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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문제에서는 늘 "내탓이오(Mea culpa)" 가 없다

SiteOwner, 2024-10-10 23:35:06

조회 수
114

1997년쯤이었던가요. 당시 천주교에서 내탓이오(Mea culpa/라틴어)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어서 자동차의 후방에 내탓이오 스티커가 붙은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때 현역이었던 자동차가 지금도 운용된다는 보장이 없는데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그때의 상태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고 기대할 수도 없다 보니 이제는 이렇게 기억하는 소수의 사람들 이외에는 완전히 잊혀져 있는 표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글 문제에서는 그런 태도조차 없습니다.
늘상 하는 게 영어를 탓하고 그러는데, 헛소리입니다. 한글 사용자 각자 스스로를 탓해야 합니다.
그냥 입으로 말하는 속어 정도나 될 축약어를 남발하여 활자매체에다 옮긴다든지 북한서체를 도처에 남용하는 행태라든지 등의 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없고 그냥 영어나 탓하면 되는 이런 게으른 행태가 이어지니까 이제는 답없는 어휘부족이 넘칩니다. 참 편리한 행태이고, 역시 이 사회가 언어에 관심없는 사회라는 게 드러납니다. 언어를 표현하는 도구인 문자도 대충 취급하는데 언어 자체를 제대로 다룰 리가 없습니다.

도둑이 들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언어상황이 그런 것인가 싶습니다. 이제는 아예 비판할 가치도 없어 보입니다. 비판하는 저에게 언어문제를 공론화할 역량이 없어서 이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황야에서의 외침이라는 라틴어 어구로 하나로 끝맺겠습니다.
Vox clamantis in deserto.
Site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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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Lester

2024-10-11 04:28:14

실제로 그저께(9일)가 한글날이었는데, KBS 한글날 특집방송을 보던 6살 조카가 "기억"과 "디읃"이라는 자막에 대해 '저게 맞느냐'며 지적했다는 뉴스(링크)가 다음날(10일)에 나온 걸 보면, 이제는 공영방송이라는 이름에 담긴 가치조차도 바닥에 떨어진 느낌이 듭니다. 오타야 나올 수 있죠.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명색이 케이블TV도 아니고 공중파이고, 게다가 다른 날도 아닌 "한글날"인데 이래서야 될런지.


한편으론 문제의 KBS에서 다른 뉴스도 나왔는데, 바로 사투리가 소멸하고 있다는 내용(링크)이었습니다. 해당 뉴스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교육 컨셉으로 잡고 알려주는 유튜버도 있고, 사투리 사전을 개인적으로 만드는 충청도 사투리 연구자도 나옵니다. 저의 경우 과거에 대사가 많은 퍼즐 게임을 번역할 때 미국 남부 영어를 '기왕이면 사투리로 번역하면 좋지 않을까' 해서 말투만 전라도 사투리로 바꾸다가(ex. 하겠는디~, 어렵다잉?), 어휘도 철자와 문맥으로 대강 알아챌 수 있는 것만 가져와보자 해서 검색해보니 전라북도 도청 공식 사이트에서 전라북도 방언사전이라는 것(링크)을 제공하기에 많은 덕을 봤습니다. 막상 해당 게임은 분명 번역을 전부 해서 넘겨줬는데 판매 사이트에는 지금도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라고 나와 있네요. 엉터리 심의에 걸린 것인지...

SiteOwner

2024-10-11 18:25:31

이유야 간단하지 않겠습니까. 사이시옷에만 광적으로 집착하면 한글사랑이 실현되니 다른 건 다 내버려도 좋은 것입니다. 그러니 그런 일은 앞으로도 잊을만하면 연달아 벌어질 것입니다. 언어에 관심없는 사회니까요.


사투리는 상당히 훌륭한 문화유산입니다. 그리고 각 지방의 사투리들은 그 자체로도 지방문화의 근간으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시계열적으로 보면 옛 국어의 모습을 재구성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史料)입니다. 

그리고, 전라도 사투리 이야기가 나왔으니 이것도 약간 언급해 볼까 싶습니다. 아래아의 음가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지역적인 분화가 일어나는데, 전라도 사투리에서는 이것이 대부분 "으" 로 정착했다는 것이 대체로 "아" 내지는 "오" 로 정착한 다른 지역의 사투리와 크게 구분됩니다. 특히 전라남도 강진군 출신의 시인 김영랑(金永郎, 1903-1950)의 작품에서 그게 뚜렷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일본어 학습경력 27년째인 제 경험을 토대로 판단해 보니, 고전문을 아니까 일본 각지의 사투리도 상당히 빠르게 익힐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예 체계 자체가 크게 다른 오키나와 방언인 류큐어(琉球語)의 경우는 아직 난항은 있긴 합니다만, 오키나와현 출신자들이 표준일본어를 구사할 경우의 특유의 늘어지는 어조나 변화하는 액센트도 쉽게 구분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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