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인 국민학교 1학년 1학기 때 일이었습니다.
한 학년에 한 반밖에 없는 작은 학교라서 학년만 알면 누구인지 바로 특정가능한 그 학교에서 아주 이상한 4학년 상급생이 있었습니다. 그 상급생은 저를 보면 욕하다가 반응이 없으면 때리고 도망가는 짓을 반복했습니다.
당시 스트레스를 받던 저는 그 학생을 제대로 겁먹게 하면서 저도 피해가 안 가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선택지도 좁았습니다. 그래서 생각 끝에 찾아낸 효과적인 도구가 나무망치. 쇠망치나 돌처럼 치명상을 입히지도 않는데다 학교의 교구 중 하나이다 보니 구하기 쉽다는 것에 착안해서 그 나무망치를 공격도구로 쓰기로 하고 교실에 굴러다니던 하나를 확보해 두었습니다.
그 상급생이 나타날 때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 나무망치를 숨기고 있다가 그 상급생이 저를 내려다보면서 욕을 할 때 그의 이마를 나무망치로 후려쳤습니다. 그 상급생은 불시에 당한 공격에 놀라서 넘어지더니 울면서 도망치는데 일어나지는 못하고 기어서 겨우 도망갔습니다. 그 이후로 그 상급생은 저에게 두번 다시 접근하지 못했고 저를 보면 피하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1987년 2월에는 그 상급생이 졸업하면서 학교에서 볼 일도 없어져서 그 뒤로는 그 상급생의 소식은 알 길이 없습니다. 저 또한 그해의 다음달 말에 다른 동네로 이사하면서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 보니 마주칠 일 자체가 영원히 없어졌습니다. 이것이 억지력(抑止力, Deterrence)에 대한 생애 첫 체험사례였습니다.
일단 저에 대한 폭력이 없어진 것은 다행입니다만, 그때의 경험이 통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결정에 대해서 제가 폭주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꽤 했습니다. 그렇게 반격하기 전에도 반격한 이후에도. 제 성격도 성격이지만 특히 그 뒤로부터는 누군가와 싸우는 일은 내키지 않습니다. 물론 누군가가 저를 공격한다면 그때는 루비콘강을 건너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랬습니다만...
이 새벽에 갑자기 그때가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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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6-01 13:24:00
저의 경우 스스로 억지력을 만든다는 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네요. '억지력을 사용하면 나 역시 다를 게 없어진다' 같은 여유로운 도덕론 때문이 아니라, 그냥 그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여겨졌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에게 이르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선생님들이 모두 좋으신 분들이셨어서 진심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저도 그 녀석들도 동시에 그쳤네요. 알게 모르게 수능을 거쳐 사회에 나가야 한다는 현실을 체감했기 때문이겠죠. 문과 이과로 격리(?)되다보니 상종할 일이 없어졌다는 것이 더 크겠지만요. 결국엔 얽히지 않는 것 자체가 낫다는 거겠죠.
SiteOwner
2024-06-02 12:58:58
그거야 개인에 따라 다른 게 아니겠습니까. 사실 Lester님의 경우가 더욱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좋은 분들이 계셨던 덕분에 상황이 해결된 것은 정말 다행입니다. 저에게는 외부에 그런 좋은 어른이 없었으니 더욱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저같은 성격의 사람이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보통 타인들이 잘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일단 생각을 굳히면 실행하는 데에는 주저하지 않다 보니 범죄의 길로 빠지면 굉장히 흉악한 범죄를 태연히 저지를 위험도 높습니다. 그렇다 보니 여러가지를 생각하고 자신이 어떻게 있어야 할까를 보다 일찍부터 생각해 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되어야 할 인물상을 추구하면서도 주변의 평판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 일견 모순된 태도가 동시에 자리잡힌 것 같습니다. 자신이 온전한 상황에 있어야만 어떤 사람이 되어도 될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모순된 것 같이 보여도 결과적으로는 모순되지는 않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