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이라서 머리가 완전히 굳었다는 말에는 솔직히 충격이 안 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속에서 뭔가 끓어오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일단 그런 심정을 억누르고 후배에게 반문했습니다.
"만일 그 학습능력의 문제가 선천적이라면 나는 네 부모도 아니고 정신과의사도 뇌과학자도 아니니까 일절 도움을 줄 수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러나 선천적인 게 아니라면 이야기는 달라. 뭔 말인지 알겠지?"
그러니 그 후배가 선천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하길래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한참을 듣던 후배가 돌연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선배님은 능력 좋잖아요. 카투사 출신이라 영어도 잘 하고 일본유학도 하셨잖아요. 그리고 독일어와 러시아어도 구사하시는 것 같던데. 영국인이 프랑스어와 독일어를 잘 하는 것과는 완전 다른 문제잖아요. 아예 체계가 다른 언어들을 그렇게 잘 한다는 건 능력의 천부적인 차이라구요."
후배의 대답에 하나하나 대답해 주었습니다.
"일단 사실관계가 틀린 게 있으니까 그것부터 바로잡지. 카투사 출신이라 영어를 잘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노력을 많이 해서다. 사실 카투사라고 해서 다 영어가 능통한 건 아니고, 나는 복무당시 미군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건 물론 미국의 각종 저널이나 단행본 등을 읽고 또 영상물도 시청하고 그래서 영어능력을 높여서 그때 부대 내의 카투사 중 영어실력이 세 손가락 안에 들었던 것. 그리고 난 일본유학 경험 자체가 없는데 누가 한 소리지? 일본어는 독학했고 그것도 20대 때부터였다. 독일어는 클래식 음악 쪽에 취미가 있다 보니 접점이 많아서 그렇게 된 거고, 러시아어는 군사나 사상 관련으로 이것저것 공부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따름."
후배가 꽤나 놀라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거기에 몇 가지 첨언도 했습니다. 수년 전의 자격증 취득이라든지 그런 것들도 결코 나이 탓을 할 수 없는 것이고, 정말 머리를 굳히는 요소는 자신의 연령이 아니라 자신 그 자체가 아닐까 하고. 그리고 무엇을 배울 때 중요한 마음가짐 중의 하나가 "이걸 왜 다 해야 해?" 라고 스스로 장벽을 세우기보다 "이게 가능하면 어떤 능력이 갖춰질까?" 를 상상하고 기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그것이 바로 늦은 나이에 외국어를 습득하고 자격증을 추득하면서 자기계발을 꾸준히 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2분기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후 그 후배는 더 이상 그런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고 그때 이야기하기를 잘했다고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그 후배의 고민이 잘 해소된 것 같아서 기쁠 따름입니다.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추가)6
|
2025-03-02 | 175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356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209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240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5
|
2020-02-20 | 3924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054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6034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643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159 | |
6041 |
이유를 말못하는 개혁과 시장을 이긴다는 망상
|
2025-04-17 | 5 | |
6040 |
판소리풍 화법의 기사를 쓰면 행복할까1
|
2025-04-16 | 12 | |
6039 |
자칭 통일운동가들은 김일성 생일은 잊어버렸는지...2
|
2025-04-15 | 20 | |
6038 |
<죠죠의 기묘한 모험> 7부 <스틸 볼 런>의 애니메이션 제작이 확정7
|
2025-04-14 | 88 | |
6037 |
엑스포 이야기 약간.4
|
2025-04-13 | 68 | |
6036 |
미국의 제조업 천시 마인드는 여전합니다3
|
2025-04-12 | 50 | |
6035 |
트럼프라면 중국에 대해 1000% 관세율을 적용할 듯?2
|
2025-04-11 | 44 | |
6034 |
NHK에서도 애니에 출연하는 성우들이 자주 나오네요
|
2025-04-10 | 37 | |
6033 |
이번주의 피로가 지난 수년간보다 더 크게 느껴지네요2
|
2025-04-09 | 45 | |
6032 |
"자칭 히로스에 료코 용의자 체포" 의 충격2
|
2025-04-08 | 48 | |
6031 |
러시아의 첩보센서는 영국 영해에까지 들어와 있습니다2
|
2025-04-07 | 49 | |
6030 |
적성국보다 동맹국이 나쁘다고 말한 결과2
|
2025-04-06 | 51 | |
6029 |
형해화에 무감각한 나라
|
2025-04-05 | 45 | |
6028 |
계엄-탄핵정국은 이제야 끝났습니다8
|
2025-04-04 | 116 | |
6027 |
학원 관련으로 여행에서 접한 것들 몇 가지2
|
2025-04-03 | 50 | |
6026 |
애니적 망상 외전 10. 일본에 펼쳐진 시카노코2
|
2025-04-02 | 61 | |
6025 |
이제 일상으로 복귀중2
|
2025-04-01 | 54 | |
6024 |
조만간 출장 일정이 하나 잡혔는데...4
|
2025-03-31 | 108 | |
6023 |
최근 자연재해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군요3
|
2025-03-28 | 119 | |
6022 |
4개월만의 장거리여행2
|
2025-03-26 | 57 |
2 댓글
대왕고래
2023-05-09 07:16:35
20대에 머리가 굳는다... 이 말 저도 대학에서 많이 들었죠. 군대 일찍 가던지 아예 군대 안 가고 대학원 진학하는게 낫다고 주장하는 선배들의 근거가 저거였고요.
그거에 대한 반례는 30대가 된 제가 보여주고 있죠. 머리가 굳기는 무슨, 학습능력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더라고요.
결국 공부하는대로 결과가 나오는 것이고요.
그나저나 저한테도 필요한 조언을 해 주셨네요. 요즘 취업 원서 넣는 것마다 떨어지다보니 의욕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방향을 배워가네요.
SiteOwner
2023-05-14 14:02:21
흔히 그런 말을 많이 하지요. 그런데 사실 정확히는 머리가 굳는 건 아니고 공부에 손을 놓은 기간이 길다 보니 숙련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너무 심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혁신적인 기업가나 연구자들은 지식과 경험이 많이 쌓이고 체력도 충분한 40대 이상이 많습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어서 영광입니다. 대왕고래님의 도약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