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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는 K시 근처의 어느 휴게소에 나와있었다. 며칠 전에 이 근처가 사고다발지역이라며 의뢰가 들어와서 조사차 나오게 된 것이었다. 수사대 건물이 있는 장소와는 꽤 멀었기때문에, 수사대원들이 차에서 전부 잠들 수는 없어서 휴게소 인근에 숙소를 하나 잡아두고 휴게소로 나온 상태였다. K시 근교에 있는 휴게소라 그런지 꽤 규모가 작은 휴게소였던지라, 시설도 그렇게 좋다고 할 수는 없었다.
"사고다발지역이 이 근처였지? 어디야? "
"여기서 나가서 K시로 가는 길목이래요. "
"음... 숙소 잡으러 갈 때는 뭔가 딱히 본 건 없었는데... "
"일단 저 쪽에 줄 서있는 사람들에게 한번 물어보죠. 저번에 그 일처럼 특정한 사람만 대상일지도 모르고... "
"그러지. "
휴게소 한쪽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있었고, 사람들은 전기차를 충전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충전소 쪽으로 다가간 미기야는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던 여자에게 다가갔다.
"저, 실례합니다. "
"아, 네? 무슨 일이시죠? "
"저는 괴담수사대에서 나왔습니다. 이 근처에 사고다발지역이 있다고 해서 조사중인데, 혹시 관련된 얘기를 들으셨거나 무언가를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 "
"글쎄요... 저는 여기는 초행길이라 잘 모르겠는데... 제 친구도 이쪽을 종종 지나다니는데, 딱히 본 건 없었어요. "
"그렇군요... "
"아마 저기, 트럭을 충전하고 계시는 분들께 여쭤보는게 도움이 될거예요. 전기트럭을 충전하려면 반드시 여기를 들러야 해서, 화물 나르시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고 들었거든요.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여자에게 감사인사를 건넨 미기야는, 그 옆에서 트럭을 충전하고 있는 중년 남성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
"응? 무슨 일 있수? "
"저는 괴담수사대에서 나왔습니다. 이 근처에 사고다발지역이 있다고 해서 조사중인데, 혹시 관련된 얘기를 들으셨거나 무언가를 목격하신 적이 있나 해서요. "
"사고다발지역...? 아, 맞아. 이 휴게소에서 K시로 가는 길에 하나 있어요. 목격자를 찾습니다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인데, 밤에 그 곳으로 운전해서 가다 보면 좀 젊어보이는 여자가 하나 보여요. "
"젊은 여자가요? 혹시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 나세요? "
"기억 나다마다요... 나도 지나가다가 한번 봤거든. 머리는 이렇게 길어서 풀어헤쳤고, 하얀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있었어요. 맨발로 터벅터벅 현수막 주변을 걷고 있길래 차를 세우고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더니 대답을 안 하더라고. 그러길래 몇번 더 불렀더니 이 쪽을 보는데, 눈구멍이 텅 비어서 거기서 피를 줄줄 흘리는거예요. "
"별다른 해코지같은 건 안 당하셨나요...? "
"해코지고 뭐고, 제 얼굴을 보더니 아니라고 말하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마 그 여자때문에 놀라서 교통사고가 나는 것 같은데, 그래서 요즘 화물 운반하는 사람들은 낮에 가서 하룻밤 잤으면 잤지, 밤에 K시는 가급적이면 안 가려고 해요. 왔다갔다 하다가 그 여자 보면 또 사고나고, 사고나면 차 수리해야 해서 일을 쉬어야 하거든... "
미기야는 휴게소에서 전기 트럭을 충전하는 사람들에게 사고다발지역에 대해 물어봤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흰 옷을 입은, 눈이 없는 여자를 보았고 여자가 운전자를 보더니 '너는 아니야'라고 말하면서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운전자 얼굴을 보더니 아니라고 하면서 사라졌다고? "
"네. 그 여자때문에 놀라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거였어요. 요즘 사고가 줄어든 건 그 여자가 사라졌거나, 아니면 그것때문에 밤에는 K시로 안 가서 그럴지도 몰라요. "
"음... 일단 그 현수막부터 좀 봐야겠다. "
"시간도 늦었으니, 들어가면서 한번 보죠. "
휴게소를 나와 조금 달리다보면, 어두운 밤 홀로 나부끼는 하얀 현수막이 보였다. 미기야가 현수막이 있는 곳에 차를 대자, 파이로는 차에서 내려 현수막을 확인했다. 어두워서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핸드폰 플래시를 켜면 어찌어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플래시를 켜고 현수막을 비추자, 붉은 글씨로 '목격자를 찾습니다'라고 쓰여 있는 게 보였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
"여기서 뺑소니 사고가 있었나봐. 사고가 있었던 건 몇달 전... 얼추 두어달은 됐겠네. 그러면 영상 확인은 힘들겠고... "
"그러게... 일단 내일 형사님께 연락해서 한번 알아보자. "
현수막을 확인한 파이로가 차로 갔을 때, 미기야는 사색이 되어 있었다.
