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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초능력자가 수상하다!] 46화 - 닫힌 공간(1)

시어하트어택, 2024-12-06 07:59:01

조회 수
52

한편, 키토의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에도 셰릴과 재림은 마치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대결을 계속했다. 그 와중에 토마는 옷 전체가 플라스틱처럼 되어 고정된 상황에서 셰릴과 재림을 보게 되었는데, 재림은 그 동작이 셰릴보다도 과장되어, 마치 누가 보면 방송의 주인공이 셰릴이 아니라 재림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열심히 대결에 임했다. 그 뒤에서 열심히 박수치고 응원하는 사람들 역시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애초에 키토가 SRTV의 시청자다 보니 셰릴을 방해하고 싶은 마음이 없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셰릴과 재림의 대결은 소동이 벌어지는 중에도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키토의 소동 때문에 우왕좌왕했던 다른 사람들 역시, 어느새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아 있고, 그중 일부는 구경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샌드위치를 먹던 민과 친구들이 다시 돌아보니, 이제 둘의 대결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곧이어 재림이 방송을 다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그 자리를 떠나는 게 보인다. 그런데 재림이 그 방송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안톤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아 보인다. 안톤은 울상을 짓고 있는데, 마치 셰릴보다 자신이 더 잃은 게 많은 듯한 표정이다.
“말 좀 해 봐! 선배님 방송 시청자 수가 왜 내려가는지!”
“안톤? 뭐라고 하는 거지? 네가 뭐라고 하든 나는 모르겠고- 나는 이제 방송 다 끝났으니까 간다?”
안톤에게 그렇게 말하며 재림은 친구들 있는 곳으로 돌아온다. 안톤이 한 말은 괜히 한 말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게, 셰릴은 울상을 지을 뿐만 아니라,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격한 반응까지 보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청자들의 반응에 여러 가지 반응를 하며 방송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는데, 이렇게 완전히 다른 모습, 시청자가 떨어지니까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다.
“야! 설명해 봐! 내 시청자 수가 왜 떨어지는 건데!”
“어... 그건 저는 모르겠고요.”
재림은 그렇게 시치미를 뗀다. 당연히 시청자가 빠지는 걸 보다 못한 셰릴은 인사말도 하지 못하고 황급히 방송을 멈추고는, 재림에게 따지기 시작한다.
“너 내 방송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시청자 당상 원상복구 해 놓지 못해?”
“아니, 그러니까요, 선배님, 제가 그 방송을 일부러 망치려고 망쳤냐고요. 저는 그냥 제가 평소에 하는 것처럼 리액션을 보였을 뿐인데. 여기 보신 분들! 다들 봤죠? 저는 그냥 게임을 했을 뿐이라고요. 얘들아! 너희들도 봤지...?”
뒤에 있는 구경꾼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지만, 민과 다른 친구들은 그동안 키토와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셰릴과 재림의 방송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봐봐! 네 친구들은 아니라잖아!”
“하지만- 그게 제가 무슨 수작을 했다는 것에 대한 동의는 아니잖아요- 그렇죠?”
재림이 그렇게 말하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셰릴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하다.
“내 시청자 어떻게 할 거야! 빨리 원래대로 돌려놔!”
“그건 선배님 사정이라니까요- 얘들아, 재미있게 봤지?”
“너 내가 월요일날 가만두나 봐!”
하지만 셰릴이 뭐라고 하든 말든, 재림은 이제 셰릴에게는 어떤 관심도 주지 않는다. 그 순간 민은 무언가 재림에게서 초능력을 감지한 듯하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는다.
결국, 계속 뭐라고 하다가 제풀에 지쳤는지, 셰릴은 방송을 마치고는 게임센터를 자기 발로 나간다. 그래도 방송에 대한 욕심 자체는 없어지지 않고서, 방송장비를 들고 언제쯤 방송을 다시 켤까 하는 생각에 골몰한 것으로 보인다. 1층에 다다르니 언제 그렇게 울상이었냐는 듯 방송을 다시 하는 모습도 보인다.
“에이, 다들 가니까 조용하네.”
민이 셰릴의 뒷모습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그러면서도 샌드위치를 또 한 조각 뜯어먹고 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분명히 친구들과 게임 대결을 하고 있기는 했는데, 중간에 셰릴이 끼어들면서 호흡이 끊겨 버린 것 같다. 마치 명령어를 잊어버린 로봇처럼 멀뚱멀뚱 서 있는 걸 보고, 민이 친구들의 눈앞에서 손뼉을 치며 말한다.
“자, 자! 우리 어디까지 했더라?”
“그러니까... <제네시스 월드>를 하고 있었는데, 저 선배가 난입했지, 아마?”
“그래, 그러면 우리 어디, 처음에 말했던 그 최신 게임이나 해 보자고!”
“그런데 재림아, 너 아까 그거 뭐냐? 시청자가 왜 갑자기 떨어져?”
“아, 그건 내가 나중에 설명해 줄 거고-”

