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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라, 네가 확실히 아는 게 있어?”
“어, 있지. 한 개인이, 초능력도 아닌 공격을, 숨어서 하기에는 드론 같은 게 가장 효과적이지. 방금 그 느낌은 확실히 드론이었어.”
타마라가 그렇게 대답하자, 신시아는 또다시 다른 질문으로 들어간다.
“그래, 그렇게 알아냈다고 치자. 그러면, 그 공격하는 사람을 어떻게 찾아낼 건데? 그것도 결정을 만들어서 알아낼 거야? 그러기에는 시간이 많이...”
그렇게 말하다가, 신시아가 갑자기 몸을 피한다. 신시아의 행동이 너무 뜬금없이 보였는지, 타마라는 신시아를 붙잡는다.
“야! 너 자꾸 왜 그래!”
“방금 무슨 레이저 같았는데...”
신시아가 본 걸 리암과 타마라는 못 봤는지, 둘 다 고개를 젓는다.
“레이저 같은 건 못 봤는데...”
리암이 그렇게 대답하다가, 무언가를 알아낸 모양이다.
“이 녀석, 사람에 따라 다르게 환각을 쓸 수도 있는 것 같은데?”
“정말? 리암,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데?”
“지금 내가 보기에는 저기 괴물이 다가오고 있는 것 같거든? 영화에서 본... 입에서 불을 뿜고...”
“아니, 안 보이는데?”
“어, 보여.”
타마라는 안 보인다고 하고 신시아는 보인다고 한다. 리암은 거기서 더욱 확신을 얻는다.
“이 녀석, 빨리 장난을 끝내게 해야겠어. 이런 장난에 더 놀아주기도 지겨워.”
“하지만 어떻게? 이 장본인이 숨어 있다는 것만 알지 어디 숨어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돼.”
“어?”
리암은, 어느새 손에 드론 하나를 들고 있다. 타마라와 신시아가 생각한 것이 맞다면, 그 공격자가 날린 드론을 빼앗아서 리암이 들고 있는 것일 것이다.
“이건 그냥 드론을 뺏은 것뿐일 텐데? 이걸로 이제 어떡하게?”
신시아의 그 말에 리암이 바로 말한다.
“너 아까 나한테 충분히 경험했을 텐데, 벌써 그걸 잊어버린 건 아니지?”
“어, 뭘?”
“이제 이 드론이, 장본인에게 돌아갈 거라고. 그러면 그걸 쫓아가면 되겠지?”
리암은 이미 드론에 손을 써 놓은 상태다. 드론은 마치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리는 것처럼 아까 왔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더니, 이윽고 빌라촌 입구 바로 옆에 있는 한 건물에 멈추어 선다.
“오, 정말 뭐가 있는 것 같은데. 그 녀석이 여기 있는 게 맞는다면, 그냥 가만히 숨어서 이런 눈속임만 하고 있었던 건가?”
타마라가 마치 주위에 다 들으라는 듯 말해도, 그 문제의 상대방 초능력자는 아무 반응도 없다. 아마도 리암, 타마라, 신시아의 기척을 눈치채고 꼭꼭 숨은 모양이다.
“이 녀석, 그렇게 머리는 좋지 않은 모양인데. 그래도 최소한으로 머리가 돌아가기는 하나 보는군. 이렇게 숨어 있으면 모습을 보이는 순간 끝이라는 걸 안다는 거니까.”
리암은 또다시, 마치 그 능력자가 들으라는 듯 말한다. 그러면서, 윙윙 돌아가는 드론을 또다시 잡고는, 이윽고 또 풀어 준다. 그 드론은 얼마 못 가 멈추어 선다. 그리고 그 건물의 지하실 입구 앞에 멈춰서더니, 그대로 그 안으로 들어가는데, 드론이 거기서 다시 던져져서 밖으로 나온다.
“뭐, 이제 여기서부터는 내가 해도 상관없겠지.”
그렇게 말하며, 신시아가 그 문제의 지하실 입구에 손을 뻗는다.
“기다려. 금방 나올 테니.”
신시아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마치 그 공간이 하나로 접혀 버린 것처럼, 순식간에 그 장본인이 지하실 밖으로 끌려 나온다.
“어, 뭐야? 하!”
그 지하실에서 끌려 나온 건 한 외계인. 딱 보니, 리암, 타마라, 신시아에게서 시선을 돌리고서 애써 눈을 마주치는 걸 피하려고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인다. 얼굴은 잘 안 보여도, 초록색 피부와 약간의 비늘 덮인 외모를 보니, ‘카타인’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봐, 고개 들어. 고개 들라고.”
그 초록색 피부의 외계인이, 타마라의 말에 슬금슬금 고개를 든다. 그 얼굴을 확인한 타마라가, 실실 웃기 시작한다.
“뭐야, 모로!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아니, 아니, 그러니까, 나는... 타마라 너일 줄은 몰랐는데...”
