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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95화 - 죽여 주도록 맛있는

시어하트어택, 2023-06-09 21:46:13

조회 수
110

민은 큰 지출 때문인지 저절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겉으로는 그걸 나타내기 힘들다. 그냥 작게 뭐라고 말할 뿐. 하지만 민이 아무리 작게 말해도, 바로 옆에 있는 유가 듣고는, 곧바로 민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한다.
“자, 스마일, 스마일!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해. 네 친구들하고 동생들이잖아.”
“그건 그렇기는 하지만.”
“어, 민이 형, 설마, 돈이 많이 나갔다고 슬퍼하는 건 아니겠지?”
셀림도 역시 민이 그렇게 한숨을 짓는 걸 본 건지, 아니면 그냥 지레짐작이라도 한 건지, 슬쩍 민의 옆으로 다가가서 말을 건다.
“아, 그런 거 아닌데.”
“다 안다니까? 우리 형도 돈을 꽤 버는데 그저께 한 달 쓸 돈을 다 써 버려서 울상이었어. 너무 슬퍼하지는 마.”
민은 셀림의 형이 무얼 하는지 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셀림의 형은 메이링과도 업무상으로 아는 사이라고 들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할 것이다. 지근거리에서 변호사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느 정도 교류하는 것도 있을 테니까.
“슬퍼하는 거 아니라니까.”
“다 안다니까? 얼굴 보면 나오지. 다음에는 내가 사 줄 테니 걱정은 하지 마.”
셀림이 그렇게 말하고서는, 얼마 정도 더 걷다가 민과 친구들 쪽을 돌아보며 말한다.
“그런데, 다들 그 경품 응모는 했어?”
“어? 아니.”
유가 잠시 동안의 침묵을 깨고 말한다.
“내가 원하는 건 없더라.”
“응? 거기 경품들 중에 형이 원할 만한 건 많을 텐데?”
“아니, 없더라.”
“아일랜드 리조트호텔 7일 이용권 괜찮을 텐데...”
“우리 리조트 중에도 괜찮은 데 많아. 그러니까 네가 당첨되어서 잘 갔다 오면 돼.”
“그래...”
로지와 지나, 셀림은 자기들끼리 뭐라고 이야기를 나누더니 민의 친구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서, 곧장 운동장 근처에 있는 정자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우리는 들어갈까...”
민이 그렇게 말하자, 다들 민의 말에 동의라도 하는 듯, 별 말이 없다. 그렇게 민과 친구들이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문득 민에게 불안한 예감이 든다. 누군가가 위기에 처했다든가, 아니면 무슨 싸움이 났다든가 하는 그런 예감이다.
“어? 왜 그래?”
“잠깐만...”
그 예감이 온 곳이란, 다름 아닌 로지와 지나, 셀림이 자리를 잡은 바로 그 정자다. 과연 민의 예상대로, 그 정자 주위에는 로지와 지나, 셀림 말고도 다른 몇 명이 서 있다. 그 중 한 명은 초록색 칼라의 교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서, 중학생이다.
“너희들만 맛있는 거 먹지 말고, 좀 주라, 응?”
“그래. 그렇게 많은데 좀 주면 안 되냐?”
척 보니, 로지와 셀림, 지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다들 민이 아는 얼굴이다. 머리를 어설프게 노란색으로 물들인 중학생의 이름은 ‘타이리’일 테고, 다른 3명은 6학년생 ‘라티’와 ‘닝닝’, 그리고 5학년생은 같은 반의 ‘앙투안’이다. 그것도 그냥 달라고 하면 모르겠는데, 침을 옆에 찍찍 뱉고, 불쾌하게 웃는 얼굴을 옆에 내미는 등, 전형적인 ‘불량아’들의 모습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다.
“앙투안이 저런 짓을 하고 다녔나? 나는 몰랐는데.”
민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일단은 지켜보기로 한다. 괜히 또 이런 데에 섣불리 끼어들었다가는 또 상황이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가만히 보니, 민이 평소에 알던 불량 학생들 패거리라든가, 아니면 자동차 연구 모임하고는 또 다른 것 같다. 한명 한명 떼어놓고 보면 민이 많이 본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저 조합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건 처음 본다.
“꽤 신기한 조합인데. 그런데 무슨 일을 하려고 저러는 거지?”
물론 민의 예상대로라면 지금 타이리의 패거리가 하려는 건 로지와 지나, 셀림을 위협해서 무엇이라도 얻어내려는 것일 테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것만 놓고 보면 지금 저 패거리가 하는 건 그런 목적치고는 너무나도 쪼잔하게 보인다.
“역시, 내가 가 봐야 하는 건가?”
아무래도 민이 보기에도 상황이 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 같다. 마치 거머리와도 같이 이 정자에서 결코 떨어질 것 같지 않은 타이리의 패거리도 그렇지만, 민에게 보인 건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셀림이 마치 뭔가를 일으킬 것 같기라도 할 것처럼, 타이리를 쏘아보는 눈빛이다. 그걸 보니, 민은 바로 알 것 같다.
“뭐야, 셀림도 초능력이 있었던 건가?”
무엇인지 모를 충격 때문인지, 타이리의 패거리는 잠시 한발 물러서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던 건지, 다시 셀림에게 한 걸음 앞으로 다가와서 말한다. 그런데, 타이리의 패거리의 눈앞에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 펼쳐진다.
“오, 잠깐. 방금은 뭐였던 거지?”
“아, 저기 형, 누나, 이거 하나 좀 먹어 볼래요?”
갑자기, 셀림의 인격이 바뀌기라도 한 건지, 말투가 꽤나 공손하게 나온다. 분명히 민이 몇 초 전까지 봤던 건 타이리의 패거리에 대한 셀림의 굉장히 반항적인 눈빛 그리고 표정이다. 그런데 저렇게 마치 공손하게 나오다니?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왜 그런 건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잠시 후, 타이리의 패거리는 생각 외로 많이 나온 과자를 듬뿍 받아들고, 로지와 셀림에게 고맙다고 말한다.
“고마워! 이렇게 많이 주다니. 앞으로도 잘 부탁하지.”
“네...”
타이리의 패거리가 그 정자를 벗어난 후, 민은 슬며시 로지와 셀림이 앉아 있는 정자로 다가간다. 타이리의 패거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그 과자를 보며 좋아하는 것도 보인다.
“야, 아까 그 과자를 왜 그렇게 그냥 준 거야? 그러다가 너 나중에 저 녀석들한테 표적이라도 되면 어쩌려고 그러는 거야?”
“두고 보라고.”
“응...?”
“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기다려 보라니까? 그리고 앙투안 형은 같은 반이라며? 민이 형은 그냥 옆에서 지켜보기만 해.”
“뭐야, 설마 너 아까 그 녀석들한테 초능력을 썼던 거야?”
셀림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 그것은 초능력을 쓴 것을 넘어서, 아까 타이리의 패거리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능력인지는 셀림은 말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셀림이 이토록 자신이 있는 표정이라는 건, 민도 무슨 뜻인지는 잘 알고 있다. 굳이 민이 안 도와 줘도 괜찮다는 의미일 것이다.
“너... 이상한 짓은 안 한 거지?”
“그래.”
“아... 그래, 알았어. 또 보자.”

