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시대는 여러모로 신구기술이 혼재하던 점이적인 시대였습니다. 기술뿐만이 아니라 가치관 또한 전근대와 근현대의 것이 어지럽게 섞여 있어서 버스나 택시 등의 대중교통의 운전수가 운전중 담배를 피우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대였지요.
그리고, 오늘날에는 공공의 자리에서 말할 수 없는 저질 농담도 횡행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흔히 이런 지저분하고 저열한 농담은 중년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겠지만 아닙니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남녀 누구나 합니다. 단 공통점은 있습니다. 그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 위에 있다면.
여기에 인용한 이야기는 성적 비하나 희화화의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으므로 열람에 주의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읽고 싶지 않으시다면 여기서 중단하시는 게 좋습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유명무실한 특별활동을 했던 당시.
교사가 한다는 말이 이것이었습니다.
어떤 여자아이가 두 팔이 절대로 내려오지 않는 병에 걸렸는데 온갖 방법을 써도 낫지 않자 그 아이의 부모가 유명한 의사를 찾아갔는데 그 의사가 이렇게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옷은 일절 입히지 말고 하반신에 치마만 입히라고. 그리고 그렇게 치마 하나만 입은 여자아이의 치마 속으로 손을 넣으니까 두 팔이 절대로 내려오지 않는 병이 자동으로 치료되었다고. 여학생들의 반응은 당연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입을 꾹 닫고 무표정한 채 단지 불쾌한 눈빛만 보일 뿐이었고, 저를 비롯한 다른 남학생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그 특별활동 시간은 그냥 교사가 혼자 떠듣고 학생들은 무기력하게 듣기만 하는 그런 시간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흘러 대학생 때 이야기.
상당히 친한 여선배가 있었습니다. 키가 175cm 정도로 꽤 큰 편이었는데다 섹시하게 생겼고 헤어스타일도 화장도 화려한. 그 선배가 이야기해 준 이야기는 이런 것입니다.
어떤 아가씨의 습관 중의 하나는 속옷의 색과 신발의 색을 맞추는 것. 그래서 검은 하이힐을 신으면 브라도 팬티도 검은색이고 흰 운동화를 신으면 마찬가지로 속옷이 모두 흰색계열이라는 것인데, 그럼 팬티를 안 입었을 때는 무슨 신발을 신었냐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설마 맨발은 아니겠죠?" 라고 되물었더니 그 여선배의 대답은 "털신"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배는 혼자 말하고 혼자 호쾌히 웃는...
순간 머리 속에서 뭔가 끊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지만 둘만 있었던 자리인 터라 혼자 침묵을 지킬 수는 없어서 그나마 대답을 해준 게 있긴 합니다. "최소한 누나 본인의 이야기는 아니네요." 정도로. 블라우스 사이로 비치는 브라의 색과 미니스커트 사이로 보였던 팬티의 색 및 신고 있던 하이힐의 색이 모두 달랐던 것을 알고 있었다 보니 그렇게 마무리했습니다. 그 뒤로도 그 여선배와는 꽤 자주 만났기는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거리감은 느껴지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사실 음모(陰毛)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서 그런 농담에 호응할 생각도 없었으니까요. 참고로, 이전에 쓴 글인 수염의 불편함에 대한 생각 및 조금 더 하게 된 수염 이야기에서 밝혀둔 것처럼 제 얼굴에 나는 수염도 싫어합니다.
적어도 그 여선배 덕분에 "저질 농담의 주체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라는 것은 확실히 배웠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위에 있다고 여겨지면 그런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 감히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런 말을 태연히 입밖에 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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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7-24 09:40:27
농담이나 개그는 대체로 '말하는 사람(주로 자신)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서 남을 웃기는' 것들이 많습니다. 예로부터 광대가 직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런 희생정신(?)이 있기 때문이겠죠. 그것이 극단화된 것이 몸개그이고 좀 더 고풍스럽게 나가면 (사회 혹은 정치 면에서의) 풍자일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 좋은 게 자신은 타격을 하나도 받지 않으면서 남을 일방적으로 까내리는 화장실 유머죠. 물론 화장실 유머라는 것도 통할 때가 있기는 합니다. '듣는 사람과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죠. 하지만 말씀하신 두 사례는 그냥 자기만족을 위해서 떠드는 걸로밖에 안 보이네요.
요즘 온라인 게임에서 시작되어 오프라인으로 넘어온 듯한 '인성질(게임 및 경기에서 상대를 도발하는 행위)'이라는 것도 이런 화장실 유머나 저질농담과 코드가 같은 것 같습니다. 현실의 스포츠 경기에도 트래시 토크라거나 하는 도발은 종종 있었지만 경기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인성질은 게임의 실력과 상관없이 자행하는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가장 최악의 사례로는 '우리 팀이 지고 있고 그 원인이 자신(대체로 고집)인데, 그래봤자 게임인데 어쩔 거냐면서 우리 팀을 비웃는 사람'이겠네요. 욕설이나 기타 심각한 행위를 한 게 아니면 아무리 신고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문제점은 덤이고.
크게 보면 둘 다 이기주의로 귀결되네요. 이기주의야 시대를 막론하고 있었지만 그게 유독 부각돼서 극심해 보이는 시기가 있는 듯한데... 그게 지금인가 싶어서 심란합니다.
SiteOwner
2024-07-25 13:35:23
들은지도 오래된 그 저질 농담이 여전히 기억나는 것은 역시 그때 말했던 사람들의 태도에 전혀 공감할 수 없어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확실한 것은 그런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되는 것이겠지요. 어차피 그런 것을 금지할 수도 없고 금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렇게 의도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가장 좋은 것은 확대재생산의 여지를 없애는 것이고 그 방법이 그것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아지는 것도 있으니 그렇게까지 비관하실 건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