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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의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마리나센터 옆의 공원. 셰릴은 자신이 표적으로 잡은 중년 여성과 한참 인터뷰를 진행하고, 뒤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원들은 거기에 맞춰 겉으로는 셰릴의 지시에 따라서 같이 환호를 해 주거나 소리를 내어 웃거나 하지만, 속으로는 전혀 딴판의 생각을 하고 있다.
‘에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방송 하나 한다고 왜 이래?’
이것이 슬레인의 생각이고, 다른 후배들의 생각도 대동소이하다. 영문도 모르고 간 선배의 개인 방송에서 하는 것이 고작 이런 것이라니, 실망도 실망일뿐더러 불만이 상당하다. 물론 이런 퍼포먼스는 시청자들에게 상당히 반응이 좋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슬레인과 준후를 포함한 후배들이 셰릴의 주위로 가니, 셰릴은 조금 전에 마주친 그 40대 여성에게 무언가 ‘깊이 들어간‘ 질문을 하려는 듯하다.
“저희 SRTV는 게임, 뷰티, 핫플레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진행하고 있는 채널인데요, 혹시 SRTV 들어 본 적 있으신지요?”
“아니오, 없는데요...”
당연히, 그 중년 여성은 셰릴의 방송은 들어 본 적도 없을 테니,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거기에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 난데없이 말을 걸어오는 데에 대한 경계심은 덤이다. 그것도 정장을 차려입었다든가 아니면 학생복이라든가 하는 길거리에서 흔히 볼 만한 사람이 아닌, 티셔츠에 요란한 캐릭터를 그려 놓은, TV에서 튀어나올 법한 사람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경계심은 한층 더 강해진 건지, 중년 여성의 어조가 더 강해진다.
“그리고 누구세요? 보니까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그 광장에서 노는 사람들 같아 보이는데, 자꾸만 이러시면...”
하지만 그 중년 여자는 더 말을 잇지 못한다. 셰릴이 중간에 그 여자의 머리를 가리키고는 뭐라고 말을 중얼거리자, 조금 전까지의 기억이 지워져 버린 그 여자는 멀뚱멀뚱 서 있다. 방금 한 말이 무엇인지도 생각이 나지 않은 채로, 잠시 멍청히 서 있더니, 이윽고 셰릴이 암시해 주는 대로 입을 연다.
“아, 그럼요! 잘 알죠! 누구냐면...”
“SRTV의 셰릴!”
셰릴이 천천히 입을 열자, 그 중년 여자도 따라 말한다. 마치 그림책에 나온 큰 글씨를 그대로 읽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SRTV의 셰릴 씨죠!”
그렇게 그 중년 여자가 셰릴이 하는 말을 따라 읊는 모습을 보니, 슬레인을 비롯한 자동차 연구 모입 부원들은 셰릴에게 겉으로 호응하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물론 그게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이 할 말은 아니기는 하지만.
“아니, 저렇게 해도 되나? 다짜고짜 기억을 지워 버리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까. 자기가 무슨 어느 비밀결사의 지하 실험실의 사이코 박사라도 되겠다는 건지!”
물론 셰릴에게는 슬레인과 준후의 이 귓속말이 들리지 않는다. 들린다고 해도, 지금 셰릴이 슬레인이나 준후에게 특별히 무언가를 할 수도 없다. 셰릴은 지금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잘 보이는 데에 정신이 팔렸기 때문이다.
“네, 네! 감사합니다. 후원 꼭 해 주실 거죠?”
그러든 말든, 셰릴은 자신이 기억을 조작해 버린 그 중년 여자를 상대로 구독과 관심 요청을 하고 있다.
“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구독, 좋아요는 제게 큰 힘이 됩니다. SRTV는 항상 시청자 여러분의 요구에 부응하는 채널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방금 전에도 또 한 분의 시청자가 제게 후원을 약속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가셨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가는 SRTV, 항상 재미를 보장하는 SRTV! 계속 진행해 봅니다.”
셰릴은 그 중년 여자가 어떻게 되든 말든, 계속 방송을 진행한다. 셰릴의 능력의 한계가 있기에, 그 중년 여자가 거리를 두게 되면 셰릴의 능력을 해제되기는 하겠지만, 그 여자가 셰릴의 능력이 해제된 다음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그때쯤이면 그 여자와 셰릴의 거리는 1km 이상 떨어져 있을 것이고, 셰릴에게 뭘 하러 오기도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또 다른 대상에게 능력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셰릴은 지금 그런 ‘사소한’ 건 다 새까맣게 잊어버릴 정도로 방송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
“오! 아는 사람들?”
