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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지폐인 일본은행권(日本銀行券)이 20년만에 일신되었어요. 특히 1만엔권은 40년만에 달라졌어요.
권종은 10000엔, 5000엔 및 1000엔으로, 초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 바뀐 것은 물론이고 세계최초로 3차원 홀로그램이 도입되어 위변조 방지대책이 철저해졌다든지 외국인이 알아보기 쉽도록 금액표시가 더욱 알아보기 쉽게 달라진 등의 여러 변화가 있어요. 그리고 7월 3일부터 일본내의 시중은행에서 공급되고, 전면공급은 7월 4일부터 전은행 점포에서 취급가능해져요.
신지폐들은 이렇게 생겼어요.
이미지 출처
(신지폐, 1만엔 자폐의 얼굴 40년만에 교대 3일부터 발행개시, 2024년 7월 2일 일본경제신문 기사, 일본어)
이번의 신지폐에 수록된 인물을 간단히 언급할께요.
(신지폐의 초상화가 된 3명의 인물을 소개합니다, 국립인쇄국 새로운 일본은행권 특설사이트, 일본어)
1만엔권 지폐는 일본 근대사회의 창조자로 기념되는 기업가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栄一, 1840-1931), 5천엔권 지폐는 일본 여성교육의 선구자인 츠다 우메코(津田梅子, 1864-1929), 1천엔권 지폐는 세균학자로 근대 일본의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키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郎, 1853-1931). 단 키타사토 시바사부로의 경우 성씨의 원래발음은 "키타자토(きたざと)" 였지만 그가 독일 유학시절 독일인들이 그의 성씨를 제대로 발음할 수 있도록 그의 성씨 로마자 표기를 Kitasato로 한 것이 영어권에 전해지면서 발음이 "키타사토" 로 알려지게 된 경위가 있어요. 또한 재무성(財務省, Ministry of Finance)에서는 그의 성씨를 "키타사토(きたさと)" 로 발음하고 있고, 산하기관인 독립행정법인 국립인쇄국(国立印刷局, National Printing Bureau 또한 그 방침을 준수하고 있어요.
이렇게 신권이 나오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구권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요.
그런데 이것을 노려서 "신권이 나오니까 구권은 쓸 수 없게 되니 바꿔주겠다" 라고 접근하는 자들이 벌써 나타나서 이미 7월 1일까지 도쿄도내에서 피해사례가 4건 접수되는 등 문제가 다발하니까 주의가 요구되어요. 게다가 아직 각종 자동화기기가 완벽히 신권에 대응된 것도 아닌데다 발행량이 많지는 않고 추가발행되지도 않지만 여전히 통용중인 2000엔권 지폐도 엄연히 있으니까 구권을 쓸 수 없다 운운하면 100% 사기라고밖에 할 수 없어요. 애초에 일본은행에서는 현재 발행되지는 않아도 통용중인 은행권 및 화폐를 명시해 두고 있고 이런 것들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중은행에서 교환가능하니까 구권을 갖고 있어도 문제는 없어요(일본은행 사이트 바로가기, 일본어). 그러니 2003년에 나온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Good Bye Lenin!)에서처럼 동독 마르크를 서독 마르크로 교환할 시기를 놓쳐 평생 모아놓은 동독 마르크화가 쓸모없어지고 말아버린 등의 사태는 처음부터 불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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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2:57:07
제가 일본 엔을 처음 봤을 때는 "나쓰메 소세키(1천엔) / 슈레이몬(2천엔) / 니토베 이나조(5천엔) / 후쿠자와 유키치(1만엔)"로 대표되는 D시리즈(4차)여서 (일본 여행을 가느라 환전한 적이 드무니까) 그 이미지로 고정인데, 어느새 "노구치 히데오(1천엔) / 히구치 이치요(5천엔) / 후쿠자와 유키치(동일)"로 바뀐 걸 보고 좀 당황했네요. 이제 그것도 기억하려는 참에 신 시리즈로 바뀌니 세상 참 빠르구나 싶습니다.
한편 어렸을 적에 해본 싸구려 경제 보드게임에 나오는 종이돈의 인물이 미묘한 더벅머리와 콧수염과 정장 때문에 인상깊다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나츠메 소세키와 판박이라 그 게임은 잘은 몰라도 원래는 일본에서 만들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한국산이었다면 십중팔구 조선시대 인물들을 그려놓았을 텐데 현대적 인물을 그려놓은 건 드물었으니까요. 우연의 일치였을지도 모르지만.
