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자신의 연령에 고민하던 후배 이야기

SiteOwner, 2023-05-07 16:41:19

조회 수
126

올해 1분기에 어느 후배가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20대 후반에 접어든 이 후배는 공부도 꽤 잘 했고 그런데 슬럼프가 온 듯 했습니다. 급기야 자신이 이제 20대 후반이라서 머리가 완전히 굳었는지 새로이 공부해야 하는 게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20대 후반이라서 머리가 완전히 굳었다는 말에는 솔직히 충격이 안 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일단 그런 심정을 억누르고 후배에게 반문했습니다.

"만일 그 학습능력의 문제가 선천적이라면 나는 네 부모도 아니고 정신과의사도 뇌과학자도 아니니까 일절 도움을 줄 수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러나 선천적인 게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 뭔 말인지 알겠지?"


그러니 그 후배가 선천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하길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을 듣던 후배가 돌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선배님은 능력 좋잖아요. 카투사 출신이라 영어도 잘 하고 일본유학도 하셨잖아요. 그리고 독일어와 러시아어도 구사하시는 것 같던데. 영국인이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잘 하는 것과는 완전 다른 문제잖아요. 아예 체계가 다른 언어들을 그렇게 잘 한다는 건 능력의 천부적인 차이라구요."


후배의 대답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습니다.

"일단 사실관계가 틀린 게 있으니까 그것부터 바로잡지. 카투사 출신이라 영어를 잘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노력을 많이 해서다. 사실 카투사라고 해서 다 영어가 능통한 건 아니고, 나는 복무당시 미군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건 물론 미국의 각종 저널이나 단행본 등을 읽고 또 영상물도 시청하고 그래서 영어능력을 높여서 그때 부대 내의 카투사 중 영어실력이 세 손가락 안에 들었던 것. 그리고 난 일본유학 경험 자체가 없는데 누가 한 소리지? 일본어는 독학했고 그것도 20대 때부터였다. 독일어는 클래식 음악 쪽에 취미가 있다 보니 접점이 많아서 그렇게 된 거고, 러시아어는 군사나 사상 관련으로 이것저것 공부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따름."


후배가 꽤나 놀라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거기에 몇 가지 첨언도 했습니다. 수년 전의 자격증 취득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결코 나이 탓을 할 수 없는 것이고, 정말 머리를 굳히는 요소는 자신의 연령이 아니라 자신 그 자체가 아닐까 하고. 그리고 무엇을 배울 때 중요한 마음가짐 중의 하나가 "이걸 왜 다 해야 해?" 라고 스스로 장벽을 세우기보다 "이게 가능하면 어떤 능력이 갖춰질까?" 를 상상하고 기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늦은 나이에 외국어를 습득하고 자격증을 추득하면서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2분기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후 그 후배는 더 이상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고 그때 이야기하기를 잘했다고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그 후배의 고민이 잘 해소된 것 같아서 기쁠 따름입니다.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3-05-09 07:16:35

20대에 머리가 굳는다... 이 말 저도 대학에서 많이 들었죠. 군대 일찍 가던지 아예 군대 안 가고 대학원 진학하는게 낫다고 주장하는 선배들의 근거가 저거였고요.
그거에 대한 반례는 30대가 된 제가 보여주고 있죠. 머리가 굳기는 무슨, 학습능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더라고요.
결국 공부하는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고요.


그나저나 저한테도 필요한 조언을 해 주셨네요. 요즘 취업 원서 넣는 것마다 떨어지다보니 의욕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방향을 배워가네요.

SiteOwner

2023-05-14 14:02:21

흔히 그런 말을 많이 하지요. 그런데 사실 정확히는 머리가 굳는 건 아니고 공부에 손을 놓은 기간이 길다 보니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심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혁신적인 기업가나 연구자들은 지식과 경험이 많이 쌓이고 체력도 충분한 40대 이상이 많습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어서 영광입니다. 대왕고래님의 도약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입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 / 295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168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72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89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6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마드리갈 2020-02-20 3863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01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73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9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088
5896

꼰대와 음모론, 그 의외의 접점

  • new
시어하트어택 2024-11-24  
5895

오늘부터는 여행중입니다

1
  • new
SiteOwner 2024-11-21 12
5894

멕시코 대통령의 정기항공편 이용은 바람직하기만 할까

  • new
마드리갈 2024-11-20 17
5893

10세 아동에게 과실 100%가 나온 교통사고 사례

  • new
마드리갈 2024-11-19 19
5892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1
  • new
마드리갈 2024-11-18 45
5891

근황 정리 및 기타.

4
  • new
Lester 2024-11-17 63
5890

그럴듯하면서도 함의가 묘한 최근의 이슈

  • new
SiteOwner 2024-11-16 25
5889

이것이 마요나카 철도 사무국의 진심입니다!

4
  • file
  • new
마키 2024-11-15 61
5888

홍차도(紅茶道)

2
  • new
마드리갈 2024-11-14 32
5887

예금자보호한도는 이번에 올라갈 것인가

  • new
마드리갈 2024-11-13 28
5886

마약문제 해결에 대한 폴리포닉 월드의 대안

  • new
마드리갈 2024-11-12 38
5885

이번 분기의 애니는 "가족" 에 방점을 두는 게 많네요

  • new
마드리갈 2024-11-11 39
5884

방위산업 악마화의 딜레마 하나.

  • new
SiteOwner 2024-11-10 42
5883

"N" 의 안일함이 만들어낸 생각없는 용어들

  • new
SiteOwner 2024-11-09 43
5882

트럼프 당선 & 수능과 교육 이야기

4
  • new
Lester 2024-11-08 107
5881

있는 법 구부리기

4
  • new
SiteOwner 2024-11-06 70
5880

고토 히토리의 탄식

2
  • file
  • new
마드리갈 2024-11-05 47
5879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가는 건 일단 맞게 보이네요

3
  • new
마드리갈 2024-11-04 52
5878

중국의 비자면제 조치가 도움이 될지?

5
  • new
마드리갈 2024-11-03 82
5877

아팠던 달이 돌아와서 그런 것인지...

2
  • new
마드리갈 2024-11-02 52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