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03773357_001_20230703164601045.jpg (207.2KB)
- 2001041212148.jpg (17.7KB)
이미 오래전에 쓴 글 두 편이 생각나는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첫째 글은 2015년의 운주주판과 시네마현, 그리고 그 후일담 제하의 글이고 둘째 글은 20년 전의 국내사정과 현재의 북한사정이 묘하게 닮은 것 제하의 글. 여기에서 지적해 둔 문제점인 일본에 대해서는 틀려도 별로 문제삼지 않는 기조는 지금도 여전하다는 것이 생각납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의 사건입니다.
이미지 출처
‘오염수 방류 살 빼’ 日 원정시위 간 진보당, 오역 피켓 들었다 (2023년 7월 3일 조선일보)
그렇습니다. 문장의 맨 끝이 야세테(瘦せて), 즉 살빼라는 소리입니다.
저 정당에는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거나 이럴 때만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가 봅니다. 사실 한국의 정당에 일본어 구사자가능자가 있어야 할 의무 따위는 없으니 그것으로 문제를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적어도 일본어능력을 갖출 사람을 고용할 생각조차 안한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일본인에게 읽히게 만든 것이라면 발언자가 누구인지는 일본인에게 인식시켜야 할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잘못 쓴 일본어피켓이 웃음거리가 되었던 21년 전에 있었던 해프닝 하나가 생각납니다.
이미지 출처
악연과 우정 (2001년 4월 12일 동아일보)
민주당 김영진 의원이 든 저 피켓에는 "일본은 반성국물!" 이라고 쓰여져 있습니다. 당연히 저 연좌농성은 웃음거리로 전락했습니다.
또한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다음해인 2002년에는 일본의 웹사이트에서 횡행했던 각종 반일구호 중에 호론부(ホロン部)라는 것도 있어서 저 반성국물과 더불어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호론부란 "일본은 망한다(日本は滅ぶ)" 라는 문구를 쓰려다 "망한다" 라는 의미의 동사 "호로부(滅ぶ)" 를 잘못 써버린 것이 한자변환되어 나타난 결과로, 이후 혐일론자의 부활동같이 여겨지는 등 상당기간 유행했습니다.
이미 반성국물도 호론부도 사어가 되었지만, 엉터리 일본어 항의문구 덕분에 일본에 대한 무지에 무감각한 한국사회의 기조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이렇게 증명됩니다. 그리고 웃음거리는 또 공급됩니다.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일까요.
Founder and Owner of Polyphonic World
목록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추가)6
|
2025-03-02 | 155 | |
공지 |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
2024-09-06 | 349 | |
공지 |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
2024-03-28 | 205 | |
공지 |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
2024-03-05 | 236 | |
공지 |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615
|
2020-02-20 | 3921 | |
공지 |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2
|
2018-07-02 | 1049 | |
공지 |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2 |
2013-08-14 | 6029 | |
공지 |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
2013-07-08 | 6640 | |
공지 |
오류보고 접수창구107 |
2013-02-25 | 12154 | |
6030 |
적성국보다 동맹국이 나쁘다고 말한 결과
|
2025-04-06 | 5 | |
6029 |
형해화에 무감각한 나라
|
2025-04-05 | 10 | |
6028 |
계엄-탄핵정국은 이제야 끝났습니다2
|
2025-04-04 | 38 | |
6027 |
학원 관련으로 여행에서 접한 것들 몇 가지2
|
2025-04-03 | 33 | |
6026 |
애니적 망상 외전 10. 일본에 펼쳐진 시카노코2
|
2025-04-02 | 51 | |
6025 |
이제 일상으로 복귀중2
|
2025-04-01 | 39 | |
6024 |
조만간 출장 일정이 하나 잡혔는데...2
|
2025-03-31 | 59 | |
6023 |
최근 자연재해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군요2
|
2025-03-28 | 57 | |
6022 |
4개월만의 장거리여행2
|
2025-03-26 | 45 | |
6021 |
천안함 피격 15년을 앞두고 생각해 본 갖은 중상의 원인1
|
2025-03-25 | 47 | |
6020 |
감사의 마음이 결여된 자를 대하는 방법2
|
2025-03-24 | 52 | |
6019 |
발전설비, 수도 및 석유제품의 공급량에 대한 몇 가지2
|
2025-03-23 | 54 | |
6018 |
일본 라디오방송 100주년에 느낀 문명의 역사2
|
2025-03-22 | 58 | |
6017 |
어떤 의대생들이 바라는 세계는 무엇일까2
|
2025-03-21 | 65 | |
6016 |
옴진리교의 독가스테러 그 이후 30년을 맞아 느낀 것2
|
2025-03-20 | 57 | |
6015 |
여러모로 바쁜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
2025-03-19 | 56 | |
6014 |
"극도(極道)" 라는 야쿠자 미화표현에 대한 소소한 것들2
|
2025-03-18 | 59 | |
6013 |
요즘은 수면의 질은 확실히 개선되네요2
|
2025-03-17 | 62 | |
6012 |
최근의 몇몇 이야기들.4
|
2025-03-16 | 80 | |
6011 |
"그렇게 보인다" 와 "그렇다" 를 혼동하는 모종의 전통2
|
2025-03-15 | 64 |
2 댓글
대왕고래
2023-07-04 21:10:57
일본에 가서 항의피켓을 드는 거... 뭐 그건 마음대로 하라고 하고 싶은데, 적어도 정확하게 적어가야지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걸 잘못 적어가는 건 그냥... 나라 부끄럽게 하는 것 밖에 안 되는 거 같은데...
SiteOwner
2023-07-04 22:47:59
그렇습니다. 나라망신입니다.
한국사회 전반이 언어에 관심없는데 국어에도 관심이 없어서 국어가 망가져도 대부분 나몰라라 하는 현실에 외국어를 제대로 구사하기를 바라는 건 무리가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그냥 사인도 아니고 국회의원이 저런 것이니 그 다음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에 대왕고래님께서 쓰신 글인 깜짝 놀라 잠에서 깼더니 오보라고 하네요에서 지적된 쟁점도 있습니다. 짧은 문장으로 된 메시지는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수록하지 못해서 허둥지둥한 그 해프닝은 여기에서도 드러나 있습니다. 게다가 오역까지 더해졌으니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