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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 관련으로 여기저기를 알아보고 있어요.
그러다가 망한 게임 이야기 두개의 소식을 들었는데, 둘 다 참... 반면교사로서 확실하더라고요.
1. 콩코드
소니에서 유통하는 FPS게임.
3억 달러를 넘게 들여서, 8년의 기간동안 개발해서, 2주 정도 서비스하고 접었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캐릭터 디자인을 일부러 후지게 만들었다고 해요, 굳이 미형의 캐릭터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만, 거기서 일단 불호 스택을 하나 쌓았다고 들었어요.
캐릭터 디자인이 안 좋아도 결국 게임이 재밌으면 개성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게임 자체도 시중의 FPS 게임보다 나은 것 하나도 없으면서 불편한 부분은 엄청 많았다고 하네요.
결론은, "이거 할거면 왜 콩코드 함?" 이라는 이유로 외면받다가, 저 어마어마한 비용을 그대로 매몰비용으로 처리하고 서비스 종료했다고 하네요.
대학원 들어가서 박사까지 따고 나오는데 보통 7년이 드는데, 8년을 매몰비용으로 쓰고 이미지만 깎아먹다니...
플레이 해본적이 없고 소식만 들은 입장에서 막연하게 생각하는 건, 개발하는 8년의 기간동안 FPS게임의 동향을 살펴가면서 개발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개성을 추구할 목적이 딱히 아니라면 시장의 대세대로 캐릭터는 미형으로 디자인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못생긴 것보다는 이쁜 게 더 관심이 끌리잖아요.
저 두가지를 다 알면서도 그랬다면... 왜일지 모르겠네요.
2. 프로젝트 KV
블루아카이브를 만든 넥슨게임즈의, 블루아카이브 개발진 일부가 퇴사 후 바로 "디나미스 원"이라는 회사를 차려서 (이미 회사를 차렸다는 말도 있더라고요.) 만든 게임...이 아닌 무언가입니다.
처음 이 사람들이 퇴사한다고 했을 때 여러가지로 말이 많았는데, 찌라시겠지 하고 넘겼기 때문에 따로 언급은 안할께요. 지금 대중의 의견은 그 "찌라시"가 사실 신뢰성 높은 내부 상황이 맞았다고 하는데, 그것까지 찾아보지 않아도 충분히 반면교사가 되니 찾아보지는 않았어요.
개인적으로는 뭐 나온다고 하니, 소식이나 들어보지 하면서 여기저기 찾아보고 있었는데, 9월 1일인가 첫 소식이 들리고, 위 이미지와 함께 설정만 공개되었을 때 다들 한마디씩 했었죠.
종합하면 이거에요. "블루아카이브 만들다가 퇴사해서 만든 게임이, 그냥 칼 든 블루아카이브라고?" "블루아카이브 파이 뺏어먹으려는 사보타주 아냐?"
그럴만도 한 게, 학원도시 설정, 머리에 떠 있는 헤일로(광륜)에 세계 전체에 걸친 커다란 헤일로(광륜), 무기(칼)를 당연하게 갖고 있는 학생들, 주인공인 스승... 그냥 총에서 칼로 바꾸고, 배경을 일본스럽게 바꾼 블루아카이브에 불과했거든요.
진짜 대놓고 블루아카이브를 따라한 설정도 문제인데,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이 없었다고 해요.
게임 개발을 한다고 공개를 했는데 정작 게임 플레이 영상 간단한 것 하나도 없었다고 하네요.
애초에 퇴사한 사람들 중에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던가...
여기서 개인적으로는 엄청 불안했던 게, 마찬가지로 아트만 공개하고 게임은 아예 없었던 예시를 하나 알고 있거든요.
픽셀 프린세스 블릿츠, 이른바 PPB라고, 로그라이크 팬덤에서는 유명한 베이퍼웨어가 있어요.
게임이 있는 척 킥스타터로 돈을 긁어모았는데, 아직도 게임의 ㄱ도 나오고 있지 않아서 사실상 사기로 취급되는 사례로 알고 있는데, 그거랑 다를바가 뭐지?하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고요.