셰릴의 눈에, 또 다른 대상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셰릴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 짧은 시간을 두고 그 대상들이 온 것이다. 그 중년 여자가 셰릴을 떠난 지는 1분도 채 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시청자들의 성화를 이길 수 없었는지, 결국 셰릴은 그 대상에게 다가온다.
“또야, 선배님...”
“그러니까. 원래 게임 채널 아니었나?”
하지만 후배들이 그러든 말든, 셰릴은 작업을 시작한다. 또다른 목표를 포착한 것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응? 우리 학교 선배님이잖아?”
그 대상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셰릴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셰릴도 학교에서 익히 봤던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아닌 MI스터리의 릴리스.
“아니, 선배님, 여기서 카메라 들고 뭐 하세요? 뒤에는 또 뭐야? 라시드? 왜 여기 있어? 왜 다들 피켓을 들고 있는 거야? 너희들 자동차 동아리 아니었냐?”
“어... 그게... 그러니까...”
셰릴은 이 상황에서도 방송을 재미있게 할 생각에만 몰두해서는, 잠시 마이크를 끄고, 릴리스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말한다.
“야, 릴리스, 지금부터 이 각본에 맞게 말해. 맛있는 디저트는 많이 사 줄 테니까.”
“선배님, 지금 이게 다 뭐 하는 거예요?”
“그건 나중에 말할 테니까, 자, 어서!”
그렇게 셰릴이 강권해도, 릴리스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한다.
“모르겠어요, 저는. 이게 다 뭐죠? 지금 좀 많이 혼란스러운데...”
“시청자들이 보고 있다고! 어서 뭐라도 말해!”셰릴의 강권에, 릴리스는 하는 수 없이 뭐라고 말을 해 보려고 하지만, 당연히 그게 잘 되지는 않는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려니 그게 입에서 잘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러니까 저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야! 릴리스!”
이런 상황에서는 뭘 해도 안 될 것 같다. 기억을 좀 조작하기 위해 셰릴의 능력을 발동하려는 바로 그때.
“응? 뭐야, 애청자... 메시지?”
한편 그 시간, 민의 집.
“요즘은 악성 태그도 가지가지 하네. 채널 링크를 눌렀는데 왜 갑자기 이상한 채널로 가지? 이런 거 안 잡고 뭐 하는 거야?”
민은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나서 할 일이 없는 참에 게임 방송이나 하나 보려던 참인데, 엉뚱한 채널로 연결된 것 때문에 한참 기분이 안 좋은 상황이다. 거기에다가 광고 배너는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좀 이런 거 좀 잡으라고.”
그런데 민이 마침 보니, 채널 이름이 상당히 눈에 익다. 아니, 어제 분명히 본 채널이다. 그것도, 어제 광고를 그렇게 해 댔으니 눈과 귀에 익지 않을 수가 없다.
“SRTV... 잖아. 잠깐... SRTV?”
민의 눈에도 아주 잘 띈다. 지금 SRTV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장소는 민에게도 아주 익숙한 곳이다.
“왜 방송을 저기서 해? 마리나센터 옆에 공원에 뭐가 있다고?”
화면에는 셰릴의 얼굴이 크게 비치는데, 셰릴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별의별 표정과 억양을 보여 가며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원들도 보인다.
“하, 하하하...”
민은 그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던 건지, 자기도 모르게 헛웃음을 뱉어낸다. 하마터면 마시고 있던 음료수에 사래가 걸릴 뻔하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중요하지 않다. 지금은 화면 앞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에 눈길이 더 갈 뿐이다.
“그런데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우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난데없이 이상한 채널로 자신을 ‘납치’한 상황이 괘씸하다. 그래서 장난을 담아 대화방에 메시지를 하나 남긴다.
[★S★R★ 파이팅! 파이팅! 게임 안하는 게임방송 ★T★V★]
당연히 그런 장난 가득 섞인 메시지를, 한참 방송 진행 중인 셰릴이 못 볼 리가 없다.
“어디, 어디! 뭐야, 새로운 시청자가... 왔네?”
셰릴도 많이 본 것 같은 ID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자마자, 그 기대에 가득 넘치는 표정은 금세 돌변한다.
