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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수사대] XIX-4. 태자귀

국내산라이츄, 2024-08-17 01:44:05

조회 수
106

새벽부터 괴담수사대는 지하철을 타고, F시로 향하는 KTX를 타기 위해 용산으로 향했다. 지하철이 달리는 와중에 시계를 보니, 곧 7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직장인들도 잘 시간이구만. ”
“거리에 따라서는 슬슬 일어날 시간이기도 해요. ”
“뭐, 그건 그렇지... 그런데 뭔가 이상하네. 보통은 의뢰인이 찾아오지 않나? 이번에는 왜 우리가 가야 해? ”
“의뢰인이 도저히 올라갈 시간을 못 내는데, 급한 사안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죠. 대신 5성급 호텔 잡아준댔어요. ”

용산에 도착한 괴담수사대는 잠깐 화장실에 들렀다가, 기차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내려갔다. 

“보자... 3번 승강장... 이거 맞네. ”
“중간에 내려야 하네요... 눈 좀 붙이려고 했더니. ”
“도착하면 깨워줄테니 눈 좀 붙여. ”

기차가 도착하자, 짐가방을 들고 기차에 오른 괴담수사대는 객차 맨 끝에 있는 짐 놓는 공간에 짐을 올렸다. 네 사람이 올린 캐리어만 해도 짐 놓는 선반이 순식간에 차버릴 정도였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니, 이내 KTX가 출발했다. 

“요즘은 기차가 빨리도 가는구만... 세상 참 좋아졌어. ”
“그러게요. 저 막 한국에 왔을때만 해도 F시까지 몇시간은 걸렸던 것 같은데... ”

잠깐 잠들었던 현을 라우드가 깨웠을 때, 열차에는 곧 F시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렀다. 그리고 곧 열차가 멈춰서자, 사람들은 짐을 챙긴 다음 일제히 열차에서 내려 승강장에 섰다. 

“아으으... 잘 잤다... ”
“커피부터 마셔야지... ”
“저희 의뢰인 찾아가야 해서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내려서 차 타고 또 가야 해요. ”
“뭐야, 벌써 픽업 나왔어? ”
“의뢰인 남편분이 픽업 나오셨습니다. ”

역 앞에 도착한 미기야가 어딘가로 전화를 걸자, 멀리서 검은 SUV를 세워둔 남자가 손을 흔들었다. 네 사람이 남자가 있는 곳으로 가 신원을 밝히자, 남자는 안그래도 아내를 통해서 얘기를 들었다면서 오늘도 몸이 좋지 않아 아내가 대신 픽업을 나올 것을 부탁했다고 한다. 짐을 트렁크에 전부 실은 미기야가 조수석에 타자, 나머지 셋은 뒷좌석에 앉았고, 네 사람은 안전벨트를 맸다.  

“오늘도 상태가 좋지 않으신가요? ”
“네. 오늘도 몸이 무거워서 일어나질 못 하겠다고 하네요... ”
“언제부터 그러셨나요? ”
“한달... 아니, 한달 반정도 됐습니다. ”
“한달 반이라... ”
“자세한건 도착해서 물어보자고. 옆에서 그러면 운전하는 데 방해된다. ”
“...... ”

뭔가 더 물어보려던 미기야를 파이로가 만류했다. 

그 뒤로도 자동차는 한참을 달려 어느 호텔에 도착했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네 사람은 짐을 풀고 남편과 함께 호텔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화려하게 장식된 로비를 지나쳐 간 네 사람에게 점원이 빙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뒤따라온 남편이 바로 트윈룸 스위트룸으로 두 개를 일주일치 결제하자, 점원은 호텔 방 키를 건넸다. 남편은 파이로와 미기야에게 키를 건네주면서,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짐을 두고 오라고 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방에 카드키를 대자 문이 열렸고, 문을 열고 들어간 파이로는 카드키를 꽂았다. 그러자 이내 조명이 환하게 켜지면서 방 내부가 보였다. 객실은 5성급 스위트룸답게 상당히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침구류 위에 놓여있는 수건, 그리고 침구류까지 정갈하게 정리되어있었고, 욕실에 있는 욕조도 물 받는데만 한시간은 걸릴 정도로 컸다. 

