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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86화 - 동아리 교류행사 4일차(2)

시어하트어택, 2023-05-15 21:51:13

조회 수
107

민이 만화부실이 모처럼 가득 차 있는 광경에 신기해하자, 카일이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이게 다 우리 매니저 형 덕분이라고.”
“매니저 형이라니?”
그러고 보니, 민과 카일이 만화부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민과 카일에게 윤진보다도 앞서서 인사를 하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긴 했으되 단추를 전부 풀어헤치고, 안에는 검은색의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허리에 찬 벨트도 민의 것보다도 한층 더 눈에 띄어 보이고, 거기에다가 비뚤어지게 쓴 모자와 이것저것 장식물을 덕지덕지 붙여 놓은 신발까지, 아무리 봐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고등학생이 한 명 있다. 마치 어디 힙합 팀이나 래퍼가 나와서 경연을 하는 프로그램에 나온 출연자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남학생이 민을 보자마자, 바로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만나서 반가워. 내가 디크루의 매니저 ‘펠릭스’야.”
“네, 안녕... 하세요...”
펠릭스가 먼저 인사하자, 민은 펠릭스에게 어색하게 인사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 이상하기도 하다. 민이 아는 만화부원들은 다들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윤진조차도. 마침 세이지가 보이기에, 얼른 세이지에게 가서 물어본다.
“혹시 윤진이 형은? 다른 사람들은?”
“아, 이제 금방 온대.”
“정말?”
민이 보니, 세이지는 만화 <댄스팀 A>를 읽고 있다. 그 만화는 연재한 지는 20년도 더 된 건데, 아무래도 오늘의 교류 상대인 디크루와 관련이 있는 댄스팀에 관한 내용이기에 읽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디크루의 부원 중 한 명도 세이지의 옆에서 열심히 그 만화를 읽고 있다. 마치 옆에 전세라도 낸 것처럼, 아니면 딱 2명만 앉을 자리에 앉은 커플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잠시 후...
“얘들아! 내가 좀 늦었나?”
윤진이 만화부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지온을 비롯한 다른 만화부원 몇 명도 함께 들어오고 있다. 자리에 앉아 있던 펠릭스는 윤진을 보더니 얼른 자리에서 일어서서 인사한다.
“어! 선배님, 오셨어요?”
“아유, 그래! 눈에 확 띄니까 너인 줄 알았다.”
윤진 역시도, 그런 펠릭스를 바로 알아볼 만큼 펠릭스의 복장은 확 눈에 띈다. 윤진에게 인사를 하는 펠릭스를 보고는, 지온도 잠시 멈춰서서 어제 있었던 일을 잠시 떠올린다. 교류 대상이 바뀐 걸 왜 몰랐냐고 윤진이 핀잔을 주던 그때 말이다. 물론, 그건 어제 있었던 일일 뿐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어, 펠릭스였냐? 그래, 이런 복장에 이런 액세서리면 누구인지 모를 리가 없지!”
지온은 곧바로 펠릭스를 알아본다. 지온의 동급생들 중 이런 복장을 할 만한 사람은 몇 명 있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펠릭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교내 행사만 있으면 항상 펠릭스가 보이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행사에서 나왔고, 그 정도 춤 실력이라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오, 그래. 금방 알아보잖아. 하하하! 안 그럴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알아본다니까.”
“그건 그렇고, 어제 그 교류 행사는 왜 갑자기 바뀐 거야?”
지온이 묻자, 펠릭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금 있다가 대답한다.
“아, 그런 일이 있어.”
펠릭스는 바로 대답하지 않고 얼버무린다.
“야, ‘그런 일’이라는 게 뭔데?”
“그러니까 그건 좀 말하자면 길기는 한데... 아무튼, 그렇게 오늘 너희하고 하게 된 거야.”
지온은 당연히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정까지 갑자기 바꾸게 된 건가? 하지만 금세, 그런 의문은 접어 두기로 한다. 분위기는 지온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곧 교류행사를 시작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만화부 바깥을 한 여학생이 걸어가고 있다.
“어디... 자동차 연구 모임은 미린중학교 쪽에 있고... 오늘 교류 행사는 거기서 하지 않는 것 같네. 그럼, 부활동 시간 다 끝날 때까지 도서관에서 시간이나 보낼까.”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그 여학생은 도서관으로 향한다. 자동차 연구 모임을 미리 점찍어 두기라도 한 듯, 자동차 연구 모임 쪽에 계속 눈을 돌리며 말이다.

