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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토크라시(メリトクラシー), 21세기 JK 베토벤인가

마드리갈, 2024-07-14 14:44:44

조회 수
107

올해의 애니음악 중에서 가장 큰 문화충격을 가져다 준 것으로 속삭이듯 사랑을 노래하다(ささやくように恋を唄う)의 7화 극중가이자 8화 이후의 엔딩곡으로 쓰인 메리토크라시(メリトクラシー)가 있어요.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란 실력주의 또는 실력주의사회(実力主義社会)를 가리키는 영단어.

일단 7화의 그 충격적인 장면부터 소개할께요.


일단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이 곡은 작중 배경의 고등학교의 요리연구부 부원들이 결성한 로렐라이(ローレライ)라는 밴드의 노래. 이 밴드는 기타보컬/베이스/드럼의 3피스 밴드로 기타보컬은 청색 모발의 이즈미 시호(泉志帆), 베이스는 갈색 모발의 사토미야 모모카(里宮百々花), 드럼은 보라색 모발의 아마사와 하지메(天沢始). 이즈미 시호의 가창담당인 가수 미즈카미 스이(水上スイ)가 부른 이 노래는 와타나베 쇼(渡辺翔, 1984년생)가 작사 및 작곡을, 와타나베 테츠야(渡辺拓也, 1982년생)가 편곡을 담당했어요.



meritokurashi.jpg

이미지 출처

劇中歌アルバム(ローレライ盤)

(극중가 앨범(로렐라이 음반), 속삭이듯 사랑을 노래하다 공식사이트, 일본어)



어둡고 혼란스러우면 한편 매우 진중한 분위기의 이 곡을 듣고 좌중이 보인 반응은 경악 그 자체. 저 또한 충격을 받은 듯이 멍하게 있다가 감탄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까지 했어요. 악성(楽聖)으로 추앙받는 독일의 음악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21세기의 일본의 여고생으로 환생했다면 밴드를 결성해서 이런 노래를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실제 역사상의 문헌에서도 베토벤의 음악작품이 초연되었을 때의 관객들이 느꼈던 혼란이 기록되어 있어요. 교향곡 제3번 영웅(Sinfonia Eroica)가 1805년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초연되자 관객들이 이전에 없던 파천황(破天荒) 그 자체인 음악에 혼란해서 자신의 모자나 외투 등을 어디에 두었는지도 잊어버려 당황할 정도로...

그래서 제목에서 JK 베토벤이라고 쓴 것이었어요. JK는 여고생의 일본어 단어인 죠시코세이(女子高生)의 약칭이고, 게다가 악성과 학생(学生)은 일본어로는 발음이 똑같이 가쿠세이(がくせい)이기도 해요.



그럼 이번에는 풀버전으로 들어볼께요.




가사를 옮겨 볼께요.

익숙한 소꿉놀이 따위는 쓸모없는걸

틀에 박힌 칭찬이나 찬사도 필요없어

더 이상 제대로 되지도 않고 아아 끝맺음도 안 되는 생각을

장난에 소비해 버리다니 난 용서못해

고동은 아직 멈추지마 딱히 여기뿐인 건 아니니까

이어진 거처조차 없더라도 나아갈 수밖에 없잖아

의미 따위는 아직 모르면서 번번히 꿈을 이야기하는 거네

부탁이야 가벼이 말하지 말아줘 바보뿐이라 환멸이 들 뿐

충동이 사라지지 않도록 회상하는걸
서로 배려하는 듯한 신호는 그만둬

뛰어나지도 않으면서 못 보고 아아 지금 어디에 있으면

"할 수 없지" 로 끝낼만큼 난 여유롭지 않아

애태우고 단지 그리워하고 재미도 없는 과거 걱정

싫은 이야기에는 언젠가는 웃을 수 있을까나

놀기만 하고 방해나 되는 가진 자 선택받은 자

즐기세요 부디 꿈속에서 자아 평생 속삭이고 있든가?

고동은 아직 멈추지마 딱히 여기뿐인 건 아니니까

이어진 거처조차 없더라도 나아갈 수밖에 없잖아

의미 따위는 아직 모르면서 번번히 꿈을 이야기하는 거네

부탁이야 가벼이 말하지 말아줘 바보뿐이라 환멸이 들 뿐


이번에는 8화 이후의 엔딩영상.




어둡고 혼란스럽고 진중한 이 곡 속에 흐르는 에너지가, 이렇게 인상깊게 아름다운 영상과 만나서 여러모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어요. 이 노래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저는 어떤 날에는 이 노래를 하루에 100번 정도 들은 적도 있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대왕고래

2024-07-15 23:47:32

원래 애니를 즐겨보는 타입이 아니라 이 곡도 여기서 처음 듣는데, 정말로 맘에 드네요. 독특한 진행부터 시작해서 모든 게...
제가 여러 곡을 들어봤지만, 이 곡만큼 독특하면서 마음에 드는 곡도 없네요.

마드리갈

2024-07-16 00:44:25

정말 혁명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탁월한 명곡이었어요.

이렇게 이색적으로 압도적인 음악은 정말 오랜만에 들어요. 대왕고래님도 그렇게 느끼셨다니 기뻐요!!


영국의 밴드 비틀즈의 앨범 중 1966년에 발표된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라는 앨범에 대해서 미국의 지휘자, 피아니스트 및 작곡가인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18-1990)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의 푸가(Fugue) 작품에 비견할 정도로 극찬했죠. 번스타인이 왜 그렇게 극찬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겠어요.

그러고 보니 서양음악사에서 최초의 락커는 베토벤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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