그리고 시간은 지나 오후 1시.
“어디, 이제 수업을 시작해 볼까?”
어느새 교실 앞에 선 5학년 H반 카키자키 선생이 교실 안을 한번 돌아보더니, 수업을 시작하려고 막 교실 정면에 있는 프로젝터를 켠다. 그런데...
“어? 앙투안 자리는 왜 비었어?”
선생의 말을 듣고 보니, 교실 앞자리에 있어야 할 앙투안의 자리가 비어 있다. 평소라면 항상 앞자리에 앉아서 수업을 하나도 놓치지 않을 기세로 열성적인 앙투안이지만, 지금은 무슨 일인지 자리가 비어 있다. 오전에도 항상 앞에 앉아서 자리를 벗어나지 않던 앙투안이기에 다들 잘 안다.
“그러게요. 무슨 일 있나?”
“웬일이래. 앙투안이 수업이 시작되었는데도 자리를 다 비우고?”
“그러니까. 앙투안은 평소에도 애들하고 축구하고 그러다가도 점심시간 끝나고 수업 시작한다고 재빠르게 교실로 들어가던데, 그런 애가 지각이라니?”
다들 그렇게 한마디씩 하는 걸 보니, 민도 바로 생각이 난다. 학원까지 가고 늘 공부만 하는데도 성적이 민보다도 한참 낮게 나와서 민에게 열등감을 은근히 보이던 앙투안의 모습이 말이다. 거기에다가, 아까 타이리와 함께 후배들에게 시비를 걸던 모습을 보니, 전에 민 자신에게 열등감을 표출하던 그 모습이 더욱 떠오른다. 그리고 거기에서, 또 하나의 연결고리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설마 셀림이 말했던 그 초능력 때문에, 앙투안이 화장실에 가서 지금껏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건가?”
정황상 그럴 것이다. 셀림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두고 보라고 했었고, 지금은 마침 40분 정도 지난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지금쯤 셀림이 말한 그 능력이 발동된 건가? 민은 문득 궁금해진다.
“누가 한번 앙투안에게 전화해 볼래?”
마침 선생의 말이 들리고, 민은 그래도 아까 앙투안을 봤기 때문에 걱정은 되었는지 전화를 해 보려고 한다. 그런데 막 전화를 들고 전화번호를 누르려는 바로 그때.
“앙투안, 지금 화장실에 있대요, 선생님!”
“어?”
카일이 큰소리로 교실 안에 있는 모두가 다 들으라는 듯 말하자, 선생은 그 말이 의외라고 생각했는지, 되묻는다.
“앙투안이 수업도 안 오고 화장실을 다 간다고?”
“네, 방금 메시지가 왔는데, 갑자기 화장실에 갈 일이 생겼다고, 빨리 나오지는 못할 것 같다고 그러네요.”
“어... 정말?”
선생은 믿기지 않았는지, 다시 물어보려다가 말고는 이내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프로젝터를 켠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서, 수업도 모두 끝나고, 동아리 교류 행사를 하러 갈 시간이다.
“내일 또 봐!”
“그래, 신주 너 내일 그거 가져오는 거 잊지 말고.”
주위를 한번 돌아보고는, 민 역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미린중학교에 있는 레디 길드 원의 동아리방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 너는 왜 안 일어나고 그대로 있어?”
앙투안이, 시간이 되었는데도 자리에서 안 일어나고 그대로 있는 게 아닌가. 거기에다가 무엇 때문인지 매우 찡그리고 있는 표정은 덤이다.
“왜 그러냐니까?”
그렇게 묻자, 앙투안은 민의 그 질문이 불쾌하다는 듯 민을 쏘아보며 말한다.
“저리 안 가냐? 못 일어나겠다고... 아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점심시간 지나고 속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는...”
앙투안은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 민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더욱 얼굴을 찡그린다.
“아니, 그런다고 집에도 안 가면 어떡해? 빨리 집에 가야지 너희 부모님이 걱정 안 하시지 않겠냐?”
“몰라... 지금 내가 아는 형들이 다 속이 안 좋대... 아까 먹은 과자가 뭐가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민의 머릿속에는 직감이 온다. 이게 바로 셀림이 말했던 그 능력이라는 것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발동되는 건지, 정확한 효과가 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앙투안을 뒤로 하고, 민은 교실을 나선다.
“오늘 하는 레디 길드 원은 단체전 같은 걸 하나?”
민도 레디 길드 원이 <레디 플레이어 원>의 프로게이머를 지향하는 동아리라는 건 알고 있다 보니 어떤 활동을 할지 대략은 머릿속에 그려진다. 하지만, 그래도 이왕 교류 행사를 하니만큼, 상상을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다른 동아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행사를 진행한 곳도 있다 보니 말이다.
“어, 민이냐?”
누군가가, 민을 부른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3-06-11 00:10:38

