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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Prologue-XVII. 팀 반델

국내산라이츄, 2023-10-23 00:09:44

조회 수
116

아침부터 젊은 여자가 고키부리 사무실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의뢰하실 일이라도? ”

“아, 전에 상담 드렸었는데... 신분 세탁 건으로요. ”

“어제 그 분 맞으시죠? 이 쪽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곧 리더가 올 겁니다. ”

“아, 네... ”


젊은 여자를 맞은 도희는, 가죽 소파로 여자를 안내했다. 소파 한쪽에 가방을 올려놓은 여자가 잠시 기다리자, 사무실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아침부터 고객이 왔다며? ”

“방금 도착해서 기다리고 계세요. 이 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

“아, 이 쪽인가보군. ”


젊은 여자와 마주앉아 있는 사람은, 금색 가면을 쓰고 있었다. 마치 고대 무덤에서 부장품으로 발견될 것 같은 느낌의 가면이었다. 넉넉한 옷을 입고 있어서 성별을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로 미루어보건대 남자인 듯 했다. 


“차 드릴까요? ”

“아니, 됐어. 바로 가서 아침 먹어야지... 그 전에, 너한테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어. ”

“......? ”


가면을 쓴 사람은 젊은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팀의 서비스는 확실하니까, 뒤탈 없이 네 신분을 완벽하게 바꿔줄 수 있어. 대신 우리 팀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네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 지워질거고, 네 친구나 가족들도 더 이상 만나지 못할거야. 그럼에도 정말 우리 팀의 서비스를 이용할거야? ”

“네. 많이 고민했지만, 이게 최선인 것 같아서... ”

“좋아. 그럼 나를 따라와. ”


가면을 쓴 사람은 젊은 여자를 데리고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한참 대로변을 걷더니, 한적한 골목으로 갔다. 그 골목은 낮에도 어두컴컴한데다가 가로등도 없어서, 밤에는 목숨이 두 개 이상 있지 않는 이상 갔다가는 죽는다는 위험한 곳이었다. 


“우리 팀이 있는 곳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안돼서, 이런 후미진 곳에 숨어있어. 서비스가 서비스다보니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여러가지로 곤란하니까. ”


뒷골목에서도 한참동안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자, 오래 전에 문을 닫은 나이트클럽의 입구가 보였다. 


“여기는 전기가 없으니까 난간을 잡고 와야 해. 계단이 꽤 높아서 위험하거든. ”

“아, 네. ”


두 사람은 난간을 잡고 조심스럽게 계단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앞이 보이지 않아 한참동안 난간에 의지해 계단을 내려갈 무렵, 눈앞에 불빛이 보였다. 불빛이 있는 곳을 쫓아가니, 가면을 쓴 사람이 ‘아지트’라고 부르는 곳이 나왔다. 오래 전에 문을 닫은 나이트클럽을 개조해서 아지트로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두 사람이 아지트로 들어서자, 시계 모양 가면을 쓴 사람이 두 사람을 마중나왔다. 


“오늘 첫 의뢰인은 이쪽인가? 식사는 했고?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먹었어. ”

“아, 어. 이 사람 상담해주고 식사하자. ”

“좋아, 이  쪽으로 따라오세요. ”


가면을 쓴 사람들은 서로를 팀원이라 부르고 있었다. 하나같이 제각각인 가면을 쓰고 있는데다가, 넉넉한 옷을 입고 있어서 성별을 유추하기가 힘들어보였다. 아지트의 위치나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식사도 식사지만 일은 확실하게 해야겠지... 뭐, 그쪽에서 우리한테 의뢰를 넣었다는 건 우리쪽에 의뢰를 넣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얘기겠지만, 그쪽의 사연을 알아야 우리도 방향을 정할 수 있으니까. 저는 메모리입니다. 팀 반델에서는 사연 청취 및 기억 담당이고요. 그래서, 당신은 무엇때문에 우리 팀에 의뢰를 넣게 된 건가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실수록 좋습니다. ”

“저는 착취아예요. ”


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이 곳에 오기까지의 모든 일들을 이야기했다. 오빠가 한 명 있었고, 어머니는 그런 오빠를 총애하다시피 했다. 재수 학원에 부대비용까지 아낌없이 지원받았던 오빠와 달리 그녀는 찬밥이었고, 대학 등록금도 스스로 벌어야 했다. 그렇게 지원을 받아가며 대학에 들어갔던 오빠는 학사경고를 받아도 그럴 수 있다며 넘어갔지만, 그녀는 학점이 3.0 아래로 내려가기만 해도 욕을 들어먹으며 학교를 다녀야 했다. 


