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계약직으로 성형외과에서 차트 스캔 일을 하고 있었고, 저번달에 계약을 한 번 연장해서 6월까지 다니게 되었습니다...'만'.
소속팀 차장이 소위 말하는 꼰대입니다. (순화할 표현을 찾지 못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밥 먹고 쉬는 시간에 음악 듣는다고 한떼거리 하면서 엠젯엠젯 할 때 알아봤죠. 근데 며칠 전에 또 자리 이동건으로 불러서 얘기하더니 갑자기 이러는겁니다.
"내가 취향은 존중하는데... 피카츄 좀 치워주면 안될까? 아니, 내가 뒷말 나올까봐 그래. "
그러니까 다시 말씀드리자면, 뒷말이 나온 게 아니고 나올까봐입니다. 나올까봐. 그런데 뒷말이 나올거였으면 포켓몬 아니고 인스타 릴스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뒷말 나옵니다. 밥먹으면서 포켓몬고 하고 포켓몬홈 한다고 그것때문에 뒷말이 나오는 게 아니예요.
그리고 책상이 좁아서 피규어 5~6개 놓고 끝입니다. 크기도 그렇게 크지 않고 포켓몬 피규어는 19금도 안 나오죠. 그거 외에는 피카츄 장패드가 전부인데 장패드는 피카츄 그려진 부분이 가려져서 얼핏 보면 그냥 노란색 장패드예요. 그리고 동성애에 비유한 것도 어폐가 있는 게, 동성애는 화제로 꺼냈다가 잘못하면 불난 집에 기름도 아니고 마그마를 들이 붓는 꼴이 되거든요? 근데 포켓몬은 그런 주제가 전혀 아닙니다. 본인이 낚시 얘기, 복싱 얘기 안 하는거? 예, 안 할거면 안 하시면 됩니다. 근데 그게 남의 취미생활에 감놔라 배놔라 할 이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아니, 애초에 취향 존중하는거랑 피카츄 치워라가 양립할 수 없죠.
아무튼 기분나쁘다고(보통 저렇게까지는 얘기 안 합니다), 그냥 서로 안 맞는 것 같은데 계약 끝나면 그냥 바이바이 하자고 했습니다.
저 차장이 불러서 뭐라고 했을때가 둘째이모부 장례식 이틀차였는데, 아마 돌아가신 이모부가 이런 인간이랑은 같이 일하지 말라고 도와주신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도 여기서 빠이빠이 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지는 계기가 되었고요. 회식도 다 선약 있다고 하고 뺄겁니다. (짝수달에 격월로 회식 있습니다)
2.
위에도 적었지만 둘째이모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저번달 마지막주 월요일에 운명하셨고 장례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치뤘죠.
마지막 가는 길 배웅해드리려고 했는데 장례식장이 일산입니다. 네, 회사에서 편도로 두시간이고요... 집 가는데 편도 세시간 걸립니다... 다음날 연차 쓰고 가야 해서 엄마 편에 부줏돈만 전해줬습니다. 발인은 늦게 했는데 장지가 또 대중교통으로 가자니 멀어서 못 갔습니다. 버스에서 내려서 40분은 걸어가야 해서 자전거를 빌리던가 택시를 타던가 해야돼요.
나중에 그만두고 한번 가보든가 해야죠. 마지막 가는 길에 인사도 못 드렸으니...
3.
곧 생일이기도 하고, 노트북 2호가 올해로 7년째 돼서 가기 전에 후임을 슬슬 알아볼까 합니다. 이것저것 설치할 거랑 할 일은 대충 정리해뒀고, 부팅디스크(윈도우 CD같은겁니다)도 만들어둬서 새 기기 사서 설치만 하면 됩니다. 28일까지만 받으면 돼서(3월 마지막주에 받을 생각입니다. 다다음주죠) 알아보는건 다음주쯤 천천히 하고, 29일에 방문수령하던가 그 전에 택배로 받던가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계획은 다 잡혔고, 백업도 끝나서 기기만 알아보면 되는 단계입니다.
초기화하고 설치할때마다 깨닫는거지만, 리눅스는 정말 세팅하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리눅스만의 맛이 또 있죠... 예를 들자면 사촌동생이 컴퓨터 달라고 해서 줬다가 동공지진을 일으킨다던가...
