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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고기반찬도 아니고 고기밥?

Lester, 2024-02-16 06:39:28

조회 수
146

[BBC] 한국 연구진, 단백질 함량 높은 '고기쌀' 개발...맛은 어떨까?




제목 그대로 고기밥, 정확히는 '고기 쌀'에 대한 기사입니다. 게시글 작성 시점으로부터 불과 12시간 전인, 갓 지은 밥처럼 따끈따끈한 소식입니다. 기사 일부를 가져오자면 이렇습니다.


한국 연구진이 새로운 유형의 하이브리드 식품인 일명 ‘고기 쌀’을 개발했다. 저렴하고 친환경적인 단백질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쌀엔 매우 미세한 구멍이 나 있는데, ‘고기 쌀’엔 실험실에서 배양한 소고기 근육과 지방 세포가 가득 들어 있다. 우선 소고기 세포가 더 잘 달라붙도록 생선에서 추출한 젤라틴으로 쌀을 코팅한 다음, 소 근육과 지방 줄기세포를 이 쌀에 넣고 실험실 접시에서 최대 11일간 배양했다. 연구진은 이 쌀이 향후 “기근을 위한 식량 구호, 군사 배급, 심지어 우주 식량”의 역할을 할 수도 있으리라 전망했다.

(중략)

연세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일반 쌀에 비해 단백질은 8%, 지방은 7%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한 일반 소고기와 비교하면 대량으로 가축을 키울 필요가 없기에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진은 단백질 100g 생산을 기준으로 볼 때, 이 하이브리드 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27kg 미만인 반면, 일반 소고기 생산 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보다 8배 더 많은 49.89kg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기존 쌀에 줄기세포를 섞어서 고기 성분을 지닌 쌀을 만든 것으로, 인용한 부분에서 보듯이 단백질과 지방도 조금 늘었고 탄소 배출량도 적다고 합니다. 옛날 조선왕조실록에서도 태종이 세종에게 공부만 한다고 빌빌거리니 고기반찬을 허하라, 라는 기록도 있었던 만큼 고기는 나름대로 영양보충제 역할을 했습니다. 그것을 반찬이 아니라 주식인 밥으로 해결한다는 점은 꽤나 대단하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기사에 나온 것처럼 우주식량까지 가지 않더라도 '기근을 위한 식량 구호'로는 꽤나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가지로 여러 영양분을 동시에 챙길 수 있으니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론 이 기사를 보고 이제는 널리 알려진 '콩고기', 즉 식물성 고기가 생각났습니다. 정확히는 식물성 고기와 고기 쌀 모두 '대체육(고기의 대체 수단)'에 포함되나, 기존의 물질로 만드는 식물성 고기와 달리 고기 쌀은 인공배양을 사용하므로 대체육에서도 '배양육'으로 따로 분류됩니다. 전문적인 이야기를 떠나서 식물성 고기는 고기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이라 입지 자체가 약간 불안정한 측면도 있고(심하면 그런 '가짜 고기'를 누가 먹냐는 얘기도 있을 정도), 결과적으로 가공식품이라 나트륨이 더 많아진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고기 쌀은 어쨌거나 주식이니 좀 더 관대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고기 쌀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기사에서는 이런 문장도 나옵니다.

[중앙일보] 밥인가 쇠고기인가…핑크빛 쌀의 정체

상용화를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쇠고기 쌀은 밥을 지었을 때 찰지거나 부드럽지 않았고, 일반 쌀보다 더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웠다. 또 근육 함량이 높은 쇠고기 쌀은 쇠고기나 아몬드와 같은 냄새가 났으며, 지방 함량이 높은 쇠고기 쌀에선 크림, 버터 및 코코넛 오일 냄새가 났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알 수 없다'는 점은 맨 위의 BBC 기사에서도 우려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인 식욕과 관련된 식품인데 상품으로 성립하지 않는다면 금방 쇠퇴할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위에서 군사 배급이나 우주 식량을 언급한 것도 '솔직히 맛있다고는 못하겠다'라고 에둘러 인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향이나 조미료를 추가하면 그것대로 논란이 많을테고... 불과 오늘(정확히는 어제인 15일)에 잇달아 공개된 소식이니만큼, 아직 더 연구해 보기 전까지는 모른다고 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북한에서는 '이밥에 고기국'이라는 구호를 사용했는데, 그렇게나 적대시하고 증오하던 남조선에서 고기 쌀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참 궁금하네요. 하다하다 저런 걸 배급한다고 선동할지도 모릅니다.




건강 악화 탓인지 글에 통일성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을 시 지적 부탁드립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4 댓글

마드리갈

2024-02-16 14:33:16

이 뉴스는 저도 접했어요. 그런데 딱 이런 반문이 나왔어요. "그래서, 포마토는 얼마나 재배하고 있나?"

