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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솥비빔밥 발원지 논란 (+ 추가)

Lester, 2024-09-28 09:23:58

조회 수
2

개인적인 사정으로 새벽에 귀가하자마자 뻗어서 잔 다음에 작업을 위해 컴퓨터를 켰더니, 뉴스란에 익숙하다면 익숙하고 뜬금없다면 뜬금없을 논란이 올라왔더군요. 바로 '돌솥비빔밥은 어느 나라에서 시작된 것인가?' 하는 논란입니다. 그리고 무슨 일인지 조사해보니 고향 소식도 섞여 있어서 관심이 더욱 생기더군요.


대략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링크를 공유하겠습니다.


[에펨코리아] 서로 돌솥비빔밥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jpg

[주간조선] "돌솥비빔밥이 중국 꺼?" 中, 도 넘은 무형유산 지정 논란


요약하자면 누군가가 일본 쪽 정보를 검색해보니 어째서인지 일본 사람들이 '돌솥비빔밥은 우리가 만든 거다'라는 정보가 널리 퍼져 있었고, 이에 따라 국내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및 유튜브가 이 정보를 전파하면서 논란이 증폭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반일감정이 불타올랐습니다. "밥그릇을 들고 먹는 주제에 무슨 돌솥이냐"라는 조롱 섞인 반박이 대표적이죠.


한편으론 냉정한 시각에서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에펨코리아에 수록된 (번역기를 돌린) 일본 게시글 중 그나마 추정되는 발상지를 기록한 것들을 취합해 보면 '일본 오사카의 츠루하시에서 생겨남'이란 문장이 완성되는데, 아시다시피 오사카의 츠루하시는 코리아타운으로 유명한 곳이죠. (저는 짧디짧은 일본여행에서 들러봤지만 체감하지 못한 게 아쉬웠습니다.) 게다가 '비빔밥'이란 단어 자체가 일본어답지 않은 발음이라는 얘기도 있고요.


다시 말해 어디까지나 재일 한국인이 비빔밥을 일본에서 팔기 시작하며 소개한 것이지만 그것이 '일본 고유 음식' 혹은 '일본이 발상지'라는 다소 단정적으로 파편화된 정보로 퍼져나간 듯합니다. 실제로 제가 좋아하며 이전에도 종종 언급했던 일본 게임인 "용과 같이 시리즈"에서는 한라이(韓来)라는 한식 전문 음식점이 등장하는데, 본래 일본어 발음은 '칸라이'겠지만 한류 팬들이 韓만 '한'으로 발음하는 것을 따라서인지 작중에서는 '한라이'라고 발음합니다(애석하게도 영문판에서는 일본어 음독을 따라 Kanrai로 표기하는데, 이게 'K-' 수식어를 연상시켜서 나쁘지 않단 생각이 드네요). 어쨌든 이 음식점은 불고기를 비롯해 비빔밥 같은 '한국 음식'들을 제공하는데, 용과 같이 시리즈를 만든 세가가 한국 시장은 물론 한국 자체에 대해 얼마나 우호적으로 대하는지 고려해보면 분명히 아는 사람도 있기에 다행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외에 돌솥비빔밥의 발상지에 대한 일본 여론은 직접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만, 일본어를 몰라서 검색하기 힘들다보니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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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위의 주간조선을 비롯해 여러 인터넷 신문을 확인해 보니 중국에서는 이미 3년 전인 2021년에 지린성에서 '성급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고 합니다. 게다가 기사에 나온 사진 속의 모델은 한복을 입고 있는데, 이것은 이미 예전에 크게 논란이 됐던 '한복은 한푸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문화왜곡의 연장선이기도 합니다. 서브리미널마냥 숨기려고 하지도 않는 것을 보니 정말 갈 데까지 갔다는 생각이 듭니다.