4.
최근 회사 스캐너때문에 이래저래 화가 많이 쌓였었습니다. 툭하면 다중급지(한번에 여러 장 스캔되는 것)되고, 걸리고, 이미지 윗부분만 블랙홀 들어갔다 온 것마냥 늘어나고, 스캔하다가 틀어져서 구겨지고(찢어지기도 합니다)... 스캐너 롤러때문에 이 모양인데 오래돼서 롤러도 없고... 기껏 구한 롤러는 안 맞아서 스캔할때마다 플라스틱 부러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참다참다 말씀드려서 결국 새 걸로 사긴 했죠. 하도 안 돼서 부르니까 한동안 인사말이 '오늘은 잘 되죠?'였을 정도니...
전자기기는 역시 새 제품이 최고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새 스캐너도 가끔 스캔할 때 걸리고, 축 틀어지고, 휘파람 소리가 나긴 하지만 전에 쓰던것에 비하면 양반이라 참고 쓰는 중입니다.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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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갈
2024-03-13 12:14:28
새 직장에서 근무하시는군요. 그런데 문제의 차장이 왜 그렇게 이상한 소리를 하는 걸까요? 헛소리만 골라서 하는 것 같네요. 아무튼 그런 사람과는 엮이지 않는 게 가장 좋아요.
IT기기는 확실히 라이프사이클이 짧죠. 다른 기자재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이지만 그래도 내구성이 좀 더 확보되었을 뿐 기본적으로 소모품인 점에는 변함이 없고. 특히 스캐너나 프린터같이 구동부품이 많은 건 더욱 그러해요.
노트북의 경우, 제 주관으로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는 델(DELL)의 기업용 라인업인 래티튜드(Latitude) 시리즈가 성능도 빌드퀄리티도 가격수준도 모두 확실히 좋아서 이것을 쓰고 있어요(열대야 속의 전화위복이 된 노트북 교체 및 역시 기업용 노트북이 좋아요 참조). 저는 14인치의 래티튜드 5420을 쓰고 있지만, 현재 발매중인 제품은 14인치 이외에도 더 작은 13인치나 더 크고 키패드를 내장한 15인치도 있으니까 원하는 용도에 맞게 선택하시면 될 거예요.
둘째이모부께서 돌아가셨군요. 그리고 마지막 길에 동행하시지 못한 것에 회한이 많이 남을 것이고...
그럼, 저도 고인의 명복을 위해 기도할께요.
국내산라이츄
2024-03-13 12:34:39
1. 전에도 밥 먹고 음악 듣는데 한떼거리 하길래 속으로 으휴 저 kkon… 했습니다. 명불허전, 꼰은 꼰이죠. 저 퇴사하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해도 저는 모릅니다.
2. 이번에는 키보드 배치도 좀 봐야겠습니다. 지금 쓰는건 화살표키 옆 빈 공간에 페이지업/페이지다운이 들어가있어서 글 쓰다가 자꾸 커서가 위로 올라가거든요… 저는 레노버 쓰고 있고 우분투 설치할거라 Ubuntu Certificates 가서 보는데 브랜드가 크게 델, 레노버, HP 있었습니다.
3. 집에서 쓰는 스캐너였으면 진작 바꿨거나 아이패드로 스캔했습니다.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어요.
Lester
2024-03-13 15:59:12
1. "나올까봐" 운운하는 것부터가 이미 나왔다는 반증이죠.
2.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3. 저는 노트북보다는 데스크탑파인데, 밖에 나가거나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노트북을 사용하는 일이 꽤나 드물어서인 듯합니다. 최신 게임을 돌릴 일이 없어서라지만 꽤나 노인 학대를 하는 건가 싶기도 하지만요.
4. 스캐너가 프린터처럼 종이를 불러들이는 버전도 있나 보죠? 특이하네요. 옛날에 스캐너 겸용 프린터를 샀는데 요새는 프린터를 쓸 일이 없다보니 잉크도 금세 굳어버리고 스캐너는 더더욱 쓸 일이 없네요. 스캔한다고 해봐야 그림 정도인데 스캔하자고 연습장에서 그림을 뜯어버리면 한데 모아두기가 힘들다보니...
