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엉터리 일본어 항의문구

SiteOwner, 2023-07-03 20:56:40

조회 수
117

이미 오래전에 쓴 글 두 편이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첫째 글은 2015년의 운주주판과 시네마현, 그리고 그 후일담 제하의 글이고 둘째 글은 20년 전의 국내사정과 현재의 북한사정이 묘하게 닮은 것 제하의 글. 여기에서 지적해 둔 문제점인 일본에 대해서는 틀려도 별로 문제삼지 않는 기조는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 생각납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의 사건입니다.


0003773357_001_20230703164601045.jpg

이미지 출처

‘오염수 방류 살 빼’ 日 원정시위 간 진보당, 오역 피켓 들었다 (2023년 7월 3일 조선일보)


그렇습니다. 문장의 맨 끝이 야세테(瘦せて), 즉 살빼라는 소리입니다.

저 정당에는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거나 이럴 때만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가 봅니다. 사실 한국의 정당에 일본어 구사자가능자가 있어야 할 의무 따위는 없으니 그것으로 문제를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일본어능력을 갖출 사람을 고용할 생각조차 안한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일본인에게 읽히게 만든 것이라면 발언자가 누구인지는 일본인에게 인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잘못 쓴 일본어피켓이 웃음거리가 되었던 21년 전에 있었던 해프닝 하나가 생각납니다.


2001041212148.jpg

이미지 출처

악연과 우정 (2001년 4월 12일 동아일보)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든 저 피켓에는 "일본은 반성국물!" 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당연히 저 연좌농성은 웃음거리로 전락했습니다.

또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다음해인 2002년에는 일본의 웹사이트에서 횡행했던 각종 반일구호 중에 호론부(ホロン部)라는 것도 있어서 저 반성국물과 더불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호론부란 "일본은 망한다(日本は滅ぶ)" 라는 문구를 쓰려다 "망한다" 라는 의미의 동사 "호로부(滅ぶ)" 를 잘못 써버린 것이 한자변환되어 나타난 결과로, 이후 혐일론자의 부활동같이 여겨지는 등 상당기간 유행했습니다.


이미 반성국물도 호론부도 사어가 되었지만, 엉터리 일본어 항의문구 덕분에 일본에 대한 무지에 무감각한 한국사회의 기조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이렇게 증명됩니다. 그리고 웃음거리는 또 공급됩니다.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일까요.

SiteOwner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3-07-04 21:10:57

일본에 가서 항의피켓을 드는 거... 뭐 그건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싶은데, 적어도 정확하게 적어가야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걸 잘못 적어가는 건 그냥... 나라 부끄럽게 하는 것 밖에 안 되는 거 같은데...

SiteOwner

2023-07-04 22:47:59

그렇습니다. 나라망신입니다.

한국사회 전반이 언어에 관심없는데 국어에도 관심이 없어서 국어가 망가져도 대부분 나몰라라 하는 현실에 외국어를 제대로 구사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냥 사인도 아니고 국회의원이 저런 것이니 그 다음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에 대왕고래님께서 쓰신 글인 깜짝 놀라 잠에서 깼더니 오보라고 하네요에서 지적된 쟁점도 있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된 메시지는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수록하지 못해서 허둥지둥한 그 해프닝은 여기에서도 드러나 있습니다. 게다가 오역까지 더해졌으니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습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 / 29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new
SiteOwner 2024-09-06 129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50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173
공지

2023년 국내외 주요 사건을 돌아볼까요? 작성중

10
마드리갈 2023-12-30 349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2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847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975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5962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561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1064
5848

법 앞의 평등을 생각하며

3
  • new
SiteOwner 2024-10-06 16
5847

인도양의 차고스제도, 영국에서 모리셔스로

3
  • file
  • new
마드리갈 2024-10-05 24
5846

몬테베르디의 성모마리아의 저녁기도를 감상중입니다

1
  • new
SiteOwner 2024-10-04 18
5845

마법세계의 차창 너머로

4
  • file
  • new
마키 2024-10-03 47
5844

옛 한자를 쓰면 의미가 위험해지는 일본어 단어

2
  • new
마드리갈 2024-10-03 34
5843

부정확한 인용은 신뢰도 하락의 지름길

2
  • new
마드리갈 2024-10-02 39
5842

역시 10월 1일에는 이런 것들이 나와줘야죠

2
  • new
마드리갈 2024-10-01 48
5841

사흘 뒤 출국. 어디를 가볼지 고민중입니다.

4
  • new
시어하트어택 2024-09-30 102
5840

폴리포닉 월드의 시마나가시(島流し)

2
  • new
마드리갈 2024-09-29 46
5839

돌솥비빔밥 발원지 논란 (+ 추가)

4
  • new
Lester 2024-09-28 90
5838

시대가 바뀌어도 수입차 악마화는 여전합니다

2
  • new
SiteOwner 2024-09-27 51
5837

하시모토 칸나, NHK 연속TV소설의 주인공으로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9-26 54
5836

경기도 국번으로 걸려오는 스팸전화의 유력한 이유

2
  • new
마드리갈 2024-09-25 59
5835

철야의 노래

2
  • new
마드리갈 2024-09-24 60
5834

이제서야 콰이콰이(快快)를 주목하는...

2
  • new
SiteOwner 2024-09-23 62
5833

'오늘부터 가을입니다' 라는 이상한 계절감각

4
  • new
마드리갈 2024-09-22 89
5832

모차르트의 미발표곡,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발견되다

1
  • file
  • new
마드리갈 2024-09-21 67
5831

장수의학의 발전에 주목받는 동물에 대해 간단히

2
  • new
SiteOwner 2024-09-20 73
5830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라는 담론이 이렇게 표면화되었습니다

2
  • new
SiteOwner 2024-09-19 75
5829

무선호출기가 화제가 된 레바논의 동시다발 폭발사건

4
  • new
SiteOwner 2024-09-18 116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