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서, 비용편익분석의 의미와 방법론, 그리고 우려스러운 상황을 보도록 해요.
그럼, 앞에서 말했던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 CBA 또는 BCA로 약칭)은 무엇일까요?
글자 그대로, 추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비용 및 산출되는 편익을 비교대조하여 사업의 타당성을 알아보는 거예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어떠한 프로젝트의 추진결정 및 투자가 타당한지를, 그리고 그 프로젝트에 의한 수익의 발생여부와 규모를 추정하는 분석방법론을 말해요. 이 분석방법은 1960년 영국에서 M1 고속도로 건설계획에서 최초로 적용되기 시작했어요.
비용편익분석은 상당히 거창한 방법처럼 보이지만 원리는 아주 간단해요. 이걸 했을 때 적자인가 흑자인가를 보는 거니까요. 그러나 막상 실행은 그리 쉽지많은 않아요.
그럼 왜 실행이 쉽지 않을까요?
일단 이 분석에는 태생적인 한계와 외부요인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태생적인 한계는 사업이 어디서 어떻게 진행되든지 전면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는 것이니 이것은 난외로 하고, 외부요인을 좀 봐야겠어요.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면 역시 비용이 들어요. 게다가 수익을 내야 해요. 그런데, 화폐의 가치는 늘 일정하지 않다는 데에 문제가 있어요. 화폐의 가치는 대체로 소폭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현재의 상황을 전제로 하여 철도노선의 신설이나 확장을 기획하더라도, 이자율의 변동 같은 변수에 의해 정작 개업하고 나면 수익이 기대치를 밑돌 위험도 없다고는 말못해요. 그렇다고 그것을 두려워하여 투자를 하지 않게 되면 시설 및 장비의 노후화 등으로 사고위험이 커져 배상액지출 등의 더 큰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최소 목표수익률을 얼마로 해야 하는가가 큰 문제가 되지요. 이런 데에서 외부요인이 하나 있어요.
그리고, 프로젝트 추진에 과거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지만 사회상이 반드시 기존 프로젝트의 추진과 같지 않다는 문제가 있어요. 도시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19세기, 자동차 보급 태동기인 20세기 전반, 도시화의 고도진전 및 자동차교통의 주력화가 이루어진 20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의 이 세 경우는 당연히 고려해야 할 변수가 다를 수밖에 없어요. 한 나라 안에서도 이런데, 해외의 사례는 어떨까요? 해당국가의 모든 것이 달라서, 갑의 약은 을의 독이 되는 상황도 얼마든지 있어서 복사해 붙이려 해도 그럴 수 없어요.
게다가, 화폐의 가치 및 각종 변수를 잘 고려해서 비용편익분석을 잘 해도, 그 결과를 의사결정권자가 무시하거나 변경을 요구한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되면 합리적인 결정은 절대로 내려질 리가 없고, 프로젝트는 파행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되어요. 그리고 그렇게 추진된 프로젝트가 성공할까요? 실패한다고는 단언못하지만, 프랑스혁명 실황중계를 풀HD로 볼 수 있는 확률이나 세종대왕이 전화로 짬뽕을 배달시킬 확률보다도 낮다는 건 말할 수 있겠어요.
그러면 한국의 경우 어떤 우려스러운 상황이 있을까요?
일단 한국은 화폐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부동산 불패신화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긴 안목에서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에는 가장 불리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최소한의 적정수익률을 정하기에는 화폐가치의 하락 등으로 인해 그 최소치가 너무 높아져요. 좀 심하게 말하자면, 철도운영주체의 연간 수익이 매년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바클레이즈 등의 업계 정상의 투자은행의 것과 동등한 레벨인 10% 중반이라도 사업을 하나마나한 수준이 될지도 몰라요. 게다가 토지보상비용은 갈수록 높아지고, 국내에서는 뭔가 사업이 벌어지면 부동산 관련의 악관행이 자석에 달라붙는 쇳가루마냥 모여드는 것은 상식이예요. 게다가 더욱 불행하고 불편한 진실이 있어요. 한국의 철도는 시설도 장비도 노후화가 심해서, 보수든 교체든 근시일 내에 대량지출이 예약되어 있거든요.