먹는 것으로 발생하는 분쟁은 여러모로 싫죠. 게다가 불량스럽게 행동하는 게 무슨 자랑거리인양 그러는 건 안 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초능력이 있고 그 존재를 알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양날의 칼이죠. 그리고 예의 상황에서는 확실히 충돌을 막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일단 표면적으로는. 그런데 그 뒤가 문제네요.


앙투안의 심정, 정말 절박하겠어요.

시어하트어택

2023-06-11 22:36:29

저 에피소드에서는 그나마 먹을 것 정도로 순화되기는 했습니다만, 제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금품이라든가, 아니면 제 입으로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일도 겪었죠. 물론 저기서는 앙투안을 비롯한 패거리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렀습니다만...

SiteOwner

2023-06-13 00:26:00

역시 불온한 기운은 어떻게든 느껴지는 것인가 봅니다. 특히 불량아 그룹은.

그나저나 그 불량아 그룹이 갑자기 인격이 바뀐 듯이 행동한 것은 좋다면 좋은 것이고 나쁘다면 나쁜 것인데 누군가의 조종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면 근처의 그 초능력자가 그들을 의도에 반하는 방향으로 유도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역시 후자로 갈 가능성이 높겠지요.


셀림의 능력은 무섭습니다. 만일 저것이 화장실 설비가 불가능한 항공기의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실제로 전투기나 경비행기 등은 조종사가 그런 상황이 되면 불시착해야 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6-18 21:49:16

자신에게 적대적이었던 사람이 갑자기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일단 의심할 만하지요. 타이리를 위시한 패거리도 그럴 테고요. 하지만 그 호의를 무심코 받았다가, 불의의 공격을 당해 버린 겁니다.


항공기에서 그런 상황이 된다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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