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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과 저승은 아무리 들어가도 한이 없듯이 사람의 욕심도 끝이 없다. - 성경 잠언 27장 20절」
글루의 실종 사건에 대해 괴담수사대가 조사하고 있을 무렵, 새로운 실종 사건이 생겼다. 이번 실종 사건의 피해자는 30대 여성이었지만, 뉴스에서도 신원만이 밝혀졌을 뿐 아무것도 밝혀진 것은 없었다.
“또 실종이라니... ”
“설마, 전에 글루를 납치했던 범인과 동일범은 아니겠죠...? ”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 ”
실종된 여성이 살던 집으로 가니, 퀴퀴한 냄새가 났다. 시체 썩은내와는 다른, 단순히 청소를 오랫동안 하지 않아서 쓰레기가 모여 썩어가는 냄새였다.
“어휴, 냄새... 청소를 대체 얼마나 안 한거야? ”
“이 정도면 실종이 아니라 고독사라고 해도 믿겠는데? ”
“시체 썩는 냄새가 안 나는 거 보면 실종은 맞는 것 같은데? 어휴... 이거, 집 주인 사라진 건 어떻게 알았대? ”
“보나마나 썩은내가 옆집까지 진동해서 찾아갔다가 알았겠지. ”
“넌 영상 보고 있어, 난 이웃집에 조사 좀 해볼게. ”
라우드가 집 안을 조사할 동안, 파이로는 옆집으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고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도어 체인이 걸린 채 문이 열리고 안에서 할머니가 나왔다. 아직 거뭇거뭇한 머리와 어딘지 강인한 목소리가 남아있었지만, 꽤 나이가 들어보였다.
“옆집 사람이 실종됐다고? ”
“네. 지금 그래서 조사중인데, 실종된 사람을 찾는데 단서가 될만한 것이 있나 해서 탐문수사중입니다. ”
“그렇구만... 옆집 아가씨는 나도 얼굴 본 지 오래돼서 잘 모르겠네. 항상 노크 소리가 들려서 보면, 옆집에서 음식이라도 시켜먹는건지 배달 음식이 놓여져 있었어. 분리수거는 하는둥 마는둥인건지, 아가씨 혼자 살아서 쓰레기가 안 나오는건지 일주일에 한번 할까말까였고... ”
이웃집을 돌며 탐문수사를 마친 파이로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라우드는 실종된 여자가 두고 간듯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웬 핸드폰? ”
“이거, 집 주인이 쓰던건가 해서. ...와, 무슨 게임이 이렇게 많지? ”
집주인의 핸드폰에는 게임이 여러 개 설치되어 있었다. 개중에는 소위 말하는 수집형 가챠게임류도 네다섯개는 설치되어 있었다. 그 외에는 메신저나 카메라같은 기본적인 앱들만 깔려있을 뿐이었다. 그 중 한 게임에 접속하자, 우편함에 ‘길드에서 탈퇴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길드...? 이런 게임도 길드가 있나? ”
“그거야 모르지. 난 게임을 잘 안 하니... ”
“사무실에도 모바일게임 즐겨 하는 사람은 없지? ”
“응. 기껏해야 보드게임이나 콘솔류지, 모바일게임 하는 사람은 잘 없으니... ”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 게임에 대해서도 한번 알아보자. 과금 내역이라도 알아보면 뭔가 나올 지도 모르고... 영상은 어땠어? ”
“똑같지, 뭐. 검은 맨투맨을 입고 흰 가면을 쓴 남자가 여자를 끌고 갔어. 그것도 오밤중에. 넌 뭐 알아낸 거 있어? ”
“집에서 두문불출해서 그런가, 다들 여기 살던 사람 얼굴도 모르더라. 그래도 공동주택이라면 한번정도는 볼 법 한데... 그래도 이번에는 경비실에서 흰 가면을 쓴 남자를 봤다고 했어. 그 남자가 공동 현관 근처에서 서성이길래 무슨 일로 오셨냐고 물었는데, 친구가 집으로 초대했는데 문이 잠겨있어서 못 들어갔다고 둘러댔나보더라. 그래서 문을 열어줬고, 그대로 실종 엔딩인거지. ”
“그런가... ”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온 두 사람은 미기야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라우드는 예의 핸드폰에 설치되어 있던 게임을 하는 유저들에게 그녀의 아이디를 본 적 있는 지 물었고, 예상 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녀는 게임이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을때부터 큰손이라고 불릴 정도로 과금을 하는 사람이었고, 그 덕인지 새로 나오는 희귀 캐릭터는 전부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서버 PvP 랭킹에서도 부동의 1위였다고 했다. 덧붙여서 최근에는 잘 보이지 않아서 드디어 게임을 접었나, 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녀의 계정으로 과금했던 내역을 조사해보니, 한 게임에 쓴 돈만 해도 집 한채 정도는 전세로 너끈히 얻을 수 있을 정도였다.