그 밖에 구 1만엔권에 그려졌던 후쿠자와 유키치의 경우 아는 사람에 한해서는 이토 히로부미만큼은 아니지만 국권피탈의 앞잡이로서 악명이 자자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지금은 엔저에 힘입어 일본관광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마중을 나오는 일본인이고, 그게 누군지 알아보는 사람도 있을지 의문입니다. 설령 알아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요즘 세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본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영향을 누리고 있으니까요.
마드리갈
2024-07-03 16:25:52
저 또한 엔화지폐로 처음 본 게 말씀하신 D호권이고 그 이후 바뀐 E호권이 가장 익숙했다 보니 이번에 나온 신지폐가 그전의 것들과는 디자인경향이 매우 달라서 시대의 변화를 정말 많이 느끼게 되네요.
말씀하신 그 보드게임, 역시 일본의 것이 원판이겠네요. 우리나라의 경우는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조선시대의 인물이 앞면을 차지하고 조선시대의 문물이 뒷면을 차지하는 등 여전히 조선에 머물러 있는데, 그런 것 같네요. 워낙 보혁갈등이 심한 터라 아예 현대사의 인물 자체를 넣을 수 없으니 궁여지책으로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사실 이게 제 기우만인 것도 아닌게, 박정희 시대 때 앞면 석굴암 및 뒷면 불국사가 들어간 1만원 지폐도안이 기독교계의 반발로 결국 채택되지 못한 사례도 있었으니까요. 아예 남아프리카의 랜드(Rand) 지폐의 1992년 4차발행 및 2005년의 5차발행처럼 아예 인물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 방안도 있긴 하지만...
그런 역사논란도 없어서는 안된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일본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불만만은 절대로 수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1엔에서 500엔까지의 엔화 동전의 경우 발행기관이 국립인쇄국이 아니라 조폐국(造幣局, Japan Mint)이긴 하지만, 500엔 주화의 경우 한국인들이 크기와 질량이 같은 500원 주화가 일본의 자판기에서 인식된다는 이유로 일본내 자판기에서 대거 부정사용하여 결국 일본에서 기존 500엔 주화를 대신하는 2000년 발행 500엔 주화가 대세가 되었고 현재는 2021년부터 또 다른 500엔 주화도 나오고 있어요. 그런 연유가 있어서 2000년 이전의 500엔 주화는 보기 힘든데다 자판기에 따라서는 아예 500엔 주화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든지 그래요.
마드리갈
2024-07-03 22:23:47
조금 덧붙이자면, 일본의 신지폐 관련으로 우리나라의 일각에서 일어나는 논란은 어떻게 보면 일본이 아니면 괜찮다는 생각마저 들고 그렇네요. 어차피 북한 원이야 취급할 일 자체가 없으니 실질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 원(元)의 지폐인 인민폐(人民幣)인데, 여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비판이 없더라구요. 인민폐는 권종에 상관없이 모두 앞면의 인물이 모택동. 그의 "중국인민지원군" 이라는 술책으로 "항미원조전쟁" 이라는 그럴듯한 구실로 구사된 북진통일 방해책략에 대해서 비판하고 중국 지폐의 인물을 교체해야 한다는 말은 과문의 탓인지는 몰라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Lester
2024-07-03 23:12:30
하나 더 깜박했다가 이제 생각났는데, E시리즈 1천엔의 노구치 히데요는 예전에는 별도의 위인전이 나올 정도로 위인 취급받던 것과 달리 학자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별로였다는 재평가를 받아서 결국 최근에 바뀐 게 인상적이더군요. 만화 QED 증명종료에서도 연구윤리를 다룬 에피소드에서 당시 1천엔에 그려진 노구치 히데요에 대해 작중 외국 학자가 비판하던데, QED 자체가 일본인이 그린 만화니 평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들어간 키타사토 시바사부로는 그 노구치의 스승인 것을 떠나서 실제로 페스트균을 발견하거나 파상풍 등의 치료법을 개발한 진짜 학자라고 하니 어느 의미로서는 다행이죠.
뭐, 개인적으로는 이과보다 문과인 나쓰메 소세키가 1천엔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요. 정확히는 너무 익숙해져서 바뀌니까 어색해졌다는 생각이 더 크겠지만...