한편 그 시간, 레이시의 주택가에 있는 한 건물의 지하실 입구. 리암과 타마라, 재연이 사라진 그 지하실 계단에, 베로니카까지 들어간 상황이다.
“야, 베로니카! 베로니카! 우리 말 들려?”
예담이 그 건물 지하실로 가는 계단에 대고 외치자, 뜻밖에도, 베로니카의 대답이 바로 들려온다.
“예담 선배님인가요? 네- 잘 들리는데요.”
“어...?”
그런데 재연의 목소리도, 심지어 리암이나 타마라의 목소리도 안 들리는데, 베로니카의 목소리만 들리는 건 이상하다. 베로니카가 뭘 해 놨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야, 베로니카! 너 뭘 한 거야? 왜 너만 대답하는 건데?”
“아, 그게 왜냐면요!”
예담과 신시아는 동시에 한 가지를 생각해낸다. 베로니카는 분명, 와이어를 꺼내서 그걸로 뭔가 버티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와이어로 묶인 곳의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예담과 신시아는 베로니카의 뒤를 조용히 밟아 보기로 한다.
“내가 먼저 들어갈게.”
“아니요. 제가 먼저 들어가죠.”
예담이 그렇게 말하고서 베로니카가 버티고 서 있는 곳을 지나서, 계단을 내려가니...
“응?”
지하실 문 앞에, 누군가가 발버둥을 치는 것 같다. ‘쿵, 쿵’거리는 소리, 그리고 문 너머에서 들리는 숨소리로 봐서, 그건 확실하다.
“뭐야, 누가 있는데? 수상한 사람 아닌가?”
“그럼 끌어와야죠.”
예담의 그 말에 신시아는 곧바로 그 문에다가 손을 대고 잠시 가만히 서서 무언가 중얼거린다. 신시아의 능력이 그 문에 발동되자, 그 발버둥은 더 심해진다.
“이거 누구 같냐?”
“어... 키가 저 정도인 걸 보니까, 리암 형이나 타마라 누나, 그리고 그 후배도 아닌 것 같네요. 그렇다면 고민할 필요는 없죠.”
“응? 무슨 고민?”
신시아가 그렇게 되묻지만, 예담은 이미 행동에 옮기고 있다. 그 지하실의 철제문이 뜨거워지기 시작하고 있다. 금세, 예담이 손을 댄 곳이 열 때문에 뜨거워진다. 누가 보면 마치 막 가열되기 시작한 철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오- 따끈따끈해지는데.”
“이제 금방인데요.”
예담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문 안쪽에서 어느 남자의 비명이 들려온다. 리암의 목소리도, 재연의 목소리도 아닌 다른 목소리다.
“앗, 뜨뜨뜨... 뜨겁다고! 나 좀 여기서 떼 줘, 빨리!”
“역시나. 셋 중 아무도 아니었어.”
그렇게 말하고는 예담이 그 철문을 발로 차서 연다. 예담의 눈에 바로 누군가가 들어온다.
“뭐야, 이건 누구지?”
한 남자가 그 철문 너머에 엎드러져 있는 게 보인다. 그의 손과 얼굴이 벌게져 있는 게 보인다. 그리고 그 뒤로, 리암과 타마라, 재연이 보이고, 또 다른 쪽에는 컴퓨터와 테이블, 그리고 당황한 것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들도 보인다. 이 사람들이, 무슨 능력을 쓴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드론을 조종하고 리암과 타마라, 재연을 끌어와서 가둔 건 확실해 보인다.
“뭐냐, 너희들.”
철문 위에 엎드러진 남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 중, 리더격으로 보이는 여자가 당황했는지 더듬거리며 말한다.
“남의 사무실에 허락도 없이 침범하는 건 또 무슨 짓이냐고!”
“그쪽이 수상한 짓을 하니까 들어온 거지.”
예담이 그렇게 말하자, 그 여자 옆에 있는 30대 정도로 되어 보이는 남자가 말한다.
“수상한 짓이라, 하하하. 그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인걸? 여기 이 녀석들이 왜 잡혀 들어왔는지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그러게, 왜 남의 사무실에 함부로 들어오냐, 이거야.”
그 남자의 그 말을 듣던 리암이 코웃음을 친다. 그러면서 아까 자신이 들었던 말들을 끄집어내서 말한다.
“하하하! 그러면 대체 섭리를 방해할 자니, 진리경이니 하는 말은 왜 한 건데? 이게 정상적인 사무실 같은 데서 나올 말이냐?”
“뭐? 우리가 그렇게 말했다고? 하하하! 이제는 아주 말을 다 지어내는군!”
리더 정도로 되어 보이는 여자가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말하지만, 곧이어 재연이 자기 가방을 열더니, 자신이 미리 녹음한 테이프를 튼다.