“아버님은 안 계셨던건가요? ”

“저를 낳고 얼마 안 돼서 돌아가셨어요. ”

“그랬군요... 그 정도면 취업한 후로도 꽤나 착취당하셨겠네요. ”

“네. 지금까지 키워준 값 내놓으라면서 회사까지 찾아와서 난동부리는 통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어요. 그것때문에 여러 직장을 전전해야 했고... 업무 중에도 전화가 와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오빠가 사업 한다고 일 벌리면 엄마가 대출받아서 돈 다 대주고, 그러다가 망하면 저보고 빚 갚아달라고 한 게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

“막장이네요. 지금까지 잘 버티셨어요. 버티고 버티다가 여기에 오셨다는 건, 당신 자체도 한계에 다다른거겠죠. 좋습니다. 의뢰는 이미 수락됐으니, 여기에 서명만 해 주시면 됩니다. ”


시계 가면을 쓴 사람은 테이블 위의 스탠드를 켜고 서류 몇 장을 내밀었다. 서류를 찬찬히 읽어보니, 주의사항과 일련의 과정이 적혀있었고 마지막 장에는 동의서가 있었다. 


“저... 제 이름으로 남아있는 빚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당신은 이제 없어지기때문에, 빚 역시 당신의 가족이 다시 갚아야 할 겁니다. ”


동의서에 서명을 하자, 시계 가면을 쓴 남자는 잠시 젊은 여자를 기다리게 하고 두 사람을 데려왔다. 한쪽은 흰색 옷에 외국에서 망자의 날에나 볼 법한 회려한 가면을 쓰고 있었고, 다른 쪽은 검은 옷에 웃는 얼굴 모양 가면을 쓰고 있었다. 


“이쪽은 당신이 임시로 지낼 몸을 제공할 퍼펫, 그리고 이쪽은 당신의 새로운 몸을 만들어 줄 모델러예요. ”

“퍼펫입니다. 아침에 의뢰 들어왔다는 게 그쪽이었군요. 사연도 없이 연결됐다길래 무슨 일인가 했네요. 그럼, 이 쪽으로 따라오세요. ”

“난 방에 가서 준비하고 있을게. ”


웃는 얼굴 가면을 쓴 사람은 다른 곳으로 갔고, 화려한 가면을 쓴 사람은 그녀를 데리고 어느 방으로 갔다. 그 방은 작업대 비슷한 게 있었고, 한쪽에 구체관절인형이 빼곡히 놓여있었다. 인형들은 관리가 잘 된 모양인지, 깨끗해보였다. 


“임시로 지낼거긴 하지만, 저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 하나 골라보세요. ”

“네? ”

“아, 아까 메모리가 설명 안 해줬나... 당신의 신변을 완전히 정리할 때는, 당신의 외모도 바꿔야 하거든요. 외적으로 바뀌는 건 얼굴이랑 체형 정도지만, 성형수술은 부작용도 심하고 비용도 꽤 나가고... 무엇보다 기록이 남아요. 그래서 이쪽에서는 당신의 몸을 이용해 새로운 얼굴을 만들거예요. 인형에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도 보고, 듣고, 말하는 건 가능하니까 안심하시고요. ”


몸을 이용해 새로운 몸을 만든다고? 그녀는 영문을 몰랐다. 


“그럼 임시로 지낸다는 건...? ”

“당신의 영혼을 인형으로 옮기는거예요. 인형에서 며칠 기다리고 계시면, 아마 새로운 몸은 금방 만들어질거고요. 모델러는 이 쪽으로 프로페셔널이니까요. ”


진열장에는 다양한 인형들이 있었다. 그녀는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인형 하나를 골랐다.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기모노를 입은 인형이었다. 


“아, 이 인형... 개인적으로 제일 아끼는 인형이죠. 그래서 기모노류도 많이 만들어봤고... ”


화려한 가면을 쓴 사람은 진열장에서 인형이 든 케이스를 꺼낸 다음 케이스를 열고 인형을 꺼냈다. 


“잠깐 눈을 감아보세요. ”


그리고 눈을 감자,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가벼워진 느낌도 잠시, 쑥 빨려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그녀가 눈을 떴을 때는 책상 위 진열대에 있었다. 손가락은 움직일 수 있었지만,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가시죠. 모델러와 함께 새로운 외형을 결정해야 하니까요. 그 상태로는 이동하기 힘드니까 제가 들고 갈게요. ”


화려한 가면을 쓴 남자는 그녀가 들어가있는 인형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웃는 가면을 쓴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자, 거대한 통 같은 게 보였다. 