“와... 역시 스위트룸... ”
“짐은 일단 저 쪽에 두고, 저녁에 풀자. ”
“네. ”

두 사람이 캐리어를 방 한켠에 두고 로비로 돌아왔을 때, 언제 도착했는지 미기야와 라우드가 남편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그럼 가시죠. ”
“네. ”

호텔을 출발한 차가 한참 달려서 도착한 곳은 고급 아파트였다. F시에 새로 지어진 아파트 단지 중에서도 집값이 제일 비싼 곳이었다. 단지 문을 지나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남편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전화기 번호판을 보는듯한 버튼이 놓여져 있었다. 

“이 아파트는 100층까지 있어서, 가고싶은 층을 이렇게 눌러야 합니다. ”
‘승강기 고장나면 난리나겠군. ’

남편이 0, 6, 8을 누르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고, 엘리베이터는 68층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중간에 몇 사람인가 탑승해서 멈춰설 일이 있었지만, 엘리베이터는 막힘없이 쭉쭉 올라가 68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가 무사히 올라오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
“엘리베이터가요? ”
“네. 아내랑 탈 때는 항상 만원이라고 경고등이 울리거나, 버튼을 누르지도 않은 층에 서거나 했습니다. ”
“음... ”

집에 도착한 남편이 문을 열었다. 

“여보, 나 왔어. ”
“현, 들어가서 의뢰인을 만나게 되면 영안을 써 줘. ”
“네. ”

잠시 후, 안에서 젊은 여자가 나왔다. 호리호리하고 나이에 비해서는 꽤나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원인 모를 병으로 인해 몸이 무거워 고생을 많이 했는지 조금 여윈 기색이었다. 여자를 본 현이 안경을 닦는 척 하면서 영안을 사용하자, 여자의 주변에 작은 살덩어리 같은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작은 살덩어리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기였다. 아내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던, 한두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작은 살덩어리가 전부 아기였다. 

‘아기? 아니야, 아무리 아기라도 해도 저렇게 많을 리가 없는데...? ’
“들어오세요. ”
“실례합니다. ”

괴담수사대가 집 안으로 들어오자, 남편은 문을 닫고 괴담수사대를 거실에 있는 소파로 안내했다. 소파 맞은편에는 커다란 TV가 걸려있었고, 소파가 있는 벽에는 두 사람이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결혼사진이 걸려있었다. 소파 앞에 놓인 것은 검은 대리석으로 만든 테이블이었는데, 테이블은 매일 청소라도 하는건지 거실의 조명이 그대로 비칠 정도로 반질반질했다. 

“지금까지 용케도 버텼네. ”
“남편이 워낙 극진하게 보살펴줘서 그래요... ”
“그렇군... ”
“남편분 말씀으로는 한달 내지는 한달 반 전부터 그랬다고 하던데, 혹시 아프기 전에 징후같은 게 있었나요? ”
“아뇨, 별다른 징후는 없었어요. 그 전날은 남편이랑 같이 간만에 운동을 했는데, 처음에는 그것때문에 오랜만에 무리해서 아픈 줄 알았어요. ”
“아픈 것 외에 별다른 이상현상은 없으신가요? ”
“가끔 엘리베이터를 탈 때 누르지도 앉은 층에 멈춰설 때가 있어요. 아무도 없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옹알이 소리같은 것도 들려요. ”
“이 사람이 아프다길래 처음에는 병원에 데려가봤는데, 병원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대학 병원에 가서 CT며 MRI며 다 촬영했는데도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고요. ”

하루이틀 아팠을 때는 그냥 조금 무리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네 정형외과에 갔더니, 오히려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고 했다. 온 몸을 짓누르는 것 같이 아프고 몸이 무거운데, 엑스레이를 찍어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몇주째 계속 아프자 남편과 함께 대학 병원에 가서 CT며 MRI며 전부 촬영해봤지만,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도 없었고 오히려 건강하다고 했다. 

