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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부가 수상하다!] 148화 - 동아리 교류행사 피날레(4)

시어하트어택, 2023-12-15 07:49:07

조회 수
113

로니와 아멜리가 대치하고 있는 그 시간, 창고 밖에 보이는 운동장에서는 부스와 의자가 대형을 이루어서 사람들을 쫓아다니고 있다. 로니는 운동장에 차려진 행사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재미있어하면서도, 마냥 그걸 보고 즐길 수만은 없다. 아멜리는 자신을 잡기 위해 온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여유있게 여기서 시간을 보낼 수만은 없다. 아멜리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려서 빠져나가든지, 아니면 정면돌파를 하든지. 무엇을 하든 로니에게는 별로 좋지 않은 선택지들뿐이다.
“로니, 너 거기 있는 거 다 알거든? 목소리도 들었고. 그러니까 나와 볼래?”
“......”
아멜리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말하자, 로니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서 슬며시 밖의 상황을 살핀다. 그걸 더 이상하게 여겼던 건지, 아멜리는 여전히 창고 정문을 지키고 서 있다. 마치 문을 굳게 지키고 선 수문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거기에다가 전화를 걸어서 누군가를 부르기까지 하고 있다.
“이 상황을 대체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지...”
로니는 숨을 죽인 채 중얼거린다. 지금 완전히 포위당한 꼴이다. 거기에다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힘들다. 포위당했는데 큰소리를 지르는 건 ‘나 좀 잡아가소’ 하는 꼴이다. 지금 시점에서는 단지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다.
“어떡하냐... 좋은 방법이...”

그 시간, 민과 친구들은 취미로 요리하는 모임의 야외 테이블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음식들을 보다가,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된다. 다름 아닌 카즈인데, 카즈는 자기 동아리 선배들처럼 그 사이에 끼어서 음식을 만들고 있다. 소스를 뿌리는 모습이 제법 요리시라고 해도 믿을만하게 보인다. 민이 가만히 카즈의 앞으로 가서 말을 건다.
“이야- 너희 동아리에서 이걸 다 만든 거라고?”
“그래. 이번에는 아주 제대로 각잡고 만든 거니까, 기대해도 좋아. 그런데 리카는 왜 너희들하고 같이 안 다녀?”
“몰라. 자기 나름대로 또 어디라도 구경을 갔겠지.”
리카의 이야기가 나오는 게 좀 마음에 걸렸는지, 민은 여기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돌리기로 한다. 마침 카즈의 앞에 있는 각종 재료들이 보인다.
“어... 그건 그렇고, 네가 만드는 이 음식 있잖아...”
민은 장난기가 발동한 건지 웃으며 말한다.
“혹시 저기 운동장에 있는 모래라든가, 아니면 여기 부스의 기둥이라든가. 이런 걸 가지고 만들어낸 건 아니겠지?”
“아니야, 아니라니까!”
카즈는 당황했는지 진땀을 빼 가며 민의 그 말에 반박한다.
“지금부터 만들 건 우리 동아리에서 정말 심혈을 기울여서 만드는 거라고! 그러니까 너희들도 기대하라고. 무슨 말인지 알지?”
“어, 알고 있어. 당연히...”
민이 그렇게 말하는데, 누군가가 옆에서 지나가며 카메라로 촬영을 하는 게 눈에 들어온다.
“어디서 본 적 있는 것 같은데, 저 사람... 어디서 봤더라?”
그 카메라를 들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어렵지 않다. 얼굴로 직접 대면하지 않았을 뿐, 많이 봤기 때문이다. 곧바로 그 정신없이 움직이는 사람을 불러세우고 말을 건다.
“혹시 여기도 찍으려는 건... 아니겠죠?”
“왜 당연한 걸 다 물어보냐?”
셰릴은 오히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함께 방송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듯, 카즈에게로 쏠리던 사람들의 관심을 자신에게 끌어모으며 말한다.
“이런 게 다 방송에 나오면 너희들도 좋다고! 자, 빨리!”
셰릴이 그렇게 나대는 꼴을 못 보겠는지, 한쪽에서 도나텔라가 음식을 만들다 말고 셰릴이 있는 곳으로 나온다.
“저기, 셰릴? 네 동아리로 좀 돌아가 줄래? 아니면, 여기서 같이 음식을 만들든가. 동아리 교류행사에는 그런 게 좀 더 어울릴 것 같지 않냐?”
도나텔라는 그냥 셰릴을 쫓아낼 요량으로 그렇게 말한 것이지만, 셰릴에게서 나온 대답은 의외다.
“좋아! 여기서 같이 음식을 만들도록 하지.”
“어...?”
뜻밖의 대답에, 도나텔라는 잠시 대답을 망설인다. 이전에 자동차 연구 모임에서 보였던 자동차 연구 모임 부원들의 행동은 어딘가 많이 어색했다. 급조한 동아리라는 건 진작 알아봤지만, 말은 안 했다. 셰릴은 그때 없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뭐... 같이 만드는 거야 고맙기는 한데, 너희 동아리 후배들한테 이야기는 하고 온 거냐?”
“어... 우리 동아리?”
셰릴은 그렇게 대답하기를 망설인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연다.
“우리 동아리는 신경 안 써도 돼! 그냥 같이 즐기는 것뿐인데, 그걸 누가 뭐라고 그러겠어?”
“너희 동아리에서도 아무 쓸모 없다고 가라고 한 건 아니고?”
“야... 도나텔라! 아무리 그래도 그걸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셰릴은 나름대로는 자기 동아리에 대해 무언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현재 상황을 숨기고 싶었던 건지, 열을 내며 말한다.
“우리 동아리가 새로 만들어진 곳인데도 활기차고, 다들 얼마나 열정으로 차 있는지 알기나 하냐?”
“그냥 네 쓸데없는 관심 욕구나 채우려고 하는 건 아니고?”
“아니라니까!”