“게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현실을 신경쓰지 않게 된 건가... ”
“현실이 너무 추레해서 게임으로 도망친 걸지도 모르지. ”
“범인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이 분이 왜 실종된건지도 모르겠네요. 단순히 게임에 과금을 많이 했다는 이유로 실종될 리는 없고... 빚을 졌다고 해도 사채업자들이 채무자를 그런 식으로 연행하지는 않을텐데 말이죠. ”
“그렇겠지, 보통은 내 돈 갚으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면서 괴롭히다가 각서 받고 끌고 가는 패턴이니까. 한 형사도 이 사건을 맡고 있어? ”
“후배분이 맡고 있다고 들었어요. 후배분 말로는 실종된 분이 고소된 상태라고 하던데요? ”
“고소? ”
“네. 아르바이트 하던 가게에서 고소했다고 들었어요. ”
“그 가게, 어딘지 알 수 있을까? 아무래도 뭔가 실마리가 될 것 같아서 그래. ”
실종된 그녀가 일하던 가게에 찾아간 파이로는, 음료를 하나 주문하면서 카운터에 있는 사람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 직원은 금세 음료를 만들어 건넨 다음, 다른 직원에게 가게를 부탁하고 파이로와 함께 가게 밖 외진 곳으로 나왔다.
“미현씨가... 실종됐다고요? ”
“어. 그래서 우리가 이것저것 조사하다가 이 카페에서 그 사람을 고소했다는 얘기를 듣고 왔어. 실종과 관련된 작은 실마리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
“그렇군요... 저는 들어온지 얼마 안 돼서 잘은 모르는데... 제가 듣기로는 그 분이 제가 일하는 타임에 일하다가 잘렸다고 들었어요. ”
“게임때문에? ”
“게임... 네. 그것도 있었어요. 게임한다고 손님들 주문 잘못 받은 적도 있었고, 사과도 응대도 대충대충 해서 사장님이나 다른 분들에게 주의를 엄청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
“그것’도’라는 건, 게임 말고 뭔가 다른 이유가 또 있다는 얘기야? ”
업무시간에 게임에 매진했고, 그것때문에 일에 지장이 생겨 직원을 해고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이유로 직원을 고소할 수는 없다. 그렇게 생각했던 파이로에게, 직원이 한 가지 이야기를 꺼냈다.
“미현씨가 근무하는 시간대에 정산한 게 안 맞을 때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돈을 받고 깜빡하고 기록을 안 했나 했는데, 저희 카페는 포스기를 쓰고 있고 어르신들 외에는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기 때문에 기록이 누락될 수가 없거든요. ”
“기기 오류라던가? ”
“처음에는 사장님도 그렇게 생각해서 CCTV를 돌렸는데, 미현씨가 포스기를 조작하고 돈을 슬쩍했대요. ”
“......! ”
그 순간, 파이로는 뭔가 떠올랐다. 실종된 사람은 PvP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할 정도이고, 희귀 캐릭터를 많이 가지고 있을 정도로 과금을 하는 사람이었다. 거기다가 그 과금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해서, 집 한채 정도는 전세로 얻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녀는 직장에서 돈을 슬쩍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설마...? ”
“네? ”
“협조 고마워. 좋은 단서가 됐어. ”
사무실로 돌아온 파이로는 커피가 든 컵을 내려놓고 물범벅이 된 손을 대충 닦았다.