“음... ”

미기야가 집 안을 둘러봤지만, 이상한 것은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석연찮은 것은, 아내의 다리에 무언가가 우글우글하다는 것이었다. 살덩어리같이 우글우글한 그것은, 아내의 다리에 매달려서 움직이고 있었다. 

“혹시, 다리가 유독 아프십니까? ”
“마, 맞아요. 유난히 다리가 무거워요. ”
“지금 의뢰자분의 다리에 뭔가 붙어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 뭐가 붙어있는지는 보이지 않네요... 일단 부적을 하나 써드릴테니, 꼭 가지고 계세요. ”

미기야는 부적 하나를 아내에게 건넸다. 그리고 뭔가 알아내게 되면 다시 찾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괴담수사대원들은 집을 나섰다. 

“누르지도 않은 층에 멈춰선다라... ”
“음... ”
“그러고보니 아까 뭔가 살덩어리같은 게 보였던 것 같기도... ”
“일단 호텔로 돌아간 다음 말씀하시죠. 여기서 얘기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

호텔로 돌아온 파이로와 현은 짐을 풀 새도 없이 미기야와 라우드의 방으로 갔다. 

“근처에 카페 있길래 커피 사왔어. 한잔씩 받아. ”
“오냐. ”
“현, 아까 영안을 썼을 때 뭐가 보였어? ”
“그게... 처음에는 살덩어리라고 생각했는데, 아기였어요. 막 기어다닐 나이대의 아기들이요. ”
“아기? 하나도 아니고 전부 아기라고? ”
“네. ”
“그렇다면 누워있을때는 아마도 전신이 아플거야. 막 기어다닐 나이대의 아기라면 올라가봐야 다리정도니까 서있을때는 다리만 무거운거지... 아이 울음소리나 옹알이가 들렸다면 더더욱. ”

어째서인지 아내의 몸에는 아기 귀신들이 붙어있었고, 그 때문인지 아이 울음소리나 옹알이 소리가 들리곤 했다. 옆집에 부부가 살긴 하지만, 그 부부는 아이 둘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최근에 한번 묶었다는 것이다. 거기다가 그 층은 워낙 층이 높아서 옆집 부부를 제외하면 전부 공실이었다. 

“그런데, 그 아기들은 어째서 그 여자에게 붙어있는걸까요? ”
“글쎄... 아내분이 태자귀가 잘 붙는 체질인 건 아닐까요? ”
“딱히 그런 체질같지는 않아보였어요. ”
“음... 뭔가 집히는 것도 없고, 난감하네요... 일단 탐문수사를 진행해보죠. ”
“옆집도 이사온지 반년밖에 안 돼서 잘 모를거야. ”

파이로는 순식간에 커피잔을 다 비웠다. 

“아내랑 좀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 없어? 친구라던가, 가족이라던가... ”
“친구라... 아내분은 A시에서 나고 자랐고, 결혼하면서 남편을 따라 여기까지 이사왔다고 했어요. ”
“기껏 여기까지 와놓고 거기까지 또 출장을 가기는 애매한데... ”
“무라사키씨가 거기 살고 계시니까 한번 여쭤보죠. 거기서도 꽤 오래 사셨으니 뭔가 알고 계실거예요. ”

