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中에 셰셰하면 된다”...이재명 발언이 불붙인 중국 이슈
[데일리안] 홍익표, 이재명 '셰셰' 발언 진화 부심…"중국 굴종 의미 아냐"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양측 모두의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다음 달(4월 10일)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죠. 그래서 거대 양당을 비롯해 저마다 자신들의 특색을 내세우기 한창인데, '정치와 외교가 이렇게 쉽구나' 싶은 발언이 나온 김에 기사를 가져와서 글을 써 봅니다. 다만 정치와 외교가 쉬운 주제는 아닌데다 저 스스로도 아직 모르는 게 많으니만큼, 기사의 내용에 대해 제 감상을 적는 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문제의 발언은 정확히는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謝謝·고맙다는 뜻), 대만에도 ‘셰셰’, 이러면 되지. … 대만해협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 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 있어요. 그냥 우리는 우리 잘 살면 되는 거 아닙니까?”라고 했다고 합니다. 기사의 흐름으로 보아 이재명은 싱하이밍(형해명)에게 얘기를 듣고서 저런 발언을 했고, 거기에 대해 국민의힘을 비롯해 여기저기서 반발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일단 조선일보 기사에서 언급된 중국 대사의 협박성 발언만 봐도 상대방인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알 수 있죠. '탈중국화 때문에 대중 무역 적자를 본 것이다', 이것만 봐도 대중무역 자체가 불공평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미국도 트럼프를 비롯해서 자국우선주의자들이 비슷한 소리를 하긴 합니다. 특히 트럼프의 경우 주한미군을 뺄 테니 핵무장해도 상관없다 같은 소리도 했다보니 중국이랑 다를 게 뭐냐는 인상을 받을 수 있죠.
하지만 발언의 수위가 다르다고 할까요. 트럼프의 해당 발언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아서 평가하기 힘든 것도 있지만 대체로 인기를 얻기 위한 '막 지르기' 발언에 가까워 보이네요. 걱정돼서 찾아보니까 '핵개발이 금방 되는 것도 아니라서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 가서는 또 입장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칼럼(링크)도 있었고요. 22차 수정헌법으로 3선 이상은 할 수 없다고 하니 트럼프의 야망(?)은 4년이 최대인 것 같습니다. 반면 중국은 당장 시진핑(습근평)이 죽어야만 내려올 수 있는 독재체제로 접어들고 있고, 저 대중무역 적자도 전랑외교와 함께 그냥 겁박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것도 진짜 전쟁도 아니라 자유무역을 두고 저러는 건데 저래가지고 누가 무서워서, 그리고 뭐가 아쉬워서 무역하러 갈까요?
이러니 '왜 중국을 집적거리냐'라는 말부터 황당한 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물론 옛날에야 나폴레옹이 "중국은 잠자는 용이다(China is a sleeping dragon)"라고 말하기는 했죠. 옛날이고, 실제로 나폴레옹이 했다는 증거도 없지만요. 대중무역의 수치적인 측면이라든가 하는 점에서 중요성을 설파했으면 모르겠는데, 저렇게 '아이고 무서워라' 하면 우리나라는 뭐가 될까요? 동급도 아니고 아래로 기어들어가자고 하는데, 정말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래도 되는 걸까요? 국민의힘 쪽에서는 친중도 아니고 '굴중'이라고 표현했던데 정말 맞는 말 같습니다.
그리고 '대만해협이나 중국-대만 문제가 어떻게 되든'이라고 했는데... 그 대만해협을 우리나라 선박들이 지나간다고 하더군요. 아시아-아프리카와 오가는 수출-수입품이나 중동에서 오는 원유를 싣고 말이죠. 모르고 말했다고 해도 문제고, 알고 그랬으면 더더욱 문제입니다. 이미 잘 굴러가는 무역항로를 내팽개치면 돈은 어디서 벌자는 걸까요? 그러니까 더더욱 중국에 의존하자는 걸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한 번 수틀리면 정부 차원에서 무역을 막아버리는 시장에서?
게다가 기사에서 지적한 또 다른 문제가 바로 "외국인에게도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것"입니다. 왜 강원도 같은 데에서 뜬금없이 일대일로를 연상시키는 중국 관련 사업이 나왔는지 의문이었는데 이게 한몫한 것 같네요. 이 문제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재외 한국인은 투표권이 없으니) 우리나라 안의 외국인도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게 맞다(BBC)는 의견과 (동포라는 감정적인 표현은 좀 그렇지만) 애초에 영주권 심사도 어려우니 투표권이라도 주는 게 맞다(경향신문)는 의견이 맞서서 별개의 사안입니다. 하지만 재한 외국인 중에 중국인이 가장 많은 상황에서, 투표로 특정 대표를 밀어줘서 중국에 유리하게 정책을 바꾸지 말라는 보장이 없지 않을까요?
