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또 다시 카 스토리로 돌아온 HNRY입니다.
자, 이번에 이야기 주제로 삼은 것은 바로 이것.
네, 그렇습니다. 혼다의 수출용 브랜드, 어큐라(또는 아큐라)입니다.
이 브랜드가 만들어진 이유야……여타 일본 수출용 프리미엄 브랜드가 그렇듯 당시 일본차의 싸구려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만들어졌지요. 거기에 어큐라는 렉서스 보다도, 인피니티 보다도 3년 일찍 만들어진 브랜드였습니다. 일종의 선구자라고 할까요?
물론 처음 런칭했을 당시엔 브랜드만 다른 것이라 딱히 차종의 이름까지 바꾸진 않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차종을 영문 약자로 표기하기 시작한 건 렉서스와 인피니티였고 혼다가 이런 식의 네이밍을 도입한 건 90년대에 들어서의 일이었습니다.(재밌는 건 포드의 럭셔리 브랜드라 하는 링컨 역시 이들의 영향인지 21세기 들어서 차츰 이런 걸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유행인 걸까요?)
(첫 어큐라 브랜드로 출시된 차들. 좌, 인테그라 쿠페. 우, 레전드)
처음 어큐라 브랜드로 선보인 차는 인테그라 쿠페/세단과 레전드였습니다. 이 당시에 내건 슬로건은 "Acura. Precision Crafted Performance."
이 슬로건 아래 1987년 당시 판매량은 총합 109,000이며 이 중 레전드가 55,000이고 나머지는 당연히 인테그라의 판매량이었습니다. 거기에 90년엔 138,000를 판매하는 등 꽤 팔리는 편이었지요.
이 호재에 힘입어 혼다는 자사의 스포츠카인 NSX를 어큐라 브랜드로 판매한다는 선언을 했고 실제 91년도부턴 어큐라의 브랜드로 NSX가 함께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1년도엔 홍콩으로도 진출하기 시작했죠.
(혼다 NSX. 어큐라가 판매되는 북미에서 어큐라로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호재에도 불구하고 어큐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판매량이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원인은 바로 프리미엄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인테그라나 레전드와 다른 혼다 비고르 3세대 모델을 어큐라 브랜드로 내놓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비평가들에 따르면 프리미엄 브랜드인 어큐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였다는 것이지요.(심지어 동 시기의 렉서스 ES나 인피니티 J30에 비교당하기도;;)
(상, 어큐라 비고르. 하, 혼다 비고르. 참고로 이 차가 일본 내수 시장에서 경쟁하던 모델은 토요타 체이서와 닛산 로렐.)
결국 이 차는 92년도에서 94년도까지 단 2년만 수입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혼다는 전략을 수정하여 인스파이어 2세대(사족으로 1세대 인스파이어는 3세대 비고르와 형제 모델이었습니다.) 모델을 어큐라 TL로 들여오고, 레전드는 RL로 명칭을 바꾸고 혼다 호라이즌(이스즈 트루퍼 3세대 모델)을 어큐라 SLX로 들여오게 됩니다. 즉, 인테그라를 제외한 모든 모델을 NSX와 같은 방식으로 명칭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이는 곧 렉서스나 인피니티와 같은 방식을 따른 셈이 되고요.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어큐라는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는데 일단 90년대는 일본의 버블경제가 붕괴되던 시기였고 자연스레 모회사인 혼다가 흔들림에 따라 어큐라 역시 흔들리던 상황이었던 겁니다.
거기다 차량별 판매량도 별로 좋지 않았는데 미국에서만 판매된 SLX는 저조한 판매량으로 4년만에 단종되었고 이 시기의 NSX도 판매량은 별로 좋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97년부터 인테그라 세단은 미국에서만 판매되고 캐나다 시장에서는 혼다 도마니(a.k.a. 인테그라 SJ)를 어큐라 EL로써 판매하게 됩니다. 물론 이 인테그라 세단 라인업도 01년을 끝으로 단종되고 쿠페 라인업만 남아 인테그라 자체가 단종되기 전까지 어큐라 RSX로 팔리기 시작하지요.
(캐나다에서 인테그라를 대체한 어큐라 1.6 EL. 참고로 이 차는 시빅을 베이스로 한 모델이라 합니다.)