미기야는 무라사키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지금 F시까지 출장을 와 있는 상황이니 자신을 대신해서 아내의 주변 사람들을 찾아봐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의외로 무라사키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저쪽 조사는 무라사키씨에게 맡겼으니, 우리는 우리쪽 일을 해 보죠. ”
“엉? 우리쪽 일? ”
“시니씨에게 연락이 왔거든요. F시에 있는 태자귀 무리를 쫓고 있는데, 혹시 아는 거 없냐고... ”
“F시에 있는 태자귀 무리? ”
“네. 현재 그 태자귀 무리가 붙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우리쪽 의뢰인이예요. ”
“뭐 별다른 지시사항은 없었고? ”
“네. 태자귀 무리가 있다는거랑 조만간 그쪽으로 가겠다는 얘기만 했어요. ”
“그럼 무라사키씨가 조사를 마칠때까진 좀 쉬자. 우리 짐도 못 풀고 여기로 바로 왔거든... ”

파이로와 현은 방으로 돌아가 각자 짐을 풀었다. 짐을 풀고 침대에 노곤한 몸을 뉘이자, 잠이 솔솔 왔다. 

“아침부터 기차 타서 그런가, 엄청 피곤하네요... ”
“나도. 커피를 먹어도 졸리네... ”
“파이로씨. ”
“엉? ”
“아기가 그렇게 많이 붙어있는 경우를 보신 적 있으세요? ”
“그렇게 많이 붙어있는 건, 한번도 없었어. 그 정도의 아기는 기껏해야 하나... 여럿이라고 해봐야 둘. ”

자기도 모르게 잠들었던 현과 파이로가 잠에서 깬 것은, 저녁을 먹자고 라우드가 전화했기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
“깜빡 잠들었어. ”
“아침부터 피곤해서 그만... ”
“무슨 일 난 줄 알았습니다. 저녁 드시죠. ”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온 괴담수사대는 한 블록을 걸어갔다. 한 블록정도 걸어가니, 번화가가 나왔다. 

“오늘은 다들 피곤하니 간단하게 먹죠. 도시락 이런거... ”
“옛날도시락만 아니면. ”
“무라사키씨에게서 뭐 연락 온 건 없죠? 시니씨라던가... ”
“아직 없어. ”
“하긴, 무라사키씨라고 해도 금방은 안되겠죠... 고키부리 사무실이라면 몰라도. ”

괴담수사대는 시니나 무라사키에게서 연락이 올 때까지 호텔에서 쉬고 있었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아침부터 무라사키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미기야입니다. ”
‘무라사키입니다. 조사가 끝났어요. ’
“정말요? ”
‘네. 아내분 주변 사람들을 만나봤는데, 아내분이 F시로 이사간지 얼마 안 됐다고 했죠? 아내분 주변 사람들은 이사한 사실을 모르고 계셨어요. ’
“예? 모르고 있었다고요? ”
‘네. 제가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반문하던걸요? 아내분이 F시로 이사간 건 아내분 가족들만 알고 계셨나봐요. ’
“음... 그렇군요. 그 외에 별다른건 없었나요? ”
‘음... 이걸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 지... ’

잠시 망설이던 무라사키로부터 들은 진실은, 가히 충격이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전의 아내는, 미기야가 처음 만났을 때의 이미지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그녀는 매일같이 헌팅포차나 클럽에 가서 원나잇을 즐겼다. 같이 클럽에 다녔던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자면, 걔는 하룻밤 자려고 클럽에 드나드는 것 같다고 했다. 클럽에 가는 날은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왔다고 하며, 유일하게 먼저 클럽에 가자고 하지 않는 날은 생리할 때와 시험기간 말고는 없었다. 그녀도 나름대로 계산해서 소위 말하는 ‘안전한 날’에는 피임을 하지 않았지만, 그 주기라는 게 항상 계산대로 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녀는 계산법도 잘못 알고 있었다. 게다가 술에 취해서 기억이 없었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누군가와 관계를 맺은 경우도 있었다. 