여러가지 문제를 한 글에서 담으려다 과부하가 걸렸다보니 1시간 동안 글을 적으면서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정리도 못하고 있는데(...), '셰셰' 한 마디로 외교나 무역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만큼은 잘 알겠습니다. 이렇게 정치가 간단한 건 줄 알았으면 저도 뇌 빼고 정치나 할 걸 그랬나 보군요. 정말로.
최대한 정리하면서 쓰려고 했는데 놓친 부분이 많을 수도 있습니다. 혹시나 정치적 중립을 어기는 것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바로 지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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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마드리갈
2024-03-26 10:57:16
우선, 운영진으로서 이 글에 대한 입장을 밝혀 둘께요.
요즘 총선을 앞두고 있지만 이렇게 정책에 초점을 둔 발제는 직접적으로 정당이나 후보자 등에 대한 찬반을 표명하는 것이 아니니까 문제가 없어요. 이미 2018년에 기고된 제 글인 철도지하화 공약은 과연 바람직한가의 전례로 볼 때 하등의 문제가 없으니까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되어요. 포럼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의무화하는 명문의 규정도 불문율도 존재하지 않고, 운영방침에서든 이용규칙에서든 서로에의 존중을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면 내용에 대해서는 별도로 코멘트할께요.
마드리갈
2024-03-26 11:22:27
그러면 이번에는 내용에 대한 코멘트.
예의 "셰셰" 발언이 상당히 위험한 것은 있는 현실을 "메이요(没有)" 해버리는 점에 있어요. 친중이든 뭐든 정치적 스탠스를 떠나서 있는 사실을 그대로 없는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이상 그 전제에 기반한 논리전개가 제대로 될 리가 없거든요. "없음" 의 중국어표현인 "메이요(没有)" 는 그냥 소극적인 없음[無] 차원을 떠나 적극적으로 그 존재 자체를 수면하에 밀어넣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없앤다는 것이 한자에서 그대로 읽히거든요. 중국에서 강제실종이 만연한데다 가짜상품과 온갖 사기수법이 넘치는 것도 기본적으로 많이 쓰이는 어휘조차 그런 발상으로 점철되어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사실 현대의 IT산업에서 동북아시아를 빼놓으면 진짜 아무것도 안될 정도로 동북아시아의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아요. 게다가 대만해협은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나라의 서부방면 장거리항로의 필수루트이기도 하니까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문제는 우리나라와 아주 크게 상관있어요. 그냥 대만해협을 안 거치고 대양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 하겠지만, 그러면 그렇게 돌아서 가는데 연료비나 항해시간의 증가에 따른 승무원에의 보상은 누가 해줄 것이며 또 그렇게 오른 운임은 누가 해줄까요? 게다가 선박은 항행하는 이상 재난의 위험에 늘 신경써야 하는 터라 급박한 상황에서는 탑승인원들이 빨리 구조될 수 있어야 해요.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에 대해서는 저는 전면금지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지만 그것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거나 일종의 보상책으로 주어져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2017년에 썼던 몽구스, 사자와 드 바텔의 경구로 보는 한중관계 제하의 글에서도 밝혀두었듯이 제대로 된 외교원칙 및 원칙에 맞는 공정한 법집행을 대안으로 말하고 있어요. 즉 재외국민의 주재국에서 인정하지 않는 지방참정권을 우리나라가 인정해야 할 당위성은 전혀 없어요. 게다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현상변경만을 원하는 자들의 선택적인 행동을 버려두면 이미 그건 국가로서의 기능은 형해화되었다고 봐야겠죠.
말을 불쑥 꺼내는 건 아주 쉬워서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대로 된 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아요. 결국 그런 걸 준비할 의사도 능력도 없으니 하기 쉬우니까 그리고 그것밖에 못하니까 그렇게 돌출발언을 하는 것일지도요.
Lester
2024-03-26 14:07:01
하긴 태평양에서는 뭐 보급기지나 중간기지가 있는 것도 아니니 엄청나게 무리긴 하죠. 정확한 비용 계산이 아니더라도 '이득과 손해' 정도는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데, 저보다 이렇게 대충 계산하는 사람은 처음 봅니다. 엿장수도 돈은 받을 거 같은데 말이죠.
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문제는 분명 이민이라든가 하는 문제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필요할 것 같긴 한데, 이거 아니면 저거 식의 흑백논리가 강한 우리나라 시스템 특성상 활짝 개방될까봐 무섭습니다. 지금은 재외 한국인의 참정권이 인정받지 않는다는 좋은 구실이 있어서 다행이지만요. 말씀하신 대로라면 특정 국가와 수교를 맺는 과정에서 쌍방간에만 참정권을 주는 형태가 될까요?
마드리갈
2024-03-26 14:21:14
사실 아주 우호적으로 봐도 제대로 된 계산이라고는 못하죠. 아주 보수적으로 판단하면, 망하는 길만 골라 가는 것.
