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3년 전의 초여름에 쓴 글인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에서 말했던 것이 이렇게 적중했습니다. 이미 그 글의 서두에서 밝혀둔 것처럼, 진보를 표방하는 쪽에서는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평화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는 의견이 강하다고 말했는데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오늘 정치권에서 나온 발언을 보니 역시 올 것이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당연히 놀라거나 할 일도 없습니다.
문제의 발언은 이것입니다.
통일 외쳐 온 임종석 "통일 하지 말자, 두 개의 국가 수용하자" (2024년 9월 19일 조선일보)
오늘 광주광역시 소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9.19 평양공동선언 체결 6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는데, 이미 아무 쓸모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어 폐기되어 버린 것에 집착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평생 통일을 거론해 온 인사가 저렇게 태세전환을 하는 것을 보니 역시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라는 담론 자체가 꽤 유용하긴 합니다.
발언의 골자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 통일논의는 비현실적이다.
둘째, 평화체제 구축이 우선이다.
셋째, 범진보세력의 핵심과제인 평화통일론 대신 2국가 체제로 가자.
그 골자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필요성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단지, 유명인의 발언이 재야(在野)의 촌부(村夫)가 3년 전 초여름에 예측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 여러모로 재미있을 따름입니다.
적절한 음악이 있으니 소개해 보겠습니다.
영국의 작곡가 구스타브 홀스트(Gustav Holst, 1874-1934)의 오페라 완벽한 바보(The Perfect Fool)의 발레음악. 11분 이내의 그다지 길지 않은 것이니까 부담없이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날짜가 바뀌면 또 다른 글을 써 볼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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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09-28 10:09:43
첫째와 셋째는 그렇다쳐도 둘째인 '평화체제 구축'이 모호한 표현이다보니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요. 우리나라가 북한에 먼저 시비를 걸었으니 그만둬야 한다는 황당한 북침설 같기도 하고, 미국의 힘을 빌리는 건 나쁘지만 중국에 빌붙어서 한반도 평화를 이루는 건 괜찮다는 이중잣대 같기도 하고, 외국을 떠나 한민족끼리 통일을 이루자고 하면서 은근슬쩍 북한을 추어올리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 보니 '한민족'이란 말도 암묵적으로 단합을 강조 및 요구하는 표현이네요.
그리고 기사에 나오는 임종석의 발언 중 [“객관적인 한반도의 현실에 맞게 모든 것을 재정비하자”며,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한 헌법 3조 개정과 국가보안법 폐지·통일부 정리 등도 제안했다.] 부분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오너님 말씀대로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는 차원에서 북한 땅을 넘겨주자는 것인지, 국가보안법과 통일부를 바꾸자는 목적은 합리성인지 이념인지... 정치와 국제관계는 저로서는 너무 들여다보기 힘든 주제네요.
저로서도 이제는 북한과 굳이 꼭 통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습니다만, 한 가지가 궁금합니다. 만약에 북한을 국가로 인정한다면, 북한의 국채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지금은 '통일이 된다면 한국이 갚아주겠지' 하는 차원에서 그럭저럭 가격이 유지되고 있지만 통일을 포기한다면 국채 가격도 수직하락하는 걸까요?
SiteOwner
2024-09-28 14:37:00
사실 이번의 발언은 갑작스러운 "변절" 같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철저한 장기포석에 따른 결과이자 그와 동시에 철저히 이기적인 발상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 진보세력이 온갖 듣기 좋은 말을 갖다붙여서 자기미화하는 형태는 여러 모순으로 이어졌고, 그래서 미국은 싫지만 중국은 환영해야 한다든지, 북한 악마화는 안되지만 우리나라나 미국, 일본 및 자유진영 국가들에 대한 악마화는 정당하다는 궤변도 횡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이상 그런 것은 그들에게는 알 바 아닙니다.
시계열적으로 보면 그들의 입장이 이렇게 바뀌었다는 것이 보입니다.
정권교체 이전에는 "대한민국은 정통성 없는 국가" 라는 담론이 지배적이고 따라서 현체제의 전복을 지상의 과제로 삼고 그 전복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북한과의 연대가 정당화되었습니다. 정권교체 이후에는 예의 지배적인 담론이 후퇴한 대신 "이제는 우리가 국가를 주도하는 세력이다" 라는 사고방식을 내세워 자신들을 미화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다른 모순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타도하고 싶었던 과거의 유산이 그들의 정통성의 근거가 되고, 그것이 바로 대통령실 이전과 청와대 개방에 대해 진보세력이 분노한 것으로 표출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대통령실 이전을 비난하는 말이 "오욕의 땅 용산" 이라는 해괴한 논리였고, 이미 동생의 글인 비판의 기술이 낮으면 "오욕의 역사" 운운하는 패착이...에 언급된 것처럼 자충수를 두고도 아무런 자각이 없을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상태입니다.
그들이 기득권자가 되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매우 거칠고 속되게 말하자면 "지 뭐 꼴리는 대로 하는" 상황만 남았습니다. 여기에서 이제 이전에 지적한 역사왜곡을 하나 인용하겠습니다. 이미 2019년에 쓴 여러 현안의 의외의 접점 - 8. 시저샐러드, 전환시대의 논리, 아우슈비츠에 나오는 대한민국 정부가 "남한 내에서만 합법적인 정부" 가 맞고, 따라서 북한이 합법적인 정부가 아니니 반국가단체로 인정해서도 안된다는 논리가 바로 그 역사왜곡입니다. 그 객관적인 한반도의 현실에 맞고 운운은 이런 역사왜곡의 소산입니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변절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발언하기 위해 줄기차게 속여왔을 따름입니다.
이미 전례도 있습니다. 모스크바 3상회의에서 난 결론인 미국-영국-소련의 신탁통치안에 대해 한반도 전토에서 반탁여론이 일었다가 소련의 지령으로 찬탁으로 돌변한 공산주의자들이 있었던 것. 그들이 변절해서가 아니라 처음에는 민족감정에 호소하기 위해 반탁 여론에 편승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찬탁으로 돌변하여 갑자기 생긴 진공상태를 뚫고 들어가 편가르기를 한 뒤에 입장이 다른 사람들을 쉽게 적으로 간주하여 죽이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렇게 그들의 돌변은 역설적으로 돌변이 아니었는데다 역사적으로도 증명됩니다.
그 북한의 국채는 결국 북한의 것으로 남아 있어야겠지요.
인쇄된 종이의 값도 안될 게 뻔합니다. 그런 국채를 샀다가는 차라리 돈 주고 똥을 산 것보다도 더 못할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