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해보니까 본래 불교에서는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해탈에 이르라'고 가르쳤지만, 불교가 대중화되고 세상살이가 이래저래 힘들다보니 아미타불의 힘을 빌어 깨달음을 얻자는 식으로 바뀌었다네요. 좋게 말하면 공동체의 형성에 일조하지만, 한편으론 약간 건조하게 보면 기복신앙화됐다고 볼 수 있겠죠. 게다가 타력본원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온 것 같고, 실제로는 타력 정도로만 쓰는 것 같네요.

반도체 이야기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옛말에 불치하문(不恥下問), "아랫사람이나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죠. 전 세계가 시장이라는 사실은 상식이라는 것조차 깨닫기 이전에 학습된 상황에서, 체급이 낮니 어쩌니 하고 천대하는 사고방식으로 과연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그 체급이 낮은 나라한테 언젠가 손을 빌려야 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역시 개인의 힘으로는 한정적인 게 많아요. 그러니 종교의 가르침 또한 개인 차원에서만 머무를 수는 없었던 것이고 그렇게 타력본원 개념이 발전한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이게 불교 이외에도 기독교나 이슬람교 등의 주류종교에서도 나타나는데다, 유태교에서는 아예 은자(隠者) 자체를 부정하는 개념이 정착해 있어요. 즉 타력본원은 인간의 본성과 이어져 있고, 그러니 인용해 주신 불치하문이라는 그 한자숙어가 불과 4글자에 불과하지만 아주 깊은 함의를 담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겠죠. 논어에 나오는 "세 사람이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三人行必有我師焉)" 라든지, 일본 속담의 "세 사람이 모이면 문수보살의 지혜(三人寄れば文殊の知恵)" 라는 말도 역시 그것과 맥락이 같을 것이고.

지금 해외에서 나돌고 있는 피크코리아(Peak Korea) 담론에 대해서 아직도 국내에서는 위기의식이 없는가 봐요. 21세기초의 IT산업의 급신장으로 일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는 착각을 단단히 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속의 한국" 이 아니라 "고립된 쇄국" 으로 쏠릴 경우 닥칠 파국은 누구도 감당할 수 없게 되어요. 우리나라가 쇄국의 길을 택하면 외국도 결국 우리나라에 문호를 닫게 될 것인데... 

요즘 K접두어가 유행하는데 "K-인종차별" 이라는 말도 있어요. 어쩌면 그 의식이 반일의식과 뒤섞여 "일본이 대만 따위에나 손벌린다" 식으로 무시하는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일지도요.

역사적으로 봤을 때 보통 빨리 성장하면 쇠락도 빠른 편이던데... 이런 시각이 들어맞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슬프게도 출산율이라든가 하는 지표를 보면 답이 없는 것 같아 막막합니다. 솔직히 흔히 나도는 '이민 가면 그만이야' 같은 넋두리도 최소한 우리나라에 남아서 외국이랑 잘 해보자는 생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는데, 이마저도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가 하고 괜히 미안해지네요.

문제는 경계하고 계신 그 시각이 우리나라의 경우 무서울 정도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게다가 내수시장도 해외시장도 급격히 포화중이라서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죠.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 될 것 같고 그것을 감당하기에는 대응역량도 여유도 급격히 줄고 있어요.

2024년 5월 21일 업데이트

국내 언론에서 일본의 반도체산업 재건의 노력을 비웃는 논조를 보이고 있어요.

