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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20화 - 어수선한 목요일 점심시간(2)

시어하트어택, 2023-09-08 09:36:45

조회 수
119

오스카는 긴장이 섞인 눈을 하고서 다니엘의 움직이는 입을 본다. 다니엘은 자신도 긴장했던 건지,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그걸 보니 오스카도 긴장이 안 될 수가 없다.
“아, 저희들은, 선배님이 어떤 영상을 보나 궁금해서...”
“야, 그런 게 왜 궁금해! 나는 유머 영상 같은 것도 못 보냐!”
“에이, 그래도 선배님이니까 혹시나 했는데...”
다니엘을 포함해 농구를 하러 온 다른 후배들도 다니엘의 그 말에 동의라도 하는 건지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 오스카는 스케이트보드 타는 모습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 여학생들 몇 명도 이쪽으로 오는 게 보인다.
“이야, 농구장 비었... 잠깐, 어?”
다니엘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로 알아본다. 며칠 전에 다투기까지 했으니 모를 리가 없다. 다니엘은 긴장이 안 풀렸는지, ‘후’ 하고 심호흡까지 한다.
“야, 여기는 우리가 먼저 왔어! 그러니까 옆으로 가라고!”
“에이, 너희들 지금 하고 있는 거 아니잖아.”
니라차가 그렇게 말하자, 다니엘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좋은 생각이라도 떠오른 건지, 가만히 앉아서 영상을 감상하는 오스카 쪽으로 시선을 유도한다. 그런데, 오스카가 다니엘이 그러는 걸 알았는지, 다니엘이나 니라차 쪽으로는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조곤조곤 말한다.
“너희들, 설마 선배 노는 거 처음 보는 건 아니겠지?”
“어... 그렇기야 한데...”
“알았으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너희들끼리 조용히 놀자. 알겠지?”
“아... 그래야죠!”
다니엘이 그렇게 말하고 오스카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얼른 농구공을 튀기며 미리 봐 둔 코트로 향하는데, 이미 니라차와 친구들의 발걸음도 이쪽으로 몇 걸음 앞두고 있다. 당연히 다니엘은 그걸 놓칠 리가 없다. 미리 선수를 치기로 했는지, 다니엘은 니라차를 돌아보며 다른 주변의 사람들까지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말한다.
“야, 우리가 자리까지 다 잡아 놨는데 오지 마라.”
“아니, 빈자리에 오는 것도 안 되냐?”
니라차는 그렇게 말하며 다니엘이 이 자리로 오는 것을 어떻게든 견제해 보려고 한다. 이미 다니엘에게도 보인다. 니라차가 묘한 눈빛을 보이려고 하는 걸 말이다. 그리고 모를 리가 없다. 이 눈빛이 보이고 얼마 안 되어, 대상은 조종당한다는 걸 말이다. 당연히 다니엘도 거기에 맞대응하기 위해 자신의 초능력을 발동하려고 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다들 아직 본 적은 없으나, 니라차는 그게 그렇게 대단한 초능력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 정도로 강한 초능력자라면 진작에 소문이 났겠지만.
“어, 어...”
니라차의 능력이 막 먹혀들어 간 건지, 다니엘의 몸이 또다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다니엘은 이제 점점 무서워진다. 자기 능력으로 대응을 해 보기도 전에, 그런 기회마저 박탈당한다는 건 보통 무서운 것이 아니다. 이대로 당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막 들려는 그때, 다니엘을 구원한 건 의외의 인물이다.
“왜 다들 유치하게 노냐?”
“네...?”
가만히 앉아서 다시 영상을 보던 오스카가, 막 어딘가에 힘을 쏟는 듯한 표정을 짓는 니라차를 보더니 한마디 한다.
“이상한 데 힘 빼지 마. 봐봐. 여기 다니엘이 먼저 왔잖아?”
“어... 정말요?”
그러고 보니, 어느새 니라차와 친구들이 농구를 하려던 옆에 있는 코트까지 다른 학생들이 와 버렸다. 당연히, 그걸 보고 니라차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야! 너희들...”
하지만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오스카는 니라차의 옷깃을 잡아끈다.
“아니, 선배님, 지금 어째서?”
“그만 열 올리고, 여기나 봐봐.”
“어, 그런데, 저희는 농구를 하려고 여기 온 건데...”
니라차가 그렇게 말해도, 오스카는 그저 자신이 보고 있던 그 보드 타는 영상에만 눈길을 줄 뿐이다. 아니, 뒤에 있는 후배들에게 그 영상을 보라고 적극적으로 유도한다.
“도대체 왜요?”
“이 영상을 똑똑히 봐. 내가 며칠 안으로 그대로 따라 할 테니까.”
“아, 아니, 선배님,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이냐고요...”
그렇게 말하기는 해도, 니라차 역시도 지금 나오는 이 영상에 눈길을 쏟지 않을 수가 없다. 오스카에게 항의하려던 것을 다 잊어버릴 정도로, 그 영상 속의 보드 타는 사람은 꽤나 능숙하게, 그것도 아무나 따라 하기 힘든 고난도의 기술을 무리없이 소화해내고 있다.
“이야...”
“저걸 어떻게 다 하냐?”
니라차와 친구들이 한마디씩 하자, 오스카는 그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아니면 입이 근질근질하기라도 했는지, 또다시 한마디 한다.
“응, 한다고. 그러니까, 기대해도 좋아. 무슨 말인지, 알겠지?”
“어, 네...”
그렇게 말하고 보니, 다니엘 일행의 옆에서 농구를 하던 동급생들은, 귀찮기라도 한 건지 금세 눙구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굳이 다니엘과 싸우지 않아도, 니라차에게도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또 다른 몇 명이 와서 농구를 하려고 한다 니라차와 다른 친구들도 아는 얼굴도 보인다.
“어... 라일라냐?”
라일라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만 끄덕인다. 그리고 마치 포기하지 않겠다는 듯, 한 발은 농구 코트에 들여놓고, 절대 빼지 않으려는 듯 어색하게 웃기까지 한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아니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아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양보하지는 않을 텐데. 분명히, 우리가 먼저 왔다고.”
“그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또다시 설전이 일어나려고 하자, 영상을 보고 있던 오스카가 가만히 한마디 한다.
“거기, 라일라냐? 니라차가 먼저 왔거든. 이번에는 너희들이 좀 양보하자.”
“어... 네... 네.”
라일라는 오스카의 그 말에 곧바로 코트에 들여놨던 한쪽 발을 빼고는, 당황했던 건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는, 니라차의 일행이 코트에 들어가는 걸 보고만 있는다. 오스카가 그걸 딱하게 여긴 건지, 라일라에게 손짓을 하더니 이쪽으로 오라고 한다. 라일라의 일행이 가까이 오자, 오스카는 또 기다렸다는 듯 뭔가 말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자, 봐봐, 너희들도. 내가 지금 여기 영상에 나오는 이 동작을 그대로 할 테니...”