그 뒤에도 코미케에 기업 소속이 아닌 개인 소속으로 신청을 넣었다가, 일본쪽 여론을 부정적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 뒤에 올린 사과문도 어법이 엉망이어서 "얘네들이 진짜 일본 대상으로 일을 진행하려고 하는게 맞나?"하는 반응만 불러일으켰다고 해요.
(듣기로는 일본 시장을 우선 선점하고 그 다음 한국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었다고 들었어요. 아니면 일본에서만 게임을 제공하는 거였나...)
어떤 기자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넥슨에서 결국 이 상황을 알게 되고, 이 유사 사보타주 행각에 대해 분노했다고 하네요.
그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게임 개발 중단을 공지했어요. 아예 만들어지지도 못한 셈이죠.
9월 1일부터 9월 8일까지 근 1주일동안 좋은 반면교사를 경험했어요.
이미 있는 (심지어 전 직장의 제품이던) 게임을 완전히 카피한 이른바 "짝퉁"을 만든 것은 당연히 안될 일이고요.
그것보다도, 준비도 없이 뭔가에 착수하면 어떻게 망하는지를 알 수 있었어요.
게임을 만든다고 하면서 아트와 설정만 달랑 만들어놓으면, 당연히 아무것도 되지 않죠.
적어도 발표할 시점에서는 게임의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져 있어야 무슨 투자를 받죠.
대상이 되는 시장에 대한 조사가 확실했더라면, 코미케 관련 이슈나 사과문 관련 이슈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고요.
가장 놀랬던 건 저 개발진들이 억대 연봉을 받던 사람들이었다는 것...
저도 억대 연봉은 받아본 적이 없는데, 저런 어리숙한 행동을 연달아 저지르면서 자신들의 이미지를 하루하루 갉아먹는 걸 보고 일주일 내내 어이가 없었어요.
제가 팀장급이 된다면, 저러지는 말아야겠다 하고 배웠죠.
준비성 없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겠다, 사람을 (대중을, 고객을) 안일하게 판단하지는 말아야겠다, 정정당당하게 살아야겠다.
저 두 경우를 보고 배운 거에요.
저는 대왕고래입니다. 대왕고래는 거대한 몸으로 5대양을 자유롭게 헤엄칩니다.
대왕고래는 그 어떤 생물과 견주어도 거대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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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Lester
2024-09-09 12:14:23
이 두 가지, 게임업계에 발가락 정도만 걸치고 있는 사람이지만 너무 유명한 사건이라 잘 알고 있죠. 둘 다 여러가지 의미로 문제작이었고 여론이 거세게 불타오른 끝에 성대하게 대폭발로 마무리했다는 공통점도 있고요. 과연 폭발은 예술인가 봅니다. 그래도 콘코드 같은 경우에는 그저 그런 게임(제작사 존속 기간이 6년이기 때문에, 실제 개발 기간은 4년이라고 합니다. 8년은 기획 단계까지 포함한 기간)이 캐릭터 디자인을 더럽게 잘못한 정도라고 좋게 볼 수 있지만, 프로젝트 KV의 경우는 과거 "다크 앤 다커 애셋 도용 및 반출 논란"처럼 기존 회사를 이용해 먹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직업윤리 문제 때문인지 더 나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세계적으로 봐도 역사가 짧은(최초의 비디오 게임 '퐁(Pong)'이 1972년 발매, 즉 겨우 52년 됐습니다) 게임산업계라서 관련 법률도 미진하기에 이런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당장 외국 게임계도 PC라는 맹독에 쏘여서 잘 나가던 대규모 게임들이 나락으로 떨어진 게 한두 군데가 아닌데 더더욱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더욱 영향이 크지 않나 싶네요. 예를 들어 해외의 대규모 게임들 중 오버워치나 더 라스트 오브 어스(특히 1편이 '시민 케인'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았던 만큼 2편은 더더욱 기대와 실망이 클 수밖에 없죠)는 부자는 망해도 3년이 간다고 그럭저럭 명성을 유지 중인데, 우리나라는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현질 위주의 MMORPG부터 '참고'라는 명목으로 표절할 기회만을 노리는 인디게임까지 대혼란 그 자체이니까요.
