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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52410563079025_1.jpg (266.6KB)
부산광역시 소재의 대연터널 입구에 "꾀끼깡꼴끈" 이라는 괴상한 어구가 게재된 일이 있었어요.
정확히는 "꾀. 끼. 깡. 꼴. 끈." 으로 표기된 이 어구는 5월 21일에 부산시설공단이 설치한 것이었는데 부산시 공공디자인 개선을 위한 첫 사업으로 추진되었다지만 개선은커녕 개악밖에 되지 않았고 반응도 좋지 않아서 결국 3일만에 철거가 결정되었어요.
문제의 이 어구는 사진만으로도 문제점이 보여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것인데다 자동차의 운행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이미지 출처
'꾀끼깡꼴끈'…부산 터널 위 괴문구, 설치 사흘 만에 결국 철거, 2024년 5월 24일 머니투데이 기사
또한 이 문제는 갖은 논란의 원인이기도 했어요.
예의 어구는 주철환 작가의 책에 등장하는 어구로 현임의 박형준 부산시장이 2024년 시무식에서 언급하기도 한 것. 기사의 일부분을 인용하자면, "공적 선의를 가진 존재로서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선 꾀(지혜), 끼(에너지·탤런트), 깡(용기), 꼴(디자인), 끈(네트워킹)이 필요하다" 라는 의미인데 그렇게 좋은 어구라고 하더라도 특히 조심해야 할 터널구간의 운전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닐 뿐더러 오히려 방해만 될 따름이죠.
어떤 가치를 말하는 것까지는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겠지만 그게 교통시설내에서 교통안전보다 중요할 이유는 될 수 없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무리수가 3일천하로 끝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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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ter
2024-05-24 18:49:39
유행어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죠. 저는 유행어 자체에 대해 시대상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부정적이진 않지만, 이것이 은연중에 사용자-비사용자 간의 소속감을 나누는 것 같아서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제가 몸담고 있는 번역계에서는 개인적으로 유행어는 '시간이 흘러서 사용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의미를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괴상한 표현'이 되기 때문에 더더욱 사용하기 꺼려지죠. 가령 "박물관이 살아있다" 개봉 당시 영화판 자막에서는 "경비대장 마빡이를 뭘로 보고!"라고 번역됐는데, 여기서 마빡이란 당시 개그콘서트의 초유명 코너이자 주인공인 마빡이에서 유래한 겁니다. 하지만 2024년 현재로서는 마빡이 코너는 물론이고 개그콘서트 자체가 종영했으니 의미를 알 수 없게 됐고, 그래서인지 케이블TV 자막에서는 정상적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개인이 유행어를 남발해도 문제인데, 공금으로 이런 짓을 했으니 욕을 먹는 게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터널이면 교통안전만 강조해도 충분한데 재능에 근성에 네트워킹... 참 바라는 것도 많네요. 구시대적인 관리직들이 뭔지도 모르면서 요즘 유명하다니까 "진행시켜" 하는 밈이 생각납니다.
※ 진행시켜 (a.k.a. 또경영) : 배우 이경영이 영화 및 드라마에서 회사 사장 같은 관리직 겸 최종보스 역할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보니 등장하기만 하면 다음 행보가 예상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후 한국 영화계가 신파를 남발한다는 식으로 신작 영화의 시나리오를 팬들이 만들어서 '어차피 이런 내용일 텐데 뭐' 하고 비아냥거리는 글들이 제법 있었는데, 여기서 이경영 배우의 사진과 "진행시켜"라는 대사를 넣기만 하면 '뭔가를 추진하는 관리직 + 극중 최종보스'로 찰떡같이 어울려서 인기를 끌었죠. (예시)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은, 이경영 배우는 이런 대사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겁니다. 2022년에서야 드라마 작가가 이 밈을 인지하고 일부러 넣은 게 최초였죠. (참고)
마드리갈
2024-05-25 11:20:57
역시 잘 지적해 주셨어요. 유행어(流行語)란 글자 그대로 흘러가는 말인데 그런 것에 천착해서 어쩌자는 건지, 그리고 그렇게까지 단편화를 해서 얻는 게 무엇인지도 의문이예요. 사실 저렇게 언어가 파편화되어서 얻어진 이익 따위는 제가 아는 한은 본 적은 없지만...
