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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37화 - 이상한 전도자

시어하트어택, 2024-11-08 07:46:39

조회 수
3

마치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대머리의 중년 남자는 다른 수감자들의 질문에 곧바로 말한다.
“생각났어. 진리성회였어. 겉으로는 신도 아닌 사람들하고 구별되어 보이지는 않는데, 자세히 보면 그 살짝 돌아버린 것 같은 기운이 보인다니까?”
그 중년 남자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때때로 발렌틴을 흘끗흘끗 돌아본다. 옆에 앉은 날카로운 외모의 남자가, 그 대머리 남자의 말이 이상하다고 여기고 말한다.
“아니,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는 그냥 식당 무전취식 하다가 사기죄로 걸려서 들어온 거잖아? 밥 먹으면서 그런 거만 본 거냐?”
“아니, 내 말은 그런 게 아니고, 그러니까, 진리성회 신도들은 다 호구 같아 보이는데, 어딘가 이상한 구석을 숨길 수가 없다고. 그 기운을 숨길 수가 없다니까. 저 녀석만 봐도 그렇잖아? 무슨 며칠 뒤에 낙원이 펼쳐진다느니 뭐니 해서, 요즘 난리도 아닐 텐데?”
대머리 남자의 그 말에 듣고만 있던 다른 수감자가 기다렸다는 듯 말한다.
“들었냐. 하여간 이제 며칠 뒤에는 진리성회 간부들이나 신도들이 감옥에 바글바글하겠어.”
“간부? 간부는 아니지. 간부들은 어떻게 다 빠져나가겠지. 사이비들 한두 번 보냐? 들어오는 건 어중이떠중이 신도들뿐이고.”
“아니, 자네는 그걸 어떻게 잘 아나?”
“나? 사이비들 상대로도 사기 친 사람이야!”
다른 수감자들이 하는 말은 물론 발렌틴을 보고 들으라고 하는 말이지만, 발렌틴은 거기에는 개의치 않은 채, 여전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그 어떤 외부의 ‘박해’에도 신경쓰지 않고 있다. 아니, 애써 무시한다고 말하는 쪽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그걸 보더니 다른 수감자들이 자기네들끼리 말을 주고받는다.
“바보인가?”
“아니면 독종이라고 봐야 할지도.”
그렇게 동료 수감자들이 자기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도 무시한 채, 발렌틴이 계속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을 그 무렵.
“발렌틴 아르툐모프!”
유치장 밖에서 경찰이 발렌틴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발렌틴은 잘못 들었겠거니 하고는 그 자세를 유지한 채, 미동도 없다. 그걸 보고 다른 수감자들이 낄낄거리며 웃지만, 그는 별 반응이 없다.
1분이 지나자, 다시, 경찰이 발렌틴을 부른다. 이번에는 더 큰 소리다.
“발렌틴 아르툐모프! 면회 준비해라!”
그제야 발렌틴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발렌틴이 경찰들에게 이끌려 나와 보니, 발렌틴에게 면회인이 한 명 온 모양이다. 틀림없이 그건 진리성회의 일원일 것이다. 다른 인간관계는, 발렌틴은 진작 다 버렸기 때문이다. 그것도 이 진리성회를 위해서. 애초에 믿음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버리고 가겠다고 맹세하기도 했고, 실제로 빚을 내서 헌금한 것도 많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부른 건가...”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렌틴이 경찰 2명의 대동하에 유치장을 나와 면회실로 들어간다. 발렌틴이 보니, 정장을 입은 남자가 거기 서 있는데, 발렌틴을 봐도 별말은 꺼내지 않고, 대신 거기서 편지 한 장을 건네준다. 공손한 자세로 그 편지를 받자, 옆에 있는 경찰관이 그걸 발렌틴에게서 뺏어서 읽어보고는, 다시 발렌틴에게 건네준다. 그렇게 말 한마디 없던 면회가 끝나자, 발렌틴은 자기 방으로 돌아와 편지를 읽어 본다.

