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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역장님...”
지역장이 단단히 열을 받은 모습을 보이자, 지역장과 마주 앉은 그 간부는 지역장의 말에 당황했는지 말을 꺼내고서도 뒷말을 잇지 못한다. 지역장은 곧바로 이어서 말한다.
“킬리니우스 강사! 낙원의 때가 다가오고 있는데 바깥세상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 이러다가 낙원으로 가는 길은 또다시 연기되고, 그날이 언제인지는 더욱더 알 수 없게 된다고! 다른 곳도 아닌 세라토 교구인데, 우리가 어떻게 총회장님을 볼 면목이 있겠나!”
“일단 그 교인은 거기 그대로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방송이 끝나고 며칠 동안은 특별한 접촉도 하면 안 됩니다. 안 그러면 저희가 더욱 의심을 사게 됩니다.”
“그럼 대책을 어떻게든 세워 봐!”
지역장이 그렇게 칼리니우스라고 불린 그 간부를 재촉하자, 칼리니우스는 바로 말한다.
“다음에 쓸 카드가 오고 있습니다. 그들이라면 충분히 이 상황을 뒤집어놓을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 쓸 카드가 누군데?”
“다곤 공화국에서 파견한 초능력자 특수부대를 또 한 번 탈취하면 되는 겁니다.”
“그게 얼마나 위험부담이 큰지 아나? 마리우스라는 자도 우리가 본격적으로 써 보기도 전에 실패했잖나! 그걸 또 하자고?”
“그자들은 이미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낙원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필요합니다. <진리경>에 분명히 쓰여 있는 겁니다. 낙원이 오기 전, 대환란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별 바깥에서 오는 공포스러운 것에 의한 것이라고 말입니다. 저희는 그것을 앞당기기 위해 외부의 여러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잖습니까?”
“그것도 상황을 봐 가면서 해야지! 그걸 또 쓴다는 건 도박이야. 우선 그 초능력자 부대를 끌어들이는 건 예비책 정도로나 생각해야 해.”
칼리니우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윽고 다시 말을 꺼낸다.
“차라리, 따님을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따님의 능력, 그 잠재력은 꽤 크잖습니까? 그 잠재력만 폭발한다면, 낙원이 도래하기 전의 환난에는 딱 적합합니다!”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꽤 적극적이야.”
지역장은 자기 딸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회당의 대집회장을 한번 돌아본다. 이미 오전 집회를 마치고 다들 돌아간 터라, 대집회장 내부에는 아무도 없다. 다시 칼리니우스를 돌아본 지역장이 말한다.
“때가 되면 그 아이도 그에 걸맞은 역할을 하겠지. 하지만 환난에 대응할 만한 능력은 아니야. 아직 그 아이의 능력은 거기에는 못 미쳐.”
그 말에 칼리니우스는 머리를 싸매더니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지역장님?”
“시위를 준비해. 세라토와 교구의 모든 회당에 소속된 신도들을 모을 것이다.”
“시위라니요? 설마 일전에 했었던, 법원 앞에서의 시위처럼 말입니까?”
“칼리니우스 강사, 지금 생각했던 게 맞아. 그때 했던 것처럼 해야 한다고. 딱 그때만큼 신도들을 모아야지 할 것 아닌가.”
“예, 알겠습니다.”
칼리니우스는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궁금한 점이 하나 생긴 듯하다.
“그런데, 총회장님께는 보고하지 않습니까?”
“총회장님께서도 동향은 알고 계시지. 자세한 건 내가 총회장님께 다 보고드릴 것이다. 우선 각 회당에 연락해라. 신도들을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모로 그 녀석 진리성회 신도였냐고!”
아토모가 그렇게 열을 내자, 리암은 말없이 자신이 모로의 진리성회 전도자 수첩을 꺼내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자 아토모는 더욱 화가 났는지, 마치 식당 안의 모든 집기들을 때려부술 기세로 그 자리에서 홱 일어선다. 순간 거기에 놀란 예담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한다. 그걸 알아챈 아토모가 황급히 예담보고 앉으라고 손짓하더니, 이윽고 깊은 한숨을 내뱉고서는 말한다.
