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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늘 인샬라, 알라후 아크바르 등을 외치면서 미국적인 요소를 추방하고 아랍을 해방하자며 소리지르는 사람이라든지, 김일성 배지를 늘 패용하면서 김일성을 칭송하고 주체사상의 우월성을 설파한다든지 하는 사람들이라든지, 미군이 철수하면 중공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대놓고 친중 스탠스를 설파하는 사람들. 적어도 국내에서는 거의 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김정일 코스프레를 한 사람이라면 대학선배 중에 있어서 본 적은 있었습니다만...
아무튼 몇몇 극단주의를 포함한 여러 진보주의 담론을 늘 입에 담고 살거나 하는 사람을 보기는 매우 힘든데다 그 대부분이 인기없는 컨텐츠이다 보니 그런 것들이 생명력을 잃었다고 생각하기 쉬울 것입니다. 게다가 오늘날은 이미 1990년대 전반에 냉전이 끝났으니 미국의 사회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 1952년생)가 말한 것처럼 이미 역사의 종언(End of History)은 실현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그것들이 사멸했을까요? 그리고 정말 역사의 종언은 실현되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아닌데다 극단주의는 더욱 성행하고 있습니다. 이미 세계최고의 수준을 자랑했던 미국의 대학가는 압도적으로 진보 일색이 된데다 그 리버럴한 진보세력이 자유를 억압하는 테러단체가 지배하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면서 대학 구내를 점거하고 파괴하는 등의 전례없이 과격한 모습을 노정하고 있습니다. 극단주의가 진보 일색의 대학가의 학풍 덕분에 이전보다도 더욱 생명력을 얻으며 활개를 치고 있는 이 역설적인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사실 해체주의 담론을 이해하면 이러한 역설은 아주 간단히 풀립니다.
해체주의(解体主義), 또는 탈구축(脱構築, déconstruction/프랑스어, Deconstruction/영어)라는 이 담론은 간단히 말하면 기존의 낡은 구조를 깨고 새로운 구조를 쌓아 나가자는 것인데, 기존의 것을 전제로 한다는 데에 그 알파와 오메가가 있습니다. 즉 기존의 사회구조나 기득권층 등을 비판하는 데에서는 이것만큼 좋은 것이 없지만 독자적으로 무엇을 하는 데에는 전제 자체가 성립되지 않아서 우왕좌왕하기 쉽고 자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이것은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로 출범하여 전세계 공산화라는 원대한 목표를 내세웠지만 결국은 자본주의 진영과의 경쟁에서 나날이 밀리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모순이 심화된 끝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듯이 조용히 해체된 소련의 사례가 잘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 해체주의 담론을 실행하는 데에는 이론이고 뭐고 필요없습니다. 기존의 것에 반대하기만 하면 해체주의는 이미 잘 실천됩니다. 그 뒤로는 기존의 것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만 남았습니다. 기존의 것은 대략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요. 미국과 그 안에 있는 월스트리트, 헐리우드, 모타운 등이라든지 자본주의, 백인, 유태인, 기독교, 남성, 이성애, 합리성, 경험, 절제 등은 기존의 것이 됩니다. 그리고 한국적 관점에서는 여기에 더해서 반공, 영남, 일본 등이 추가되겠지요.
그리고 또 하나. 인간은 좋아하는 것에 끌리기도 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밀쳐내는 것에 더욱 적극적이기도 합니다. 이미 인터넷 보급 초기에 국내의 네티즌들 사이에 퍼졌던 안티(Anti) 문화만 돌아봐도 이미 답은 나와 있습니다. 일례로 가수 문희준(文熙俊, 1978년생)에 가해졌던 무뇌충 운운하는 끊임없던 마타도어(Matador)라든지, 특정 유명인의 비리에 대한 끊임없는 비난에 대한 인터넷 속어인 "영구까임권" 및 특정 유명인의 선행에 대한 칭송을 지칭하는 인터넷 속어인 "까임방지권" 이라는 용어 등에서도 이 생각은 충분히 보입니다. 즉 누군가에 대해서 중요한 것은 그에 대한 선망(羨望)이나 칭찬(称賛)보다는 비난이나 지탄이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즉 여러 진보주의자들 및 그 진보주의에 호의적인 인물들은 그 진보주의가 좋아서 지지한다기보다는 그 대척점에 있는 보수주의적인 요소인 기존의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자신들이 소수일 때는 물론 다수일 때에도 늘 남탓을 해야 하는 것이고 그 대상은 그들이 생각하는 기존의 것들이라야 합니다. 그리고 국내 레벨로 좁히면 그 기존의 것은 미국, 일본, 보수, 영남, 남성, 부유층, 고학력자, 이성애자 등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스탠스는 이미 범진보가 국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한 상황에서도 절대로 달라질 수 없습니다. 달라지지 않는 한 해체주의는 삶의 해체주의일 수밖에 없고, 달라지면 해체주의는 그 전제를 잃어버려 죽음의 해체주의가 되니까 그 외의 선택지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양식 덕분에 진보주의는 반미, 반일, 반자본, 반지성, 반세계화 등 반(反)을 체화한 사상으로서 직접적인 지지는 못 받더라도 반사이익을 얻는 식으로 간접적인 지지를 받으며 계속 연명해 가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진보의 세계관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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