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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갑자기 씨끄러운 경보음에 잠에서 깼어요.
삐이이이이이익 하는 경보음이었어요.
동생도 깼더라고요.
경보음은 핸드폰에서 나는 거였어요.
확인했죠.
갑자기 경보라니. 뭔지도 말 안해주고 일단 대피하라고 하다니.
어디로 나가야 하는건지? 그리고 경보 보낼 상황이면서 바깥은 왜 이렇게 조용한지...
일단 옷 입고 몸만 나가자 생각했는데, 동생이 일단 뭐 때문에 경보가 난 건지도 모르니 뉴스부터 보자고 하네요.
봤는데, 북한에서 무슨 발사체를 쐈대요.
그런데 그냥 한번 말하고 넘어가네요.
뭐지? 저게 미사일이고 진짜 한국에 발사한 상황이면 그냥 평범한 뉴스로 다루는 건 많이 이상하지 않나? 하고 생각했어요.
발사체라고 하니까, 그러면 북한 미사일이라고 가정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북한 미사일이 어느 정도 속도인지 확인해야 지금 상황이 파악될 거 같다고 생각했죠.
32분에 경보 발령났으면 그 때 발사했겠죠. 그러면 지금 서울이 얼마나 위험한지, 진짜 위험한지 정도는 판단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구글은 언제나 답을 알려주죠.
마하 10짜리를 발사한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마하 10? 확인해보니 초속 3km네요.
32분에 서울역으로 쐈다면 (당연히 서울역이겠죠) 벌써 미사일이 떨어진 후네요.
41분에 경보 문자를 보냈다면 - 이거 알아보니 서울에만 보낸 거라던데, 그 외 지역에는 보내지도 않았대요 -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상황이죠.
저 경보는 이상해도 많이 이상한 거에요.
그러더니 갑자기 또 경보가 삐이이이익 하고 울려요.
뭐지? 무슨 사건이 터진건가? 하고 봤어요.
오발령이래요.
요즘은 오발령을 이렇게 심각하게 보내주네요.
무슨 사건 터진 줄 알았더니...
9분이나 늦게 보내고, 뭔지도 제대로 설명 안 해줘서 직접 찾게 만들고, 알고 보니 오보였고, 두번씩이나 씨끄럽게 하고...
서울 사람들 일찍 일어나라고 캠페인 하는건가 싶네요.
삐이이이이익 하는 소리는 잘 정했어요. 엔간한 모닝콜보다 더 효과있네요.
결국엔 문자가 왔어요.
경계 해제래요.
아침부터 뭐하는건지.
배도 고프겠다 동생하고 같이 맥모닝 먹으러 서울역으로 갔어요. 서울역이 근처거든요.
갔더니 뭐... 평소하고 똑같네요. 기차타러 온 사람들만 잔뜩 있고, 아침 먹으러 온 사람들도 잔뜩 있고.
평소와 다른 건 딱 하나. 캐리어를 든 학생들이 많았어요. 자기들끼리 장난치면서 신이 났더라고요.
수학여행 하러 왔나봐요.
그렇게 맥모닝 먹고, 집에 들어왔어요.
나사빠진 경보 문자, 나사빠진 아침. 뭐 평온하니까 저는 그걸로 족해요.
+
집에 돌아와서 컴퓨터 켜니까, 왼쪽 밑에 귀여운 수달이 한마리 있네요.
이렇게요.
클릭해봤더니...
오늘이 세계 수달의 날이래요.
귀여운 수달을 봐서 기분이 좋아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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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마드리갈
2023-05-31 14:21:22
새벽부터 난리였네요. 여기는 서울이 아니라서 경보가 울리지 않았지만...
안그래도 뉴스를 보니까 그렇더라구요. 그냥 무작정 대피할 준비나 하라고 하고 이유나 대피소 등에 대한 안내가 없었다고. 일본에서는 비상사태고지의 이유라도 명시되었다는데 말이죠. 고생 많이 하셨어요.
오늘은 세계 수달의 날이군요!! 귀여운 수달이 나타났군요.
그리고 국내에서는 바다의 날이기도 하죠. 역시 물과 관련많은 5월 마지막날이예요.
대왕고래
2023-05-31 14:25:06
저도 일어나서 몸이라도 움직이려고 옷 입긴 했지만, 뭔가 옷 입으면서도 "그래서 어디 가라는 건데? 무슨 일인데?" 싶었네요.
오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얘네들을 믿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누구는 양치기 소년에 비유하더라고요.
그래도 일찍 일어나서 이런저런 이득은 있네요. 맥모닝을 먹는다던지, 오는 길에 던킨도너츠에서 먼치킨을 산다던지, 오늘이 수달의 날이라는 걸 알게 된다던지. 수달 귀여워요.
SiteOwner
2023-05-31 21:34:27
오늘 아침의 대혼란을 직접 겪기까지 하셨고...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번에 비상상황공지에 대해 한일 차이가 극명하게 나왔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유도 안 알려주고 무작정 대피?” 같은 시각 일본은… (2023년 5월 31일 조선일보)
더 멀리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미사일", "건물내", "지하", "대피" 로 원인과 피난장소의 특정이 바로 가능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느껴지는 게 많습니다.
대왕고래
2023-06-01 17:38:04
누가, 언제,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긴급문자를 보냈고, 어디에 있는 사람들은 어디로 대피해야한다 이렇게 해야하는 게 당연하다는 건 긴급문자를 보낼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교육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봐요.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분석해서 다음에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싶어요.
카멜
2023-06-01 00:54:32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일본에게선 배울게 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왕고래
2023-06-01 17:33:41
이번 건은 진짜 누가 봐도 일본쪽 대응이 더 적절했죠.
북한하고의 거리는 우리나라가 더 가까운데 물 건너 있는 나라 쪽 대응에서 지다니...?
북한을 나라A, 우리나라를 나라B, 일본을 나라C 라고 하고 저 당시 상황을 그대로 서술하면, 누가 봐도 나라C가 모범적이었고, 나라B는 엉성했다고 할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