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 쓴 글인 "야이 소련놈아" 라는 욕설이 있었던 시대를 6년도 넘은 시점에 재소환할만한 일이 생겼습니다. 국내 좌파인사들이 러시아의 정보기관인 연방보안청(Федеральная служба безопасности Российской Федерации, FSB) 및 대외정보청(Служба внешней разведки, SVR)에서 투입한 자금으로 운영중인 온라인 매체에 한미동맹 및 윤석열 정부의 대미정책 등을 비방하는 글을 기고하는 것이 드러나서 그렇습니다.
이 기사를 보시면 사건의 전말이 어느 정도 드러날 것입니다.
국내 좌파인사들, 러 정보기관 운영 언론에 尹 비난글 기고 (2024년 7월 28일 조선일보)
일단 정보기관(情報機関, Intelligence Agency)이 어떤 일을 담당하는지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정보기관은 국익수호를 위해 온갖 더러운 일이라도 도맡아 하는 정부조직입니다. 정보를 훔치거나, 적에게 거짓 정보를 흘려 속이거나, 간첩을 파견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추적하여 죽이거나 배반시키거나, 위험한 인물이나 시설에 대해서 무력공격을 하거나 등의 온갖 무서운 일이 바로 정보기관의 업무. 미국의 중앙정보국(Central Intelligence Agency, CIA), 연방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FBI) 및 국가안전보장국(National Security Agency, NSA)이라든지, 007 영화를 통해 MI6이라는 약칭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영국의 비밀정보부(Secret Intelligence Service, SIS)나 기발한 전술로 중동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리는 이스라엘의 모사드(המוסד למודיעין ולתפקידים מיוחדים, Mossad) 같은 것들이 유명한 정보기관입니다. 게다가 이미 소련시대의 정보기관으로 악명높았던 소련국가보안위원회(Комитет государственной безопасности, KGB)는 소련 해체후 여러 정보기관으로 분할된 이후 재편을 거쳐 상당부분이 오늘날의 FSB로 계승된 것입니다. 그리고 같이 거명된 SVR은 소련의 대외정보기관으로 체카(ЧК)로 약칭되는 반혁명 사보타쥬 단속 전러시아 비상위원회(Всероссийская чрезвычайная комиссия)로까지 기원이 소급되는 소련 지배체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미동맹을 비판하든 윤석열 정부의 여러 단면을 비판하든 말든 간에 그들은 비판자의 자유니까 그것까지는 괜찮습니다. 오히려 저는 비판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봉쇄되는 상황이야말로 위험하다고 보는 편이기도 하니까 원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왜 유독 소련의 폭압체제에서 기원하는 러시아의 정보기관이 투자하는 온라인 언론에서 하는지는 아무래도 의심이 안 들 수가 없습니다. 이용할 수 있는 외신은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이면 왜 러시아의, 그것도 러시아의 정보기관의 산하에 있는 곳을 골라서 기고의 장으로 삼았는지를 의심하지 말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입니다. 특히 요즘의 러시아의 행보 및 국내 진보세력의 우크라이나 비난 및 러시아 두둔 등을 보면 역시 옛 욕설을 재소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고위 관료들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사실상 협박하는 용도로 썼던 음수사원(飲水思源)이라는 한자숙어가 있습니다. 즉 물을 마시면 그 근원이 어디인지 생각하라는 말인데, 그 말을 그대로 적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매체를 골랐던 사람들이 "야이 소련놈아" 라는 욕설의 대상이 되지 말라는 보장만큼은 못하겠군요.
그러고 보니 1990년대 후반에 극좌 운동권 테러조직인 한총련이 온갖 만행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자 외국 공산주의자들에게 한국을 규탄해 달라고 호소한 적도 있었고, 온갖 사안에 만기친람하기 좋아하던 진보세력들이 이번 파리 하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의 국호가 북한으로 잘못 불린 것에 대해서도 유독 조용한 것도 왜 그런지 이유가 짐작됩니다. "정통성 없는 나라" 의 이름 따위는 불려서 가치없고 차라리 없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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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7-28 14:17:48
말씀하신 대로 자국에 대한 비판 같은 건 어쨌든 자국을 위해서(후자의 경우 문제제기 및 생각할 여지 제공) 하는 것이니 그 자체로서는 권리가 있어야겠죠. 정보기관의 활동도 수단과 방법이 명확하진 못할지언정 그것이 본인들의 소임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고요. 하지만 대놓고 이적(利敵, 적을 이롭게 함)행위를 저지르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실질적으로 이롭게 해주는 대상이 우리나라가 아닌 시점에서 언행의 정당성과 가치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표현의 자유'로 포장하는 건 진짜... 평화도 상호간에 이득이 남아야 고려할 만한 거지, 무턱대고 우리 살을 떼어서 넘겨주고 평화를 이루자는 사고방식을 21세기에 고수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비난(정확히는 지원 거부)의 경우 진보세력까지는 아니어도 '왜 우리가 사이에 껴서 피를 흘려야 하냐'라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던데, 미국을 필두로 이루어진 자유주의 진영 이탈로 인한 잠재적 손실도 분명 있겠지만 그렇다고 러시아와 중국 코앞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꽤나 위험천만한 상황이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자칫하면 우리도 우크라이나처럼 적당히 지원받다가 버림받는다'는 얘기도 있고요. 이런 입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 게 좋을까요?
SiteOwner
2024-07-29 20:44:51
그게 옳은 길이라고 믿는 사람들인데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결국 그렇게 우리나라가 러시아나 중국 등의 불량국가들에 지배당하여 한국인 대부분이 노예가 된 상태에서 그들 자신만은 그 노예들의 영도자 역할을 맡는 게 그들의 이상인 만큼 앞으로도 저런 행태가 근절되거나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더 교묘히 그리고 더 노골적으로 그들의 신념을 관철하려 들 것이 예상됩니다.
말씀하신 그 입장도 일견 타당한 점이 없지는 않는데다 선택지 중의 하나이겠지만 거기에는 독소조항이 숨겨져 있는데다 역사적으로도 올바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주장은 중립을 가장한 친러 반자유진영 논리의 정당화일 수도 있습니다.
예의 논리대로 하면 6.25 전쟁 때 미국을 비롯한 각국들이 군대를 파견하여 UN군을 조직한 그 자체가 무의미합니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을 극복할 수 있었던 그 역사적 사실을 폄훼하는 논리인데다 세계 속의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사안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북한에 열세였을 뿐만 아니라 육해공 입체도발에 시달리던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전반에도 월남전 파병을 했던 국가입니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성장한 경제대국인 우리나라의 국력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고 해서 바닥날 수준도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미국이 버리기에는 그 손실이 너무나도 커서 미국이 사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 제조업의 주요 거점 중의 하나인 우리나라가 박살나면 세계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우크라이나의 수십배는 넘고도 남는데다 미국이 이미 과거 애치슨 라인이라는 정책실패를 뼈아프게 경험했다 보니 그렇게 될 가능성은 없습니다. 이런 점을 노려서 우리나라를 제2의 이란으로 만들기 위해 획책하는 자들이 현실론이나 중립 등을 내세우는 것 같습니다.
서부영화에서 잘 보이는 패턴이 있습니다.
말을 타고 마을을 급습하는 도적단에 맞서 싸우지 않으면 결국 그 끝은 참혹한 죽음입니다. 재물을 내주면 살려줄 것 같습니까? 죽이는 게 더 득이 되니 도적단은 결국 그렇게 목숨을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총을 쏴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