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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외전 25. 귀신 거울

국내산라이츄, 2023-05-05 23:52:13

조회 수
131

게시자: 미스테리어스
제목: [투고괴담] 귀신 거울

구독자 'dddrespresso'님께서 투고해주신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일본에서 중/고등학교 생활을 했습니다. 아버지가 일본어를 하시는 걸 어깨너머로 듣기도 했고, 저도 어릴적부터 일본어를 공부했던데다가 천만다행히도 한국인이라고 이지메를 하는 친구도 없었기때문에, 학창시절은 무난했습니다. 지금도 친구들하고는 메신저나 이메일로 종종 연락하곤 합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이야기는, 제가 중학생 때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 저는 도쿄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학교 건물은 꽤 낡은 듯 했지만, 책상이나 사물함 등 학생들이 쓰는 기자재는 새 것이었습니다. 학교는 중/고등학교가 한 부지에 있었고, 중학교 건물과 고등학교 건물이 따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체육 수업을 진행하는 체육관이 중학교 건물 옆에 있었습니다.

다른 반 교실에는 없는 무언가가 저희 반 교실에는 있었습니다. 바로 국사책에서나 봤을법한 청동 거울같이 생긴, 기묘한 거울이었습니다. 꽤 낡은 거울인지 테두리는 녹슬었지만, 반들반들하게 닦여있어 사물은 깨끗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다른 반 교실에도 거울이 두 개 있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원래 한 교실에 거울은 하나 있다고 하더군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깐 그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새를 만지고 있을 때, 친구 Y가 화들짝 놀라더니 '그 거울은 보지 말라'고 하는겁니다. 그래서 왜 그러느냐고 묻자, 그 거울은 '귀신 거울'이라 보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Y도 그 거울을 귀신 거울이라고 부르는 것만 알고 있었지, 어째서 그렇게 부르는건지는 몰랐습니다.

그 질문에 답을 해준 건, 같은 동아리에 있는 T 선배였습니다. T 선배는 제가 1학년 3반이라는 얘기를 듣자 '그 거울은 아직도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Y가 일전에 말했던 귀신 거울 얘기였습니다. 그 거울을 보면서 옷매무새를 만지고 있는데, Y가 그 거울은 '귀신 거울'이니까 보지 말라고 했다고 했더니 그래도 천만다행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귀신 거울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K(나)씨가 멀쩡했던 이유는 점심시간이라 교실에 사람이 많았기 때문일거야. "
"그런데 어째서 귀신 거울로 불리는거예요? "
"말 그대로, 귀신들린 거울이라는 얘기야. 그 거울을 보면, 거울을 본 사람을 증오할 정도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비춰질거야. 이 학교에는 귀신 거울을 이용해서 하는 주술도 있지만, 시도했던 학생들은 돌아오지 못 했어. "
"그 정도면 학교에서도 떼거나 하려고 했을텐데, 잘 안 됐어요? "
"응. 학교에서도 그 거울을 떼려고 해 봤는데 분명 벽에 걸려있을 거울이 전혀 떨어지지 않더래. 거울을 가리려고 해봤는데, 벽걸이 거울이라 천으로 가리기는 애매해서 흰 페인트를 칠했더니 다음날 페인트가 전부 피로 변해서 교실 바닥에 떨어져있었어. 그래서 그냥 두고는 있지만, 그 거울은 쓰지 말라는 얘기가 있어. 그 거울, 낮에도 봐서 좋을 건 없지만 밤에는 절대 보면 안 돼. K씨도 점심시간에 봐서 무사할 수 있었던거야. "

귀신들린 거울을 이용하는 주술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저는, 오컬트 동아리에 있는 친구(H라 하겠습니다)에게 그 얘기에 대해 물어봤습니다. 그 친구 말로는, 귀신 거울에 들려있는 귀신의 힘을 이용해 저주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저주의 성패 여부에 상관없이 카미카쿠시를 당하는데, 동아리 선배들 말로는 거울을 통해 다른 세계로 끌려갔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존재를 제물삼아 저주를 내리는 것이죠. 주술에 필요한 것은 붉은 글씨로 자신의 이름과 저주할 사람의 이름을 적은 종이, 그리고 예리한 칼입니다. 칼로 약지에서 피를 내 이름이 적힌 종이 두 장에 묻히고, 종이를 뒤집어서 거울에 붙였을 때 종이가 사라지면 성공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헛소문인건지, 성공했는데 카미카쿠시를 당해서 없는건지 시도했다가 성공한 사람은 없다고 하네요.

사건은 2학년으로 올라가기 전에 일어났습니다. 같이 어울려 다니던 친구 중, 집안 대대로 신사를 관리하는 친구(S로 지칭하겠습니다)가 있는데, 이 친구가 오늘은 끝나고 자기 집으로 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묻는 저에게 그 친구는 설명은 이따가 하겠다며, 부모님께도 연락해둬서 짐을 이따가 자기 집으로 보낸다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마지못해 승낙한 저는 학교를 마치고 S의 집으로 갔습니다.

집에 도착하자, S의 부모님은 하루동안 지낼 방을 안내해주시면서 부적 하나를 건넸습니다. 자기 전에 반드시 머리 맡에 두어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요. 부적을 받아들고 방으로 가자, S가 그제서야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S네 집에서 모시는 신이 꿈에 나타나 '오늘은 K와 함께 집에 와야 한다. 안 그러면 저주받아 죽는다.'고 했다면서요.

잠들기 전, 저는 머리맡에 S의 부모님께 받은 부적을 머리 맡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협탁 옆에는 모리시오(소금을 삼각형, 원뿔모양으로 작은 접시에 담아 두는 것)를 올려두고, 괜찮아지면 S가 방으로 갈 테니 무슨 일이 일어나도 아침까지는 나오면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밖에서 누군가 말을 걸더라도 절대 말하지 말고, 정 무서우면 속으로 주기도문 같은 것을 외우라면서요.

