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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어디를 가서 먹어야 하나?”
예담의 말에 베로니카와 재연 역시 식당을 찾기 시작한다. 식당이라면 이 주변에 많이 보인다. 그렇다면 이곳의 특색에 맞는 식당을 찾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지금 배가 많이 고픈지 배에서 소리까지 나고 있다. 그렇다면 가까운 식당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레이시역 주변에서 밥을 먹을 만한 식당을 찾다가, 마침 열려 있는 식당 하나를 찾아 들어간다. 마침 그 가게의 주인은 세라토에 사는 외계인 종족 중 하나인 카타인이다. TV나 각종 영상들을 통해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예담에게는 처음 와 보는 곳이니만큼 모든 것이 새롭다. 물론 베로니카나 재연은 몇 번 와 봤던 곳이므로 그렇게까지 두리번거리거나 하지는 않다.
식당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는 예담을 본 그 식당의 사장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어, 학생, 왜 그러나? 그렇게 안 망설여도 되는데.”
“그러니까요... 저는 단지 만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데...”
“학생, 초능력자로군?”
식당 사장의 그 말에, 순간 예담은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이 말을 듣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불안해서인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 가게 주인이 무언가 알고 있는 게 많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장은 상당히 온화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건 예담뿐만 아니라 베로니카와 재연 역시 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상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는 법이다. 예담은 잠시 고민하다가, 사장의 그 말에 대답한다.
“네, 맞아요. 그런데 사장님은 어떻게 알았죠?”
“아, 그거? 이야기하자면 좀 긴데 말이야...”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뜸을 들인다.
한편 그 시간쯤, 메이링은 혼자 자기 사무실에 와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참에,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빌딩 1층으로 내려온 참이다. 누군가가 메이링을 부른다.
“변호사님.”
메이링에게 다가오는 정장을 입은 한 사람이 보인다. 메이링이 그 사람을 몰라볼 리가 없다.
“키릴로 실장님? 웬일이시죠?”
“긴밀히 전할 게 하나 있거든요. 마침 만나기도 했고 말이죠.”
어제 부하 직원들에게 들은 게 있어서, 메이링은 놀라거나 하지도 않고 키릴로에게 간다.
“그래요. 한번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볼까요.”
메이링 역시 요즘 일어나는 일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상당히 이른 시간 안에 사건의 실마리가 하나로 모여드는 걸 보니, 역시 조금만 파 내려가면 해결될 것 같다는 생각 역시 든다.
“그때 수거한 물컵과 비둘기 있잖습니까? 성분을 분석해 보니까, 만든 곳은 ‘서리얼 제약회사’라는 곳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특허를 낸 곳이 바로 그곳이었죠. 그리고 주로 생산하는 곳도 그 제약회사고요.”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더 갈라져 나오죠. 왜 그 컵과 약품이 하필 학교에서 발견되었는가, 그리고 노리던 게 무엇이었는가... 이건 한 번 더 저희 재단에서 알아봐야겠고요.”
“그 비둘기 말이죠? 뜬금없이 비둘기가 맹조처럼 변했다고 해서 저도 좀 많이 놀랐는데... 왜 하필 그 학교 도서관이었지?”
진도를 빠르게 나가는 것 같던 키릴로는, 거기서 마치 빠르게 달리던 자동차를 멈추는 것처럼 말한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저희가 자체 조사를 벌여 봤지만, 제약회사 차원에서의 실험이라든가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빠르게 한 가지 사실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았습니다.”
키릴로가 하는 말은 마치 자동차를 멈췄다가 빠르게 다시 시동을 거는 것 같다. 메이링은 당연히 궁금증이 더 든다.
“그 가능성이라는 게 뭐죠?”
하지만, 키릴로는 다시 거기서 말을 멈춘다.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오늘 안으로 재미있는 자료 하나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자료가 도착하는 데 시간이 좀 있긴 하지만, 오늘 안으로는 도착할 겁니다.”
“그게 뭔데요? 왜 바로 못 보여 주시는 거죠?”
메이링의 그 말에 키릴로는 잠시 말이 없더니 조용히 웃어 보일 뿐이다. 그리고는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것도 자료가 와 봐야 압니다. 가 보겠습니다. 그럼, 이따가 연락드리겠습니다.”
키릴로가 자기가 온 차에 타고 갈 길을 가자, 메이링은 잠시 그 자리에 서서 머리를 갸우뚱거린다. 도대체 왜 이런 중요한 건 바로바로 안 말해 주는 건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재단에서 다 조사하고 하는 일이니 그러려니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궁금한 건 참을 수 없다. 하지만 그걸 기다리라니, 그것 때문에 머릿속이 근질거리는 것 같다.
“에이, 사무실이나 들어가 봐야지.”
그 시간, RZ 게임센터.
“여기, 여기 좀 보세요! 우와, 여러분! 이게 뭘까요? 그래요, 맞습니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기어 오브 플레어 7>이죠? 오락실 가봤다 하시는 분들! 이런 건 못 봤을 겁니다! 맞아요, 맞아요! 지금 이걸 멀티플레이 모드로 놓고...”
셰릴이 한쪽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하는 말을 들어보니 최신형 오락기 앞에 가서 그 게임을 시작한 모양이다. 그 옆에서 안톤이 촬영 장비를 들고 좋다고 따라다니며 바람잡이 역할을 하는 것도 보인다.
“에이, 이렇게 떼놨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갈까?”
유는 한심하다는 듯 셰릴과 안톤을 돌아보며 중얼거린다. 그걸 보더니 민이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한다.
“그런데, 너 분명히 저 누나가 하는 걸 우리한테 하게 해 준다고 하는 거 아니었냐? 그것도 최신 기종을 우리한테 먼저 해 주게 한다고...”
