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이 금융회사를 겸영해서는 안되는 이른바 금산분리(金産分離)가 법제화되어 있어요. 그나마 요즘은 완화되어서 대기업 산하의 증권회사나 보험회사도 있지만, 여전히 은행만큼은 절대로 안되는 은산분리(銀産分離) 원칙만큼은 절대로 깨지고 있지 않아요.
그리고 한편으로 이런 것도 있어요. 대기업이 언론사를 겸영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있어요. 예외적으로 중앙일보(中央日報)는 삼성그룹 산하에 있었지만 지금은 계열분리가 이루어졌고, 2009년에 미디어 3법으로 통칭되는 법률들이 통과되면서 예의 기준이 완화되기는 했어요(국회 통과된 `미디어 3법' 요지, 2009년 7월 22일 연합뉴스 기사).
그런데 여기서 질문을 던져 볼께요.
대기업은 은행이나 언론사를 가지면 안되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서는 예상되는 답안이 몇 가지 있어요. 자본의 논리에 따라 시장이나 여론이 왜곡되어 공정성이 침해된다는 이유 등의 것이 대표적인데, 이러한 답안 자체의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문제의식은 절대로 없는 것일까요.
그러면 결과론적으로 반론을 해 볼께요. 은산분리를 그렇게 철저히 해서 기업윤리가 세계의 어느 나라와 비견해도 부끄러움 없을 정도로 고수준이며 대기업의 언론사 겸영을 금지해서 한국언론의 공신력이 그렇게 높아서 기레기라는 말이 횡행하는지. 결국 그런 조치들이 결과론적으로 무용지물이라는 것은 명백해요.
그리고 여기서는 자본악마화라는 고질적인 도그마(Dogma)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에도 주의해야 해요.
사실 시장이나 여론의 왜곡은 사람이 하지 자본이 하지는 않아요. 그러면 사람을 금지할 것인가요. 이렇게 반문해 보면 그런 자본의 논리 운운하는 사고방식의 취약점도 얼마든지 논파가 가능해져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일상이론(Alltagstheorie)에 휘둘리지 말아야겠죠.
그리고 이런 사안에 대한 문제제기야말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될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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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대왕고래
2024-09-02 22:46:23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긴 하네요. 지금 있는 은행들이 정부에 속해있는 게 아니고 각각의 기업인데...
마트 들어온다고 전통시장에서 파이 줄어들까봐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전통시장이 아니라 큰 기업이잖아요, 기존 은행들도? 대기업이 은행한다고 반대할만큼 부실하지는 않으니, 전통시장에서 마트를 반대하는 것과 같은 논리는 쓸 수도 없을 거 같고...
근데 그거말고는 생각나는 비슷한 사례가 없어서, 진짜 왜 막는거지? 싶긴 하네요.
마드리갈
2024-09-02 22:54:06
학문의 영역이든 실생활의 각종 제도의 영역이든 이상할 정도로 자본악마화 논리가 횡행하고 있어요. 그렇게 해서 대체 무엇이 좋은지는 알 수 없지만, 생각이 편향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해요.
말씀해 주신 사례인 대형마트 입점에 대한 전통시장의 반대 또한 그런 편향된 생각이 표면화되었고 정책상으로도 대형마트 강제휴무조치도 있었고 지역에 따라서는 아예 정치권에서 복합쇼핑몰을 틀어막은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전통시장으로 수요가 몰리지도 않았어요. 사람들은 통판을 이용하거나, 특히 복합쇼핑몰이 없는 호남지역의 경우는 대전으로 원정쇼핑을 가거나...
사회 곳곳에 찌들어 있는 이런 자본악마화 논리는 사실 그 역사가 장구하지도 않아요. 수십년간의 의식화의 산물이죠. 즉 지금의 이런 지배적인 기조 또한 기존의 가치를 대체한 것이었다는 것이고, 그것들도 항구하지는 않은데다 폐단을 많이 노정했어요. 이제 그런 논리는 퇴장할 때가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