한편 이곳은 방송실.
“저기, 아멜리 선배님, 그게 정말인가요?”
방송부원들 한가운데 앉은 아멜리를 보고, 마주 앉은 도서부원들이 일제히 묻는다. 특히 세훈 같은 고등학생들보다는, 중학생과 초등학생 부원들이 더욱 그 경품에 관심이 큰 모양이다.
“방송으로 나간 그게 정말이냐 이거예요.”
“아, 그 경품 추첨 행사 말이지? 틀림없이 그건 내 목소리고, 내가 경품을 건 거고, 그리고 학교 승인까지 받은 거야. 너희들도 얼마든지 응모할 수 있지.”
그 말을 들은 도서부원들 중, 연두색의 묶은 머리를 한 남자 초등학생이 손을 들더니 질문을 하려 한다.
“어, 그래, 셀림이었지? 한번 물어봐.”
셀림이라고 이름이 불린 그 남학생은 기다렸다는 듯 아멜리에게 말한다.
“그 선배님이 말씀하신, 예를 들자면 ‘아일랜드 리조트호텔 7일 이용권’ 같은 경품, 준다고 해 놓고 미룬다든가 하는 건 아니겠죠?”
“어... 아니야! 그런데 왜?”
“저희 형이 변호사거든요? 작년인가 이벤트에서 경품에 당첨됐었는데, 그거 안 준다고 미루다가 그 회사가 뭘 압류당했거든요.”
“응, 정말?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왜 뉴스에 보면 나오잖아요? 그리고 여기는 방송부니까 그런 건 모를 리가 없겠죠.”
셀림의 그 말은 겉으로는 그냥 정보 전달을 하려는 것처럼 들릴지는 몰라도, 아멜리는 바로 그 속뜻을 알겠다. 경품을 줄 때는 제때제때 주고, 차일피일 미루든가 했다가는 그 비품을 압류당한 회사처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 그래! 무슨 말인지 알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멜리는 자기도 모르게 등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내가 왜 괜히 기분이 좋아서 경품을 걸고 그런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지만, 애초에 에밀리오가 잡힌다든가 하지 않았으면 이런 이벤트는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 어쨌든 그 이벤트는 이벤트고, 이제 우리가 준비한 일정을 시작해 보자.”
아멜리는 어색하게 분위기를 돌린다. 바로 마주 보고 있는 도서부장 리하르트를 한번 보더니, 이윽고 준비한 말을 꺼낸다. 조금은, 작위적으로도 보이는 것처럼.
“방송에서 읽히면 좋은 소설 구절이나 시 같은 거 생각나면 말해 볼까?”

그리고 그 시간, 미술 애호가 동아리방.
“자, 자동차 연구 모임이었지? 우선 우리 동아리방에 온 걸 환영하고.”
나타샤의 그 말에, 슬레인과 준후를 비롯한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은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애써 밝은 표정을 지어 본다. 사실 아무리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원들이 나쁜 마음을 먹었다고 하더라도, 우선은 이 동아리방 안에 있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미술품들에 압도되었고, 그다음으로는 미술 애호가 동아리의 부원들의 면모에 압도되어, 제대로 뭘 꾸며볼 생각을 하지 못하는 탓이다.
“자, 그러면 우선 자동차 연구 모임이 왔으니 자동차에 관련된 작품들을 몇 점 소개해 볼까.”
나타샤의 옆에 앉은 모모가 그렇게 말하자, 슬레인은 그러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자동차 연구 모임의 목적은 겉으로 내건 것과는 좀 많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이름은 이름이니, 슬레인은 짐짓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한번 보자고. 이런 귀한 곳에 왔으면 보는 것으로도 영광이겠지!”
하지만, 나타샤는 진작에 슬레인과 자동차 연구 모임에 대해서 들어서 알고 있다. 그중 몇 명은 종종 사고를 쳐서 알 만한 사람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슬레인이나 준후 같은 멤버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는 나타샤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아리 교류 행사 시간이니, 겉으로는 말하기는 힘들고, 대신 눈이 휘둥그레지게 만들 자동차 관련 미술품들을 잔뜩 꺼내 기선제압이나 해 보려는 것이다.
이윽고, 창고로 들어갔던 로봇이 미술품 하나를 가져오는 게 보인다. 무엇인가 하고 보니, 조그만 자동차 모형을 수백 개를 쌓아서 자동차 모양으로 만든 작품이다.
“우... 우와...”
그 작품을 보는 자동차 연구모임 부원들의 눈과 입이 마치 마비되어 버리기라도 한 듯, 다들 놀라움에 어쩌지를 못한다. 당연히 그건 슬레인과 준후도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마치 얼음처럼 얼어 버리기라도 한 듯 그걸 보고만 있으니, 다른 후배들도 감히 뭘 어쩌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치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의 그런 반응에 답하기라도 하듯, 모모는 바로 문제의 그 작품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자, 선배님들, 후배 여러분! 이제 이 작품이 뭔지 설명을 안 할 수가 없겠죠? 그럼 설명을 시작하니까, 잘 들어 주세요. 이건 ‘인더스트리얼 아트’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 ‘카림 D’ 작가의 작품 ‘수백의 자동차의 우상’인데, 모형 하나하나를 자동차의 엔진이나 기어, 운전대, 계기판 같은 내부 부품까지 그대로 축소해서 재현했고, 거기에 또 여러 가지 도장을 한 다음 수백 개를 쌓아서 마치 한 대의 자동차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은 겁니다. 작가 카림 D는 이 작품을...”
모모가 막 여기까지 말할 즈음,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 중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그 작품을 가리키며 말한다.
“오, 이거 진짜로 자동차 내부를 재현한 모형인 건가요? 그러면 저도, 이거 좀...”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 일어선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원에게로 쏠린다.