한편 그 시간, 미린초등학교 운동장 옆에 있는 정원. 어느새 산책을 마친 민은 친구들 몇 명과 둘러앉아서 과자를 먹는 중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들뿐만 아니라, 선후배들 몇 명도 불러놓고 같이 먹는 중이다. 민의 바로 옆에 앉은 아론과 로지, 셀림이 보인다.
“어, 어제 먹던 마레잖아?”
만화부원들은 당연히 별로 들뜨다거나 한 반응은 보이지 않지만, 만화부원이 아닌 셀림이나 다른 친구들은 생각하지도 않은 디저트를 보자 마치 별천지에 오기라도 한 것 같은 반응을 보인다.
“우와, 이거 다 어디서 난 거야?”“그러니까, 민이 형. 마레는 아무 데서나 못 사잖아.”
“거기에다가...”
카일이 마레를 하나 집어서 입에 넣고 그 쫀득한 맛을 즐기기라도 하듯 오물오물 씹어 보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한다.
“이거, 보통 비싼 게 아닐 텐데. 거기에다가, 내가 듣기로는 이거 아무 데나 보관하면 안 된다며? 너무 뜨거운 데 놔도 안 되고, 또 너무 차가운 곳에 놓으면 얼어 버리고...”
“맞아.”
민은 상자에 든 마레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보통 비싼 건 아니지. 그래도 나는 아멜리 누나에 비하면 아예 안 쓰는 거나 다름없잖아?”
“어...”
민의 그 말에 다들 머리를 굴려 이리저리 생각을 좀 해 보는 것 같더니, 이윽고 민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리 관심이 없더라도 방송으로 경품추천 광고는?
“만약 내가 그 정도로 쓴다고 하면, 엄마나 아빠는 아마 용납하지 못할걸. 그건 우리 형들이나 누나도 마찬가지겠지만.”
“오, 그래?”
가만히 듣고 있던 유가 그 말이 흥미롭다는 듯 말한다.
“아마, 아멜리 선배의 씀씀이라고 하면... 우리 집으로 치면 기분이 내킨다고 유전을 하나 풀로 가동해 버린다든가, 이름도 모를 광석들을 싼값에 공급한답시고 소행성 하나를 즉석에서 부숴 버리는 거나 다름없으니까 말이야.”
“어... 정말?”
유의 그 말을 들은 민과 다른 친구들은 또다시 민이 그랬던 것처럼 잠시 머리를 굴리기라도 하는 듯, 말이 잠시 또 없어진다. 그러더니, 이윽고 계산이 되었는지, 고개를 다시 끄덕인다. 그 수가 민과 친구들의 나이 수준으로 따지면 좀 많이 컸는지, 입을 다물지 못하는 몇몇 친구들의 표정은 덤이다.
“어, 다들 뭐 하냐? 여기 마레 마저 먹지.”
“아... 그래야지!”
민의 그 말에, 친구들은 마치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멈춰선 로봇이 전기를 공급하자 다시 소생기라도 하는 것처럼, 다시 입을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앞에 놓인 마레를 하나씩 집어먹기 시작한다. 그렇게 다들 마레르 먹다가, 문득 셀림이 뭔가 생각난 듯 입을 연다.
“그런데 민이 형...”
“어, 왜?”
“만약에 누군가 이 마레에 독이나 곰팡이 같은 걸 넣었으면 어떡하지?”
“야, 셀림! 농담으로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마.”
같이 먹고 있던 아론이 먹고 있던 마레를 뱉을 뻔하다가, 겨우 입으로 집어넣으며 말한다.
“지금 네가 그 말을 하니까 맛이 한 80%는 떨어지잖아!”
“아니, 아론 형, 내 말이 틀렸어?”
“그러니까 그런 말은 좀 꺼내지도 말라고! 왠지 불길해졌잖아! 설마 네가 여기 마레에 독을 넣은 건 아니겠지?”
“아니라니까! 그냥 조심하라고 그런 거지!”
“아, 그만, 그만, 그 정도만 하고, 여기 이거나 먹자.”
민은 아론과 셀림이 그렇게 말다툼을 하는 게 보기 싫었는지, 마레를 2개 꺼내서 둘의 입에 하나씩 물린다.
“맛있게 먹으면 되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지?”