“웬 커피? 카페 갔다 왔어? ”
“어. 아, 거두절미하고 그 사람 돈 관련된 범죄같은 거 더 없나 조사좀 해 봐. ”
“절도 사건? ”
“카페 가서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그 사람 고소당한 거 횡령이였어. 카페에서 포스기 조작하고 돈 슬쩍한 거 걸려서. ”
“잠깐만, 그럼 지금까지 과금했던 몇 억의 돈이...? ”
“집안 꼬라지를 봐서는 100% 카페에서 슬쩍한 거 외에도 더 있을거야. 그 사람 남동생하고도 만나봤는데, 남동생 말로는 일도 제대로 안하고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가서 게임에 과금하는 것 때문에 부모님이 몇년 전에 절연했다고 했어. 호적에서 파지만 않았지, 사실상 절연이라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대. ”
“다른 건 몰라도 우리 나라에서 절연할 정도면 진짜 개막장이네. ”
그 뒤로 라우드가 조사한 결과, 실종되기 전 그녀가 저지른 범죄가 몇 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게임 계정이나 캐릭터, 아이템같은 것을 판매한다고 올린 다음 실제로는 판매하지 않고, 게임머니만 챙기는 고전적인 수법도 있었고, 같은 길드원들에게 돈을 빌리고 그대로 길드를 탈퇴하거나 길드원을 모함해 탈퇴시키기도 했다. 후에 오해를 풀긴 했지만 그 길드원은 그 사건때문에 게임을 접을까도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 외에도 입던 속옷이나 신던 스타킹을 판 흔적도 있었다.
“데이터 쪼가리가 뭐라고 돈을 그렇게 퍼부어대는지... 뭐, 나야 그 게임을 안 해서 한낱 데이터 쪼가리라고 생각하는거지 게임 하는 사람들한테는 다르겠지? ”
“하나하나 피같은 돈으로 뽑은 소중한 캐릭터고, 아이템이겠죠. ”
“그나저나 결국 범인의 생김새 말고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 했네요. ”
“유감이지만, 이번에도 그러네. ”
실종된 사람이 무슨 짓을 했는지까지는 알아냈지만 가면을 쓴 남자가 뭘 위해 두 사람이나 납치했는지, 두 사람이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가면을 쓴 남자의 정체 역시 밝혀진 바가 없었다. 라우드가 현장에서 확인한 영상도, 밤중에 집에 침입해 피해자들을 납치해가는 영상뿐이었다.
“실종된 사람들도 딱히 연관성은 없는 것 같고... 이 정도면 난제신의 손이라도 빌려야 하나? ”
그 시각, 미현을 납치한 가면을 쓴 남자는 미현의 시체에서 손을 잘라냈다.
“이걸로 두 번째다. ”
「인색의 죄를 저지른 자의 손을 그릇의 받침으로 할지어다. 」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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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드리갈
2023-09-29 14:48:18
묘사된 상황에서 뒷목을 잡고 있어요. 그리고 속이 뒤집어질 것 같은 느낌도 같이 받고 있고...
저렇게까지 일상생활을 버릴 수 있는 거군요. 게다가 과금총액이 대략 집 한 채는 전세로 얻을만한...그래도 자기가 벌어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쓴다면 그것까지 탓할 생각은 없겠지만 범죄까지 저지른 이상 이해고 동정이고 할 여지는 완전히 사라져 있어요.
그 미현이라는 자는 이미 죽은 목숨이고 그녀의 손은 잘려서 다른 데에 쓰이는 운명으로...
SiteOwner
2023-10-07 23:07:59
연쇄적인 실종사건, 역시 끔찍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웃에 저런 사람들이 살지 않았던 것은 그나마 행운인 것인가 싶습니다.
지출이라는 게 통제하지 않으면 정말 그 자체로 클 뿐만 아니라 지출을 위해 범죄에 손을 대는 것은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안될 사안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자를 누군가가 마음대로 죽여도 된다고는 누구도 정해놓은 바도 없고 동의하지도 않았습니다.
무슨 의식에 쓰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목적 또한 불순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