“그러려고 했다고! 그런데 멋대로 저기 가서 저러고 있잖아! 어휴...”
유는 못내 불만스러운지, 대놓고 셰릴과 안톤이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물론 셰릴과 안톤은 그걸 들은 척도 안 하고 그 게임에만 집중하고 있다.
“피곤하겠네-”
토마가 그렇게 말하며, 마침 자기 한탄에 팔려 있던 유의 기지를 기습, 단숨에 격파한다. 토마 쪽의 화면에 승리 표시가 뜬다.
“야! 나 말하는 사이에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 자, 이리 와! 이리 오라고!”
“실력이 안되면 접근도 하지 말라고-”
“야! 내가 무슨 실력이 하수라고!”
유가 막 그렇게 말하는데, 셰릴과 안톤이 이쪽으로 오는 게 보인다. 그것도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말이다.
“네, 여러분! 이제 다른 게임을 해 보러 갑니다! 여기, 여기! 주목해 주세요!”
셰릴의 그 말을 들은 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렇게 떼어냈건만...”
민의 그 말을 들은 다른 친구들의 시선이, 일제히 민을 향한다. 민에게 또다시 해결책을 바라는 표정을 보인다. 민의 표정이 울상이 된다.
“아니, 그렇게 보면 나한테 또 무슨 뾰족한 수가 있냐고!”
“뭐, 그래서 알아보는 눈이 있었다는 거로군요.”
식당 사장이 말을 마치자, 예담은 거기에 수긍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사장이 말하기를, 카타인들은 적지 않은 수가 초능력에 대한 잠재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데, 사장 역시도 그 재능을 십분 활용해 그의 출신국에서 출세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그는 줄을 잘못 타서 출세와는 길이 멀어졌고, 그 길로 도망치듯 이곳으로 와서 식당을 열었다. 그러다가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 식당은 처음에는 그렇게 소문난 곳은 아닌데, 최근 들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요즘은 아주 유명하다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레이시에 오면 한 번씩은 가 봐야 하는 곳이 됐지. 참 이것도 격세지감이거든.”
예담은 무언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베로니카와 재연은 정말로 배가 고픈 모양이다. 뭐라도 시켜 먹어야 하겠다고 생각한 예담이 막 메뉴판을 보고 무언가를 시키려고 일어난 참이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식당 밖에서 예담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야, 예담아! 너 역 출구 앞에 있겠다고 했더니 왜 여기 있어?”
예담이 돌아보니, 누군가 손을 흔드는 게 보인다. 곧바로 예담은 앞에 있는 리암의 얼굴을 알아본다. 리암과 타마라, 신시아가 어느새 그 가게 앞에 와 있다. 역 앞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안 나오니 여기로 온 모양이다. 예담이 폰을 보니 리암이 보낸 메시지가 좀 많이 와 있다. 그것도 11시 5분쯤부터 시간이 찍혀 있다. 아마도, 예담이 지하철역 출구를 떠나고 직후에 도착했던 모양이다. 리암은 바로 타마라, 신시아와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리암은 예담이 아닌, 바로 식당 사장에게 간다. 식당 사장과는 구면인 모양이다. 먼저 알아보는 건 바로 그 식당 사장이다.
“어? 뭐야, 리암이잖아?”
“그래, 아토모. 좀 오랜만이지.”
리암을 알아본 식당 사장, 아토모는 반가움 반, 놀라움 반이 섞인 표정을 하고서 말한다.
“여기는 웬일이야? 타마라하고, 못 보던 친구도 왔네?”
“아, 그럴 일이 있어서.”
그렇게 말하고서, 리암은 아토모에게 식당 조금 깊숙한 곳으로 오라고 한다.
“아니, 무슨 일인데. 그리고 말투는 전에 본 그런 말투가 아닌데?”
“그러니까, 와 보면 안다니까?”
그렇게 아토모를 부른 리암은, 식당 안쪽에 사람들이 없는 걸 확인하자, 비로소 말을 꺼낸다.
“요즘은 모로하고 연락하냐?”
“아니, 모로는 왜? 나도 요즘 그 녀석하고 통 연락이 안 되어서 잘 몰라. 너야말로 좀 아는 게 있냐고 묻고 싶은데...”
아토모의 그 말에 리암은 무언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좋아. 아토모, 하나 더 묻자. 너 혹시 진리성회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그 사이비? 아니, 나는 거기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도 없고, 또 엮이고 싶지도 않아.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는 좀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말하다가, 아토모는 무언가를 깨달은 모양이다. 아토모의 얼굴색이 푸른색으로 바뀐다.
“설마, 모로 그 녀석, 진리성회 신도냐?”
그 시간, 진리성회 세라토 중앙회당. 강사 정도로 보이는, 짙은 초록색 가운을 입은 간부 한 명이 정장을 입은 지역장에게 보고하고 있다. 간부의 표정은 잔뜩 긴장되어 있는데, 지역장에게 시사프로그램 <이슈의 눈> 예고편 영상을 홀로그램으로 띄워 보여 준다.
“낙원의 때를 방해하는 자들이 다큐멘터리를 예정대로 방영하려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본 것이 맞는다면, 오늘 저녁에 방영될 예정입니다.”
그 간부의 말을 듣자, 지역장이 바로 그 간부를 돌아보며 말한다.
“총회장님께 보고는 했나?”
“보고는 했지만, 아직 별다른 말씀이 없으십니다. 장로님들도 별말씀은 아직 없으십니다. SBC 방송국 안에 디렉터를 비롯한 저희 교인들 몇 명이 방송을 막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해 봤지만, 결국 방송을 막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렇게 신신당부하며 막으라고 했더니만! 누구야, 그 디렉터라는 사람은?”
“전도자 ‘아기레’입니다.”
“당장 호출해. 어서!”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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