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쌀에 대해서 지금까지 경험했던 것들을 간단히 써 보겠습니다.
쌀은 역시 아시아를 중심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다 보니 서양에서는 그다지 메이저한 식재료는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사용되는 어휘가 제한적입니다. 영어에서는 쌀 그 자체도 쌀을 사용한 요리도 rice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 및 중동의 볶음밥 요리인 필라프(pilaf)라든지 스페인의 유명한 쌀요리인 빠에야(paella)라든지 이탈리아의 리조토(risotto) 같은 것은 전용의 용어가 있습니다만...
우리가 주식(主食)으로서 먹는 쌀이 세계적으로 주류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군복무 때였습니다.
예전의 다른 글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카투사(KATUSA) 출신이고, 훈련소 생활을 제외하면 미군부대 영내에서 생활했다 보니 식사도 당연히 미군부대 내의 시설인 디팩(DFAC, Dining Facility)에서 해 왔습니다. 카투사라든지 미군 소속의 아시아계 장병도 꽤 있다 보니 아시아요리가 나오는 경우도 잦았는데 미국인들이 표준적으로 여기는 쌀은 우리가 먹는 단립종(短粒種, japonica) 것이 아니라 장립종(長粒種, indica)의 안남미(安南米)였습니다. 어른들이 말하는 것처럼, 불면 날아가고 푸석푸석한 식감의 그 안남미. 미국인들은 단립종의 쌀로 지은 밥을 스티키 라이스(sticky rice)라고 불렀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선호하는 것이 안남미였습니다.
저도 적응하다 보니 괜찮게 먹을 수 있게 되었고 특히 그레이비 소스(gravy sauce)라든지 크림드비프(creamed beef) 등을 얹어 먹거나 볶음밥 등으로 먹기에는 안남미가 더 낫다고 평가하고는 있습니다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미국인들에게 멥쌀과 찹쌀 이야기를 해 주니까 그들이 문화충격을 받는 듯했습니다. 찹쌀에 대해서는 당시에 마땅한 역어가 생각나지 않다 보니 super sticky rice라고 말해주었고 듣던 미국인들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썩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찹쌀의 역어 중 학술적인 것으로는 glutinous rice, 즉 글루텐이 포함된 쌀이라는 의미의 어휘가 있으니 참조하셔도 좋습니다.
한때는 베트남 요리도 좀 자주 먹었습니다. 포(Pho)라고 불리는 쌀국수라든지, 라이스페이퍼(rice paper)로 여러 식재료를 싸먹는 월남쌈이라든지. 요즘은 그다지 먹지는 않습니다만 갑자기 그게 생각나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안남미의 안남이란 베트남과 라오스-캄보디아 국경지대에 위치한 산맥인 안남산맥(Annamite Range)과 공통적인 어원을 지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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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4-02-23 00:54:31
확실히 쌀이 외국에서는 좀 드문 재료긴 하죠. 츠지야마 시게루(1950~2018)의 만화 "신장개업(원제: 食キング)"에서도 후반에 일본 요리사인 주인공과 영국 요리사가 카레라이스로 대결했다가 영국 요리사가 패배하는 장면이 나오죠. 이유인 즉 영국 요리사는 쌀을 어디까지나 식재료로 봤을 뿐이지 '주식'으로 본 건 아니기에, '뭉쳐 먹는다(=주먹밥)'라는 개념 자체를 생각하지 못해서 밥으로 만든 후지산이 무너져서 카레 속으로 침몰(!)한 것입니다. 반대로 제대로 뭉친 주인공의 밥은 굳건히 서 있었고요.
미군에서 바삭바삭한(?) 쌀을 좋아하는 건 감자튀김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면 우리가 먹는 밥이 이빨에 쩍쩍 달라붙는 감촉을 영 싫어하지 않았거나...
SiteOwner
2024-02-23 19:09:14
익숙하지 않은 식재료는 역시 다루기 껄끄럽기 마련인데다 설령 잘 다룰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식재료가 보편적으로 소비되는 문화권의 지지를 확실히 받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예의 만화에서도 그 점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 게 역시 예리합니다.
미국인들이 단립종의 쌀을 싫어하는 이유는 말씀하신 것 중 후자가 주된 이유입니다. 정확히는 미국인 이외에도 캐나다인이나 유럽인들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마키
2024-02-24 15:28:48
그러고보면 BBC에서 볶음밥을 조리한다고 하면서 뭘 본건지 취사한 밥을 물에 씻은뒤에 기름에 볶는 괴이한 과정을 소개하는 바람에 온 아시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야 이 밥 그거 그렇게 다루는거 아니다" 라고 일치단결하는 진풍경이 펼쳐졌죠.
한편으론 한식대첩 고수외전에서 전라도 진영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미국인 셰프 아마 산타나(Amar Santana) 씨는 한국의 식재료에 미국의 surf & turf(육고기와 해산물이 같이 나오는 메인요리 라고 본인이 해설)를 응용해 내놓은 요리가 결과적으로는 오삼불고기가 되는 결말을 맞이하였죠. 본인 말로는 한국에서 그런 요리는 못 봤다고 했지만, 셰프 나름대로 맛있는 재료들을 응용해 내놓은 결과가 머나먼 이국땅의 요리로 수렴진화한걸 보면 맛에 대한 미학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SiteOwner
2024-02-24 22:05:38
BBC에서 소개된 예의 볶음밥 조리과정은 정말 뭔가 싶습니다. 갑자시 속이 뒤틀리는 듯한 불쾌감이 들기까지 합니다. 영국에서 체험해 본 바로는 영국인들은 고기와 술에만 진심이고 나머지는 어떻게 되든 그냥 먹을 수 있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처신하는 것 같습니다.
한식대첩 고수외전의 상황은 상당히 재미있군요. 그렇게 미국의 서프 & 터프가 한국의 식재료가 만나 오삼불고기로...영국처럼 이상하게만 처신하지 않는다면 정말 맛에 대한 미학은 국적불문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