현재 라피더스가 일본 반도체산업의 기대주인 것도 사실이고 관민합동으로 지원하는 것도 사실이죠. 그러나 이런 일본의 반도체 타력본원은 결코 라피더스에만 집중된 것도 아닐 뿐더러 일본은 소재의 생산, 반도체의 설계 및 생산의 전공정 및 반도체제조설비 제작을 모두 할 수 있는 세계유일 국가인데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맞선 미일연합체제이고 대내적으로는 일사불란한 전방위노선을 견지중인데 이것을 비웃어서 무슨 실익이 있는지. 이런 논조가 옳을지는 시간이 증명해 줄 거예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비즈톡톡] ‘마지막 기회’라는 라피더스에 8조 쏟아부은 日 정부… 지원 더 한다는데, 2024년 5월 21일 조선비즈 기사

2024년 5월 28일 업데이트

벨기에의 반도체 연구기관인 아이멕(imec)이 2024년중에 일본법인을 세울 것을 발표하고 일본내에 연구개발설비를 설치할 것에 대해서도 협의를 계속 해나갈 예정에 있어요.

유럽에서의 반도체 연구의 방향성은 특이한 데가 있어요. 유럽에서는 2나노미터 이하의 독자적인 상용파운드리를 설치하는 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견해가 있는데다 반도체업계가 최첨단 프로세스에 대응가능한 반도체기업을 육성하는 게 아니라 연구센터나 중요한 반도체제조장치 생산자로서 유럽의 강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죠. 그런 기업으로서는 네덜란드의 ASML, 독일의 차이스(Zeiss) 및 벨기에의 아이멕이 해당되어요.

아이멕에서는 일본에 연구개발을 설치할 예정으로 현재는 일본정부 및 연구파트너인 최첨단반도체기술센터(最先端半導体技術センター, LSTC) 관계자와의 협의를 진행시켜 가고 있어요. 그리고 이미 2023년 5월에는 일본 경제산업성 대신이 벨기에의 아이멕을 방문하고 아이멕 측이 일본에 연구시설을 세울 계획이 있다고도 말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imecが年内にも日本法人を設立へ、日本での研究開発施設設置は協議を継続

(imec이 연내라도 일본법인을 설립, 일본에서의 연구개발시설설치는 협의를 계속, 2024년 5월 27일 마이나비 테크플러스 기사, 일본어)

2024년 6월 10일 업데이트

미국의 반도체기업 마이크론(Micron)이 일본에서의 반도체개발 및 제조역량을 더욱 강화할 것을 발표했어요. 마이크론은 메모리반도체 DRAM의 원조일 뿐만 아니라 일본의 엘피다(ELPIDA)를 인수하여 일본내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미일 반도체연합의 중핵 중의 하나이기도 해요. 특히 최근의 가장 큰 화제인 AI 관련의 혁신을 실현시킬 메모리사업을 전개할 복안도 발표해 두고 있고 그것을 위해 향후 5년간의 투자확대방침도 밝혀두고 있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アメリカ半導体大手マイクロンCEO「日本での技術、製造能力をさらに強化」

(미국 반도체대기업 마이크론 CEO "일본에서의 기술, 제조능력을 더욱 강화", 2024년 6월 7일 FNN프라임온라인 기사, 일본어)

2024년 7월 2일 업데이트

필리핀의 대형 식품기업 졸리비푸즈가 국내 가맹점수 3위로 전국에 2,612개소의 가맹점을 보유한 카페체인 컴포즈커피의 지분 70%를, 졸리비푸즈의 자회사 타이탄다이닝이 5%를, 그리고 사모펀드 운영사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코리아가 25%를 인수하기로 밝혔어요. 이 인수작업의 총액은 3억 4000만 달러(=4722억원)으로 산정되었어요. 2014년에 부산에서 시작한 컴포즈커피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업계의 출혈이 심해지면서 2022년부터 경영진이 매각을 모색했고, 이렇게 필리핀 기업이 인수하게 되었어요.

본문에서 상정했던 베트남 빈그룹, 인도네시아 살림그룹 또는 필리핀의 탄두아이 등이 국내진출하는 상황에 대한 가정은 약간 완화된 형태로 이렇게 가시화되었고, 일본의 반도체 타력본원을 비웃을 자격도 이렇게 없어졌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국내 가맹점 3위 커피 브랜드 '컴포즈커피', 필리핀 식품 기업에 인수된다, 2024년 7월 2일 조선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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