하지만 어큐라는 2000년대부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차량들을 도입하기 시작했죠. 위에서 언급한 인스파이어 2세대를 TL로 도입하기 시작해서 혼다 오디세이 기반의 새로운 크로스오버 차량인 어큐라 MDX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 어큐라 MDX는 럭셔리 SUV 시장의 수요를 충족함과 동시에 많은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 호재에 힘입어 일본과 호주에 2003~2006년 사이에 혼다 브랜드로 한정 판매하기도 했구요.
다만 좋은 소식만 들렸던 것은 아닌데 쿠페 모델인 어큐라 CL의 경우 자동변속 차량의 결함 보증 기간에 대한 집단 소송을 당하기도 했었습니다.(사실 이 문제는 그 당시 일부 혼다 차들에서도 발생한 문제입니다마는;;)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캐나다 시장의 경우 기존의 EL을 단종시키고 혼다 시빅 8세대를 어큐라 CSX로 판매하기 시작했지요.
신차 도입의 움직임도 있었는데 일본/유럽용 어코드 세단을 어큐라 TSX로 수입하기 시작했고 기존의 MDX 2세대 모델 들어 좀 더 대형화되고 가격대가 높아지면서 어큐라 크로스오버의 엔트리 모델로서 어큐라 RDX를 출시하게 됩니다.
(사진에 있는 것은 어큐라 RDX 1세대 모델. RDX는 올해부터 2세대 모델이 판매중이라고 합니다.)
홍콩 진출 이후 본격적인 해외 진출 시도는 이때부터 이루어져 2004년에 멕시코, 2005년에는 중국에 진출하는 등 해외진출 시도도 이 시기부터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부터 러시아 시장에도 진출한 데다가 2015년을 목표로 브라질에도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인테그라가 단종되며 자연스레 단종된 RSX와 11년에 단종된 캐나다의 CSX를 대체하여 양 시장에서 새로이 어큐라 ILX가 판매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존의 RSX나 CSX와는 다른 시빅 베이스의 새로운 세단이지요.
그리고 긴 시간동안 어큐라 레전드로 시작하여 판매되어 온 RL은 12년도에 들어 생산이 중단되었고 13년도에 후속 모델인 RLX가 발표되어 14년부터 판매를 개시한다고 합니다. 이것 뿐만이 아니라 더 예전에 단종된 NSX 역시 아큐라 브랜드로서 15년을 목표로 2세대 모델이 발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에,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수출용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의 원조이지만 렉서스나 인피니티에는 밀린 비운의 브랜드라고 봐도 좋을라나요?
실제로 시작은 혼다의 어큐라가 먼저였지만 현재 가장 커진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는 렉서스. 게다가 렉서스는 수출용 브랜드에서 안끝나고 내수시장 진입도 성공한 브랜드이기에 어큐라와는 굉장히 대조될 수밖에 없었지요.(이건 인피니티도 마찬가지지만;;)
거기다 렉서스와 달리 라인업이 일정치 않기도 했고 프리미엄과는 어울리지 않는 중저가 모델 도마니, 시빅을 어큐라에 편입시키기도 하고 렉서스에 비해 독자 모델의 개발이 늦어지긴 했지만……사실 해외 진출이 렉서스나 인피니티 보다 늦고 소극적이어서 그렇지 인피니티 보다는 독자 모델의 개발이 빠른 편이었죠.
물론 평가는 평가를 하는 사람들의 몫이겠지만 말이죠.
어쨌건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틀리거나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보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HNRY였습니다.
여담1. 위에서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 어큐라도 일본 내수시장에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05년에 08년을 목표로 일본시장 진출계획을 세웠으나 07년에 2년을 연기하여 10년도로 다시 발표했다 결국 08년에 계획이 백지화되었지요. 이는 시장상황의 변화 때문이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여담2. 한국과는 인연이 없을 것 같은 브랜드지만 알게 모르게 어큐라의 차가 한국에서 판매된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 대우 아카디아가 바로 어큐라 레전드였지요. 정확히는 어큐라 레전드 2세대를 생산한 것인데……이 때 대우가 혼다와 공동개발한 세단이라는 선전을 했다고 하더군요. 근데 실상은 어큐라 레전드를 그대로 들여온 것이나 다름 없는지라 국산차 인증받으려고 수동변속기는 국산으로 맞추는 꼼수를 썼다고 합니다.(수동은 원본인 레전드에 이미 있던 건데;;) 그리고 뱃지 엔지니어링 생산품이나 다름없는데 이것도 꽤 허술하게 처리되서 초창기엔 핸들이나 키에 어큐라 마크가 그대로 박혀 나오는 웃지 못할 상황도 발생했었다 합니다.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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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SiteOwner
2013-08-02 22:27:45
아카디아는 아직도 몇 대 돌아다니는 게 주변에서 보입니다. 정말 대단한 자동차였습니다.