포마토(Pomato)란 한때 20세기 후반의 과학도서에서 잘 언급되었던, 한 식물에서 지하경(地下茎)은 감자가 되고 지상 부분에는 토마토가 열리는 식의 키메라식물로 세포융합기술의 총아적인 존재였죠. 그리고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그래서 그게 기존 작물의 재배를 얼마나 대체했는지는 심히 의문이예요. 기술적인 발전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기술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것과 그것이 얼마나 대중화되는가는 또 별개의 문제예요.


또한, 그게 기술적으로 해결되었고 대중화도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것으로 소모되는 자원의 양까지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거든요.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해서 그게 지속가능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아요. 농업에는 비료가 필요하거든요. 비료의 3요소인 질소(Nitrogen), 인(Phosphorus) 및 포타슘(Potassium, 구 표기 칼륨) 중 질소는 공중질소고정이라는 기술을 통해서 얼마든지 생산가능하지만 인과 포타슘은 결국 광물질에서 구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을 위한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같은 것은 싹 무시해도 되거나 누가 대신 부담하는 건 결코 아니예요.


그리고, 제 입원생활을 조금 말씀드릴께요.

전신마취가 필요한 외과수술을 받았고 소화기관을 일부 절제했다 보니 환부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물조차 마실 수 없는 금식상태가 수일간 이어졌어요. 수분과 영양분은 팔에 꽂힌 관을 통해 수액으로 공급되었다 보니 갈증이나 배고픔은 거의 느낄 수 없었지만 그때의 저의 의욕은 굉장히 떨어진 상태였어요. 물론 중병을 앓아서 갑자기 수술을 받은 상황 그 자체와 통증 등의 문제도 있긴 했지만 그런 심적 및 물리적 스트레스가 해소된 이후에도 금식조치가 풀리기 전까지는 의욕 자체가 크게 저하되었고 지적능력의 저하까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도 느꼈어요. 즉 일상적인 식생활에서 얻는 영양분 공급 이외의 효용을 박탈당한 데에서 받는 악영향이 컸어요. 즉 인간이 전통의 식습관을 단기간에 바꾸는 것도 힘든데다 그렇게 바꾸려면 불의 사용으로 인간이 생식(生食)에서 화식(火食)으로 전환한만큼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선결조건이 된다는 것을 입원생활중에 통감했어요.

Lester

2024-02-17 08:38:44

포마토... 과학 교과서에서 과학만능론처럼 꺼내들던 소재였죠. 초등학교인가 중학교 때인가 질리도록 보고 농진청 연구보조 교육 이후로 까맣게 잊어버렸지만요. 생각해보면 '신기'하긴 해도 얼마나 '효율적'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못 읽은 것 같네요.


말씀을 듣고 보니 좋은 물건인지는 둘째치고, 만드는 과정에서 자원이 또 소모된다면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 심하면 마이너스일 수도 있겠네요. 가능성을 확인했다 뿐이지 상용화하기는 힘든... 맛은 차치하고 영양소라도 풍부해서 최소한 기아 문제만큼은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만, 인구가 폭등하면 또 무슨 문제가 생길지 모르겠네요. 어느 쪽이든 미래의 이야기겠지만요.


그렇다면 공포영화 "큐브 제로"에서 나오는 '영양소가 풍부하고 맛도 느껴지는' 신기한 음식캡슐 같은 건 말 그대로 영화에서나 가능한 발상일지도 모르겠네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소위 식감도 없고, 그 이전에 시각적인 즐거움조차 없는데 어찌 음식이라 할 수 있을지...

SiteOwner

2024-02-16 22:52:55

저런 연구가 쓸모없다고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쌀의 재배조건이 생각보다는 넓지 않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경지의 분포 및 국제유통량에서 밀이 쌀보다 앞서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밀은 아한대(냉대), 온대 및 건조기후를 가리지 않는데다 강수량이 적은 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고 종류 또한 월년생의 가을밀 이외에도 1년생의 봄밀 등의 선택지도 있습니다만 쌀의 경우는 여름철에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많은 온대-아열대의 대륙동안지역이 아니면 유의미한 규모의 상업생산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모든 필요한 영양소를 하나의 식재료에서 얻는 것은 발상은 좋습니다만 그게 반드시 정답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동생이 말한 비료의 문제라든지 탄소발자국 문제 같은 것들은 당장 눈에 안 보인다고 해서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런 연구는 지속은 하되 과신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Lester

2024-02-17 08:41:37

확실히 밀이 진짜 유럽과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정말 폭넓게 재배되기는 하죠. 게다가 재배하는 과정이 개선된 것도 아니고 이미 존재하는 쌀에 '섞어서' 만드는 거라고 하니, 가능해진다면 이미 존재하는 쌀의 파이를 갈라먹는 꼴이 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주식 시장 같은 데서나 테마주로 반짝했다가 내려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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