“이 인형을 골랐다라... 전체적인 외형도 이거 비슷하게 해 주면 되겠네. 혹시 지금 몸에서 좀 바꾸고 싶은 거 없어요? 팔이나 다리가 좀 가늘었으면 좋겠다던가... 아니면 닮고 싶은 연예인 같은 것도 괜찮아요. ”

“음... 사실 닮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어요. ”

“누구? ”


언제였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개그 코너에 나왔던 개그우먼이 인상깊어서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개그 코너에서 봤던 사람들과 달리 꽤 다부진 몸에 강인해보이는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이 빚만 다 갚고 나면, 운동해서 꼭 저런 몸을 가지고 싶었다. 물론, 그녀의 오빠가 또 빚을 지게 되면서 물거품이 되어버렸지만. 웃는 가면을 쓴 사람은 그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다부진 몸이라... 그것도 좋죠. 여리여리하기만 하면 재미없고... 혹시 알러지같은 거 있어요? 아니면 특이체질이라던가? ”

“아뇨, 그런 건 없어요. ”

“좋아요. 길어야 사흘이면 다 될 것 같군요. 퍼펫, 이 분을 메모리랑 제로한테 데려가. ”


화려한 가면을 쓴 사람의 손에 들려, 그녀는 처음에 이 곳으로 올 때 만났던 시계 가면을 쓴 사람을 다시 만났다. 그 옆에는 검은 가면을 쓴 사람도 있었다. 가면 중앙에는 금색으로 타원형이 그려져 있었다. 시계 가면을 쓴 사람은 검은 가면을 쓴 사람이 제로이고, 당신의 모든 것을 지워줄 사람이라고 했다. 


“설명을 들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새로운 사람이 될 동안 기존의 당신은 실종 상태가 될 거예요. 그러면서 당신의 모든 것... SNS나 통장 계좌같은 것도 싸그리 정리될거고요. 통장 계좌에 남아있는 돈은 새로 넣어주겠지만, 적금을 붓고 있었다면 중간에 해지될거라 이자를 제대로 못 받을겁니다. ”

“오빠와 엄마한테 시달리면서 적금이라는 건 들어본 적도 없어서, 월급통장이라면 몰라도 그런 건 없어요. ”

“뭐, 그럼 정리하기는 수월하겠네요. SNS나 블로그같은 거 하세요? ”

“하긴 하는데, 잘 안 해요. ”

“그럼 다 지워버려도 상관 없나요? 아니면 남겨드릴 수는 있는데, 앞으로는 관리자가 아니라 방문자가 될 거예요. ”

“다 지워버려도 상관 없어요. 어차피 남아있으면 그걸로 추적할 사람들이라... ”

“하나정도 남기고 싶으면, 그것대로 아예 못 찾게 해드릴 수 있긴 한데... ”


금색 가면을 쓴 남자가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방법이 있어? ”

“요즘 뜬금없이 다른 세계로 가는 법이 유행하더라고. ”

“다른 세계로 가는 법? ”

“왜, 엘리베이터에 타서 몇층 몇층 이런 거 있잖아. ”

“아, 그거... 왜 유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써먹기는 좋겠구만. ”

“아, 그럼... 하나 남겨주셨으면 하는 게 있는데... 여기에 제 친구들이랑 오래 전에 찍었던 사진이 다 있어서요. ”

“오케이, 그건 남겨드릴게요. ”


검은 가면을 쓴 남자가 작업을 시작할 동안, 그녀는 시계 가면을 쓴 남자에게 새로운 기억을 받았다. 그리고 며칠 후, 새로운 몸이 완성되자 인형에 있었던 그녀의 영혼을 옮겼다. 새로운 몸은, 그녀가 원했던 다부진 몸이었다. 


“자, 여기 당신 계좌에 들어있던 돈 옮긴 통장이랑 체크카드예요. 이걸로 이전의 당신은 잔재만이 남았고, 새로운 당신으로 태어났습니다. ”

“감사합니다. ”


그녀는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면서, 퇴근 후 짬짬이 운동을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에게,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예전 가족들,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방법을 실제로 했다가 그대로 실종됐음. -팀 반델’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3 댓글

SiteOwner

2023-10-23 23:22:45

비극이라는 게 결코 대서사시 속에만 있는 게 아닙니다.

가족에게 차별받는 것, 그리고 가족을 떠나는 것만이 유일한 솔루션인 것. 그나마 예의 젊은 여자의 경우는 확실히 새 삶을 살수 있게 되어 그 비극에서 해방될 수 있었지만 예전 가족들은...


처음부터 알지 못했던 것보다도 못한 가족이 있었다는 것 자체는 미리 막을 수 없었다는 게 씁쓸하게 여겨집니다. 

국내산라이츄

2023-10-26 22:58:48

예전 가족들의 결말은 XV-4에 있습니다. 


하다못해 오빠라도 제대로 된 사람이었다면, 저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마드리갈

2023-10-29 20:21:00

저렇게라도 가족을 떠나고 싶은 이유가 가족으로부터의 차별이라니...

끔찍하네요. 그리고 저로서는 전혀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예요. 오빠가 좋은 사람이라서 엇나가지 않고, 비록 큰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더라도 평온히 살 수 있게는 되었으니 이 상황이 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있어요.


그 예전 가족들은 결국 행방불명이라는 운명을 맞았군요. 하긴 그런 페널티가 없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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