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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끝과 시작 3 - 말과 글은 조자룡 헌칼쓰듯

SiteOwner, 2013-09-01 20:50:57

조회 수
413

세기의 끝과 시작 1 - 모든 가치관은 뒤집혔다
세기의 끝과 시작 2 - 북한은 일종의 성역이다


대화는 여러 상황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 상황의 개수만큼이나 대화의 양상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를 할 때에는 몇 가지의 철칙은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상대의 말하는 내용이나 취지에는 동의하지 않더라도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다든지, 상대가 발언할 때 도중에 자르지 않는다든지, 일단 발언한 것에는 책임지고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발언을 뒤엎지 않는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말을 할 때는 물론이고, 글로 표현할 때에도 사정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자주, 민족, 민주, 진보 등을 주장하는 자들에게는 상식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의 말은 어제와 오늘의 것이 다르고, 또한 시간이 갈수록 교묘하게 변화하여, 강산이 한 번 바뀔 정도가 되면 아예 그들의 논지 자체가 바뀌어 버려 대체 무엇이 그들의 본심인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많습니다. 말과 글은 그들에게는 무슨 조자룡이 쓰고 버리는 칼같이 보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몇 가지 있습니다. 조금 역사가 긴 것으로는 북한 핵문제, 그리고 초미의 관심사로는 현재의 내란음모사건이 있습니다.


일단 북한 핵문제부터 보겠습니다.

재야 운동권들의 대표적인 성향은 반전, 반핵 등입니다. 즉 전쟁을 반대할 뿐만 아니라 핵무기에 대해서도 적대적입니다. 특히 냉전기의 양대진영에서 벌인 핵무기 개발 및 취역경쟁에 위기감 및 염증을 느낀 운동가들이 전지구적인 재앙의 잠재적인 원인이 될만한 핵무기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은 상당히 자연스럽다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때까지는 재야 운동권들의 취지 자체는 어느 정도 "관점이 다른 애국심" 으로 볼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제기되자 그때부터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기 위해 조작했다는 여론이 일어났습니다. 게다가 북한은 미국의 탄압으로 핵개발을 추진할 기술력도 자본도 없는데 그렇게 몰아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병존했습니다. 그런데 이것의 마각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각 계파별로 입장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입장은 미국의 일방적인 주장이라서 믿기 힘들다는 주장, 북한의 목표가 핵무장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군사적 대립을 종식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는 이른바 핵개발을 위한 통일실현설,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비난하는 양비론, 묵묵부답 등의 것이 대다수였고, 이전과 같은 반전 반핵주의 노선은 소수파의 특이의견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핵개발을 위한 통일실현이라는 주장은 또 한번 변화하여, 북한이 개발중인 핵무기는 방어용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제국주의와 싸우는 외로운 투사로 격상되었습니다. 어떤 자들은 아메리슘 총알 등의 황당한 이야기를 내세우며,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북한의 비밀핵무기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더 이상 재야 운동권에서는 반전 반핵의 이야기가 주된 화제가 되지 못하고, 북한에 대한 이유모를 온정주의 및 철벽변호, 그리고 그러한 행태에 더 이상 비판하지 못하는 대세가 정착했습니다.


내란음모사건도 다르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문제의 회합 자체가 없다는 발언이 나오며, 혐의를 부정했던 그들은 이후 회합 자체는 사실이지만 무기확보, 테러리즘의 실행 등에 대해서는 날조라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것도 또 바뀌어, 장난감총 개조발언 이런 것으로 트집을 잡는다고 합니다. 이제는 여기에 대해서는 언급 없이, 국정원의 프락치 운운하다가, 매수된 당원은 거액의 도박빚을 지고 있다 하는 등으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습니다. 이러면서 그들의 말은 날이 무디어져 버려진 칼처럼 버려지고 맙니다.


과거에는 이런 식으로 말과 글을 마음대로 버리고 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다릅니다.