모로라고 불린 그 카타인은 타마라의 얼굴을 더 보기 싫었는지, 이제는 얼굴을 돌려 버린다. 하지만, 리암도 그 카타인을 알아보고 만다.
“어? 너 그 ‘레이시’ 맛집에 아토모 사장 친구 아니냐?”
“어, 어, 어... 그러니까, 맞는데...”
리암이 말하는 레이시라는 곳은 다름 아닌 ‘외계인 테마 상권’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리암과 타마라 역시 가끔 그곳에 놀러 가곤 하는데, 그곳의 볶음밥 맛집으로 유명한 카타인 사장과 알게 되었다. 그 사장이 바로 리암이 말한 ‘아토모’고, 거기서 가끔 보이던 카타인이 바로 모로인데, 지금 여기서 보게 되니 리암과 타마라로서는 어색하면서도 또 썩 유쾌하지는 않은 순간이다.
잠깐의 침묵을 깨고, 리암이 모로에게 말한다.
“너 그 초능력, 없었잖아? 누구한테 받았어?”
“어... 그러니까...”
모로는 리암의 말에 얼버무릴 뿐,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러자 리암은 팔짱을 끼고서, 목에 힘을 주며 큰 소리로 말한다.
“야, 모로! 너 내가 알던 모로가 아니잖아! 대답해. 누구한테 그 능력을 받은 거야?”
한편 그 시간, 민과 친구들은 한참 열심히 타미와 상대 선수 ‘피티피’의 개인전을 구경하는 중이다. 아직 초반이라서 경기 결과의 윤곽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는 상대방 선수가 우위를 점하는 중이다. 그것 때문인지, 양쪽의 응원 열기가 치열하다. 그래서 전광판에 보이는 게임 화면의 효과음이 정말 작게 들릴 정도다.
“타미 있잖아. 전에 하던 것같지 않은데.”
“그게 무슨 말이지?”
유의 말에 민은 짐짓 모른 척하며 말한다.
“저러다가 자기 실력 보여 주겠지 뭐.”
“원래 저랬나? 개인전은 처음 봐서.”
“얘들아, 좀 조용히 하고 봐라.”
옆에서 경기를 보던 안젤로가 핀잔을 준다.
“안 그래도 소리가 잘 안 들리는데 너희까지 막 이야기하면 집중이 안 되잖니.”
그러다가 문득, 안젤로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주머니에서 무선 이어폰을 꺼낸다. 블루투스 기능을 켜면 경기의 음성이 마치 옆에서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런데 안젤로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어폰을 귀에서 뺀다. 옆에서는 여전히 민과 친구들이 서로 이야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아까보다는 소리가 좀 작아졌다.
“이어폰에 문제가 있는 건가?”
안젤로는 노이즈캔슬 기능을 켜고 다시 들어 보기로 한다. 그런데도 소리는 여전히 잡음이 섞여 있다. 게다가 분명히 이 대회장 안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이상한 다른 소리까지 난다.
“이거 뭐야? 이런 소리가 도대체...”
“야, 안젤로, 왜 그래?”
마침 옆을 돌아보던 예담이 안젤로의 심상치 않은 행동에 놀랐는지 급히 말을 건다. 안젤로는 손을 흔들며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그래도 예담은 영 불안한지, 안젤로와 자리를 바꾸어 앉아 보기로 한다.
“야, 너는 별 쓸데없는 걸 다 하려고 해. 그렇게 불편한 거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고 타미 응원이나 해.”
하지만 예담은 겉으로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안젤로가 왜 저러나 하는 걱정을 풀지 못한다. 지금의 경기 상황은 타미가 상대 선수에게 다시 우위를 점하는 중이지만, 이 상황을 보고도 안젤로는 찡그린 표정을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다. 예담이 손짓으로 뭔가 하려고 할까 물어보기도 하지만, 안젤로는 여전히 괜찮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정말 괜찮은 건가...”
한편, 그 모습은 조금 옆에 앉은 민과 친구들에게도 보인다.
“저 안젤로라는 형, 너희 형과 친구지?”
“어... 맞아. 그런데 왜 머리를 저렇게 싸매고 있지?”
안젤로가 머리를 싸매던 걸 보던 유가 유심히 안젤로를 살피는데, 무언가 보인 모양이다.
“누가 전기 자극을 이상하게 주고 있는 건가?”
“그걸 어떻게 알고?”
“아, 그냥 내 추측인데, 저 형의 자리가 유독 정전기가 많이 일어나는 것 같아서.”
“정말 그런가...”
그리고 마침 그때,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여러분, 지금 말씀드리는 순간, 타미 선수가 역전합니다. 피티피 선수의 타워를 3개째 파괴! 대단하네요! 이 기세를 몰아 승리를 굳히려나 봅니다!]
“지금이 기회인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소리야?”