하룻밤 즐겼다가 아이가 생기면, 그녀는 주변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서 낙태를 하고 며칠 쉬다가 다시 클럽에 가서 하룻밤 즐길 상대를 물색하곤 했다. 그것때문에 성병에 걸려서 고생하기도 하고, 그것때문에 돈을 떼이고 손절한 친구도 있었고, 그것때문에 경찰서까지 갔다가 그제서야 돈을 받은 친구도 있었다. 처음에는 같이 클럽에 다니곤 했던 친구도 매번 그러는 친구의 태도에 질린 것도 있고 마침 자격증 공부도 시작해야 했기에 그녀와 더 이상 같이 다니지는 않게 됐다. 그 친구의 말로는, 그 친구가 결혼한다고 연락했을 때도 처녀 파티를 하자는 구실을 붙여서 클럽에 데려가려고 했다고 한다. 그 연락을 마지막으로, 그 친구 역시 아내와는 연락하지 않게 됐다. 

“그럼 그 아기들은... ”
“아마도 그 아내가 낙태했던 아이들일겁니다. 매번 문란하게 놀고 낙태를 반복했기 때문에 아기 귀신도 많을수밖에요... ”

무라사키의 전화를 끊은 미기야는 이걸 대체 어떻게 남편에게 말해야 할 지 고민했다. 아내와 결혼했던 걸 보면, 그리고 아내가 몸이 아프다는 말에 걱정하고 위해줄 정도면 아내를 많이 사랑할텐데, 그런 남편이 아내의 과거를 알게 되면 어떻게 될 지는 불 보듯 뻔했다. 하지만 뭐라 고생할 새도 없이, 금방 시니에게서 전화가 또 왔다. 

“여보세요, 미기야입니다. ”
“시니입니다. 지금 F시에 계시다고 했죠? 어디 계십니까? ”
“의뢰인이 호텔을 잡아줘서 거기서 묵고 있습니다. ”
“호텔 위치가 어떻게 되죠? ”
“H 호텔이예요. ”
“잘 됐군요. 방금 F시에 토착했으니 그 곳으로 가겠습니다. 로비에서 만나도록 하죠. ”

전화를 끊은 미기야는 라우드를 깨워 시니가 곧 도착한다고 했다. 비척비척 일어난 라우드가 세수를 할 동안 파이로와 현도 깨운 미기야는, 툴툴거리며 일어나는 파이로에게 시니가 곧 도착한다는 말을 남겼다. 비척비척 일어나 세수를 마친 괴담수사대가 호텔 로비로 나가자, 시니가 와 있었다. 

“또 뵙는군요. ”
“그, 네... ”
“무라사키씨한테서 연락은 있었어요? ”
“있었는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 지, 좀 난감하네요. ”
“뭔데? ”

미기야는 아침에 무라사키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를 했다. 아내가 과거에 문란하게 놀았다는것과, 그 과정에서 아이가 생기면 낙태하기를 반복했다는것. 그리고 그것때문에 돈을 떼인 친구도 있고 경찰서까지 갔던 친구가 있다는 것과, 같이 어울렸던 친구가 연락을 끊었던 것도 결혼한다는 말에 마지막으로 처녀 파티를 구실로 클럽에 가자고 했던 것 때문이라는 것까지. 

“확실히 남편이 이 진실을 알게 되면 충격받을지도 모르겠네요... ”
“굳이 거기까지는 말씀 안 드리셔도 됩니다. 그냥 적당히 둘러대고 우리 선에서 끝내더라도, 아마 곧 알게 될테니까요. 뭐였던 건지 묻지 않는다면 그대로 대답해주지 않고 넘겨도 되고요. ”
“네?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아이가 태중에서 자라는 것, 그리고 아이를 낳는 것은 상당히 몸에 무리가 갑니다.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도 아기 귀신이 무리지어서 붙을 만큼 했다면 분명 현재 상태가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겁니다. 분명 흔적도 남아있을거고요. ”
“네? 하지만, 몸이 아파서 건강검진을 하러 갔을 때는 분명 건강하다고... ”
“몸이 건강한 것과, 아이를 갖기 힘든 상태인 건 별개입니다. 일단 가시죠. ”

미기야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에게 붙어있는 무언가를 떨어트릴 준비가 됐다고 했다. 그러자 남편은 흔쾌히 호텔로 괴담수사대를 데리러 왔고, 남편이 호텔 로비에 도착했을 때 미기야가 시니를 ‘이번 일을 해결해 줄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남편은 시니까지 SUV에 태운 채로 집으로 갔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대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68층에 도착해 집으로 간 남편은 문을 열었다. 