“아니, 선배님 어디 갔어?”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스 안에서는 슬레인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셰릴을 차고 있다. 당연히 셰릴은 방송을 한답시고 후배들 모르는 사이에 어디론가 빠져나가 버렸다. 문제는 후배들 또한 어디로 가 버렸는지 모르는 것이다. 루카스야 그렇다 치더라도, 로베르토, 라시드까지 안 보이는 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얘들 진짜... 내가 일일이 다니면서 이 녀석들을 찾아다녀야 하나?”
슬레인은 준후를 돌아본다. 준후는 부스 앞을 지키느라 이쪽에는 통 신경을 쓸 여력도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슬레인마저 자리를 비우면 이 부스는 텅 비어 버릴지 모른다.
그런데...
“호오, 여기가 자동차 연구 모임이라고? 그 유명한?”
“응...?”
슬레인과 준후가 일제히 그 목소리가 들린 쪽을 보니, 라일라가 부스 앞에 서서 부스 안에 차려진 자동차 부품, 슈퍼카 모형 같은 걸 둘러보고 있다. 물론 라일라는 부스 안에 있는 게 궁금해서 온 게 아니다.
“어, 잘 됐다!”
준후는 라일라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자마자, 라일라를 불러세운다.
“그러는 너희는 부스 얼마나 잘 꾸며 놨냐? 히어로 동아리면 안에 쫄쫄이나 슈트 모조품 같은 것만 있는 거 아니냐? 한심하기는!”
준후의 그 말이 웃기지도 않았던 건지, 라일라는 헛웃음을 짓고 말한다.
“하, 하하... 그러니까, 우리 동아리에 한번 와 보든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일라는 그렇게 말하다가, 슬레인을 돌아본다.
“아, 슬레인? 하나만 좀 설명해 줄래?”
“내가 뭘 설명해?”
“그저께의 그 일은... 어떻게 설명할 거지? 너, 아직도 우리한테 설명을 안 했는데.”
‘그저께의 그 일’이라고 하면 마왕성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슬레인은 할 말이 있지만, 그 범인은 지금 이 학교 안에 없다. 거기에다가 라일라는 마치 ‘절대 놓칠 수 없다’고 말하는 듯, 슬레인에게서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이거 상황이 점점 이상해지는데...’
설상가상으로, 자세히 보니, 히어로 동아리의 부스는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자동차 연구 모임의 부스의 1/2 정도 크기, 정말 딱 공원 한가운데에서 설문조사를 하는 것 같은 그런 부스다. 라일라가 자기 후배들을 부른다면 얼마든지 이쪽으로 올 수 있다.
“좀 설명해 줄까? 그렇게 자꾸 시선을 돌리지 말고.”
슬레인은 라일라의 그 말에도 불구하고 말하기를 꺼리는 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냥 좌우를 돌아보며 눈치만 볼 뿐이다.
“슬레인? 슬레인 콘리 씨? 시선 돌리지 마.”
“아니, 글쎄, 나는 하지 않았다니까...”
슬레인이 겨우 그렇게 입을 열자, 라일라는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리고 잠시 자기 동아리 부스를 돌아보고는, 준후도 한번 보고, 다시 말한다.
“슬레인, 네가 여태까지 해 온 짓이 있다 보니까, 네 말은 못 믿겠는데, 그러면 증거 같은 거라도 보여주지 그래?”
그렇게 라일라가 말하고 슬레인을 다시 보려는데, 슬레인이 보이지 않는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있었는데, 금세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야, 슬레인, 어디 갔어.”
그리고 준후를 돌아보며, 슬레인이 어디로 간 건지 따져 묻는다.
“야, 슬레인 못 봤어? 슬레인이 어디로 도망가 버렸는지 못 봤냐고.”
“못 봤어!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거야!”
준후도 슬레인을 못 봤는지, 슬레인이 있던 자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라일라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자기 폰을 주머니에서 꺼낸다.