게다가 예의 저 건의 해명은 아주 큰 실패를 동반하기도 했어요. 문제는 사안이 어디까지나 부적절한 시설물인데 부산시설공단 측에서는 돈이 얼마 들지 않았고 비용절감을 위해서 직원들을 직접 동원했다고 밝혔거든요. 그래서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어요.
이 사안에서 생각난 것이 하나 더 있어요.
경기도 남북분할안 및 북부를 평화누리특별자치도로 명명한 문제의 사안. 오빠의 평화누리특별자치도? 제하의 글에 추가된 레스터님의 코멘트에 대해서 오빠는 이렇게 2가지 문제점을 제기했어요. "국민정서를 관통하는 이상한 관념론" 및 "무절제하게 마구잡이로 첨가" 라는 문제점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다른 곳에서 등장해 버린 것이죠. 이 사안에서도, 문제의 "꾀끼깡꼴끈" 이 자동차 운행을 위한 지리적 정보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겨지니 저런 식으로 가치투영을 해 버리는데다 그것조차도 괜찮아 보이는 건 정신없이 다 집어넣어서 처음부터 하지 않은 것보다도 더 못한 결과를 초래해 버린 것이었어요.
그나마 이 문제의 문구는 3일천하로 끝났지만, 문제의 평화누리특별자치도는 반응이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전면철회될 기미가 없어요. 여기에서 불길함이 느껴지지 않을 수가 없어요.
예의 진행시켜 밈에 대해서는 별도로 코멘트할께요.
마드리갈
2024-05-25 11:41:59
국내 미디어에서도 실제로 작중에 등장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오인되는 대사가 있었군요. 예의 진행시켜 밈은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예의 밈이 그렇게 역수입되어 저렇게 채택된 사례도 있고, 재미있네요. 정말 잘 어울리니까 의심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게 부주의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겠네요.
제가 아는 그런 밈으로서는 망가타임키라라캐럿(まんがタイムきららキャラット) 연재만화이자 그 만화를 원작으로 한 애니인 길모퉁이 마족(まちカドまぞく)의 "샤미코가 나쁜거야(シャミ子が悪いんだよ )" 가 있어요. 예의 대사는 마법소녀 치요다 모모(千代田桃)가 작중 주인공으로 샤미코라는 별명으로 잘 불리는 요시다 유코(吉田優子)에 대해 했다는 것으로 알려졌긴 했지만 실제로는 원작만화든 애니든 키라라판타지아 게임에도 그런 대사가 일절 등장하지 않아요. 단지 이것은 누군가의 트위터 발언이 그 발단이고 이후 그 발언에 근간한 2차장작이 성행하게 되어 이후 원작자 이토 이즈모(伊藤いづも) 및 치요다 모모의 성우인 키토 아카리(鬼頭明里, 1994년생)도 그 밈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이외에도 다른 미디어에서 나온 각종 밈이 있긴 한데 그것들 중에서는 포럼에서 소개할 수 없는 저속한 것도 있으니 생략해야겠어요.
시어하트어택
2024-05-26 23:52:38
저런 행태들의 특징이 뭐냐면, 윗선에서 의지가 강하면 아무리 실무진 쪽에서 다른 의견이 있어도 99%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저 케이스도 추측컨대 윗선이 그걸 좋다고 하고 추진하니 따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시민들의 반대 반응이 나오는 건 계산에도 없었을 가능성이 크죠.
마드리갈
2024-05-27 00:10:40
확실히 납득되네요. 솔직히 반례가 있을 거라고도 말못하겠어요.
그리고 저런 일이 벌어지고 나면 으레 있는 게 있어요. 실무진의 잘못이다. 그렇게 저 프로젝트를 추진한 결정권자는 빠져나가고, 실무자는 징계받고. 불합리 그 자체예요.
저런 일이 앞으로 또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