잠이 들었던 저는 새벽에 눈을 떴습니다. 방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했습니다. 그 때, 밖에서 무언가를 질질 끌고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큐멘터리나 교양 프로그램에서 어르신들이 무거운 비료를 끌고 간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은 둔탁한 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습니다. 둔탁한 소리가 제 방 앞에서 멎는 것 같았습니다. 창호지가 발라진 문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왔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바깥의 그림자는, 아마도 젊은 여성인 듯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누가 왔구나, 정도였던 저는 다음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바깥에 있는 그림자가 S의 목소리로 같이 야식으로 당고를 먹자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S는 당고 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당고를 좋아했고, 주말이면 늘 집에서 당고를 해 먹었거든요. 제가 한국에서 왔다고 했을 때 S는 한국에 조청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고와 곁들이면 무슨 맛일지 궁금하니 꼭 사러 가 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대답이 없자, 그림자는 문을 두드렸습니다. 가볍게 노크하는 정도로 문을 두드리면서 계속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안에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하마터면 문을 열어줄 뻔 했습니다. 대답이 없어지자, 점점 문을 두드리는 세기가 세졌습니다. 그림자가 문을 세게 두드리면서 나와! 나오라고!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하자 협탁 위의 모리시오가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저 마음 속으로 주기도문을 외우면서 제발 살려달라고 하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나오라면서 소리치던 그림자는, 네 손과 발로 당고를 만들겠다는 살벌한 말까지 했습니다.

한참동안 밖에서 문을 두드리던 그림자는 포기한 듯, 잠잠해졌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쉬려던 찰나, 까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을 비집고 열려고, 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모리시오는 점점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해, 반쯤 붉게 변했습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못 하고, 저는 그저 주기도문을 외울 뿐이었습니다. 계속해서 까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잘게 찢어버릴거라는 독백이 들렸습니다. 이러다가 문이 열리면 어떻게 하지, 저는 두려웠습니다.

문에 구멍이 뚫리자, 손가락이 쑥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문이 열리려던 찰나, 해가 떴습니다. 쯧,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림자는 가 버렸습니다. 둔탁한 무언가를 끌고 가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고 잠시 후, S가 데리러 왔습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모리시오가 붉게 물든 것과 파여진 문을 본 S는 천만다행이라며 저를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저 역시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에 엉엉 울었습니다. 그 뒤로 어떻게 된 일인지 S에게 들은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저를 이지메하는 학생은 없었지만, 괴롭히던 학생(A로 지칭하겠습니다)은 하나 있었습니다. 대놓고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뒤에서 은근히 먹이는 식이라, 괴롭힘이라고 해봐야 한국인들은 마늘 좋아한다며? 라며 생마늘을 왕창 가져온다거나, 김치를 가져온다거나 하는 식이었지만 Y나 S가 나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 며 가져가곤 했습니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그게 대놓고 괴롭힐 수는 없으니까 은근히 골려주려고 했던 거였고, 그걸 눈치챈 Y와 S가 다른 친구들과 함께 막아줬던 거죠.

S가 꿈에서 신을 만났던 날 H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H는 A가 며칠 전에 귀신 거울을 이용해 저주하는 법에 대해 캐물었다고 했습니다. 그 때 H는 자기도 들은거라 모른다고 했었는데, 며칠 후 A가 자기 동아리 부실에까지 찾아와서 물어보고 갔다는겁니다. 이 때는 설마 A가? 라고 생각했던 게 확신으로 바뀌게 된 것은, 제가 S의 집에서 하루 자고 간 후로 A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방학식 전까지 A가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어디 아프겠거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부모님은 S에게 답례로 할머니께서 직접 만든 조청을 선물했고, S는 그 조청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당고에만 찍어먹기는 아깝다고 할 정도로 맛있어했습니다. A의 부모님은 A가 실종된 후로 어딘가로 이사갔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디로 가게 된 건지는 모릅니다. 그 뒤로 A를 찾았다는 얘기도 없었고요.

A는 정말로 귀신 거울을 통해 저를 저주하려고 했던걸까요? 만일 그 저주가 성공해서 거울에 붙어있던 귀신이 온 거라면, A는 정말 귀신에게 잡혀서 다른 세계로 간 것일까요??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3 댓글

마드리갈

2023-05-07 22:51:39

정말 무서운 건 귀신거울이 아니라 사람...

그렇게 악한 마음을 먹는 자는 카미카쿠시를 당하기 이전에 자신의 명을 재촉하는 것이겠죠. 결국 인간이 인간을 괴롭히고 그 범주에 자기 자신도 포함되었을 따름. 귀신 등의 그런 초자연적 존재가 카미카쿠시를 억울해 할지도 모르겠어요. 인간이 스스로 명을 재촉하는데 왜 남탓하냐고.


역시 그래서 인간은 재미있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네요. 최소한 그런 인간이 되지는 말아야함도 물론이죠.

SiteOwner

2023-05-23 23:12:46

섬뜩하면서도 또한 인간미 있는 괴담이군요.

그리고 한일 양국의 것이 이렇게 또 만난다는 것도 이색적입니다. 이런 게 글로벌시대인 현대의 괴담이 과거의 괴담과 다른 특징 중의 하나이겠지요. 정말 무서운 건 귀신같은 초자연적이고 검증불가능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는 게 점점 강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국내산라이츄

2023-05-24 01:36:31

우스갯소리로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침대 밑에 귀신이 있는거랑, 침대 밑에 사람이 있는거랑, 둘 중에 뭐가 더 무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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