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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라가 다분히 과장된 것 같은 반응을 보이자, 리암이 거기에 맞장구친다.
“맞아, 타마라. 심증일 뿐이지만. 그런데 죽은 곳은 또 자기 집이었잖아. 죽인 사람도 마리우스였고.”
“리암, 그러면 그게 볼트 선배가 자주 찾았던 것과 무슨 상관인데?”
“추적해 봐야지. 어제도 그런 비슷한 제보를 받아서, 웬만하면 다들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부른 거야. 뭐, 나는 별로 기대도 안 했는데, 다들 와 줬네.”
그렇게 말하며, 리암은 자신이 가진 볼트 선배가 찍은 사진 이미지 몇 장을 다른 일행에게 보여 준다. 레이시에 있다는 것 빼고는, 사진들 사이에는 큰 공통점은 없어 보인다.
“일단 내가 가진 최근 선배 사진들을 최대한 뽑아 봤는데... 단서가 나오려나.”
리암이 중얼거리는데, 베로니카가 리암을 툭툭 건든다.
“어, 왜?”
“어쩌면 이게 힌트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베로니카가 그렇게 말하며, 자기가 메고 온 가방에서 아까 포획한 드론을 꺼낸다. 드론은 엔진을 묶어 놓고 카메라를 가려 놨음에도, 여전히 붕붕거리며 날아가려고 하는 게, 계속 누군가가 조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소리가 거슬리기도 하거니와, 더 이상 이대로 놔뒀다가는 무슨 큰일을 일으켜 버릴 것만 같다.
“이거, 어떻게 할까요?”
“우선 풀어놔 봐.”
타마라가 그렇게 말하자, 예담은 타마라의 그 말이 얼핏 이해가 가지 않았는지, 반문한다.
“뭐야, 그걸 그냥 풀어놓으라니요?”
“그러니까, 저 와이어로 묶여 있으니까, 따라가다 보면 누가 보낸 건지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 알겠어요.”
타마라의 말대로, 베로니카가 드론을 풀어놓고서 잠시 가만히 있자, 드론에 묶인 와이어가 풀리더니, 잠시 후 드론이 한쪽 방향을 향해 가기 시작한다. 그 드론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일행이 움직이니, 한 골목에 이르게 된다. 레이시의 중심가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원룸들과 식당들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레이시의 중심가, 고층 빌딩이나 레이시역 같은 것들은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디, 그 드론을 조종하는 녀석이 이제 여기 있는 건가? 한번 찾아 봐야겠는데.”
리암은 바로 그렇게 말하더니, 드론이 웅웅거리며 가려는 방향을 추적한다. 드론은 어느 한 건물로 향한다.
“좋아, 일단 내가 한번 가 볼 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리암은 그 드론이 멈춰선 건물의 입구를 한참 응시하고 있다. 거기에서 더 발걸음을 떼거나 하지는 않고서 말이다. 그리고 그 드론이 지하실 쪽으로 들어가자, 리암도 따라 들어간다.
약 2분 뒤, 리암에게는 아무런 소식도 없다.
“리암 형, 꽤 늦네요. 금방이라도 무언가 해치워 버릴 기세로 들어가더니만...”
예담이 걱정스럽게 말한다. 타마라 역시, 리암이 걱정스러운지 그 지하실 입구를 응시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하는 말은 리암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듯하다.
“뭐,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마리우스 때도 너 봤잖아?”
“하긴, 그러네요. 하긴, 리암 형이라면 이런 건 어려운 일도 아니겠죠.”
예담과 타마라는 그렇게 말을 주고받지만, 재연은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모양이다.
“잠깐만,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건, 설마 그 형이 잡혀 버린 게 아닐까요?”
“응? 잡혀?”
“네. 그러니까...”
재연은 거기서 무언가 더 말하려고 하지만, 그 말은 차마 입밖에 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에이,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해! 리암이라면 분명히 잘 처리했겠지.”
“타마라, 그게 아닌 것 같아.”
옆에서 듣고 있던 신시아가 끼어든다.
“뭐가? 지금 이 드론이 가는 대로 잘 따라갔고, 이제 그 녀석들이 있는 곳에 왔잖아.”
“우리 지금, 함정으로 온 것 같다고!”
