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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18화 - 헤어질 결심

시어하트어택, 2024-09-13 20:37:27

조회 수
113

“뭐가 오해인데?”
자신을 붙잡은 로건을 보고 신시아가 조금 차가워진 목소리로 묻자, 로건은 울상이 된 것도 모자라 마치 생명을 구걸하듯 애원한다.
“자기야, 믿어 줘. 이건 단지, 우발적인 상황이라고! 내가 때가 되면 다 설명할 거야. 그러니까, 그때까지는 제발 이해해 주고...”
“끝났어, 이제. 저리 가.”
그 말을 듣자, 로건의 표정이 180도 바뀐다. 아까 불쌍한 눈빛으로 애원하던 그 표정은 어디 갔는지 싹 사라지고, 마치 복수의 대상을 찾은 무시무시한 불길을 눈에서 뿜어내는 복수귀를 보는 것 같이 변해 버렸다. 완전히 다른 사람을 봤다고 해도 믿을 것이다.
“네가 어떻게...!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건 아니야! 정말 아니라고!”
로건이 그렇게 피를 토하듯 외치자마자, 신시아가 갑자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는다. 그리고 그건 리암과 서언 역시 마찬가지다. 아까의 두통과는 결이 다르다. 아까의 두통이 그냥 망치로 때리는 정도라면, 이건 기다란 검을 들고서 머리를 쿡쿡 찔러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로건은 입에서 악에 받친 말을 토해낸다.
“지금이라도 취소해. 그리고 맹세해! 너는 앞으로 나를 절대 이렇게 차 버리거나 매몰차게 대한다거나 하지 않고, 나만을 바라보며...”
하지만, 로건의 그런 외침도 무색하게, 신시아는 곧바로 로건을 쫓아낸다. 그것도 마치, 바닥에 컨베이어 벨트라도 달린 것처럼, 로건을 스윽 밀어내서 말이다. 마치 카페 바닥 자체에 컨베이어 벨트가 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로건은 스윽 미끄러지더니, 카페의 밖으로 내동댕이쳐져 버린다. 그리고 문이 닫힌다.
“우왓! 신시아! 너 분명히 후회한다! 두고 봐!”
로건이 그렇게 꼴사납게 카페에서 사라지고, 신시아는 ‘후’ 하며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간 있었던 일들이 마치 영화의 컷신처럼 신시아의 머릿속에 슥슥 지나간다. 신시아는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
“지금까지 내가 이 녀석하고 뭘 했던 거지...”
“괜찮아?”
서언이 그렇게 말하자, 신시아는 곧바로 말한다.
“괜찮기는...”
“다친 곳은 없어? 나는 네가 그 로건이라는 녀석하고 한 패인 줄 알았는데...”
“어, 그러니까, 고마운 건 고마운 건데...”
“‘고마운 건데’는 또 뭐야?”
리암이 그렇게 묻자, 신시아의 입에서는 의외의 말이 나온다. 
“나도 너희한테 할 말은 있거든? 그 녀석을 나한테서 떼어 줘서 고마운 것과는 별개야. 너희 같은 능력자들을 만난 이상,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
“응?”
뜻밖의 말에 리암과 서언 모두 신시아를 돌아본다. 신시아는 자신이 숨기고 있던 비밀이 드러나 버렸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비밀을 감추려고 하는 듯, 리암과 서언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윽고 덤벼들 기세로 자세를 취한다.
“잠깐... 이거 더 놔두다간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겠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듯한 걸 깨달은 서언이, 리암에게 귓속말을 건넨다. 그 말대로, 카페 안의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다들 신시아와, 그걸 둘러싼 리암과 서언 쪽으로 쏠려 있다.
“야, 무슨 일 벌어지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정말요? 선배님, 뭐죠?”
“정말? 오빠는 왜 저기 있어? 그리고 아까 커플 중에 남자는 어디 갔고?”
언주와 알리야가 어느새 그 앞에 서서, 귓속말을 주고받고 있다. 그걸 본 한나가 둘을 제지해서 들어가게 한다.
“야! 뭐 이런 걸 다 보려고 그래. 이런 게 구경할 거리냐? 얼른 들어가자!”
“아니, 저기 우리 오빠도 있고, 또 무슨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데?”
“어서, 어서! 이런 거 볼 시간 아니야. 자, 가자고. 나도 지금 갈 길이 머니까!”
한나가 언주의 옷깃을 잡아끌자, 언주는 ‘휴’ 하고 한숨을 내뱉고는, 자기네 자리로 돌아가 마저 음료를 다 마시고는 친구들을 따라 카페를 나선다. 나가면서도 아직 카페 안에 있는 서언을 한번 돌아본다. 서언은, 언주가 카페에 있었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관심을 보일 만한 사람들이 다 사라지자, 리암은 이때다 싶어 신시아에게 말한다.
“이 상황에서 ‘대결’을 한다는 건 좀 이상하지. 보아하니 너 괜찮은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혹시 우리한테 관심 없냐?”
“어... 있을 리가 없잖아.”
신시아는 애써 그렇게 말하는 것 같기는 해도, 속으로는 리암에게 관심이 많이 있다는 것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아까 대놓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한 이상, 그걸 무를 수도 없다. 그 모습을 보던 리암이 한마디 한다.
“뭐... 표정은 거짓말을 못 하니까, 좋아. 나하고 재대결... 아니지. 한번 대결해 보고 싶으면...”
“야, 무슨 대결을 하자고? 안돼!”
서언이 리암을 뜯어말려 보려고 하지만, 리암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서언을 제지하며 귓속말을 한다.
“다 뜻이 있다고.”
“무슨 뜻?”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리암과 서언의 귓속말이 계속되는 걸 보던 신시아는 리암의 말을 가로막고서, 자신이 장소를 정하려고 하려는지, 입을 연다.
“내일 의대 별관 쪽으로 와. 거기 괜찮은 곳이 있으니까.”
“뭐야, 너 의대생이었어?”
신시아의 말에 리암이 반신반의하며 말하자, 신시아는 오히려 그런 말을 들어서 우쭐한지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말한다.
