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8세 소년이 던진 돌과 파벨 모로조프

마드리갈, 2023-11-20 18:56:02

조회 수
108

2019년에 쓴 글인 뭔가 부조리한 두 형사사건의 결과에서 언급했던 것보다 더욱 부조리한 일이 2023년의 끝자락에 일어났어요. 11월 17일에 서울의 아파트단지에서 8세 소년이 아파트 밖으로 던진 돌에 70대 노인이 맞아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는데 문제는 그 주범인 소년이 촉법소년인 10-14세보다도 더욱 어려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 소년의 별 생각없는 행동으로 인해 70대 남성은 절명했고 그 집안은 반려자이자 가장을 잃은 슬픔에 빠졌지만 누구도 처벌받을 일이 없게 되어버렸어요.

이 사건에 대해서는 이하의 기사를 참조해 보시길 부탁드려요.

그리고 이 사건에서 같이 생각나는 이름인 파벨 모로조프(Павел Морозов, 1918-1932).
14번째 생일을 맞이하지 못한 채 죽은 소련의 이 소년은 1932년에 자신의 아버지 트로핌의 반혁명적 발언을 정치경찰에 신고하여 아버지를 강제수용소에 수감시킨 그 이후 영웅시되었다고 알려졌어요. 그리고 그는 같은 해 자신의 남동생과 함께 가족과 친척의 칼에 맞아 죽는 것으로 이 세상을 떠났어요. 그것이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의 전부.

20세기 전반의 파벨 모로조프는 비록 사적제재의 형태이긴 하지만 책임을 졌어요.
그러나 2023년의 그 8세 소년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고 책임을 질 가능성도 없어 보여요. 민사재판으로 가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친권자인 부모의 책임일 뿐 그 소년 본인이 부담하는 것은 아니예요. 
1932년의 소련은 분명 2023년의 우리나라보다 더 못한 사회인 무자비한 인권탄압시대였을 것이죠. 즉 뒤집어 말하면 2023년의 우리나라는 인권이 보장된 사회. 그런데 그런 사회에서 이렇게 침해된 인권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네요. 이런 사각(四角)은 얼마나, 언제까지, 그리고 왜 정당화되어야 할까요?

결국 우리의 삶이라는 건 이런 것인가요.
옆집이 화염에 휩싸이면 자신의 집도 위험하다.
Accensa domo proximi, tua quoque periclitatur.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단지에 살고 있는 현실에서 저런 일이 횡행하면 결국은 이렇게 되겠죠.
나는 현재의 그대, 그리고 그대는 지금의 나.
Eram quod es, eris quod sum.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3-11-20 21:28:41

파벨 모로조프 건이나, 이번 촉법소년 투석사건 관련이나, 어느쪽이든 긍정하고 싶지 않네요.
모든 걸 다 밝혔는데 일단 책임질 사람 없고 죽은 사람은 죽은채로 놔두자니, 무슨 결론을 이렇게 내는지...

마드리갈

2023-11-20 21:33:59

부조리 그 자체죠. 게다가 제도화된 부조리.

인륜을 사상의 이름으로 찢어놓은 비인간적인 소련 체제도 인권을 중시한다는 현대사회도 결국 이렇게 인권을 하찮게 취급하는 데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결과를 초래한 것이 참으로 참담하기 그지없어요. 이런 상황이 되어도 여전히 어리니까 보호가 필요하다 내지는 교화의 대상이다 하는 담론이 설득력이 있을까요?


게다가 이번의 8세 소년은 아예 촉법소년조차 되지 않아요. 2년 안에는.

Board Menu

목록

Page 298 / 298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236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187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214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3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880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15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004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614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109
15

일 베티사드(Ill Bethisad) 속의 한국

21
마드리갈 2013-02-28 1000
14

한낮의 포럼이 조용한것을 보고 벗헤드가 가로되....

7
벗헤드 2013-02-28 166
13

아아... 포럼에 글이 가득해...

2
대왕고래 2013-02-28 241
12

피곤하네요...

3
프리아롤레타냐 2013-02-28 287
11

다들 안녕하세요

3
mudblood 2013-02-28 250
10

안녕하세요

5
에일릴 2013-02-27 287
9

안녕하세요 대강당 운영진 하네카와츠바사입니다

8
하네카와츠바사 2013-02-27 343
8

기지개 한번 잘못했더니 명치에 데미지 ㅇㅅㅇ

2
대왕고래 2013-02-27 480
7

설정을 시각화...그것도 대체 역사물이라면 가장 짜증나는게 있죠.

5
  • file
벗헤드 2013-02-27 208
6

야구팀 동물이름 이야기

9
마드리갈 2013-02-27 526
5

안녕하세요

2
KIPPIE 2013-02-26 198
4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요 lllOTL

8
대왕고래 2013-02-26 215
3

저 또한 초대 받아서 나타난 ㅇㅅㅇ!

3
샤이논츠 2013-02-26 218
2

회원가입 감사인사 및 여러가지

10
마드리갈 2013-02-25 356
1

쪽지 받고 들어와봅니다.

3
트릴리언 2013-02-25 196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