그리고 엔진 세로배치의 FF라는 것이 상당히 특이합니다. 사실 이 구조를 가진 승용차는 현재 발매되는 것으로서는 아우디의 세단 A4, A6, A8의 FF 모델 및 스바루 임프레자 FF 모델 정도로, 흔한 구조가 아닙니다.
사견으로는, 아큐라의 브랜드 포지셔닝은 잘못 잡힌 것 같습니다.
혼다의 차종 다수가 프리미엄을 논할만한 것은 못되니까 퍼포먼스 브랜드라면 모를까, 프리미엄은 좀 아닙니다. 직접 운전해 본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일단 너무 가볍습니다.
HNRY
2013-08-02 23:27:24
인터넷을 찾아보니 절개도가 나오네요. 조금 독특해 보인달까요? 그런데 2세대 레전드 이후로는 이 방식을 쓰지 않게 된 것 같습니다. 설계가 복잡한데 이익은 별로 나지 않아설까요?
저도 혼다의 모델 돌려쓰기에 관해선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 혼다 어코드만 하더라도 내수용(일본/유럽용)/외수용(북미/아시아용)을 서로 이름만 바꿔다가 팔고 있었더군요. 예를 들면 일본 시장에서 북미용 어코드는 인스파이어란 이름으로 말이죠. 사실 위에서 썼듯이 캐나다 시장에선 4도어 시빅을 어큐라로 판매하는 등 그게 심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요즘 내수시장 라인업은 경차를 비롯한 하이브리드/전기차 위주로 선회한 모양입니다.
SiteOwner
2013-08-02 23:06:27
맞습니다. 예의 방식은 영어로는 longitudinally mounted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가로배치는 traversely mounted.
스바루나 아우디의 경우는 앞 오버행이 길어서 그렇다 치더라도 저 아카디아의 경우는 어떻게 엔진과 변속기를 배치했는지 본 적이 없다보니 상당히 궁금합니다.
사브의 경우는 시트는 정말 좋은데 계기판이 80년대 스타일...신차를 봐도 80년대 차나 다를 바가 없었는데다 스웨덴제 특유의 전혀 합리적이지 못한 가격도 그러해서 잘 팔릴 여지가 정말 없었습니다.
토요타나 닛산의 경우는 최소한 발매차종이라도 많지, 혼다의 경우는 정말 구두쇠였습니다. 그래서 차종 돌려쓰기가 만연해 있고, 두 브랜드의 차이를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혼다의 4기통은 타사의 6기통을 이긴다, 혼다의 FF는 타사의 FR보다 낫다는 기술적 자존심은 좋은데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은 전혀 못 주기에 퍼포먼스카를 선택할 여력이 될 소비자는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면 됩니다. 더욱 문제인 것은 그 혼다가 브랜드 포지셔닝 전략을 바로잡을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HNRY
2013-08-02 22:48:29
종치식 구조라고 했던가요? 확실히 흔한 방식은 아니었죠. 이것은 사이트오너님이 말씀하신 아우디와 스바루 뿐만이 아니라 과거 사브도 사용했던 방식이라고 들었습니다. 이젠 사브제 차 자체를 볼 수가 없어졌지만……
흠, 필연적으로 렉서스나 인피니티에 밀릴 수 밖에 없던 포지셔닝이었단 것이로군요. 가벼운 건 이륜부의 모토인 '언제,어디서나,누구나,편안하게'라는 것과 일맥상통하죠. 차후 발매될 NSX 2세대를 중심으로 스포티한 브랜드로 돌아서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마드리갈
2013-08-03 10:00:13
서울에서 아큐라 차종을 좀 본 적이 있어요.
RL은 정발되었던 레전드의 앞그릴을 교환하는 식으로 있었는데, TL과 MDX는 아예 국내에 안 나왔으니 해외에서 갖고 들어온 것이 분명했어요. 사실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 운운하는데 대체 어딜 봐서 고급스러운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솔직히 혼다나 아큐라나 차이가 전혀 없어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차이, 토요타와 렉서스의 차이 정도도 나지 않으니 눈속임밖에 더 되나요.
HNRY
2013-08-03 11:54:07
위에서 사이트오너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모델 돌려쓰기용 브랜드란 느낌이 강하지요. 북미 시장에서의 모델도 그랬는데 오죽했을까요......
인피니티 보다도 성공하지 못한 덴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