“어... 정확히는 의예과 1학년이지만, 딱히 내가 의대생이라서 거기로 오라고 한 건 아니고! 왜 내가 거기로 오랬는지는 내일 보면 알게 될 거야!”
리암과 서언은 잠시 학교 홈페이지로 들어가서 의대 별관이 어딘지 확인해 본다. 그 의대 별관이라는 곳은 미린대 부속병원과 공학관 사이에 있는데, 뒤쪽에는 캠퍼스의 쉼터로 쓰이는 ‘경관정원’, 그리고 아파트 단지가 있다. 그러고 보니, 신시아는 어느새 카페를 나서려고 하고 있다. 카운터 앞에 선 걸 보니, 자신이 결제를 다 하고 나가려는 것 같다.
“너, 리암이라고 했지? 그 이상한 녀석을 내 인생에서 치워 준 건 고맙게 생각하지.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내일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 줄 테니 기대해!”
그 말을 남긴 채, 신시아는 리암과 서언을 뒤로 하고서, 카페를 떠나 사라진다. 신시아의 뒷모습을 잠시나마 보던 서언은, 리암을 돌아보며 말한다.
“그래도 저 신시아라는 여자가 나한테는 아예 관심조차 주지를 않았네. 나름대로 비능력자는 알아보는 건가...”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카페 근처에 있는 산책로. 누군가가 머리에 손을 짚고서 정처 없이 걷는 듯 보인다. 실제로는 아니지만.
“어으... 머리야... 로건 이 녀석... 내 머리까지 아프게 하면 도대체 어쩌란 말이지? 거기에다가 겁쟁이 같으니라고!”
후드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어디론가 향하는 이 사람은, 아까 카페에 있었던 모양인지, 아직 머리에 강하게 남은 두통의 기억으로 괴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로건이 행한 행위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웠던 건지 은근히 웃으며 말한다.
“하! 그래도 이 정도면, 쓸 만하겠어. 단지 주의를 끄는 정도라면, 이 정도의 능력자라도 쓸모가 있지. 그리고 그 증오심을 ‘섭리’에 대한 열정으로 바꾸는 거야. 며칠 안 남았어. 이 세라토에, 낙원은 온다!”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그 여자는 인파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조금 지난 시간, 근처에 있는 어느 PC카페.
“야, 그걸 그렇게 하는 게 아니지!”
“딜을 왜 거기다 주나고... 에이!”
그렇게 게임을 하는 저마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들리는 와중에, 민과 친구들의 목소리도 한쪽에서 들린다.
“그건 그렇게 쓰는 게 아니라니까... 너 처음 하는 거 아니잖아!”
“민이 너야말로! 트리플 버스터즈 고수가 왜 이러실까?”
민의 팀이 지금 부진한 모양인지, 민과 안톤 사이에 자꾸 실랑이가 나온다.
“에이, 하다 보면 실수할 때도 있는 거고, 빗맞을 수도 있고! 너무 다들 그렇게 목숨은 걸지 마. 그러다가 진짜 싸움난다?”
상대팀으로 플레이한 유가 그렇게 말하자, 안톤은 그 말에 무언가 긁히기라도 한 듯 말한다.
“야, 목숨을 거는 게 아니라, 잘 해야 되는데 못 했으니까 이런 말이 나오는 거지!”
그런데, 안톤은 또다시 아까의 그 두통을 느낀 모양이다. 또다시 머리를 싸맨다.
“아... 이거 왜 이래? 내 머리가 또 왜 이렇게 아픈 거야?”
“기분 탓이겠지.”
민이 그렇게 말하자, 안톤은 또다시 화를 내려다가 참고서, 이마에 손을 얹고 말한다.
“이거 분명히 아까 그 카페 갔을 때도 이랬어. 아니, 왜 나만 이런 거냐고!”
민과 유는 안톤만 이런 일을 겪는다는 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안톤이 있는 곳 너머를 돌아본다. 한 사람을 중심으로, 몇 사람이 두통을 호소하는 게 보인다.
“이거, 누가 초능력을 쓰는 건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가만히 보니, 머리에 후드를 뒤집어쓴 한 남자가 낄낄대며, 그러나 한편으로는 쌓여 있는 게 많은 듯 성질을 부려 가며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다름 아닌, 로건이 아까 신시아에게 차이고 화풀이도 할 겸 해서 이 PC카페에 온 것이다. 민은 그 사람이 로건인 건 모르지만, 이 능력의 근원이라는 건 확실히 파악했는지, 곧장 뒤돌아서서 소곤소곤 말한다.
“어떻게 하지? 저거 그대로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유가 그렇게 말하자, 민은 크게 고민도 하지 않고, 옆에 앉은 토마도 부른다.
“너희들이 저 사람한테 할 게 있는데 말이야...”
“응? 뭘?”
민이 유와 토마에게 뭔가를 속닥거린다. 그러자마자, 둘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한편, 로건은 게임을 하니 스트레스가 당장은 풀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점점 더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분명 어제, 아니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신시아와는 아주 잘 되어서, 잘하면 결혼까지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물론 그건 의사 집안인 신사아의 집안을 보고서 사귀자고 한 것이었으나, 의외로 둘은 잘 맞았고, 이대로 잘 사귀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오늘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우연한 계기로 인해. 로건 자신을 그렇게 쉽게 차 버린 신시아가 생각하면 할수록 용서가 안 된다.“신시아... 너는 오로지 나만을 바라봐야 한다고! 그런데 어째서 네가! 네가 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신시아에게 일종의 ‘복수’를 다짐하는 로건이지만, 그 심각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것도, 로건이 게임에서 막 결정적인 승기를 잡으려는 찰나다.
“어? 내 바지가 왜 이렇게 축축하지?”
로건의 엉덩이 밑에 깔린 의자 받침이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은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과연 로건의 예상대로, 의자는 축축하게 젖어 있다. 거기에다가, 무엇인지 모를 찌릿찌릿함과 따끔함은 덤이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마드리갈