마드리갈
2024-03-13 16:18:02
평판스캐너에 자동급지기가 부착된 것이 있어요. 영어표현 Automatic Document Feeder를 줄여서 ADF라고 약칭하기도 하죠. 이를테면 오키 ES5473 MFP 같은 것의 상단에 있는 검은색 덮개부분(다나와 사이트 바로가기). 당연히 낱장원고만 넣어야 하는데다 투입하는 낱장원고의 크기 및 종이 두께가 균일하지 않으면 문제가 안 생길 수가 없어요.
Lester
2024-03-14 06:30:47
아, 실물을 보니까 실제로 써봤던 기억이 나네요.
공익 활동 때 공문 보내고 받고 할 때 많이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국내산라이츄
2024-03-13 20:16:47
1. 뒷말이 나왔어도 저에 대한 뒷말인거지 저를 뽑은 차장님에 대한 뒷말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 차장 논리는 ‘너를 뽑은 나에 대한 뒷말이 나온다‘였습니다.
+집에서는 스캔할 일 있으면 아이패드 쓰면 됩니다.
Lester
2024-03-14 06:33:39
1. 저도 같은 일을 당해봐서 압니다. 제 잘못을 지적할 때마다 인사고과에 반영된다고 그렇게 마르고 닳도록 얘기하던데, 평사원에 1년차도 안 된 제가 올라갈 데가 있을리가 없으니 결국 본인(부장) 문제라는 거죠. 중간관리자의 부하 관리 능력을 의심한다는 겁니다. 뭐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는 게 아니라 '너 때문에 내가 힘들잖아' 이렇게 얘기하는 시점에서 능력이라고 할 게 있을지 의문이지만요.
국내산라이츄
2024-03-14 09:43:11
사실 곧 나갈 입장에서 실제로 나왔건 어쨌건 제 알 바는 아니기도 하고, 자기기 보기 싫은데 내가 보기 싫다고 하면 자기가 나쁜사람 되는 것 같으니 뒷말 핑계 대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SiteOwner
2024-03-13 19:29:28
어차피 예의 차장같은 인물은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그런 것이 있지요. 직장 내에서 남성 임직원의 자리에 가족 사진이 있으면 가정적이고 멋있는 남자라고 칭송하는 반면 여성 임직원 자리에 가족 사진이 있으면 회사보다도 가족을 우선하는 옹졸한 여자라고 비난하기 일쑤라고. 예의 유형의 인물은 누가 어떻게 처신해도 어떻게든지 트집을 잡게 되어 있습니다. 단 상대의 직위가 낮다는 전제하에서.
그런데 책상이 좁으면 정 피규어를 둘 필요가 있다면 1개 정도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만...
전자기기 관련으로는 동생이 자세히 써 두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둘째이모부께서 운명하신 것에 애도의 말씀을 드립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국내산라이츄
2024-03-13 20:17:39
그정도 둘 자리는 있어서 주기적으로 피규어 교체만 하고 있습니다.
+그 차장님을 만족시키려면 아줌마가 와야 할텐데, 그렇게 되면 차장님 또래거나 차장님보다 연상일듯 합니다. 요즘 어머님들도 트로트 가수 팬인 분들 많으신데 그분들한테 저한테 했던것처럼 한떼거리 했다간 어찌될런지…?
SiteOwner
2024-03-17 21:08:32
하나 더 덧붙이자면, 본문의 "KKON" 이라든지 코멘트의 "꼰" 등으로 쓸 필요도 없이 인용의 형식으로 "꼰대" 라고 쓰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용규칙 게시판 제10조에서 "욕설, 인터넷 속어 및 특정 커뮤니티의 표현을 최대한 배제" 라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예외없이 쓰지 말라고 정한 적도 없고, 또한 추가사항에서 "해당 용어를 사용할 경우 인용의 형식으로 사용" 을 규정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설명을 부가하는 것이 좋다고 추가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러니 여기서 우회적인 표현을 쓸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국내산라이츄
2024-03-17 22:34:45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걸 순화할만한 표현이 없어서 저렇게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