또 하나, 철도 프로젝트의 연구에 바뀐 변수가 반영되고 있지 않아요. 흔히 철도가 놓이면서 도시발달의 명운이 달라진 곳으로 대전과 공주, 신태인과 태인, 그리고 북한지역의 신의주와 의주 같은 사례가 인용되는데, 세상은 이미 그렇게 되어주지 않고 있어요. 왜냐구요? 이미 육상교통의 주력이 자동차로 이행된 이상, 철도역을 시 외곽으로 옮기면 그 주변에 새로이 도시가 형성되어 줄 거라고 기대하면 안돼요.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철도는 의외로 말단에서의 교통수요대응력이 낮기에 철도역의 위치선정에 따라 운영실적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게다가 정치권에서 또는 지역 단위에서 집단이기주의를 행사하면 이건 정말 답이 없어요. 정치권에서 표심잡기, 업자 먹여살리기 등을 하려고 들면 연구결과는 그냥 잉크를 묻힌 종이뭉치로 전락하고 말아요. 극단적인 경우로, 이미 오송역 유치와 같이 경부선 점거 폭탄테러협박까지 한 폭거도 이미 있었어요. 이런 환경에서 어지간히도 제대로 된 연구결과가 나오겠어요. 결국 현재의 우리나라의 철도시스템에서 비용편익분석이라는 것은 국민의 비용으로 특정 정치인이나 지역이 누릴 편익을 계산하는, 100여차례도 넘게 수정되어 사실상 누더기가 되어 버린 말잔치 정당화 보고서밖에 되지 않게 되어요.
이러한 상황이 엄연히 있는데, 과연 특정 극소수 국가들만의 전유물도 아닌 고속철도를 운영한다고 해서 한국이 철도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 나라의 철도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절대 불가능해요.
다음 회차의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어요.
이번에는 회원 여러분들께 사례연구 요청을 받아 볼께요.
제언이 들어온 것은 다음과 같아요.
P.S. 등장하는 개념을 해설해 드릴께요.
- 부동산 불패신화 - 주식, 채권, 은행예적금, 귀금속 등과 달리 부동산만큼은 가치하락이 없다는 믿음을 말해요. 한때 일본도 이것이 있었다가 1990년대의 버블붕괴로 이전의 20% 정도로까지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이 대체로 상승하는 편이어서 자산가들은 여전히 부동산에 투자해요. 심지어는 운동선수나 아이돌 스타들도 부동산에 매달리지요.
- 10%를 넘는 수익률을 올려도 적자가 나는 경우 - 인플레이션, 부채의 이자율 상승이 수익률을 상쇄해 버린다면 사실상 수익은 발생하지 않게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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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대왕고래
2013-10-14 19:27:37
마음잡고 이상적인 항로로 배를 띄우려는데, 배가 낡았고, 파도가 너무 거세고, 날씨도 안 좋은 상황 등등, 그냥 장해물만 많은것같아요.
이런이런이네요.
마드리갈
2013-10-14 19:47:59
그런데 그것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어요.
한국의 철도시스템의 현실은 해도나 관측장비도 잘못되었는데다 선장이 그것을 간파하고 대처할 능력 자체도 없다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이게 언제 잘못되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아요. 이것으로 겪을 불경제의 크기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없어요.
앞으로 한 세기 정도는 잘못된 철도시스템의 폐해의 대가를 국민이 부담해야 해요. 싫든 좋든 이미 어쩔 수가 없어요.
하네카와츠바사
2013-10-14 23:07:41
참...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그걸로 국가 기반산업이 제멋대로 지어지는 걸 보면 속이 쓰린 경우가 많습니다. 제 고향인 대전이 그런 걸로 여러 번 앓아서 더 그런 느낌이 듭니다.
마드리갈님 글을 읽으면서 만약 새로운 철도 시설을 놓는다면 어떤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놓는 게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의 글에서 마드리갈님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마드리갈
2013-10-14 23:25:30
이런 식의 정치적인 결정이 횡행하다 보니 나라는 좀먹어가고 있어요. 이러고도 지금 국가운영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을 보니 기적이긴 하지만, 이것도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니 걱정되고 있어요.
새로운 철도시스템의 설치에 대한 복안도 언젠가는 공개할 예정이예요. 이건 오빠와의 공동기획으로 공개해 볼 예정이구요. 일단 기본적인 프레임워크는 이렇다고 이해하시면 편리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