2024-09-13 22:13:10

신시아가 로건을 이렇게 뿌리칠 수 있다는 것은 역시 그녀도 초능력자라는 의미겠네요. 게다가 리암과 서언에 대해 감사해 하면서 "너희 같은 능력자들을 만난 이상" 이라고 그 둘의 정체를 간파했다는 전제하에서 한 발언도 그렇고. 아무튼 그런 로건과 더 깊이 엮이면 안되는 건 확실해졌어요.


젖은 위치에서 판단할 때나 의자의 상태로 추정해 보건데 로건이 앉은 자리에서 오줌이나 물똥을 싼 건 아닐 게 분명한데, 이것도 누군가의 공격일까요?

시어하트어택

2024-09-15 19:48:10

신시아가 어떻게 행동했어도, 로건은 저런 식으로 소유욕을 표출하며 이른바 교제폭력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갔을 겁니다. 하지만 다른 초능력자와 대결해 보고 싶다는 감정은 또 별개죠.

SiteOwner

2024-09-14 23:00:50

더 깊게 엮여서 회복할 수 없는 오점을 안는 것보다는 이참에 헤어지는 게 신시아에게는 확실히 나을 것입니다. 아무튼 로건이 엄청난 능력을 지녔지만 인성은 한참 모자란 재승박덕한 인물인 것은 확실해졌습니다. 신시아가 그의 실체를 더욱 빨리 알아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그나저나 로건은 존재 자체가 있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가는 곳마다 저렇게 사람들을 괴롭게 하니 답이 없습니다. 국민학생 때 배웠던 "있어서 안될 사람이 되지 말고 꼭 필요한 사람이 됩시다" 를 상기하고 있습니다.

시어하트어택

2024-09-15 19:55:56

어차피 둘의 관계가 이어진다고 해도 끝은 교제폭력, 교제살인일 겁니다. 더군다나 로건은 보복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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