한편 그 시간, 미린고등학교 교문.
“아으, 이게 무슨 일이람...”
슬레인은 좌우로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 조금 전에, 베카에게 재차 접근했다가 이번에는 두 팔까지 용수철처럼 되어 버려서 의도치 않게 학교 담장을 넘어 버렸다가, 이제 막 겨우 돌아온 것이다.
“베카 녀석, 그러니까 좀 곱게 말할 것이지...”
슬레인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걷는다. 하지만 다리에 거의 힘이 다 빠지고, 팔도 그렇다. 지금은 동아리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어딘가에 가서 쉬고 싶다. 어제의 그 일을 설욕해야겠다는 생각도, 지금은 딱히 들지 않는다. 그러던 중, 슬레인은 누군가와 마주치게 된다.
“어? 누구...”
슬레인은 그 얼굴을 보자마자 재빨리 피하고 싶어진다. 다름 아닌 슬레인이 설욕하고 싶어 하는 바로 그 사람이 앞에 서 있기 때문이다. 설욕전을 치르고 싶지만, 지금은 아니다. 몸 상태가 이런데 어떻게 싸운단 말인가...
“슬레인이냐?”
현애의 목소리가 슬레인의 바로 앞에서 들린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3 댓글

마드리갈

2023-09-10 21:37:08

이전에도 있었던 일촉즉발 직전까지 간 사태가 재현되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아니네요.

다니엘이 뭔가 대응을 하려고 했는데 니라차가 빨랐고...여기서는 오스카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상황을 원만히 수습한 데에 일조했네요.

유의 발언은 정말 엄청나네요. 아멜리의 씀씀이를 자신의 가문의 사업에 비유하는 게...

음식에 독을 혼입하는 능력이 없다고는 단언할 수 없으니까 여러모로 공포스러워요. 특히 셀림의 능력이 능력인데다 통제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의 생각이지 절대적인 확정사항은 아니니까요.


슬레인은 하필이면 만난 사람이 현애...그를 위한 행운은 이제 없어요.

시어하트어택

2023-09-10 23:34:00

오스카가 의도한 건 아니더라도 저렇게 선배로서 교통정리를 해 주는 장면은 괜찮은 장면이죠.


이래저래 슬레인은 정말 운이 안 따라줍니다. 그게 슬레인에게 차라리 다행일 수도 있지만요.

SiteOwner

2023-09-17 13:30:53

다시 뭔가 사건이 벌어지는가 했는데 다행이군요. 이번에는 오스카가 뜻하지 않게 공헌했습니다.

역시 능력은 좋고 봐야 하는 건가 싶습니다.


마레는 역시 만들기도 구하기도 보관하기도 어렵군요. 제과제품 중 비슷한 건 생각이 안 나고 뭐랄까 생선회같이 다루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레가 갖는 위상이 이해되기도 합니다.

아멜리의 씀씀이는 사실 그 자체로도 보통의 학생 레벨은 아닌데 유의 비유를 들으니 정말 무섭습니다. 폴리포닉 월드에서도 우주광업이 이미 21세기에 실현되어 있긴 하지만 소행성 하나를 부술 레벨은 못됩니다. 수십톤 정도의 질량을 가진 것을 포획해서 지구로 가져와서 가공할 수는 있습니다만...


슬레인이 만난 상대는 하필이면 현애군요. 참 지지리도 운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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