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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ved hope_2. Cupid's arrow

블랙홀군, 2013-07-13 23:50:16

조회 수
241

이런 쪽 일은 질색인데... -베르=빈덴


----------


정말 지겹다. 

왜 하필 내가 괴롭힘을 받고 있는거지? 

다른 애들도 많은데 왜 하필 나일까? 


"하아... "

"왜그래, 이번에도 잘 안됐어? "

"응... 그 사람도 임자가 있어... "

"하여튼, 너도 참 신기하다... 어떻게 유부남인 남자들만 콕 찝어서... "

"그러게 말이야... "


나를 괴롭히고 있는 건, 사람들이 아닌 신이다. 

화살을 쏘아 사랑을 이뤄준다던가, 하는 큐피드라는 신은 나에게만큼은 이상하게 자비가 없었다. 

왜 꼭 내가 큐피드의 화살을 맞고 반하게 돼는 사람들은 다 이미 임자가 있는거야? 

하여 오늘도 쓰디쓴 소주를 들이켰다. 


"하아... 진짜 큐피드는 나에게 자비거 없어요, 자비가... "

"혹시 아냐, 나중에 진짜 대박인 남자 만나라고 그러는건지... 맞다, 소원을 들어주는 사이트...라는 게 있다던데, 거기다가 한번 얘기해보지 그래? 사이트 주인이 들어줄지도 모르잖아. "

"어, 정말...? 헤에... 그런 곳이 있었다니...... "

"내가 주소 문자로 보내놨어. 나중에 한 번 들어가봐. 혹시 아니, 연애 카운셀링같은 것도 해줄 지... "

"오오, 땡큐! 역시 넌 좋은 친구야~ "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술기운도 어느정도 가셨겠다,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친구가 적어준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냥 개인 홈페이지같다. 관리자가 검은색을 유독 좋아하는 것 같다...는 거 외에 딱히 별다른 특징은 없었다. 

사이트를 이곳저곳 둘러보던 나는 방명록에 글을 남기고 잠들었다. 


----------


"흠...? 애정 고민같은 거 들어줄 여유는 없는데... 뭐, 소원이라니 가야지... "


----------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으으, 대체 어제 얼마나 마신거지... '


급한 대로 두통약을 먹고 하루 쉬기로 했다. 

어차피 약속같은 거, 잡힐 리도 없고. 


"하아... 오늘은 하루종일 쉬어야겠는걸... "


-똑똑


그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찾아올 사람도 없거니와 보통은 종교인들이 많이 찾아오겠지. 


"누구세요? "

"어제, 소원 빌지 않았어? "

"!!"


정말로 오는구나! 신기하기도 하고 반가워하면서 문을 열었다. 

긴 생머리에 단정하면서도 까만 옷, 그리고 까만 날개가 어울렸다. 


"에, 당신이 베르=빈덴씨인가요? "

"응. 시원한 물 한 잔만 줄래? "

"드, 들어오세요. "


집 안으로 들어온 그녀는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물잔을 건네주자 한모금 마신 그녀는 계속해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연애 얘기는 질색이지만, 소원이라니 올 수밖에... 그런데, 구체적으로 네 소원이 뭔지 알 수 있을까? "

"하아아... 어제 술김에 막 썼나봐요...... 미안해요. "

"...... 아니, 미안할 필요까지는 없어. "

"저, 사실은 좋아하는 사람마다 다 이미 애인이 있어요. 이게 몇번째 반복돼고 있다구요... 하지만, 이번에 만나는 남자만큼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걸요... "

"음, 그러니까 네 소원은 네가 좋아하는 남자랑 이뤄지는건가? "

"네. "

"흠... 좋아, 알겠어. "


그녀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어갔다. 


"네 소원은 이미 이루어졌는걸. 자, 그럼 좋은 사랑 하도록 해. 난 이만. "

"이...루어졌다고요? "

"응. 내가 여기에 온 시점에서 이미. 자, 그럼 난 이만. "


그녀가 돌아간 후, 전화벨이 울렸다. 

그 사람이었다. 정말 소원이 이루어졌어! 

오늘은 그럼 첫 데이트인건가? 그럼, 예쁘게 입고 나가야지~ 

맛있는 저녁도 먹고, 달콤한 얘기도 나눠볼까...? 


----------


"너, 그 얘기 들었어? "

"무슨 얘기...? "

"ㅇㅇ이 말야... ㅇㅇ선배랑 그렇고 그런 사이래. "

"뭐...? 정말...? ㅇㅇ선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애인이랑 곧 1000일이라고 했었잖아. "

"응, 그런데 그 애인이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지 뭐야... "

"그 둘이 참 좋았는데... 그 언니는 어디로 갔을까...? "

"글쎄, 미국에 갔다는 얘기도 있고... "


----------


다음날, 그녀는 신문에 나왔다. 

그녀의 소원인 그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그녀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고 한다. 


블랙홀군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2 댓글

마드리갈

2020-01-12 23:38:53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자체는 죄가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한없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죠.

그게 바로 현실의 문제. 그리고 그것을 건드린 결과는, 이미 타인의 행복을 말살하고 자신의 행복까지도 말살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죠. 그렇다고 해서 단적으로, "당신 혼자만 불행해지면 세계의 누구든지 평화롭게 살 수 있으니 그렇게 불행해져라!!" 라고 강요할 수도 없고...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마음이 문제겠죠. 아무리 봐도.

SiteOwner

2020-01-26 23:25:30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은 여러모로 무섭습니다.

이것이 독재정권 차원의 음험한 것들이 아니더라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문제의 그녀의 행동은 바로 그것의 원인.


정말 씁쓸하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것이 현실이 아니고 창작물이라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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