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을 없애는 것은 쉽지만, 없는 것을 만드는 건 힘든 것이지... -베르=빈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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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소개팅 좀 해 줘. "
내 친구녀석은 오늘도 또 시작이다.
"안 돼. 다들 네가 나온다고 하니까 거절하던데. "
이 녀석은 소개팅 해 달라고 조르기도 엄청나게 조르지만, 퇴짜도 엄청나게 잘 놓는다.
그 이유는 하나같이 똑같다. 자신의 '그녀'가 돼기엔 알맞지 않다는 것.
얼굴이 예쁘면 몸매를 가지고 트집, 그것도 아니면 먹는 걸로 트집...
이러다보니 내 주변에 소문이 쫙 퍼져서, 소개팅 상대가 친구녀석이면 일언지하에 거절...이라는 상태까지 가게 된 것.
"왜? "
"지금 그걸 몰라서 묻냐. "
"...... "
"한번만 더 나한테 소개팅 요구 하면, 나도 절교할테니 그리 알아. "
소개해 주는 여자마자 퇴짜를 놓으면서 무슨 소개팅을 해 달래.
나도 지쳤다.
"아무튼... 난 이만 가볼게. 일이 좀 바빠서. "
"어이! "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는 회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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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왜 그런지 정말,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여자 투성이이다.
어떤 사람은 얼굴, 어떤 사람은 몸매가...
하나같이 흠이 있어.
내 여자가 돼려면 전부 완벽해야 한다고, 인형처럼 말이지.
정말로 그런 여자가 나타난다면 좋을텐데.
그래서 친구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소개팅 요구를 했더니, 번번이 퇴짜를 놓는다고 절교 선언까지 들었다.
어째서지?
정 안 돼면 결혼정보회사에라도 연락해보라던데, 그건 더더욱 싫다.
그 쪽에서는 내가 마음에 들어할만한 그녀를 찾기 더더욱 힘들다.
어째서 그녀는 내 꿈 속에서만 나타나는걸까? 현실에도 나타나준다면 좋을텐데 말이지...
'하아... 절교 선언까지 먹을 정도면, 내가 심했던건가... '
그 때, 친구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뭐, 소원을 들어주는 사이트라나, 뭐라나...
아마 그 쪽이라면 나의 '그녀'를 찾아줄 수 있을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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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없는 것을 나보고 만들어달라고? "
이틀 연속 방명록에 사랑 타령이 올라오는 것도 짜증나는 마당에, 이제는 없는 여자친구를 만들어달라니.
그녀는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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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
거리를 걷고 있는데 누군가가 불렀다.
돌아보니 한번도 본 적 없었던 여자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방명록에 소원 적었지? "
"아, 네... "
분명 겉보기엔 나보다 어려보였지만, 그 위압감이 나에게 절로 존칭이 나오게 만드는 것 같다.
"'그녀'는 어떤 사람이지? 어디에 있는 누구야? "
"에...... 사실은, 제 꿈 속에서만 보이는 여자예요. 생긴건 이렇고요. "
"...... 정말 이 여자를 만나고싶어? "
"네. "
"흠...... 좋아. 오늘 저녁에 꿈 속에 나타나면, 그 여자에게 이 꽃을 건네줘. 그럼 네 소원은 이루어질거야. "
그녀는 까만 장미 한 송이를 건넸다.
"이...걸요? "
"응. "
"아, 알겠습니다. "
정말 이걸 전해주면 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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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친구 녀석에게서 전화가 또 왔다.
분명 내가 소개팅 요구는 안 된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야, 내가 소개팅 요구하면 절교라고 했...... "
"ㅇㅇ이니? 나 ㅇㅇ이 엄만데... "
"아, 어머님... 무슨 일로 전화하셨나요? "
"ㅇㅇ이가 연락이 안돼는구나... 혹시 네가 시간날 때 한번 가 줄 수 있나 싶어서 연락해봤다. 자취하는 집도 가깝다니, 미안하지만 한 번 찾아가볼 수 있겠니? "
"아, 네, 알겠습니다. "
전화를 끊고 발신인을 다시 확인해보니, 집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나저나 이녀석, 대체 몇일 째 연락이 안 돼고 있네.
"ㅇㅇ대리님, 오늘 저녁에 회식 있다는데요... "
"아, 미안. 지금 친구 어머님께 전화가 왔는데, 친구가 며칠쨰 연락이 안 된다셔서... 부장님께는 내가 따로 전화할게. "
"알겠습니다. "
대체 이 녀석, 왜 연락이 안 돼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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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집에 가봤을 때, 친구는 죽은 듯 잠들어있었다. 아니, 죽은 것 같았다.
집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이, 나 왔어! 일어나봐! "
몸을 흔들어봤지만 녀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꿈 속에서 염원하던 그녀라도 만난건지, 얼굴은 행복해보였지만...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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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20-01-12 23:39:06
일본어로 동반자살을 신쥬(心中)라고 하죠. 한자를 보면 마음속이라는 의미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의미인 이 단어는 꽤 섬찟하기 마련인데, 생각해 보니 그 단어의 함의가 떠오르고 있어요. 상대를 자신의 마음에 가두어 두는 그 방법이 죽는 것이고, 그렇게 그는 마음속 그녀를 자신의 마음 속에 가둔 채로 생을 마감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이상적인 사람을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은 아니지만, 떨떠름한 느낌만큼은 감출 수가 없어요.SiteOwner
2020-01-26 23:25:42
좋은 사람을 만나려면 자신부터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고 상호관계에서 살아가기에 그러합니다.
문제의 그는 이성교제에서도 문제이지만 가족에게도 문제가 됩니다. 그렇게 부모보다 먼저 떠나는 불효자가 되는 것이...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