍 가는 거냐?”
“아... 머리나 좀 식히고 오려고.”
윤진이 그렇게 말하다 보니, 치히로가 항상 입던 그 노란 후드티를 안 입었다.
“이렇게 보니까, 그 <자가발전 전대 파이브 제이즈>의 멤버가 일상복을 입은 것같이 보이는데.”
“그 소리는 하지 말라니까.”
그 ‘자가발전 전대’ 소리가 윤진의 입에서 나오자마자, 치히로는 제법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서 말한다.
“우리는 그런 싸구려 활동이나 하려고 만들어진 동아리가 아니야. 그걸 말하자면 조금 길기는 하지만, 우리는 명확히 활동 목표하고, 롤모델도 있어. 그러니까 함부로 말하지는 말아 주었으면 좋겠어.”
“아... 그래.”
윤진은 어딘가 얻어맞기라도 한 듯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치히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바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서 말한다.
“돌아오는 주는 꼭 너희 만화부와 행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
“아... 그래야지!”
윤진은 인사치레로라도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어차피 교류행사 대상은 무작위니까 말이다.
“자, 또 보자고. 그럼 나는 어디 갈 일이 있어서 이만.”
그렇게 막 치히로와 헤어지고 윤진 또한 자기 갈 길을 가려는 그때...
“응?”
윤진이 길거리에서 무엇을 본 모양인지, 그 자리에 멈춰선다. 윤진이 갑자기 멈춰선 게 마음에 걸렸는지, 치히로도 가던 걸 멈추고는 윤진을 돌아본다. 윤진이 보고 있는 건,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웬 고양이다. 그 고양이를 본 순간, 치히로 역시 일순간 어제 산책길에 나온 그 고양이를 떠올린다. 바로 그 고양이일 거라고, 치히로는 확신한다. 어제 집에 가기 전 마주쳐서 자신을 빤히 보던 그 고양이와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다.
“이 녀석, 누가 조종하는 건가? 아니면 나를 이렇게 바로 찾아올 리가 없을 텐데...?”
“오, 치히로, 알아냈네?”
길거리 한쪽에서 치히로가 잘 아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윤진이 아는 목소리는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윤진도 아예 모르는 사람은 아니기는 하지만, 치히로와는 달리 친하다든가 구면이라든가 하는 것까지는 아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투블럭으로 깎은 금발의 남자가 바로, 치히로가 아는 그 사람인 듯하다.
“브루노... 네가 한 짓일 줄이야.”
“호오, 이렇게 늦게 알아내서야 어쩌나? 내가 아는 타이라 치히로는 순발력도 그렇고, 그에 따라오는 정의감도 그에 못지 않은 사람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둔감해졌는지 몰라.”
치히로는 브루노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는지, 무언가 안에서 나오려는 말을 억눌러 가며 브루노라는 사람을 노려보고 있다. 치히로의 메시지 창에 메시지가 하나 올라온다.

[윤진: 저 녀석 누구길래 너한테 저래? 내가 아는 사람인가?]

그런데 브루노가 윤진이 치히로에게 보낸 그 메시지를 보기라도 한 건지, 윤진을 돌아보고서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입을 연다.
“호오, 자윤진? 오랜만이다? 너한테 먼저 안부를 물을 걸 그럤나?”
윤진은 그 브루노라는 사람이 누군지 얼른 떠오르지 않았는지, 머리를 흔들며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떠올려 보려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때, 브루노는 윤진의 앞에서 한걸음 물러선다. 마치 그 앞에 밟으면 안 되는 지뢰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는데? 네 능력을 간과할 뻔했어. 맞아. 너 같은 능력자한테 함부로 다가갈 수는 없지.”
그렇게 경계하듯 말하고서는 브루노는 한발 물러선다. 그것보다도 윤진은 조금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어떻게 윤진의 능력을 브루노가 알고 있단 말인가. 그것도 윤진은 며칠 전에야 알게 된 능력일 텐데?
“오, 이런! 나도 시간이 다 됐네? 뭐, 좋아. 여기서는 내가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브루노는 마치 혼잣말하듯 말하며 치히로를 돌아본다.
“나는 네가 현명한 판단을 해 줄 거라고 믿어. 특히 그 ‘프라이드 크루’인지 뭔지와 엮이는 일은 없기를 바라. 그럼, 또 보자고!”
브루노가 그렇게 손을 흔들고는 윤진과 치히로의 앞에서 사라지고, 윤진은 그 브루노라는 사람에 대해서 떠올려 보려다가도, 생각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던 건지 이내 그건 접어두고는 만화카페로 가는 발걸음을 다시 재촉한다.
“브루노는 누구였지... 분명히 내가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그리고 프라이드 크루는 또 뭐야?”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민은 막 집에서 나갈 채비를 하고 있다. 부모님은 오늘도 바쁜데, 모처럼 점심에 같이 식사할 시간이 생겼기 때문이다. 요즘 이런 시간이 더 생기기 힘든 건 민도 잘 알기 때문에, 더욱더 기대되는 건 사실이다.
“어디, 정장 같은 거라도 입고 가야 하나...?”
그렇게 중얼거리며 민은 옷장으로 향한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SiteOwner

2023-04-29 14:19:56

이번에는 동물을 조종하는 자가 나오는군요. 이름은 브루노. 그러고 보니 브루노라는 이름을 가진 유명인 중에 독일의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인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1876-1962)가 생각났습니다. 예의 브루노 발터는 관현악단과 피아노를 자유자재로 조종하여 지금도 감동적으로 들을 수 있는 전설적인 음원을 많이도 남겼는데, 작중의 브루노는 고양이를 조종하여 불순한 목적에 쓰려고 하고 있으니...게다가 윤진의 능력을 간파하고 있는데다 의미심장한 말까지 남기니 더욱 이상하게 여겨집니다.

불청객이 에밀리오인지 로베르토인지 정확히 특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 브루노의 존재까지...여러모로 복잡합니다.


그나저나 윤진도 집안에서는 아직 어린 아들이군요. 저런 면이 보여서 그 점이 재미있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4-30 23:09:45

브루노의 능력을 아직 구체적으로 설정을 만들거나 한 건 아니지만, 동물을 조종해서 정찰을 한다는 건 여간 귀찮은 능력이 아니죠. 어느 범위까지 조종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요. 브루노의 이야기 역시 3부나 그 이후에 자세히 다루어 볼까 합니다.

마드리갈

2023-04-30 21:44:15

고양이를 정찰용으로 쓰는 건가요...

20세기에 미국과 소련이 돌고래 등의 해양동물을 군사용으로 쓰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개인 레벨에서까지 저런다는 건 확실히 섬뜩하네요. 그리고 문제의 장본인은 브루노라는 이름의 남자이고 상당기간동안 치히로와 윤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가 보네요.


브루노가 프라이드 크루를 언급하는 걸 보니 그가 그 프라이드 크루와 악연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로베르토와 에밀리오는 서로 사이도 안 좋은데 왜 저런 데서는 동률의 용의자인 걸까요? 동족혐오인 건지...

시어하트어택

2023-04-30 23:13:45

브루노는 윤진, 치히로와 구면이기는 하지만, 윤진은 잘 기억해내지 못한다는 설정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브루노의 이야기가 나올 때 조금 더 자세히 언급되겠죠. 브루노가 다른 등장인물들과 무슨 관계인지, 그리고 프라이드 크루와는 무슨 악연이 있었는지 말이죠.


그러고 보니 '브루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 중에는 브루노 마스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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