마드리갈
2024-07-03 23:32:37
사실 노구치 히데요가 엔화 지폐도안에 나왔을 때 저도 "하고 많은 인물 중에 왜 이 사람이?" 라고 별로 안 좋은 걸 느꼈거든요. 연구성과도 연구성과지만 그의 처신은 절대로 좋게 봐 줄 수는 없어요. 그래도 그의 고향에서는 일단 유명인이라고 기념관도 서 있고 하긴 하지만...
저는 지폐도안에 시마 히데오(島秀雄, 1901-1998)가 채택되기를 바란 적이 있었어요. 일본의 철도엔지니어로 걸작 증기기관차 D51의 설계자이자 신칸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인물이죠. 게다가 일본인 최초로 영국 제임스와트상을 수상했기도 했고 지금의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전신이었던 우주개발사업단(宇宙開発事業団, NASDA)의 초대 이사장이기도 했으니까요.
Lester
2024-07-04 00:12:30
생각난 김에 찾아보니까 우리나라가 건축물을 제외하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건 화폐에 전혀 담지 않았다가(3차 당시 거북선을 넣은 게 전부), 현행에서야 만원권 뒤에 혼천의와 천상열차분야지도 및 천체 망원경이 들어갔네요. 뭐 그런 국보를 넣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천원이나 오천원권 뒷면에 넣고 앞면도 장영실로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장영실의 업적 및 역사적 비중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반론을 펴지 못할 텐데 말이죠. 하지만 (세종대왕은 압도적이니까 차치하더라도) 이황과 이이와 신사임당이 계속 차지하고 있는 걸 보면 화폐에서마저 '블루칼라 하지 마라' 하고 면박주는 것인가 싶어서 씁쓸합니다.
마드리갈
2024-07-18 00:40:50
2024년 7월 18일 업데이트
일본의 엔화지폐 원료의 90%가 네팔산인 것에 대해 일본언론이 보도한 것을 국내언론이 전재하면서 일본을 폄하하는 듯한 논조를 투영하고 있지만, 국내의 사례를 보면 그것을 비웃을 처지도 못한다는 것이 보여요. 원화 지폐의 제작소재인 면에 대해서 한국조폐공사가 이미 2010년에 우즈베키스탄에 면펄프 생산회사를 설립해 있어요. 100% 국내자본은 성립하지만 원료가 100% 국내생산인 것은 아닌 것이죠. 이 논리로 따지자면 우리나라의 경제는 구소련 국가에 빚진 것일까요?
대해는 한 방울의 물도 마다하지 않고 태산은 한낱 티끌도 내치지 않는다는 한비자의 지혜는 이럴 때만큼은 인용하는 법이 없네요.
관련보도를 둘 소개할께요.
[화폐 이야기]지폐는 '종이'가 아니라 '솜'으로 만든다, 2017년 7월 25일 대전일보 기사
日 새 지폐 발행..."일본 경제, 네팔에 빚졌다" 말 나오는 이유는, 2024년 7월 5일 조선일보 기사
마드리갈
2024-10-13 21:24:31
2024년 10월 13일 업데이트
새로운 1만엔권이 결혼식 축의금 지불로서 부적절하다는 괴상한 풍조가 일본사회 내에서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20-40대의 70%는 그런 이상한 풍조가 매너위반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나왔어요.
예의 풍조는, 시부사와 에이이치(渋沢栄一, 1840-1931)가 생전에 축첩(蓄妾)을 많이 해서 결혼식 축의금에 쓰면 매너위반이니 하는 그런 소문이 어딘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어요. 확실한 것은 그런 괴상한 풍조를 믿고 결혼식 축의금에 쓰기 위해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5-1901)가 나오는 구권을 구하는 실태도 실제로 있다는 것.
쓸데없는 그런 풍조를 누가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할 짓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해졌어요.
관련보도를 하나 소개할께요.
【続・ご祝儀問題】「渋沢栄一の一万円札、ご祝儀には不適切説」どう思う!?緊急アンケートを実施!
([속 축의문제] 시부사와 에이이치의 1만엔 지폐, 축의금에는 부적절하다는 설, 어떻게 생각하나? 긴급앙케이트를 실시, 2024년 8월 8일 PR TIMES 기사,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