"야, 너 왜그래? 뭐 봤냐? "
"파이로씨가 내리자마자 하얀 여자가 이 쪽으로 다가왔어요... "
"하얀 여자? "
"네... 저를 보자마자 현수막을 가리키고 사라졌어요... "
"일단 진정하고... 라우드, 너 면허 있냐? "
"응. "
"숙소까지 운전 좀 해줘. 얘 이 상태로 운전하다간 사고나겠다. 현수막 관련된 얘기는 숙소에 가서 해 줄게. "
"어. 오너, 뒤로 가세요. "
사색이 된 미기야 대신 라우드가 숙소까지 차를 운전해서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편의점에 들른 파이로는 캔막걸리 한 병과 주전부리 몇 개를 사들고 숙소로 갔다.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주전부리들을 꺼낸 그녀는, 같이 사 온 술을 하나씩 건넸다.
"니네 둘꺼는 그냥 사이다다. 이건 야나기, 이건 현. "
"배고팠는데, 잘됐어요. "
"그럼 이제 브리핑을 시작해봅시다. 현수막에는 목격자를 찾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던 걸 보면 아마 이 근처에서 뺑소니 사고가 있었던 게 분명해. "
"뺑소니 사고? "
"응. 뺑소니 사고 목격자를 찾고 있었거든. 여기는 국도변이라 CCTV같은 것도 없을테고... 사고가 일어난 시간대가 새벽이라 목격자 찾기도 힘들거야. 일단 의뢰자한테 연락해서 이 근처에서 뺑소니 사건이 있었는지랑 피해자 신원 알아봐. "
"네. "
"아까 그 여자 봤다고 했지? 몇 살 정도 돼보였어? "
"음... 얼추 3~40대정도요. "
"좋아, 일단 나는 세베루스씨에게 연락해서 알아보도록 할게. "
"네. "
주전부리를 다 먹은 파이로와 야나기, 현은 방으로 돌아가 씻고 잘 준비를 했다. 잠들기 전, 파이로는 세베루스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K시 근처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3~40대쯤 되는 여자가 있는지 물었다.
"K시 근처... 교통사고... 3~40대로 추려도 꽤 많아요. "
"혹시 사인을 좀 세부적으로 볼 수 없나요? 그 유령이 뺑소니 사고로 죽었는데... "
"뺑소니 사고요? 뺑소니... 뺑소니라... 아, 여기 있어요. 아마 거기에 있다면 명계에 없다는 얘기인데... 사망처리가 되었는데 명계에 등록이 안 된 건 이 사람뿐이네요. 처리 되는대로 보내드릴게요. "
"네, 알겠습니다. "
다음날, 미기야는 의뢰자였던 형사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K시 근처에서 뺑소니 사고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형사는 두달 전쯤 뺑소니 사고가 있었고, 피해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는 것과 새벽 시간대에 발생한 사고라 목격자가 없어서 범인을 잡지 못 했다는 것을 전했다.
