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to content
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삭제된 2시간에의 기억

마드리갈, 2024-11-28 20:40:40

조회 수
130

1년 전 이 시간대의 저는 전신마취 상태로 수술을 받고 있었어요.

대략 2시간 정도 이루어진 그 수술 도중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어요. 단지 입에 산소마스크가 씌워지기 직전에 수술실 천장에 있던 기자재의 제조사 상표 2가지만은 기억나네요. 드레거(Dräger) 및 슈토르츠(Storz)가 보였고, "다시 눈을 뜨게 되면 저 회사를 알아보자" 라고 다짐하자마자 마취에 그대로 잠들어버렸어요.


그리고 눈을 다시 떴을 때는 침대에 누운 채로 수술실 밖을 나오는 중이었어요. 그리고 오빠가 눈물이 맺힌 채로 저를 보면서 말을 걸어서 겨우 대답했어요. 병실에 도착해서야 제 상황을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팔과 고간에 이상한 감각이 있었어요. 팔에는 온갖 수액이 주입되는 관이 꽂혀 있었고, 고간을 손으로 더듬어 보니, 거기에도 흔히 소변줄이라고 불리는 카테터(Cateter)가 꽂혀 있었어요. 그 밖에도 많은 것이 달랐어요. 병실내의 기온이 높다 보니 춥지는 않았지만 환자복의 그 낯선 질감이나 익숙하지 않은 형태에 꽤 큰 위화감을 느낀 것이 여러모로 문화충격이었죠. 수일간 완전금식 상태였고 소변은 의지와 무관히 배출되는 그런 날이 대략 12월이 시작해서까지 이어졌던 게 기억나네요.


그 삭제된 2시간에의 기억을 돌아볼 기회가 이렇게 온 게 그래도 천만다행이 아닐까 싶네요.

또 입원할 상황이 있긴 해요. 내일 진단결과에 따라 결정날 것이다 보니 유동적이고 그래서 긴장을 놓고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의기소침하지도 않을 거예요. 해야 할 것이 많으니까요. 1년 전 수술 전에 했던 결심도 지킨 만큼 이번에도.


수술을 받았던 2시간은 제 기억에서 삭제되었지만, 제 삶에서는 계속 기억될 듯해요.

마드리갈

Co-founder and administrator of Polyphonic World

2 댓글

Lester

2024-12-01 08:09:14

저도 병치레가 심해서 병원을 자주 드나드는 것은 지금도 그렇고, 한 번은 자잘한 수술 때문에 짧게 입원한 적이 있었더랬죠. 노트북파가 아니었고 혼자 2인실을 써서 1인실이었다 보니, 할 게 없어서 시간이 정말 안 가기도 했지만 기묘하게도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상과 괴리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던 기억으로 삼고 있네요.


어쨌든 병원을 하도 드나들어서 이제는 소독약 냄새가 반갑고 주사는 어디에 맞아도 크게 통증이 없는 수준까지 갔습니다만, 그래도 몸 어딘가가 고장났다는 뜻이기에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특히나 중병의 경우 말씀하신 것처럼 나중에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도 분명 다행입니다. 그리고 오너님의 30일자 글에 예비검사(?)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적혀 있기에 더욱 다행이라 하겠습니다. 경험상 예비검사에서 이상징후가 없으면 정밀검사도 관리만 잘 해주면 자연치유되는 경증 정도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에 정밀검사 결과도 좋을 것입니다. 그래도 결과가 명확하게 나와야 확실하고 또 비로소 안심할 수 있겠지요. 계속 회복되시길 기원합니다.

마드리갈

2024-12-01 20:58:20

일단 입원생활을 해야 할 상황은 지금 당장 닥쳐온 건 아니지만, 이번주에 또 검사가 있다 보니 판단이 유예되어 있는 상황이예요. 그래서 조금 불안하기도 하고, 입원생활을 전제하고 싸 놓은 최소한의 짐 또한 풀지 않은 채로 매일의 통상적인 소독과 치료를 하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좋은 말씀에 깊이 감사드려요. 게다가 다행히도 상황도 매우 호전되고 있어요. 

Board Menu

목록

Page 1 / 303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 중입니다. (250326 추가)

6
  • update
Lester 2025-03-02 176
공지

단시간의 게시물 연속등록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SiteOwner 2024-09-06 356
공지

[사정변경] 보안서버 도입은 일단 보류합니다

SiteOwner 2024-03-28 209
공지

타 커뮤니티 언급에 대한 규제안내

SiteOwner 2024-03-05 240
공지

코로나19 관련사항 요약안내

615
  • update
마드리갈 2020-02-20 3924
공지

설문조사를 추가하는 방법 해설

2
  • file
마드리갈 2018-07-02 1054
공지

각종 공지 및 가입안내사항 (2016년 10월 갱신)

2
SiteOwner 2013-08-14 6034
공지

문체, 어휘 등에 관한 권장사항

하네카와츠바사 2013-07-08 6643
공지

오류보고 접수창구

107
마드리갈 2013-02-25 12159
6042

이제는 증기기관차도 디지탈제어시대

  • file
  • new
마드리갈 2025-04-18 13
6041

이유를 말못하는 개혁과 시장을 이긴다는 망상

  • new
SiteOwner 2025-04-17 15
6040

판소리풍 화법의 기사를 쓰면 행복할까

2
  • new
마드리갈 2025-04-16 20
6039

자칭 통일운동가들은 김일성 생일은 잊어버렸는지...

2
  • new
SiteOwner 2025-04-15 25
6038

<죠죠의 기묘한 모험> 7부 <스틸 볼 런>의 애니메이션 제작이 확정

7
  • file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4-14 106
6037

엑스포 이야기 약간.

4
  • new
SiteOwner 2025-04-13 76
6036

미국의 제조업 천시 마인드는 여전합니다

3
  • new
SiteOwner 2025-04-12 54
6035

트럼프라면 중국에 대해 1000% 관세율을 적용할 듯?

3
  • new
마드리갈 2025-04-11 50
6034

NHK에서도 애니에 출연하는 성우들이 자주 나오네요

  • new
마드리갈 2025-04-10 37
6033

이번주의 피로가 지난 수년간보다 더 크게 느껴지네요

2
  • new
마드리갈 2025-04-09 47
6032

"자칭 히로스에 료코 용의자 체포" 의 충격

2
  • new
SiteOwner 2025-04-08 48
6031

러시아의 첩보센서는 영국 영해에까지 들어와 있습니다

2
  • new
SiteOwner 2025-04-07 50
6030

적성국보다 동맹국이 나쁘다고 말한 결과

2
  • file
  • new
마드리갈 2025-04-06 52
6029

형해화에 무감각한 나라

  • new
마드리갈 2025-04-05 45
6028

계엄-탄핵정국은 이제야 끝났습니다

8
  • new
SiteOwner 2025-04-04 116
6027

학원 관련으로 여행에서 접한 것들 몇 가지

2
  • new
마드리갈 2025-04-03 50
6026

애니적 망상 외전 10. 일본에 펼쳐진 시카노코

2
  • new
마드리갈 2025-04-02 61
6025

이제 일상으로 복귀중

2
  • new
마드리갈 2025-04-01 54
6024

조만간 출장 일정이 하나 잡혔는데...

4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3-31 111
6023

최근 자연재해 소식이 많이 들려오는군요

3
  • new
시어하트어택 2025-03-28 121

Polyphonic World Forum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