[발렌틴 아르툐모프, 후보전도자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라. 섭리의 때가 다가왔으니, 유치장의 수감자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라. 전의 실패를 만회하지 않으면 부득이 파문할 수밖에 없다. 섭리가 가까워지는 현재 상황을 명심하고 새길지어다. 세라토 지역장]

적당히 검열에 걸리지 않을 만한 내용으로 쓰여 있지만, 단번에 발렌틴은 그 내용을 이해한다. 편지를 다 읽자마자, 발렌틴에게는 무언가가 솟구친다.
“그래... 나는 후보전도자야. 전도의 경험이야 있지! 그리고 지금이 내 신앙심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좋아, 하고야 말 거다. 이 유치장의 수감자들을 전부! 믿는 자들로 만들 것이다! 그렇게 낙원이 오면! 총회장님 말씀처럼 보란 듯 어깨를 펴고 다닐 것이다!”
발렌틴은 그렇게 다짐한다. 그리고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가 앉아서 가부좌를 튼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걸 본 동료 수감자들이 이제는 낄낄대며 웃기까지 한다.
“에휴, 진리성회 신도라는 인간들은 항상 저러나?”
“저러면 자기네 신들이 구원이라도 해 주나 보는군, 하하하!”
하지만, 그들의 조롱섞인 수다도 얼마 더 가지 못한다. 얼마 가지 않아, 별안간 발렌틴이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자 수감자들은 낄낄거리기 시작한다.
“하하하! 아니, 그런다고 자기가 무슨 초능력자라도 되나? 무슨 수작을 부릴지는 모르겠는데...”
다른 수감자들이 자기들끼리 비웃을 때, 별안간 발렌틴이 일어나더니, 기합소리를 내고는, 방 안을 한번 돌아보더니, 다른 수감자들을 향해 입을 연다.
“들으십시오, 가엾은 자들이여,”
“응? 뭐라는 거야. 이제는 헛소리까지 하나?”
발렌틴은 다른 수감자들이 뭐라고 하든, 계속 말한다.
“당신들에게 말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모두 무언가 좌절을 겪었을...”
그러자 처음에는 웃기만 하던 다른 수감자들 역시, 발렌틴의 말을 들어보기로 한다. 그러자 그걸 기다렸던 발렌틴은 더욱 힘을 얻는다. 우스꽝스러운 외모, 그리고 아까의 기행과는 딴판의 온화한 목소리에 수감자들은 점점 홀리게 된다.
“뭐야, 또 수감자가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
물론 그건 감시하는 경찰들에게는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다.
“놔둬, 저런 이상한 인간들 한두 번 봤냐.”