옆에서 듣던 민과 안톤의 말에, 유는 안젤로가 앉은 의자와 다른 어딘가를 가리킨다.
“응? 저기는 왜?”
“왜 그러냐면, 봐. 무언가 빛나는 선 같은 게 보이지?”
“선?”
“그래! 내가 보기에는, 행사장의 조명에 따라 희미하게 빛나는 것으로 봐서,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데...”
“전기?”
“그냥 내 예상일 뿐이야! 그리고, 저게 금속이 아니더라도, 내 능력은 통하지.”
민과 안톤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가 슬며시 전기를 그 선 같은 것에 흘려넣는다. 그리고 잠시 후, 관중석 뒤쪽의 한 자리에서 누군가 급히 뛰쳐나가는 게 보인다.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전에 흘려 넣은 전기 때문에 그러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이 경기의 클라이맥스라서 급한 전화를 받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나갈 일이 없는데, 더욱 이상하다. 민이 그 뒷모습을 슬쩍 보더니 말한다.
“저 사람 이상한데...”
법원을 나오던 길에, 메이링은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사무실에 있는 부하 직원에게 전화를 건다. 잠시 후, 전화를 받는 사람은 부하 직원 치라유.
“어, 마침 잘 됐다. 네가 어제 준 그 루스탐이라는 초능력자 있잖아.”
“네,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요. 그 사람, 진리성회하고 크게 관련이 있는 건 아니고...”
“그만. 거기까지. 상황은 종료됐으니까.”
“네?”
“그나저나, 그 사람은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사실 별건 아니고요, 제 친구의 지인이었어요. 그 친구가 자기 지인이 이런 일을 한다면서 보여 준 영상이었는데, 마침 딱 얻어걸린 거죠.”
“나는 또, 내가 모르는 다른 정보망이라도 있는 줄 알았지. 아무튼, 그 루스탐 아하디라는 사람의 상황은 끝났으니까, 그 걱정은 안 해도 돼. 내가 금방 사무실에 들어갈 테니까, 슬슬 퇴근 준비나 하자. 아까 식당 말해 둔 데로 먼저 가도 돼.”
메이링은 그렇게 이따가 있을 저녁 식사 이야기를 하며 전화를 끊으려 한다. 하지만, 치라유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다. 메이링이 막 전화를 끊으려는 것을 어떻게 알고서 말을 가로막는다.
“저기, 변호사님, 잠깐만요.”
“치라유, 전화 끊으려는데... 또 무슨 일인데?”
“사무장님이 잠깐 변호사님하고 이야기할 게 있다고 해서요. 잠시만요!”
그러더니, 잠시 후 앨런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에서 들린다. 앨런은 자못 심각한 듯, 말투가 평소보다 조금 빠르다.
“저기, 변호사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
“뭐지?”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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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SiteOwner
2024-10-25 21:51:04
등잔 밑이 어두웠군요, 그야말로.
문제의 그 공격은 드론의 충돌이었고, 리암이 확보했고 신시아가 끌어낸 뒤에 타마라가 그의 정체를 밝혀내었군요. 게다가 타마라의 지인인 카타인 모로는 이전과 달리 초능력을 누군가에게 받은 상태였고...고등학생 때 있었던 자전거 훼손사건의 범인이 국민학생 때부터의 친구였음을 확인했던 그 순간이 생각나서 허탈해집니다.
안젤로가 앉은 자리는 유독 이상해 보이고, 유의 전기능력에 당한 자는 급히 자리를 뜨고, 루스탐 사태는 의외로 그가 치라유의 친구의 지인이었던 터라 그 정체가 쉽게 특정되었고, 역시 이상한 일이 일어나려면 징후는 어떻게든 있나 봅니다. 앨런의 말투가 다소 빨라진 것도 역시 그 징후 중의 하나겠지요.
시어하트어택
2024-10-27 12:47:46
모로는 어떻게 초능력을 받게 되었는지 밝히는 것도 관건이겠지요. 원래는 없다가 능력을 받았으니, 발렌틴 같은 케이스일 가능성이 큽니다.
마드리갈
2024-10-27 16:21:18
진짜 의외였네요, 그 범인의 실체가...
아는 사람이 범인이고 게다가 그가 이전과는 꽤 달라져 있다는 것은 배신감도 들지만 또한 상당히 무섭기도 하고, 제가 타마라였다면 그대로 주먹으로 치던지 핸드백으로 찍든지 반응이 나왔겠죠. 모로가 대체 무슨 사정이 있어서 저런 짓을 한 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은 진짜 도처에 있네요. 루스탐과 모로 이외에도 황급히 자리를 뜨는 의문의 인물도.
시어하트어택
2024-11-02 22:57:54
저 같아도, 친구 정도는 아니더라도 지인이 그런 데 가담했다면 배신감이 크든 작든 있을 것 같습니다. 모로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는 조금 더 봐야 나오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