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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흔히 삐삐라고 불렸고 일본에서 포케베루(ポケベル)라고 불렸던 무선호출기(Pager)는 캐나다의 발명가 앨 그로스(Al Gross, 1918-2000)가 1949년에 발명한 이래로 전세계로 퍼졌습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급격히 유행했다가 이후 휴대전화가 대거 나오면서 밀리기 시작해 오늘날에는 일상생활에서는 볼 수 없게 되었고 이제는 국내의 경우 서울이동통신만이 한정적으로 이 업무를 취급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 또한 써본 경험은 대략 2년 정도였고 그 뒤로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2024년에 무선호출기가 다시 화제가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레바논에서 운용중인 삐삐가 동시다발로 터졌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보도기사입니다. 몇 가지를 소개해 두겠습니다.
Thousands injured in Lebanon as pagers used by Hezbollah explode (2024년 9월 17일 The Washington Post, 영어)

레바논 전역에서 운용되고 있는 무선호출기가 동시다발 폭발을 일으켰고, 일단 보도된 것만 하더라도 부상자가 2,800명은 넘는다고 합니다. 얼굴이나 손이나 배 등을 다친 사람이 대부분이고, 9명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피해자 중에는 테러조직의 구성원들도 꽤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빠질 수 없습니다. 레바논의 친이란 테러조직 히즈발라(Hezbollah, 헤즈볼라)가 민간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수많은 사람들을 순교하게 만들었다고 하는데, 2023년 하반기에 있었던 그 하마스(Hamas)의 테러에 대해서는 같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니 그 발언의 진실성이 어떤지는 더 논할 필요도 없겠습니다.

이스라엘에의 도청을 우려해서 스마트폰 사용금지를 천명했던 그들은, 무선호출기의 통신에 이용되는 30-300MHz 범위내의 전파인 초단파(Very High Frequency, VHF)도 앞으로 쓰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이것도 이스라엘에 장악되어서 못 쓸 일입니다. 당장에 단말기 자체가 터져서 아예 물리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널렸는데 답이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누구도 그 장치를 쓰라고 강요한 적이 없습니다.

아무튼, 2024년에 이렇게 삐삐가 화제가 된다는 게 참으로 놀랍습니다.
그리고 시대와 상황이 어떻든간에 아랍권의 이스라엘 탓은 절대로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게 변함없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고 또 얼마나 소중한지 저는 이해할 생각도 그 노선에 편승하고 싶을 생각도 없습니다.
다음에는 전서구(伝書鳩)로 쓸 비둘기가 폭발하고 그것도 이스라엘 탓으로 돌릴 것일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여담입니다만, 북한에서는 무선호출기를 "주머니종" 이라고 합니다. 일본어의 포케베루를 그대로 번역한, 참 주체적인 어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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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Lester

2024-09-18 22:09:35

일단 테러리스트나 이스라엘에 대해선 어려워서 넘어가겠습니다.


삐삐라는 물건은 제가 초등학교 때 아버지나 서울에 사시는 큰외삼촌이 갖고 계셨던 걸 본 적이 있는데, 실물을 직접 만져보긴 했지만 실제로 호출이 오는 장면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보니 알림음이 어떤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삐삐 특유의 숫자로 의미를 표현한 몇몇 메시지(예시)는 그 시절의 낭만이자 최대한 진심을 표현하려는 마음씨의 발로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반면에 북한의 순화어는 영어도 일본어도 안된다 하면서 한자는 아무리 부득이하다지만 잘도 쓰더군요. 당장 현수막이나 간판에 쓰인 구호만 봐도 한자가 몇 개인지...

SiteOwner

2024-09-20 01:22:36

테러리스트와 이스라엘 문제는 말씀하신대로 정말 복잡해서 이야기를 풀어놓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국제사회의 조류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테러리스트는 약자의 저항운동이고 이스라엘은 강대국이니까 그 저항운동에 좀 맞아죽으라는. 그러니 지난해 가을에 테러조직이 이스라엘을 습격하고 사람들을 학살한 것에 대해서도 그 테러조직보다 이스라엘을 더욱 비난하는 식으로, 20세기 전반을 피로 물들인 반유태주의의 패착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듯합니다.


삐삐의 알림음은 다양합니다. 글자 그대로 삐삐 하는 소리도 있고, 기종에 따라 여러 소리를 선택하거나 아예 소리 없이 진동만 가능하게 할 수도 있었습니다.

옛날의 무선호출기 메시지 중 지금도 기억나는 게 504079. 이것은 당시 친하게 지냈던 여학생의 이름인 "소영" 을 6자리 수로 나타낸 것입니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인상이 매우 짙게 남아서 이미 27년 전의 기억이 풍화되지 않은 게 이렇게 드러납니다. 그것 말고도 음성사서함도 있었는데 이것까지 떠올리니 큰 상처를 남기고 끝난 첫사랑 이야기도 생각나서 갑자기 울컥해집니다.


북한의 문화어가 그렇지요. 김일성 일가의 야욕에 충실하기 위해 순화어라고 제시한 것들이 실체는 일본어, 중국어 및 러시아어 떡칠입니다. 일본어의 경우는 예의 주머니종 말고도 고뿌(=컵), 바레에(=발레) 및 리낙스(=리눅스), 중국어의 경우는 위생실(=화장실), 만부하(=가득 실음), 직승기(=헬리콥터), 러시아어의 경우는 뜨락또르(=트럭), 꼴바사(=소세지), 삐오녜르(=소년단), 모또찌끌(=모터사이클) 등. 정말 주체적이라서 전세계를 다 포용하는 것인가 봅니다.

마키

2024-09-19 01:02:37

1933년에 처음 제시되었던 독일의 무인비행폭탄 보복병기 1호(V1), 혹은 피젤러 Fi-103은 당시 기술로도 대단할 것 없었던 단순하고 원시적인 미사일이었지만, 사람이 타지 않는다는건 반대로 값싸고 빠르게 대충 만들어 마구 뿌리면 그만이기에 2차대전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성비 있는 테러 병기라고도 할 수 있었죠.


21세기의 테러는 점점 무서워지고 있네요.

SiteOwner

2024-09-20 01:36:15

이번 사태는 정말 무섭습니다. 전파를 사용하는 기기라면 능동적인 디바이스는 물론 수동적인 무선호출기조차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 이렇게 증명되었고, 역시 같은 원리의 무전기도 터져서 인명피해가 더 많이 났다고 합니다. 확인된 사망자만 해도 20여명이 넘는데다 부상자는 4천명 이상으로 폭증했습니다. 특히 왼손을 터부시하는 이슬람권의 특성상 무선호출기가 울리면 메시지를 보기 위해 오른손으로 장치를 집어들고 보는 게 일반적이라서 결국 부상은 오른손과 얼굴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부상을 입은 사람들은 전투원으로 쓸 수 없습니다.


역시 단순한 기술수준으로 만든 것이라도 값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기 마련입니다. 언급해주신 독일의 V1 비행폭탄이라든지, AK-47을 프레스가공 생산방식으로 대량으로 찍어내 만든 AKM 자동소총이라든지, 까삼 로켓이라든지, 그리고 이번의 삐삐폭탄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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