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오늘까지 상을 치렀습니다. 사실 며칠 전에 쓰러지셔서 뇌사상태가 진행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건 현실이다'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막상 돌아가시고 나니 드는 생각은 또 다르더군요.
아무튼, 그저께 3시경 빈소에 도착해서, 저는 접객을 주로 도맡아 했습니다. 어제는 입관예배를 했죠. 할머니의 체구는 좀 작은 편이었지만, 장례지도사가 큰 관을 준비했더군요. 입관도 각오는 했지만, 막상 그걸 보는 건 또 달랐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발인 및 화장, 그리고 봉안당에 안치했습니다. 오늘은 대단히 일찍 일어나서 7시 30분에 발인예배를 했습니다. 화장을 위해 추모공원에 도착하고, 화장은 1시간 30분 남짓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유골함을 안치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가 끝났습니다.
저희 할머니는 1937년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셨고, 강원도 철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다가 6.25 전쟁 때 남하, 1962년 저희 할아버지와 결혼하신 후 저희 어머니를 포함, 2남 2녀를 낳아 잘 키우셨습니다. 1994년부터 한 교회의 권사로 재직하셨고, 바로 그저께 향년 85세로 생애를 마치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저희 할머니께서 북한 치하에 있을 때 겪으셨던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어 써 볼까 합니다. 바로 작년에야 말씀하셨던, 저로써도 좀 많이 충격적인 이야기였거든요.
아무튼, 저를 사랑하셨던 할머니를 떠나보내는 건 저로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할머니가 바로 앞에서 제 이름을 부르시며 환하게 웃어 주실 것만 같아서 더욱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은 큽니다. 하지만, 이것도 언젠가는 인생에서 겪어야 할 하나의 일이겠지요.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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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마드리갈
2023-07-19 17:32:32
그러셨군요. 정말 많이 힘드셨겠어요.
가족을 떠나보내는 것은 정말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죠. 그리고 또 오래 기억되고.
멀리서 온라인으로나마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을 함께 하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근황을 전해 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시어하트어택
2023-07-19 22:40:10
감사합니다. 사실 할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은 갑자기 들려온 것이라서 말도 안 나올 정도의 충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그 덕분인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희 할머니도 장례를 무사히 마친 저희를 보며 기뻐하실 겁니다.
SiteOwner
2023-07-19 23:59:28
많이 힘드셨을 것입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 저도 함께 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벌써 20년 전이군요. 20년 전 초여름, 저희집도 외할머니의 부음을 듣게 되었습니다. 저도 동생도 차별을 받은 적이 있어서 생전의 기억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혈육이라서 그런지 화장장에서 연기가 올라가는 것을 보고 눈물이 흐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던 게 생각났습니다.
말씀하신 그 북한 치하의 생활상 이야기에 대해서도 정중히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7-23 09:48:12
감사드립니다. 저는 할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은데 오너님은 또 그렇지도 않으신 듯하군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막상 그 사람이 떠나면 그 빈자리가 커지는 법이라 또 마냥 밉다든가 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증오가 맹렬한 경우가 아니라면...
Lester
2023-07-21 08:23:11
저의 경우 외할머니를 제외하면 조부모님들과는 딱히 연결고리가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고인의 시신을 앞에 두고 부모님과 다른 친척들이 대성통곡을 하는 순간에서야 비로소 누군가가 정말로 떠났다는 느낌이 들어서 심경이 꽤나 복잡했습니다. 다행히도 인간은 망각하는 동물이라 잊으면서 슬픔을 달랠 수 있지만, 머릿속에 떠올리면 외할머니 특유의 말투와 목소리가 지금도 기억나거나 어머니를 통해 뒷이야기를 듣는 식으로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힘들겠지만 잘 이겨내시리라 믿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3-07-23 09:58:19
저와 비슷한 경우였군요. 친조부모님을 떠나보낼 때는 큰 감흥은 없었는데, 이번에 외할머니의 장례식 때는 정말 감정이 북받치더군요.
할머니의 목소리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저와 각별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더욱 제 기억에 많이 남았던 것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