저런 일을 저지르지 않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것, 소위 '양심'에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거짓말과 사기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테니까요. 그걸 감안했을 때 일이 터지고 나서야 자기도 몰랐다느니 어쩌니 하는 것은 정말 후안무치 그 자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마드리갈
2024-09-09 20:44:20
일부러 망하기 위해서 벌이는 사업은 없다지만, 이 두 가지는 결과적으로 망하려고 벌인 사업같네요.
콩코드라고 하길래 저는 영국-프랑스 공동개발의 초음속여객기 콩코드(Concorde)나 기아자동차의 승용차 콩코드(Concord)를 연상했어요. 그리고 해당 게임의 공식 한글표기는 "콘코드" 이지만 실제로는 그것과 "콩코드" 가 혼용되는 양상이 관측되기도 하네요.
우선 저 게임의 캐릭터디자인은 전혀 매력적이지도 않은데다 평범하지도 않죠. 그냥 모든 것이 엉망으로 만들어진데다 붙은 설정도 흔히 PC로 약칭되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으로 점철되어 있었어요. 게임 개발사의 내부사정도 매우 폭력적이고 강압적이었는데다 문제의 PC코드 점철에 이의를 품는 것조차 금기시될 정도였으니 그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만든 게 저 모양 저 꼴이었고 실패는 당연한 것이었을 거예요.
게다가 프로젝트 KV는 최소한의 상도덕도 없냐는 비판을 절대로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요. 또 하나, 코미케로 통칭되는 코믹마켓(コミックマーケット) 참가신청은 일반서클부스와 기업부스의 참가비 자체가 천양지차예요.
실제로 코미케 공식사이트에서 공개한 2024년 12월 29-30일 개최예정인 C105의 경우를 보면 이렇게 되어요(공식사이트 바로가기/일본어). 일반인은 1부스 점용에 온라인 신청의 경우 8,000엔, 우편신청의 경우 7,787엔이 들어요. 기업의 경우는 별도의 페이지가 있고 구체적인 금액은 명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추정되는 금액은 150,000엔 정도(공식사이트 바로가기/일본어). 사실 비용 이전에 카테고리가 잘못된 자체가 문제가 되어요. 코미케에서는 기업이 저렇게 일반서클부스에 나오는 자체가 규정위반이니까요.
또, 프로젝트 KV에 대해 매우 추잡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기도 해서 구제불능인 상황으로 빠지기도 했어요.
저 두 사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콘코드에 대해서는 "정치를 하고 싶으면 정치를 해. 게임을 만들지 말고."
프로젝트 KV에 대해서는 "양심 좀 탑재하세요."
SiteOwner
2024-09-10 21:50:27
최근의 이 두 사태에 대해서 조사를 해 보니 그나마 서든어택2는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서든어택2 또한 비판이 많기는 했지만 적어도 여성캐릭터의 외형디자인만큼은 좋았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잘 디자인한 캐릭터가 게임과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만....
콘코드의 경우는 상징성이 전혀 없습니다.
동생이 이야기한 영불합작개발의 초음속여객기 콩코드는 실내 천장높이 175cm(=5피트 9인치)라는 답답한 실내와 이코노미석 수준의 좌석이면서 항공료가 지독하게 높기는 했지만 어쨌든 세계최초이자 유일한 상업운항된 초음속여객기라는 타이틀도 있었는데다 1976년부터 2003년까지 상업운항되었습니다. 게다가 기아자동차의 세단 콩코드는 마츠다 카펠라를 기반으로 한 중형승용차로 동급의 타차종에 비해서는 작기는 했지만 탄탄한 주행감으로 호평받을만한 요소도 있어서 당대에 "지식인들의 자동차" 라는 타이틀도 붙었을 정도였습니다. 게임 콘코드는 그런 상징성도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데다 고객들에게 즐기기 위한 컨텐츠가 아니라 개발자들이 고객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것 같은데, 고객의 선택은 간단합니다. 선택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프로젝트 KV의 경우 기업윤리가 바로 의심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군요.
그리고 게임업계가 그렇게 넓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시 발붙일 수 있을지는 심히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