컴퓨터, 핸드폰, 카메라, 녹음기 등의 각종 첨단 전자기기는 이미 대중화되어 있고, 그만큼 사람들의 보는 눈과 듣는 귀도 많을 뿐더러 그 능력 또한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말과 글을 헌칼 버리듯 함부로 다루게 되면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목과 배를 찔러 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이렇게 달라진 시대가 보이지 않나 봅니다. 하긴 그런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이 있으니 아직도 김일성 일가를 찬양하면서 그들의 충복으로서 행동하고 싶어하거나. 이전의 반전 반핵의 정신은 온데간데없고, 예의 위험한 주장을 하는 자들에 대한 비판을 포기했나 봅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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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대왕고래

2013-09-01 21:24:33

흠집 난 부분만은 안 맞으려고 이리저리 피하려다 흠집을 더 만드는 느낌이네요...

SiteOwner

2013-09-02 17:06:27

그 표현이 정확합니다. 그들은 처절할 정도로 자신들의 실체를 숨기려 하지만, 그렇게 피하면 피할수록 허점을 드러내고, 더 크게 상처를 입은 후에 그들의 본색을 단말마의 비명 속에 드러내 버리고 말아 버립니다.


오늘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 또 이전의 해명과 오늘의 해명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내일은 또 어떻게 변할지...

확실한 것은, 그들의 궤변도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칠 것이고, 그때 가서는 어떻게 폭력적으로 변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1996년, 1997년에 있었던 한총련 폭력사태같은 행위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카멜

2013-09-01 21:45:06

기다렸나이다.


옛날에 소련이 무너지고 동유럽 공산권이 넘어갈때. 많은 공산주의의 맹점이 드러나고. 특히 아주 꼬아서 더이상 공산주의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상태가 된 북한의 현실을 사람들이 알게되고. 많은 북한 옹호론자들이

반북으로 넘어갔었죠. 물론 다는 아닙니다만. 옹호를 할 여지가 없는 집단을 옹호하려고 하니

그런 무리수가 터져 나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SiteOwner

2013-09-02 17:12:37

제 글을 기다리셨습니까. 영광입니다.


동유럽의 민주화와 소련의 붕괴는 그야말로 현대사의 대격변이었습니다. 그리고 20세기의 최대 실험이었던 공산주의 체제의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엄청난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그 체제에서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한 자들은 심판을 받거나 망명길에 올랐고 도중에 객사하기까지 했습니다. 또한 그 유명한 브루스 커밍스도 자신의 학설에 큰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하는 등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습니다. 그렇게 사실 앞에서 무너진 망상을 지키기 위해, 종북주의자들은 집단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화를 심화시켜 더 심각한 종북주의에 경도되었습니다.

하네카와츠바사

2013-09-01 23:30:01

핵에 관해서는 재일 조선인들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핵이 방어용이고, 통일시에 한반도가 세계의 핵보유국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준비라고요. 그래서 지금 어쩔 수 없이 인민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당시에 이걸 한 다리 건너 들은 거라 말해도 소용 없고 또 당시에는 언쟁을 최대한 피하던 편이라 아무 말 않고 넘어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할 말이야 참으로 많습니다만...


이번 내란음모 건 관해서도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말이 바뀌는 것을 보며 그냥 웃고 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뉴스 어플리케이션을 새로고침하며 뭐 새로 들어온 소식 없나 보는 게 일과가 될 정도로, 진행 과정이 참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SiteOwner

2013-09-02 17:16:59

역시 재일조선인도 그런 발언을 한 것입니까...

일본을 겨냥한 미사일은 낙하지점 거주자의 국적과 민족을 가리지 않을 텐데요. 참으로 어리석은 발언입니다.


조금 전에 뉴스를 보고 있는데, 이번에는 총기 발언이 사실임을 전제로 한 발언이 나왔습니다. 여기에서 1997년 한총련의 살인사건 때의 해명이 생각납니다. 무고한 시민 이석씨를 잔인하게 살해하고 나서 파렴치한 성범죄자 운운 하면서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을 일삼은 그것입니다. 피해자는 한총련의 주장처럼 그런 범죄자도 아니었으며,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린치가 정당화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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