“이 녀석, 그럴 줄 알았어! 거기다가 거액의 헌금을 쏟아부은 게 맞지? 왠지 금고가 텅텅 비어 버리고 그 녀석이 연락도 안 받더니만!”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리암은 아토모의 말에서 무언가 실마리를 찾아낸 모양이다.
“모로가 네 식당 금고를 싹 털어가 버렸다고? 그러면 그게 언제쯤이었는지, 알아?”
“그러니까, 적어도 일주일 전부터 보이지 않았어! 2주 전에 왔을 때는 너도 봤잖아?”
그러다가 아토모 역시 무언가를 알아냈는지, 리암을 향해 따지듯 묻는다.
“리암, 너! 모로가 또 무슨 이야기를 했어? 그 녀석, 잠적하기 전에도 이상한 소리를 많이 했다고! 뭐 무슨 낙원이 오느니, 그 낙원은 전통적인 신앙에서 말하는 그런 게 아니라느니... 내가 하도 기가 차서, 그딴 소리 할 거면 오지 말라고 했더니, 글쎄, 돈까지 가지고 튀어 버렸네? 그 녀석, 어제 어떻게 했어? 응? 말해!”
아토모가 얼마나 화를 냈던지, 원래 얼굴이 파란색이었나 착각할 정도로, 완전히 그의 얼굴은 파랗게 되어 버렸다. 리암은 그런 아토모에게 물을 주며 진정시키고, 어느새 예담과 베로니카, 재연이 주문한 볶음밥이 서빙 로봇에 실려 나오고 있다.
“야, 야, 좀 진정해라. 너 화난 건 알겠는데, 우리가 설명을 해 주려고 하는 거잖아.”
“맞아, 맞아. 너 못 보던 친구도 있으니까 소개해 줄 거고.”
타마라가 그렇게 거들자, 아토모 역시 조금은 진정이 된 모양이다.
“그래, 고맙다. 역시 친구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렇게 말하고서 아토모는 비어 있는 좌석 한 곳에 앉는다. 예담과 베로니카, 재연보고는 신경쓰지 말고 먹으라는 듯 손짓을 하고는, 자기가 앉아있는 자리로 리암과 타마라, 신시아를 오게 한다. 셋이 다 거기 앉자 아토모는 타마라를 알아보고는 손짓으로 인사하지만, 신시아는 처음 보는 얼굴이라 그런지 어색하게 눈짓으로 인사한다.
“네... 안녕하세요, 신시아 벤베니스테입니다. 아토모 타바스티 씨라고... 했죠?”
“맞아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런저런 어두운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여기 와서 열심히 제 기술을 연마한 덕에 요새 식당은 쑥쑥 커 가고 있답니다. 이번에 있는 일과 같은 사건·사고도 있지만요... 맛은 보장합니다. 언제든 오시면 돼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간단한 자기소개를 마치자, 아토모는 다시 ‘우울함 모드’를 켜기라도 한 것처럼 표정이 어두워진다.
“휴- 그 돈 없어진 것 때문에 요즘 잠이 안 와.”
아토모는 ‘휴’ 하고 한숨을 깊게 내뱉더니, 먼 곳을 바라본다. 옆에서 리암과 타마라, 아토모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예담이, 조심스럽게 끼어든다.
“응? 잠깐만요, 저 사장님 친구가, 여기 돈을 가져다가 헌금으로 바쳤다고요?”
“그랬다더라. 그것뿐만 아니라 다른 카타인들한테서 돈을 빌리고 안 갚은 게 많대.”
리암이 그렇게 말하고, 타마라와 신시아도 고개를 끄덕이자, 아토모는 마치 화산이 분화라도 하는 듯 소리친다.
“이 자식, 돈을 얼마나 거기 갖다 바친 거야!”
그런데 아토모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모양이다.
“이게 뭐야. 공기가 이상한데? 이거, 분명히 여기 누가 장난을 치는 것일 텐데?”
“장난이라니?”
타마라가 그렇게 되물으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위를 살핀다. 그리고 식당 밖도 한번 살핀다. 특이한 동향이 포착되지 않는지, 타마라는 다시 들어와서 자리에 앉는다.