"뭐래? "
"사고가 있었대요. 새벽 시간대라 목격자가 없어서 범인은 아직 오리무중이고, 피해자는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
"그 피해자가 혹시 30대 중반이야? 어제 세베루스씨가 추려서 보내주긴 했는데... K시 근처에서 최근에 뺑소니로 죽었고 명계에서 소재불명인 건 이 사람 뿐이래. "
"아... 맞아요, 이 사람. 뭔가 큰 차에 받혀서 죽은 것 같다고 했었는데... "
"잠깐만. 어제 휴게소에서 얘기를 나눠봤을 때, 화물차를 몰았던 사람들이 전부 그 여자를 봤다고 했지? 다른 차를 몰던 사람들은 못 봤다고 했었고... "
"네. 승용차나 SUV를 몰던 사람들은 밤에 지나가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더라고요. "
"그렇다면 확실해. 화물차에 치여 죽은거야. 그래서 밤에 화물차를 몰고 지나가면 이 사람이 자신을 친 그 사람인지 보기 위해서 나타나는거고... 니 앞에 나타나서 현수막을 가리켰던 건, 아마 자기가 뺑소니 사고로 죽었으니 도와달라고 나타난거겠지. "
"하지만, 경찰도 목격자가 없어서 못 잡은 범인을 무슨 수로 잡죠? 몇달 전이면 그 사람이 받혔던 흔적도 다 수리가 끝났을텐데... "
"아니, 우리는 범인 잡는 게 일이 아니잖아. 뺑소니 사고로 죽은 피해자가 유령이 되어서, 자신을 죽인 사람을 찾고 있다. 그래서 사고다발지역이 됐다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끝인거지. "
"그런가요... "
미기야는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 형사님, 괴담수사대입니다. "
"아, 네. "
"K시 근처에서 뻉소니 사고로 죽은 피해자가, 자신을 죽인 사람을 찾기 위해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래키는 것 같아요. "
"자신을 죽인 사람을 찾기 위해서요? "
"네. 아마 짧은 순간이지만 자신을 치였던 사람의 얼굴을 봤을 수도 있으니까요. 피해자를 발견했을 때 커다란 차에 받힌 것 같았다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K시 근처에서 밤에 지나가는 차는 대부분 화물차고요. "
"맞습니다. 뭔가 커다란 차에 받힌 것 같았다고 했었죠... 그럼 그게 화물차에 치여서 그렇게 된 거였군요. 알겠습니다. "
점심을 먹고 수사대원들이 돌아가는 길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진작 지나갔어야 하는 길이 오늘따라 정체가 심했다. 차들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와중에, 현수막이 있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고 났나? "
"이상하네요. 낮에는 그 여자를 봤다는 사람이 없었을텐데...? "
"잠깐만, 일단 갓길에 세워봐. "
"네? "
"빨리. "
"아, 네. "
미기야가 갓길에 차를 세우자, 파이로는 사건 현장으로 갔다. 그리고 뒤따라 간 미기야가 본 것은, 교통사고 현장이었다.
"헉? "
현수막이 걸려있는 곳 앞에는 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하지만 트럭의 상태는 이상하리만치 처참했다. 이 곳이 사고다발지역인 이유는, 밤에 트럭을 몰다가 뺑소니 사고로 죽은 유령을 본 운전 기사들이 놀라서 멈췄다가 현수막이 묶여있는 전봇대에 살짝 부딪혀서 전조등이 부서지는 정도였다. 혹은 뒤로 차를 몰다가 부딪히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지금 두 사람이 보고 있는 것처럼 트럭이 찌그러질 정도가 될만한 곳이 아니었다.
흰색 트럭은 무언가로 압축한것처럼 찌그러져 있었고, 운전자는 트럭 뒤에 실려있던 철근이 머리를 관통해 이미 죽은 상태였다. 어디로, 몇 개가 관통했는지는 이미 죽었기때문에 중요하지 않았다. 상체는 철근에 꿰찔리고 하체는 트럭이 우그러지면서 그 사이에 끼어서, 사고를 수습하는 것 조차 힘들어보였다.