신시아가 그렇게 말하자, 타마라가 양옆을 돌아본다. 타마라가 서 있는 곳은 그 지하실 입구. 타마라는 이곳이 함정이라고 하면서도 리암이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다음 순간.
“야, 타마라! 타마라, 어디 갔어!”
타마라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신시아는 타마라마저 사라지자, 불안했는지 식은땀마저 흘린다. 하지만 이내, 머리를 흔들며 혼자서 되뇐다.
“안돼...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나보던 더 어린 애들도 이렇게 함께하고 있는데!”
“뭐야, 어떻게 된 거죠?”
뒤에서 예담이 신시아에게 묻는다.
“리암 형은 그렇고, 타마라 누나는 또 어디 갔어요?”
“사라졌어... 그것도 눈 깜짝할 새에.”
신시아의 그 말에, 예담은 지금 신시아가 하는 말을 그대로 믿기 힘들었던지, 신시아에게 되묻는다. 직접 말로 하지는 않지만, 베로니카와 재연 역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다.
“아니, 리암 형하고 타마라 누나가, 둘 다 어디론가 사라졌다고요?”
“그래, 그것도 바로 이 지하실 앞에서 말이야!”
“아니, 리암 형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타마라 누나는 이 지하실 앞에 서 있었을 뿐인데 사라졌다고요?”
그런데, 뒤에 있는 재연은 행동이 앞섰던 건지, 예담과 베로니카를 제치고 리암과 타마라가 사라졌다는 그 지하실 계단 쪽으로 재빨리 뛰어간다.
“야, 너 멋대로 그렇게 뛰어가면 안되지... 어휴!”
그런데, 베로니카는 그런 재연의 행동에도 동요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팔짱을 끼고서 어떻게 일이 돌아가나 하고 관망하는 모양새까지 보인다. 예담은 베로니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야, 후배가 또 위험해지는데 너는 왜 그렇게 여유 있냐?”
“아, 저거요? 두고 보세요. 아까 선배님도 몇 번 봤잖아요?”
“응?”
예담은 다시 되물어 보려다가, 금세 베로니카의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챈다. 그리고 베로니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도, 어렴풋이 알게 된다.
“그 와이어로, 뭘 하려는 거지?”
“기다려 봐요. 이제 다 됐으니까.”
그런데 베로니카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베로니카 역시 보이지 않는 큰 힘에 이끌려, 그 지하실 안쪽으로 끌려들어가기 시작한다. 깜짝 놀란 예담과 신시아가 황급히 베로니카를 붙잡으려 하지만, 베로니카를 끌고 들어가는 그 힘이 훨씬 커서, 예담과 신시아는 베로니카를 놓치고 만다.
“야, 안돼! 너까지 끌려들어가 버리면 어떡해!”
“그러니까, 제 걱정은 말고...”
베로니카는 예담의 그런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금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딴소리까지 한다. 이윽고, 베로니카는 그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지하실로 가는 계단으로 끌려가 버린다. 신시아 역시 급히 초능력까지 써 가며 베로니카를 끌어내 보려고 하지만, 이미 끌려들어가 버린 걸 어떻게 하기는 힘들다.
“야! 베로니카! 안돼!”
“말 다 했냐고!”
그 덥수룩한 머리의 남자가 민의 그 말에 제대로 열이 났는지, 자신이 들고 있던 후드를 벗어 던져버리고는, 민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서 말한다.
“그리고 무슨 수준? 너희들 같은 꼬맹이들이 이러고 노는 것보다도 내가 수준이 못하다고?”
그는 정말 많이 화가 난 모양이다. 그 표정이 한순간에 진지함을 가득 담은 얼굴로 바뀌더니, 곧이어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지금 이 오락실 안에 있는 풍경을 보라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 그 놀이동산처럼 바뀌어 가고 있지 않냐?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런 멋진 능력을 얻게 되었는데, 그걸 쓰지도 못하고 있다가 이런 좋은 기회를 만나게 됐다고! 좀, 이 오락실을 운영하는 회사가 알면 좋겠는데! 나 ‘키토’가 이 오락실을 아름답게 단장해 줬다고!”
그런데, 그의 말을 민의 옆에서 듣던 유가 킥킥대며 웃는다.
