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8의 테마는 '악마'입니다. 신과 달리 인간들 틈에 섞여 살기도 하는 존재들이죠. 그리고 엘 푸르가토의 점장이자 '마스터' 역시 악마로, 인간들의 고민 상담을 들어주면서 계약을 하기도 합니다. 계약이라고 해도 사후에 영혼을 넘긴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대신 마스터가 어떤 것을 가져갈 겁니다. 문제는, 우리는 그 '어떤 것'이 뭔지, 그리고 언제 가져갈 지 모른다는거죠.
엘 푸르가토의 마스터가 대가를 산정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루고자 하는 것과 현재 상황의 차이
2.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하는 이유
18-1의 소년은 프로게이머가 될 재능이 없었습니다. 부모님 말대로 다른 직업에 종사하면서 게임은 그냥 취미로 해야 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프로게이머가 되어서 페이커(그 페이커 맞습니다)와 겨루어보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려면 억지력이 많이 작용합니다. 하지만 같은 게임을 즐기는 선수로서 페이커와 만나서 겨루어보고싶다는 목적은 순수했기때문에 수명으로 받아간겁니다. 즉, 소년이 일찍 죽게 된 것은 본인의 재능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만큼을 목숨으로 당겨 간 겁니다. 그리고 18-1 말미에 로즈마리가 얘기했듯, 마스터가 계약의 대가를 수명으로 받아가는 것은 상당히 나은 축에 속합니다.
18-2의 진희와 솔은 같은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희는 순수하게 연애를 하고 싶어했지만 솔은 의도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진희는 사랑의 묘약이 있다면 먹겠냐는 제안을 거절했고, 솔은 사랑의 묘약이 얼마가 들더라도 먹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마스터는 솔의 의도를 간파하고 사랑의 묘약(가짜)을 주는 대신 '절제'를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성욕을 절제하지 못하고 건전하지 못 한 생활을 계속하다가 양다리까지 걸치고, 회사에서도 쫓겨나 이곳저곳을 전전하다가 겨우 이직하고 슈브 니구라스로부터 모성을 빼앗기게 된 거죠. 그리고 자신의 힘으로 사랑을 쟁취해보고 싶다고 했던 진희와 남자친구는 마스터의 선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먹었던 사랑의 묘약을 먹게 되었죠.
덧붙여서 솔이 진희의 남자친구를 유혹하지 못했던 이유는, 솔이 먹은 사랑의 묘약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만 유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희의 남자친구는 사랑의 묘약을 먹기 전에도 솔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서 솔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도 했고요.
마스터가 계약을 위해서 질문을 하는 건지, 순수하게 궁금해서 질문을 하는 건지는 노스트라다무스가 와도 간파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본인이 평소에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느냐에 따라 계약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하게 되더라도 약간의 대가만 지불할 수도 있고, 죽느니만 못한 인생을 살게 될 때도 있습니다. 가끔 변덕인건지 오히려 선물을 줄 때도 있습니다. 아주 가끔이요.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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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마드리갈
2024-03-09 20:44:11
재능의 부재는 뭐랄까, 결과적으로 죽을 죄가 되는군요.
무슨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서 그렇게 되는 건지는 별로 이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이해한다 한들 제 가치관에서는 동의할 생각조차 들지 않지만, 엘 푸르가토의 취지는 확실히 알겠네요. 정화(浄化)와 숙청(粛清)은 정말 구분의 실익이 있는지도 의문이고 타인의 호의 같은 것도 믿어서는 안된다는 경구(警句)의 화신인 것인지.
일관적이지도 않다는 데에서 악마의 본질은 심술인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국내산라이츄
2024-03-09 23:39:44
대가의 무게는 404호(소원을 들어주는 건물)의 무언가와 비슷합니다.
대신 404호의 무언가는 뭘 가져갈 지 알려주고 엘 푸르가토의 마스터는 알려주지 않는다는 게 차이점이죠. 그리고 억지력으로 이뤄야 하는 경우 가져가는 것의 스케일도 후자가 더 크고요.
SiteOwner
2024-03-10 19:24:48
역시 악마는 어디에나 있고, 악마는 악마니까 악마적인 게 당연하겠지요. 순환논리같지만...
계약의 대가를 보니 악덕 사채업자와 다를 바가 뭐가 있나 싶습니다. 하긴 그래야 악마이겠지만요. 아무튼 이 세계에서는 재능의 부재의 대가가 생명이면 그나마 낫다는 건 알겠습니다.
아무튼 결론은 엘 푸르가토의 마스터와는 만나서는 안된다는 것이지요. 창작물 속의 상황에 대해서 왈가왈부해도 그게 유의미하지는 않을 것 같고, 아무튼 현실에서 존재가 확인되지 않아서 사실상 없는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