말씀하신 외국인의 지방참정권같이 근거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설정하거나 범죄인 인도조약처럼 자연인의 인신을 구속할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행위는 일반적으로 양자조약으로 규율되어요. 그러니 이것에 대해서는 그 당사국간에만 유효하고 제3국에 대해서는 인정될 수 없어요. 한미간의 범죄인 인도조약이 제3국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그러니 수교과정이든 이후의 별도로 체결되는 간에 그런 구체적인 양자조약이 있어야만 참정권이 주어질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어요.
우리나라와 중국의 경우는 절대로 그런 상호인정이 불가능해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기반한 의회민주주의와 복수정당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나라는 공산당 일당독재를 전제로 한 사회주의 민주집중제로 운영되는 중국과 애초에 공통점 자체가 없으니까요.
마드리갈
2024-03-27 17:40:38
좀 더 첨언할께요. "외교가 가장 쉬웠어요?" 라는 제목에서 굉장한 통찰력을 느꼈는데, 그걸 뒷받침하는 언론보도가 하나 나왔다 보니 소개를 안 할 수가 없네요.
明 "셰셰" 이어 아르헨·브라질 폄하, 與는 베네수엘라 끌어들여…외교 파장 우려 최악의 총선, 2024년 3월 27일 중앙일보 기사
간단히 말해서 그것이죠. 정쟁을 위해서 타국비하를 공공연히 일삼는. 게다가 이런 데서 여야가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것도 꽤나 씁쓸한 사안임에 틀림없어요. 그래도 정확히 경중을 따지자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중국-대만의 양안관계와 브라질 및 아르헨티나의 쇠퇴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자체를 왜곡하고 있어서 국가의 몰락에 대해서 베네수엘라를 거론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입장보다 사안이 더욱 심각해요. 게다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또다시 총선을 한일전 운운하면서 일본 비난을 하고 있고, 이렇게 외교를 너무나도 쉽게 보는 행태가 정파에 따른 경중이 분명히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공통적이라는 데에서도 문제가 있어요.
2021년에 쓴 글인 MBC 타국비하사태의 예비공동정범은 진짜 없을까에서 제기된 질문의 답은 2024년에 이렇게 정확하게 나왔어요.
Lester
2024-03-27 18:49:28
통찰은 아니고, 그냥 옛날에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였나 하는 책 제목의 패러디입니다. 그냥 말장난으로 넣은 건데 역시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네요. 그 와중에 SBS의 앵커는 조국의 부산 사투리를 '일본말이냐'라고 했다가 결국 사과했다죠. (링크) 이러다가 지구촌이 입 안에서 다 모이겠네요.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부터 이렇게나 우리나라가 후진국이라고 앞다퉈서 소개하고 있으니 진짜 앞날이 걱정입니다.
SiteOwner
2024-03-29 00:25:00
손자병법에서 하는 말이 있지요. 상대를 모르고 나를 모르면 모든 전쟁에서 패한다[不知彼不知己毎戦必敗]라고. 정치권에서 나오는 예의 발언은 그 수준을 절대로 벗어나지 않습니다.
우선, 중국을 너무 모르는 데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은 정치적 소비를 일삼는 나라입니다. 이것은 이미 2018년에 쓴 글인 THAAD (사드) 논란의 사고구조 5 - 정치적 소비에서 상술한 바 있습니다만 이게 일관적인가 하면 또 그것도 아닙니다. 사드를 도입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는 것 또한 2023년에 쓴 글인 6 - 중국이여 사우디를 제재하라에서 밝혀 놓은 바가 있습니다. 게다가 한때 애플 때리기를 일삼던 중국에서 갑자기 애플을 칭송하기 시작한 등 행태가 혼란스럽습니다. 이런 중국이 일관적으로 보여주는 행태는 딱 하나 있습니다. 진짜 아쉬운 상대에는 절대로 자기 뜻을 관철하지 않는다는 것.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를 수입해야 하니까 사드 관련으로 말을 못하고, 일본에 자본과 기술을 의존하는 동시에 중국인들이 일본제 공산품을 선호하니까 일본에 대해서도 적대발언을 못하는 상황입니다. 즉 이런 비겁함에 대해서 모르니까 그냥 중국에 셰셰하면 된다 그러는 것 듯합니다.
또한, 우리나라를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무엇이 반드시 지켜야 할 핵심가치인지도, 주변에 펼쳐진 상황이 어떤지도, 그리고 세계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이해할 생각 자체가 없습니다. 그저 다수의석을 차지하면 온갖 협잡을 부려도 된다는 그런 상식은 해외에서는 통하지도 않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쉽게 사려는 자들에게 펼쳐질 미래는 없습니다.
폴리포닉 월드에서 상정했던 행태가 결코 허구의 영역이 아니었다는 데에서 복잡한 심경을 감출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