그리고 그 시간, 만화부실. 어느 정도 부원들이 잡담을 나누는 것을 보던 펠릭스가, 주위를 안번 둘러보더니, 윤진을 보고 불쑥 질문을 꺼낸다.
“저기, 윤진 선배님!”
“어... 펠릭스, 왜?”
“혹시 춤 잘 추시나요?”
“어...”
윤진은 펠릭스의 그 난데없는 말에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바로 대답을 못 한다. 윤진이 쩔쩔매는 것으로 보이는 그 모습을 보는 민과 유가 소곤거린다.
“뭐야, 윤진이 형 왜 저러지?”
“나도 모르겠는데...”
하지만 윤진은 펠릭스의 그 질문에 뜨끔한 게 있다. 사실은 윤진도 잠깐 인터넷 등지에 자신이 춤추는 영상을 몇 번 올리고, 약간의 호응을 얻었던 적이 있다. 물론 그건 그냥 취미 수준이고, 디크루처럼 본격적으로 댄스팀 쪽으로 나가는 건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윤진은 만화 쪽에 더 큰 관심을 두었기에, 춤추는 영상을 올리는 건 자연스럽게 소원해지게 되었다. 물론 펠릭스는 대충 때려 맞춰서, 아니 ‘아무나 걸려라’ 하는 심정으로 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펠릭스는 윤진의 눈이 흔들리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만화부실 앞으로 나오더니, 윤진을 바로 보며 말한다.
“자, 선배님! 제 눈은 틀리지 않아요. 어서 앞으로 나오라니까요?”
“그러니까...”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5-16 22:34:11

펠릭스는 흔히 말하는 학교 명물이군요?

튀는 스타일 하면 여러 사람 있지만 교내 행사에도 늘 참가하고 있으니 가장 먼저 생각나도 무리는 아니겠네요. 그러고 보니 펠릭스라는 이름을 지닌 유명인들은 드물지가 않죠. 19세기의 독일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이라든지 소련 건국 초기의 정보기관 수장이었던 펠릭스 제르진스키(Феликс Эдмундович Дзержинский, 1877-1926) 같은 인물은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고...

그런데 윤진의 흑역사를 그렇게 건드리다니. 게다가 흔들리는 눈빛을 포착해서 자기 사심을 채우려는 건 싫네요. 제가 윤진이라면 펠릭스의 코끝에 칼날 같은 걸 갖다대고 "다시 말해봐?" 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장르가 바뀔지도 모르니...


셀림이 말한 것, 이거 국내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죠.

모 대기업이 경품 갖고 장난질을 했다가 그 당첨자가 현직 변호사였다 보니 꼼짝없이 잡혀서...그게 생각나서 웃음을 참지 못했어요.

시어하트어택

2023-05-21 21:40:25

흔히 학교에 다닐 때 춤이나 노래에 특기를 보이는 학생이 몇 명 보이던 걸 토대로 만든 캐릭터죠. 펠릭스 하면 생각나는 인물 중에는 라스푸틴을 죽인 펠릭스 유수포프도 있군요.


셀림이 말한 건 정확히 그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한 게 맞습니다.

SiteOwner

2023-05-31 21:18:53

학교행사다운 풍경이 그려집니다. 문제의 펠릭스가 이 장면의 신스틸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

그런데 펠릭스도 좀 꺼려지는 인상의 인물입니다. 참 묘하게 내부문화라는 게 생기고 분화되는데 역시 펠릭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지난 회차에서의 카일의 넘겨짚기가 우연의 산물이 아닐 것같다는 생각도 같이 들면서.


미술 애호가 동아리는 역시 본격파군요. 이런 동아리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습니다. 게다가 자동차 관련의 미술품을 소개해 뒀으니 자동차 연구 모임이 거기에 호응하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이상할 것이고.

시어하트어택

2023-06-04 23:17:04

아무래도 펠릭스가 매니저이고 또 저 동아리를 주도하다 보니 펠릭스의 성향이 은연중에 녹아들어갔을 수도 있겠죠. 카일의 그 넘겨짚기가 펠릭스에게서 영향을 받은 건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만...


미술 애호가 동아리는 '실제 미술관과 같은 작품이 학교 안에 있으면 어떨까'라는 가정 아래 만들어 본 동아리이니, 저렇게 활동하지 않는 게 이상한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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