“넌 왜 또 웃어!”
“아니... 다른 건 아니고... 저희 가족이 여기 주인이거든요? 그런데, 아저씨가 하는 말이, 너무 웃기거든요? 뭐라고 해야 하나... 미술관에 손님이 왔는데 자기가 멋대로 그린 낙서를 걸고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멋대로 떼는 것 같은데요?”
“이 자식, 뭐야!”
그 머리 덥수룩한 남자, 키토는 더욱 화를 낸다.
“너희들, 감히 내 재미를 여기서 깨 버렸겠다! 특히 너!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그는 조금 전까지의 ‘즐거움’은 싹 사라진 건지, 악만 남은 채로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다른 사람들이 다들 돌아봐도, 그는 개의치도 않는다.
“너는 특별히 저기 보이는 예술작품처럼 만들어서 전시해 줄 거다!”
그의 그 말에, 다른 친구들, 특히 토마는 안색이 더 시퍼레진다. 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겪었기에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야! 피해! 다른 사람들 보고도 그러냐!”
하지만 민은 그냥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고개를 흔들 뿐, 별말이 없다. 대신, 옆에 있는 유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하니, 유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서 민이 그를 다시 보더니, 또다시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이 자식!”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마치 등 뒤에 엔진이 달린 것처럼, 그가 서 있던 그 자리에서 ‘휭’ 하고 내던져져 버린다. 앞에 있는 게임센터 정문을 통해 날아가 버린 그가 도착한 곳은 보안업체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던 곳이다.
“야, 이 버러지 같은...”
보안업체 직원들이 벌써 그의 어깨를 붙들어 버렸는데도, 그는 여전히 상황파악을 못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댄다.
“이거 놔! 나는 저기서 할 게 있다고! 얼른...”
하지만 밖에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그 보안업체 직원들이 모를 리가 없다. 곧장 그를 강하게 잡아끌더니 어디론가 그를 끌고 간다.
키토가 보안업체 직원들에 의해 끌려가자, 게임센터 안에 전개되어 있던 그의 능력이 해제된다. 옷 전체가 플라스틱 장난감처럼 변했던 토마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넥타이와 가방, 민이 사 온 샌드위치, 그리고 다른 게임기들까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간다.
“에이, 여기서 다시 볼 줄은 몰랐는데...”
그 남자가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자, 토마는 한숨 돌리고는 안도한다. 또 그 새에 천식이 도졌는지, 콜록콜록하는 기침을 몇 번 내뱉는 건 덤이다.
“왜 초능력을 가지게 된 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다시 보니까 싫다고.”
“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좀 자세히 말해 주라!”
“나중에, 나중에.”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민은 자기가 가져온 쇼핑백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꺼낸다. 물론, 샌드위치들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있다.
“야, 다들 이거나 먹고 하자.”
“너는 참 태연해서 좋겠다. 무슨 남의 일 보는 것처럼 그러냐.”
“토마, 왜 그래. 빨리 먹기나 하자니까?”
“아, 그래.”
한편, 상황이 얼추 정리되자, 민과 다른 친구들은 셰릴과 재림의 대결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까의 그 혼란상도 어느 정도 수습되어, 다시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는 게 보인다. 그런데 셰릴의 울먹이논 소리가 들린다.
“아니, 동시 접속자 수가 올라가야 하는데 왜 내려가냐고! 이상하잖아!”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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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마드리갈
2024-12-04 13:42:22
문제의 드론 운용자를 쫓기 위해 행동에 나선 타마라와 리암이 갑자기 사라졌고, 베로니카마저 저런 상황이 되다니, 베로니카가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는 것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결과가 최악이 되었네요. 대체 이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문제의 소동을 일으킨 장본인은 키토라는 덥수룩한 머리의 남자. 참 악취미네요. 고작 발상과 행동이 저 따위라니. 죠죠의 기묘한 모험 3부에 나오는 알렛시같은 저열함과 추잡함이 그대로 느껴지네요. 타인을 보고 버러지 운운하지만 그의 행각이 버러지 미만이라는 것은 그만 모를 듯.
셰릴은 진짜...자기 방송이 뜨려면, 능력이 된다면 전쟁이라도 일으킬 성격 같네요. 맞아서 차릴 정신은 없는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