한편 만화부 부스. 일러스트집 판매대 옆에서 루카스와 의 앞에 딱지가 몇 장 놓여 있고, 루카스와 아냐 모두 무언가 만족스럽지 못한 건지 똥을 씹은 건지 아니면 정말 그 이상의 무언가라도 본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에이, 왜 졌지? 나 이런 건 정말 자신 있는데!”
아냐는 딱지치기의 결과에 의아함을 표하며 머리를 긁적거린다. 루카스 역시 마찬가지로, 내기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내기의 결과물이 고작 할인쿠폰 정도라는 것에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가 아까 그 내기를 왜 하자고 한 거지? 분명 아까 내 목표는 나디아가 딴 명품숍 이용권이었을 텐데, 왜 아냐가 하겠다고 해서... 차라리 그냥 분위기 봐서 빠져나갈 걸!’
하지만 이미 여기에 온 이상, 루카스가 그 자리를 벗어나기도 힘들어 보인다. 이미 루카스와 아냐의 주위에는 구경꾼이 많이 모여들었다.
“우와, 루카스, 너 딱지치기 원래 이렇게 잘 했냐?”
“그러게. 이런 모습이 있는 줄은 전혀 몰랐는걸.”
다들 ‘한판 하자’며 루카스와 시합을 해 보려는 게 눈에 빤히 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만화부장 윤진, 그리고 히어로 동아리의 매니저 치히로도 있다. 치히로는 잠시 만화부 부스에 놀러온 참이다. 윤진이 루카스의 앞으로 나와 말한다.
“네가 딱지치기를 그렇게 잘 해?”
“아... 아니... 저는 단지, 그냥 놀러 왔을 뿐인데, 아냐가 딱지치기를 한판 하자고 해서...”
그 순간, 윤진을 밀치고 치히로가 나와서 말한다.
“오, 그래? 너, 딱지치기를 잘 하면 나하고도 한판 해 볼래?”
“서... 선배님하고요?”
루카스는 그렇게 되묻지만, 속으로는 윤진의 그 대결 신청이 의외로 마음에 들었던 건지, 다시 자신감이 붙는다.
‘좋아. 저 선배, 경품을 좋은 걸 받았나? 아니면 뭔가 좋은 일이라도 일어나려고 하는 건가. 거기에다가, 히어로 동아리의 매니저잖아? 그 운, 내가 가져가도 되겠지?’
그렇게 루카스는 다시 내기를 시작하기 위해 밑밥을 깔 준비를 한다. 물론, 눈앞에 있는 윤진을 내기로 이끌어 내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는 되었다.
‘어디... 좋아. 이제 OK 사인만 하면 된다고. 내 승률은 이제 100%라니까? 그것도 모르고 나한테 괜히 하겠다고 했다가, 뼈도 못 추리는 거지, 뭐.’
그렇게 루카스가 한참 대결을 위해 밑밥을 깔던 바로 그때...
“응?”
행사장 한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4-01-07 14:14:43

로니는 퇴로가 막혔네요. 뭐 누가 그런 상황에 빠지라고 시킨 것도 아니니 당황해도 자기책임인 걸 어떡하겠어요?

게다가 셰릴은 변함없이 방송을 진행중이네요. 역시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면 오장육부가 틀어지고 정신이 왜곡되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있어요. 자동차 연구 모임은 정말 모임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


이제 루카스에게 반격의 기회가 온 걸까요. 그런데 상황을 보니 마냥 루카스에게 유리해지는 것 같지도 않네요. 다른 볼거리가 있으면 대중은 그 쪽으로 몰려가기 마련. 

시어하트어택

2024-01-14 20:57:15

저 같으면 그냥 나와서 석고대죄를 하겠습니다만, 로니의 생각은 또 엉뚱한 방향으로 나올지도 모르죠. 엉뚱한 상상력을 안 좋은 방향으로 쓰면 저렇게 되겠죠...


셰릴과 같은 사람들은 실제 재난 현장이라든가 범죄 현장에서도 어김없이 나와서 자신을 홍보할 겁니다. 주위 시선이 어떻든 말이죠.

SiteOwner

2024-01-28 17:53:52

이미 저 상황이 되면 방법은 없습니다. 로니는 후회막급일 듯.

카즈는 이미 전력이 있다 보니 그가 만든 요리는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을 듯합니다. 직접 재료부터 확인하지 않는 이상. 문제의 자동차 연구 모임도 이미 구성원들의 전력이 전력이니까 답이 없고, 현재의 모습 또한 전혀 신뢰가 안 가고...


이 상황에서는 승률 100%의 루카스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방송에만 열중하는 셰릴이 가장 마음 편하게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시어하트어택

2024-02-03 23:41:18

로니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은데, 로니가 계속해서 장난을 치고 싶다면 로니는 아마 그거라도 할 겁니다. 말 그대로 그건 '도박'에 가까운 분야(?)입니다만.


루카스는 차라리 나은 편이죠. 그나마 루카스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는 정해져 있는데, 셰릴은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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