“섭리를 방해하는 자들이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강사님.”
“그래, ‘호노리우스’ 형제, 잘했어. 지역장님이 기뻐하시겠어. 금방금방 잡히지 않던 녀석들인데, 이걸로 한시름 덜었군. 이걸로 다른 섭리를 방해하는 자들에게도 큰 경고가 되겠지.”
“드론을 안쪽으로 들여보내겠습니다.”
“좋다. 신호를 주면 내가 끌어들이겠다. 다른 회당에도 상황을 전파해라.”

방금 튼 테이프 안의 목소리라면, 분명히 리더격으로 보이는 여자와 옆에 있는 30대 남자의 목소리다. 목소리에서 콜록거리는 소리가 가끔 들리는 것으로 보아서, 그건 더 확실해진다.
“이래도 아니라고?”
타마라의 그 말에, 리더격으로 보이는 그 여자는 다른 곳만 보다가, 이윽고 더는 숨기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하, 하하! 젠장, 드러났군. 언제 다 녹음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사 직책의 그 여자가 그렇게 말하며 무언가 더 말하려고 하지만, 리암은 여자의 그 말을 가로막고는 계속 말한다.
“그리고, 아까도 다 보였는데? 이런 반지하 공간에서 무슨 교리 공부 같은 걸 하고 있던데? 좀 숨기려면 이렇게 허술하게 숨기지 말고, 아예 저기 땅굴 같은 걸 파거나, 우주선 같은 데서 하지 그래?”
“그러게. 여기 지하실,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몰라.”
타마라도 리암을 거든다.
그런데, 그 지하실 안이 무언가 좁아지는 것 같은 기분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리암뿐만 아니라, 타마라, 예담, 그리고 재연까지 그렇다.
“뭐지? 이 공간, 점점 쪼그라드는 것 같은데?”
“그러게, 좀 살피고 들어왔어야지!”
강사 직책의 그 여자가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는 듯 말한다.
“들어온 순간 끝이라고. 좀 보고 들어왔어야지!”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마치 감옥 안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감옥’의 크기는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
“됐다. 스스로의 발로 끝을 앞당기다니, 역시 모든 건 섭리대로로군!”
그런데, 갑자기 예담과 리암과 타마라, 재연의 몸이 한쪽으로 쏠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거기에 대해서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네 사람은 순식간에 어디론가 빨려 나가 버린다. 그것도 순식간에 말이다.
시어하트어택

언젠가는 사랑받는 작가가 되고 싶다

4 댓글

SiteOwner

2024-12-07 20:00:49

참 기묘한 상황이군요. 장내의 온갖 것들을 장난감으로 만든 그 키토라는 자가 셰릴의 개인방송 SRTV의 시청자였다니, 그 팬심 하나만큼은 높이 사야겠습니다. 셰릴의 기자재마저 장난감으로 만들었다면 그의 즐거움은 결국 박살날 수밖에 없어서 아예 자중하는 그 대단한 배려에 감탄해야 할 듯합니다만 그게 무슨 가치가 있을지...

이상한 공간은 역시 그 상태도 목적도 이상하군요. 게다가 좁아진다든지 그 안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빨려나간다든지 등등...


그나저나 이 세계에도 태이프가 있군요. 사실 여러 기록매체에는 일장일단이 있으니 테이프가 살아남을 이유가 있으면 충분히 있을만합니다. 사실 현실세계에서도 데이터센터용의 백업용 대용량 테이프 같은 게 있기도 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4-12-08 21:50:28

아무래도 키토 자신의 즐거움은 유지되어야 하니까요. 오락실 내부를 그렇게 만든 것도 자신의 즐거움 때문이니, 일관되었다고 할까요...


테이프든, 아니면 메모지든 준비해 와서 나쁠 건 없겠죠. 재연 정도의 나이의 청소년이 흔히 갖고 있을 물건은 아니긴 합니다만.

마드리갈

2024-12-07 21:11:24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이 많죠. 물론 다양하다고 해서 그게 모두 다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키토가 셰릴의 SRTV 시청자라니...역시 셰릴은 빌런을 모으는 능력이 있나 보네요. 

문제의 드론 운용자를 찾기 위해 저 지하공간에 들어간 것은 용감하지만, 그 공간의 사정을 모르는 이상 그게 옳은 행동이기만 할지는 저는 판단못하겠네요. 게다가 이곳저곳에 초능력자가 포진해 있고 공간 자체도 매우 신축적인 이런 상황에서는...결국 상황이 저렇게 되어 버리네요.

시어하트어택

2024-12-08 21:56:37

키토뿐만 아니라 안톤 역시 소랑이, 릴라송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소랑이가 소란을 일으키기도 한 걸 보면, 그런 부류의 인간들은 어딜 가나 통하는 법입니다. 그 진리성회의 지하실이 줄어드는 것도 누군가의 초능력인데, 일종의 함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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