돌솥비빔밥은 우리나라 정부에서 운영하는 전통문화포털에 의하면 한국에서 생겨난 엄연한 한국 요리입니다. 게다가 제가 자란 전주시에서 나왔기도 하죠. 이전에 썼던 전주시에 '시진핑타워'를 세우자는 허황된 주장 관련 글도 그렇고, 관광지이자 문화도시 중에 하나인 전주를 점찍고 공략하면서 하나하나 침범해 오는 건 아닌가 하는 공포가 진심으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이미 제주도는 중국인에 의해 부동산이 대거 구입되는 한편, (본 사안과 관련없는 환경단체 관련 글이긴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똥 테러'를 하는 등 생활양식 수준마저 저열해지고 있습니다. 영화 "범죄도시"의 배경이자 조선족들의 주요 거주지로 유명한 가리봉동은 더 말할 것도 없구요.


가리봉동 이야기가 나온 김에 생각난 건데, 평소에 유튜브로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유튜브의 EBS 채널에서 과거 다큐를 올려주길래 잠깐 본 것 중에 2018년에 방영됐던 "인터뷰 대한민국 2018"이라는 이름의 다큐 중 1부인 '이방인, 그리고 우리'가 있었습니다. 제목에서 짐작하셨듯이 외국인 이주민들에 대한 이야기였죠. 문제는 댓글 외에 영상만 봐도 아시겠지만 편파적일 정도로 동정적으로만 비추고 있습니다. 심지어 4:18에는 오른쪽 벽에 대장정 시절(?)의 모택동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댓글에 의하면 인근의 다른 조선족계 음식점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한국에 와서도 중국식 사고를 유지하며 한국에 녹아들기를 거부하는데, 어째서 이들을 '같은 민족'이자 '동포'로 봐야 하는 걸까요? 뒤집어 말하면 우리가 중국인이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는 소리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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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김에 하나만 더 꺼내 보겠습니다. 최근에 U-20 여자 월드컵에서 북한이 일본을 꺾고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 올라오더군요. 저는 스포츠와는 영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 그러려니 했습니다. 문제는 저는 이 소식을 페이스북에서 접했는데, 역시 익명성이 기본인 인터넷이라 그런지 댓글들을 읽다보니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더군요.


일단 보편적인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긍정적으로는 잘했다, 대단하다, 같은 한민족으로서 자랑스럽다 정도의 막연한 응원이 있었고 부정적으로는 한국 축구에 대한 분노가 있었습니다. 최근에 평가와 여론이 굉장히 악화된 홍명보 감독 때문이겠죠. 문제는 이 다음부터입니다. '일본을 꺾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정치 성향이나 세력에 대해 비난(근거가 없기 때문에 비판이 아닌 비난이라 적었습니다)하거나, 반대의 입장을 내는 사람은 무작정 친일로 몰아가더군요. 일제강점기를 잊었냐는 일갈은 덤이고요.


이 정도까지는 그래도 '한국인으로서 발언의 자유는 있는 거니까'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익명성 뒤에 숨었다지만 당당하게 북한을 감싸다못해 칭송하는 댓글도 많더군요. 사진도 못 찍고 해당 댓글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만, 찾은 것들 중에는 '조선 인민들의 쾌거'라거나 적화통일을 암시하는 내용 등 소름 돋을 것들이 많았습니다. 혹시나 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계정을 확인해 봤더니 본인 소개에 당당하게 연극으로 휴전선을 녹이겠다고 써놓거나 일본어를 써가면서 북한 소식을 전하는 등(이 사람은 조선적으로 보였습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황당했습니다. 아예 '북한이 아닌 국제 표기인 조선으로 불러달라'는 말도 있었는데, 한국사의 일부인 조선에 묻어가면서 자기들이야말로 한반도의 정통을 잇는 세력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 영 꺼림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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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 심연을 들여다보면 괴물이 되어버릴 것 같아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최근에 봐서 기억나는 사례들을 전부 적다 보니 자료 찾아보고 링크 달고 하면서 1시간이 지났네요. 주제가 주제인지라 빼야겠다 싶은 것들도 많을까봐 걱정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북한과 중국은 주적이 맞다는 것이죠. 국가를 비롯해 누가 어디서 시키거나 세뇌해서가 아닙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저들과 손을 잡았을 때의 이해득실을 따져보면 어느 쪽이 더 클지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Lester

그거 알아? 혼자 있고 싶어하는 사람은 이유야 어쨌든 고독을 즐겨서 그러는 게 아니야. 사람들한테 계속 실망해서 먼저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거야. - 조디 피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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