“어떤 녀석이야! 어떻게 했길래 이딴 녀석도 대화창에 들어오냐고! 관리자는 왜 관리를 똑바로 안 해!”
물론 그것은 아무 사람이나 대화방에 들어보낸 자신에게 큰 원인이 있지만, 그런 건 별로 지금의 셰릴에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에이... 이딴 장난이나 치고 말이야!”
하지만, 지금 셰릴의 상황은 더 좋지 않게 되었다. 지금 앞에 있는 릴리스 역시 셰릴이 지금 보이는 모습이 꽤나 우스웠는지, 옆에서 보며 낄낄거리고 있고,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 역시 그것을 적극적으로 뜯어말리지 않고 있다.
“왜 웃어, 릴리스?”
“아, 그야, 선배님이...”
릴리스의 말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못한다. 셰릴이 낌새를 알아채고는 얼른 릴리스의 머릿속을 휘저어 버렸기 때문이다. 대신에 셰릴이 억지로 입력해 넣은 듯한 말이 릴리스의 입에서 나온다.
“선배님이 훌륭한 방송인이기 때문이죠!”
“오, 그래, 그렇지? 그럼 오늘부터 세상 제일의 게임과 예능, 즐거움이 함께 하는 SRTV의 애청자가 되겠다고, 약속하는 거다? 알겠지? 자, 자, 여기! 시청자들에게 말하라고!”
그런데 상황은 이미 셰릴의 편은 아니다. 셰릴은 알지 못하지만, 이미 MI스터리의 다른 부원 몇 명이 주변에 더 있다. 그 중에는 MI스터리의 매니저 차논도 있다.
“릴리스? 릴리스? 문자도 안 받고... 어디 갔어?”
그렇게 릴리스를 찾던 차논의 눈에, 셰릴이 한참 방송을 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곧바로 차논은 셰릴이 방송을 하는 쪽으로 다가오더니, 대뜸 셰릴을 보고 묻는다.
“셰릴? 너 마침 잘 됐다. 릴리스 못 봤어?”
“응?”
셰릴은 그렇게 되묻기만 한다. 사실 지금 방송을 하고 있어서 차논의 그 질문에는 일일이 대응을 못 할뿐만 아니라, 대응하는 것도 귀찮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은 오랫동안 준비해 온 특별 방송을 하는 시간이니, 이렇게 갑자기 들어오는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이라도 방해가 될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셰릴은 바로 판단이 선다.
“차논? 우리 SRTV 본 적 있지?”
“그게 뭐야. 릴리스 어디 있냐고?”
하지만 셰릴의 그런 바람에도 불구하고, 차논은 오히려 화를 낸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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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SiteOwner
2023-10-26 22:39:36
셰릴의 스트리밍에 나오는 상황은 그녀의 초능력으로 상대를 조종하여 원하는 결과를 얻고자 하는 것이군요. 자기딴에는 유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무슨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긴 철저히 자기본위인 저런 방송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이겠습니다만...
게임 안하는 게임방송, 역시 적절하군요. 애초에 방송으로 적절한지도 의문이지만 일단 방송의 형태는 있으니 방송이라고는 봐 줘야겠지요.
시어하트어택
2023-10-29 23:25:21
당장 눈앞에서 자기 시청자와 후원자가 늘어나는 걸 보고 혹했을 겁니다. 그리고 인터넷 방송인들의 팬 중에는 상당히 이해할 수 없는 동기로 그렇게 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마드리갈
2023-10-29 21:38:49
셰릴의 저 방송, 정말 꼴사납네요. 일본의 민폐계 스트리머들 또한 사전각본대로 진행하는 속칭 "야라세(やらせ)" 라고 부르는 행태가 지탄받는다든지 하고 일부는 실정법 위반으로 검거되어 처벌받기도 하는데, 초능력을 구사하여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게 하는 셰릴의 행태도 사실상 야라세네요. 그리고 유유상종이라고, 셰릴의 팬들은 저런 이상한 상황에 왜 일말의 의심을 안하는지...
게임 안하는 게임방송, 적절하네요. 그리고 없는 팬을 만들기도 하는 방송이기도 하고.
SR이 Shitty Rotten의 약자인 건 아닌가 싶네요.
시어하트어택
2023-10-29 23:30:11
셰릴의 경우는 더욱 악질인 게, 그럴 의사가 없는 사람을 조종해서 자기 의지와 상관없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했다는 데 있죠. 아마 셰릴의 팬 중에는 그런 행태를 즐기는 사람도 있을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