“깜짝 놀랐잖아.”
신시아가 그렇게 말하자 타마라는 ‘뭘 그런 걸 가지고 다 놀라냐’는 듯 신시아에게 손짓하며 말한다.
“혹시 이 안에 이상한 거 못 느꼈지?”
“이상한 거라면... 그런 이상한 사람들도 없는 것 같고.”
신시아가 그렇게 말하자, 옆에서 밥을 먹던 베로니카와 재연이 넘어와서 말한다.
“저기, 그거 정말이죠?”
“어, 진짜라니까! 그런 징조는 없었는데...”
“어, 정말요? 이건 뭐죠?”
“응?”
베로니카가 어느새 무언가를 묶어서 리암과 아토모의 앞에 내던진다.
한편, RZ 게임센터.
“여러분, 다음 게임은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기대하고 바라는 대로, <제네시스 월드> 대항전, 이제 곧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민과 다른 친구들이 뭐라고 하든 말든, 셰릴은 점점 가까이 오고 있다. 그 옆에서 안톤이 마치 딸랑거리는 듯, 따라다니는 모습이 민과 친구들이 더욱 열받게 한다.
“안톤은 우리하고 하러 온 거냐, 아니면 저 선배하고 방송하러 온 거냐?”
“그러게... 그러니까 처음부터 네가 왜 오라고 했어!”
“맞아. 어제도 이상한 소리나 하고 있더니만!”
유는 친구들의 원망 섞인 말을 들으면서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가, 때가 되었다는 듯 말한다.
“야, 이제 시작한다. 다들 민이 말대로 하는 거 알지?”
“아, 알았어!”
민이 그 상황에서도 순간적으로 머리를 짜낸 아이디어를, 이제 써 보기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셰릴은 한참 게임을 하던 토마의 바로 옆에 앉았다.
“자, 자! 이제 또다시 시작! 주목하는 거 알고 있죠? 그럼 계속 지켜봐 주시길...”
그런데 토마는 아무 미동도 하지 않고, 옆에 앉은 셰릴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조용히 자기 게임을 할 뿐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끄럽게 떠들었지만, 셰릴이 옆에 오자마자, 마치 모든 소리를 뺏겨 버린 것처럼 입을 다물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는 채로, 그냥 게임만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왜 반응이 없어? 여러분, 여러분! 아무래도 제 정성이 부족한 것 같군요. 그러면 다시 한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다시...”
하지만 그래도 토마는 별 반응이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셰릴이 하는 말을 뮤트해 버린 것처럼, 못 듣고 있는 것이다.
“야, 대답을 좀 하라고!”
셰릴은 참다못해 생방송을 하는 것도 잊은 채로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역시, 토마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아니, 들은 척이라도 했다면 최소한 돌아는 봐야 할 텐데, 그것조차 없다. 그래도 자기 방송은 해야 하니, 셰릴은 카메라를 돌리며 말한다.
“여러분, 여러분! 잠시 방송 중 돌발상황이 있었습니다! 다음 순서로 바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은 이쪽으로 한번 보실 텐데요...”
셰릴이 안톤과 함께 다른 쪽으로 가는 게 보인다. 옆에서 니키타가 민에게 묻는다.
“그런데 뭘 어떻게 했던 거야?”
“아, 그게 다 방법이 있거든. 원리는 조금 있다가 말해 주겠지만.”
하지만 유는 셰릴이 그쪽으로 가는 걸 보고 금세 또 울상을 짓는다.
“아니, 저 선배는 왜 또 저쪽으로 가는데! 저기로 가면 안된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좀 있다가 너희들한테 재미있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저 선배가 거기서 뭘 하려고 하는 거냐니까!”
유의 말대로다. 셰릴은 마치 ‘유레카’를 외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조명도 최대한 켜 놓은 채 방송을 하고 있다.
“자, 시청자 여러분, 오늘의 메인 이벤트, 시작합니다!”
“잠깐. 나한테 또 좋은 생각이 있는데...”
민의 옆에서, 누군가가 말을 꺼낸다.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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