“바로 보이는 것부터 차례차례 잡죠. ”

시니가 그림자 놀이를 하듯 손을 뱀모양으로 만들자, 조명에 비친 그림자가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틀거리는 그림자는 아내에게 붙어있던 살덩어리를 차례차례 삼키기 시작했다. 이윽고 살덩어리를 전부 삼킨 뱀이 사라지자, 아내는 몸이 개운해졌는지 괴담수사대와 시니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덕분에 몸이 가벼워졌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와이프가 건강해졌어요. ”

남편과 아내가 더 이상 묻지 않았기때문에, 괴담수사대는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왔다. 

“호텔은 사흘정도 더 묵을 수 있으니까, 뽕 뽑고 가자고. ”
“그래. ”
“시니씨는 이제 명계로 가시나요? ”
“네. 삼신당에서 요청이 있어서요. ”
“삼신당 요청이라면 우리가 붙잡을 수는 없겠구만... ”

시니가 돌아가고, 괴담수사대도 호텔에서 일주일을 채운 다음 사무실로 돌아왔다. 

“되게 꿀 빨고 왔나보네? ”
“의뢰인이 5성급 호텔 스위트룸을 잡아줬거든. ”
“와... 부럽다... ”
“무라사키씨한테 대충 들어서 알고는 있는데, 그 여자... 결국 아무것도 묻지 않은거야? ”
“응. 명계쪽 사람도 그냥 우리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알게 될거라고만 했고... ”

며칠 후, 미기야는 무라사키로부터 남편과 아내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둘이 갈라섰다고? ”
“네. 전부터 계속 아이를 가지려고 시도했는데 아무리해도 아이가 안 생겨서 병원에 갔다가, 남편이 알아버린 모양이예요. ”
“맙소사... ”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될 거라는 건 이런 의미였구나, 파이로는 시니의 말을 곱씹었다. 

국내산라이츄

엄마가 고지고 아빠가 성원숭인데 동생이 블레이범인 라이츄. 이집안 뭐야 

3 댓글

마드리갈

2024-08-17 23:54:53

누군가가 생각나지만 언급하거나 비난할 가치도 없는 것 같아서 그것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은 안 할 거예요. 확실한 것은 그녀가 그 사정이 된 것에 남 탓을 할 수는 없겠다는 것이랄까요. 세상에는 어지간히도 이상한 사람이 많다 보니 이런 경우에도 남 탓을 할 사람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노출이 많은 옷을 입었다고 반드시 문란하지는 않겠죠. 문란한 사람이 그런 옷을 입었을 따름...

국내산라이츄

2024-08-18 21:31:48

멸시받는 직업들도, 사실 직업 자체는 귀천이 없지만 생각이 천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직업만이 있을 뿐이죠.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SiteOwner

2024-08-19 19:28:30

예전에 겪었던 일이 하나 생각납니다. 그래도 결혼까지는 안 가서 천만다행이라고 할까요. 매일의 언론보도에 나오는 사건사고는 가슴아픈 일이자 경각심을 가질 성격의 것들이지만 그때의 그 일은 그냥 감정이 삭제된 듯합니다. 분노도 회한도 없습니다(요즘은 감정이 그다지 없습니다 참조).


그 뒤의 상황이 볼만하겠습니다. 후일담이 어떨지 기대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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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 요즘 고래가 사용하는 바탕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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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고래 2013-02-26 2047

Polyphonic World 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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