"이거... 영상을 보긴 봐야되는데, 라우드가 보면 토할 것 같은데... "
"100% 토할겁니다... "
"이게 어떻게... 미기야씨! "
"마 형사님! "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
"저도 모르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가다가 보니 이미 사고가 일어나서... "
K시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흰 트럭 하나가 처참하게 찌그러지고 운전자가 처참하게 죽는 사고를 끝으로, 더 이상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세베루스의 연락을 받아보니, 소재 불명이었던 뺑소니 사고 사망자가 명계로 돌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파이로가 돌아가는 길에 봤던 사고 현장을 얘기하자, 세베루스는 그 사람도 지금 명계에 왔고, 막 재판을 마쳤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뺑소니... 정확히는 음주 뺑소니죠. 혈중 알콜 농도... 그런건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겉으로 보기에도 꽤나 취해보였나봐요. K시로 가는 길에는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가, 사고가 나서 서 있는 차를 미처 보지 못 하고 여자를 치었어요. 그리고 여자를 친 것도 알고 있었지만, 음주운전을 했다는 게 걸리게 되면 생계가 위험해지니까 도망친거예요. "
"그럼 사고는... 설마, 피해자가 죽인건가요? "
"피해자가 죽였다... 네, 반은 그렇게 보셔도 되겠네요. "
"반은...? "
"파이로씨,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
"졸음운전이요. "
"사실 졸음운전 말고도, 숙취운전이라는 게 있어요. "
"숙취운전이요? "
"네. 술을 마시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이제 술이 깼다 생각해서 운전대를 잡는거죠. 인간들은 거기서 술이 다 깼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술이 깨지 않았기때문에 음주운전과 마찬가지로 위험해요. "
다음 순간, 세베루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숙취 운전으로 그 근처를 지나다가, 피해자의 원혼을 만나서 죽게 된 거예요. 원혼을 보자마자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어버린거죠. 하필이면 새벽에 비가 와서 도로가 젖어버리는 바람에, 도로가 미끄러웠으니까요. "
"......! "
"아마 이 정도로 악재에 악재가 겹쳐서 죽는 건 드물겁니다. 피해자의 원한이 만들어낸 악재의 연속이죠... "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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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마드리갈
2023-07-14 20:42:03
역시 요즘은 전기차가 많이 보이죠. 옅은 청색의 번호판을 단 완전전기추진의 승용차도 있고 소형트럭 중에도 그런 게 있어서 소형트럭 특유의 디젤엔진 소리가 나지 않는 게 상당히 인상적으로 보였죠.
사고로 죽은 피해자가 자신을 죽인 자를 찾기 위해 명계로 가지 못하고 이렇게 구천을 떠돌다가 결국 목적을 이루고 그렇게 가 버렸네요. 묘사된 상황은 정말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숙취운전에 대해서 의외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전날 밤에 술을 마신 뒤 자고 나면 괜찮다고 생각하고 대부분 관심조차 안 가지는데 결국 그 숙취운전이 문제의 운전자의 명을 재촉했으니 누구 탓을 할 수도 없는 거죠. 그 피해자의 원혼이 아니었다면 그 운전자는 또 제2, 제3의 피해자를 냈게 확실할 거니까요.
국내산라이츄
2023-07-15 02:07:20
괴담수사대가 가게 된 것도 이상하게 그 곳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곳은 의도적으로 주차를 하지 않는 이상 지나가다가 차를 세울 일도 없고, 무언가로 가려질만한 공간도 아닌데 원혼때문에 놀란 사람들때문에 사고가 자주 발생했으니까요.?
요즘 유튜브에서 위기탈출 넘버원을 다시 틀어주는데, 거기서 숙취운전에 대해 다뤘습니다.?
SiteOwner
2023-08-18 20:58:57
역시 시대가 달라지니까 자동차의 운용방식도 원혼의 출현방식도 달라지는군요. 전기차 충전소가 있고, 과거의 여성 원혼은 주로 소복 차림의 산발한 여성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흰 민소매 원피스를 입었고 눈 부분이 텅 비었고 거기서 피를 흘리는 모습의...그리고 그렇게 나타난 원혼은 "너는 아니야" 라고 말했던 것도 특이하게 보입니다. 역시 자신을 죽인 자를 찾아내기 의해서 그렇게...
그렇습니다. 숙취운전에 대해서는 의외로 위험성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게 그냥 누군가에게는 부주의였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인생을 통채로 빼앗기는 대사건이 되기 마련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