오전 10시가 되자마자, 예담은 자기 집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아까 후배들은 지하철역에서 내리자마자 만나기로 했다. 그 시간에 맞춰 나왔으니, 지연만 되지 않는다면 딱 맞춰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개찰구를 지나 역에 들어서고 나서 2분 뒤, 열차가 도착한다. 토요일 아침이다 보니, 평일에 비해 사람들은 약간 적지만, 그래도 지하철은 지하철이라 앉을 자리는 많지 않다. 겨우 한 자리가 나서, 그 자리에 앉는다.
“에이, 무슨 자리가 이러냐...”
그렇게 불평을 하려다가, 예담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그 자리의 온도를 높이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어제 두 번씩이나 큰일을 겪었고, 그때마다 능력을 잘 써서 위기를 벗어났음에도, 아직 자신의 능력이 완벽히 알고 쓸 수 있는 게 아니기에, 긴장만 하면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다. 아까 아침 식사를 할 때도 그랬다. 그래서 더욱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데, 하필이면 또 이럴 때 이렇게 자기도 모르게 능력을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 진정해야지... 왜 이럴 때...”
예담은 긴장을 좀 풀기 위해 자기 폰을 꺼내 게임 하나를 켜서 시작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긴장을 줄여 주는 데는 꽤 도움이 된다. 도중에 한 번 환승을 해야 하지만, 이 정도라면 괜히 불안에 떨지도 않고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 뭐, 뭐야?”
심상치 않은 누군가가, 예담의 바로 옆에 앉아 있는 걸 알아챈다. 이것까지는 별로 특이한 일은 아니다. 누군가 옆에 앉는 일이야 지하철에서는 일도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여기 있었네요, 선배님.”
“에, 무, 무슨?”
“어제 저희하고 메시지 했잖아요. 기억 안 나요? 예담 선배님이잖아요.”
“아니, 그렇기는 한데... 맞아, 너희들이 그 재연이하고 베로니카라는... 맞지?”
예담의 양옆에 앉아 있는 건 각각 빨간색과 검은색 후드티를 입은 두 사람. 재연은 중학교 1학년의 남학생이고 베로니카는 2학년 여학생이다. 두 사람이 이렇게 입은 것만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프로필 사진의 같은 색의 후드티 안에 교복을 받쳐입은 모습이나 헤어스타일로 보아서는 동일인이 확실하다.
“맞아요. 사실 어제 저희 선배님한테서 연락을 받았거든요. 누가 레이시에 가니, 같이 가서 거기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해 주면 좋겠다고요.”
“응? 선배 누구?”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올리버라는 동급생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데, 히어로 활동에 취미가 있는 학생들끼리 모여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활발히 활동하려고 하고 있다는 말까지 함께 들었다. 베로니카와 재연을 보니, 알 것 같다. 베로니카와 재연에게 그렇게 말해 준 사람이라면, 올리버나 그 위의 선배일 것이다.
“그런데 그 선배라는 분은 누구한테서 그 이야기를 들었대?”
“아, 저희도 잘 아는 사람이거든요?”
“설마 그 리암이라는 형과 타마라라는 누나를 너희도 아는 거냐?”
베로니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재연은 말하는 대신 예담을 보며 어딘가를 가리킨다.
“뭐, 뭐야?”
재연이 가리킨 그곳을 보자마자, 예담은 별안간 지하철 내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한다. 마치 지금 있는 칸의 문이 모두 닫히고, 폐쇄공간이 되어 버린 것 같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서는, 지하철 안에 누군가가 장난을 치거나, 아니면 초능력으로 무언가를 하기 위한 예행 과정인 것 같다.
“어떤 녀석이냐...”
예담의 눈에, 바로 보인다. 몇 칸 건너 그 사람이 앉아 있다. 그리고 무언가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지도 않은 채로 예담을 빤히 보고 있다.
“에이, 무시해야지. 그런다고 저 사람도 무시할지는 모르겠는데...”
그리고 예담의 예상대로다. 그 문제의 인물은 무시하기는커녕 계속 예담을 빤히 보고 있다. 그것도 에담에게 바로 무언가를 할 것처럼 말이다. 거기에다가, 예담의 발이 점점 시려지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든다.
“뭐지, 이건...?”

“에이, 아침부터 나오라 마라 별말이 많네.”
민은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와서 RZ타워로 가는 길이다. 이 시간이면 평소에는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을 시간이지만, 어제 한 약속은 지켜야 하니까 터덜터덜, 어슬렁거리는 것처럼 걷는다.
“빵이나 좀 사갈까...”
길거리를 터덜거리며 걷던 민의 눈길이 닿은 곳은 블랑코 제과점. 평소에도 빵을 자주 사가는 곳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는 뭐라도 좀 사서 먹어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우선 무슨 빵이 있는지 가보기로 하는데...
“이야, 민이잖아? 이 아침에 웬일이냐?”
그렇게 말을 거는 사람은 민의 근처에 사는 옆 반의 동급생 ‘카즈’. 복장으로 보아서는 축구를 하러 가는 길인 듯하다.
“너 토요일 아침에는 잘 안 다니잖아?”
“뭐야, 혹시 우리 집에 CCTV라도 단 건 아니겠지.”
“나는 그냥 보이는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너야말로 이 시간에 어디를 가는 거냐?”
“아, 그런 일이 있어. 게임하러 안 온다고 겁쟁이로 몰아가는 게 말이 되냐고.”
그렇게 말하며 다시 갈 길을 가려는 민을, 카즈가 붙잡는다.
“야, 잠깐! 뭐 하나만 더 물어보자!”
시어하트어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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