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주제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럼, "아아" 는 어떻게 줄일 것인가" 및 "이제 사무실은 조용합니다" 로부터 이어집니다.
오늘부터 다른 부서로 이동해서 업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제 첫째날이어서 이전의 부서에서 있었던 만큼의 소동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작은 해프닝 하나는 있었습니다.
업무브리핑에서 "이 업무를 전담하고..." 라는 말이 나왔는데 뭔가 술렁이는 분위기가 보였습니다.
나중에 어떤 부하직원이 와서 질문했습니다. "전자담배 피우세요?"
질문의 취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서 되물었습니다. "전자담배? 갑자기 무슨 이야기? 담배라는 물건 자체도 인연이 없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 직원이 일을 도맡아 한다는 의미의 전담(専担)을 전자담배의 약어인 전담으로 알아 들었는데다 그 직원 이외에도 그렇게 이해한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을 되는대로 줄여쓰는 세태 덕분에 이런 해프닝도 다 생깁니다.
더 문제인 것은, 예의 세태가 문맥을 이해하는 능력도 크게 저하시켜 난독을 일으켜 버리는 일도 흔치 않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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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댓글
Lester
2025-01-03 00:12:05
안 그래도 요즘 쇼츠로 도는 동영상 중에 하나에서 봤는데, 소위 MZ세대 신입사원들이 먼저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업무 용어 단어집 외우기"랍니다. 분명 문서상에서만 쓰고 구어체로는 쓰지 않는 단어가 제법 있긴 하지만, 말씀하신 '전담'은커녕 '자력'이나 '반려', '대두'처럼 구어체에서도 많이 써봤을 단어조차 모르거나 헷갈리기도 하더군요. 심지어 '승인'이나 '취득', '처분'처럼 "이게 아니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거지?" 수준으로 의미가 명확한 표현조차 단어집에 있는 것을 보면... 이것은 업무용어이기도 하지만 격식과 예절의 문제인데, 이것도 못하면서 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건지 이제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고르고 또 골랐는데도 그런 신입사원들만이 들어온다면, 뭐... 그 때야말로 자영업체와 신입사원들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르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어차피 그 중에서도 능력이 좋은 사람들끼리 들어가든 뽑든 해서 모일 테니까요. 그나마 저는 프리랜서이고 보통 분량상 제 능력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작업이 많다 보니 이런 사수 노릇까지 할 필요는 아직 없습니다만, 일의 규모가 커져서 아랫사람을 모아야 할 때 과연 일을 믿고 맡길 수 있을지 막막하기도 합니다.
(추가)
공교롭게도 유튜버 슈카도 부채널에서 비슷한 맥락("수능은 글을 잘 읽는가에 달려있다")의 이야기를 했기에, 참고 차원에서 영상을 추가합니다.
SiteOwner
2025-01-03 19:47:43
그나마 신입사원이라면 이해할 여지도 있습니다만, 어제 경험한 사건은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업무경력 10년 이상인 부하직원이 그따위 소리를 하니 정말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합니다.
사실 조금 위험하게 생각하면, 말을 막 줄여서 쓰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이렇게도 쓸 수 있다"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내 방식대로 바꿨다"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험한 사건으로 바뀌어 쓰자면, 예의 "전담" 은 그 부하직원에게는 "전자담배" 의 약어로만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 이외의 용법 자체가 결과적으로 없는 것입니다.
첨부해 주신 영상을 봤는데 이것저것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는 하는데 제목에서 큰 문제가 있습니다. 예의 영상의 제목은 "슈카쌤 리즈 시절 시험비법" 입니다. 예의 "리즈 시절" 이라는 용어는, 동생이 "리즈 미모" 라는 기사제목이 보여주는 논리부재 제하의 글에서 비판한 것에서처럼 잘못되어 있습니다.
대왕고래
2025-01-03 23:37:29
전담하고를 전자담배로 알아듣는.......... 아니 사회생활 하다보면 그런 용어정도는 알아듣게 될텐데...
책을 멀리하더라도 그냥 사회생활하면서 문서들도 여럿 접했을거고 회의도 여러번 들어갔을거고 그러다보면 회사에서 쓰이는 용어들은 어느정도 알아듣지 않나요? 이해가.......
SiteOwner
2025-01-05 20:49:06
시험에 안 나오니까 소홀히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사실 자신이 작정하고 열의를 갖지 않으면 배울 수 있는 게 거의 없고,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처신한다면 알맞게 대우받는 이외에는 답이 아예 없습니다.
예전에 나온 뉴스를 하나 소개합니다.
[이슈픽] ‘전담하다’는 전자담배, ‘부의 봉투’는 V봉투? (2024년 10월 9일 KBS)
이 기사 속 영상에 나오는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는 저런 문해능력 저하가 생활권내의 현실이라는 게 대단합니다. 그리고, 이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시어하트어택
2025-01-04 21:59:01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기는 힘들지만, 최근 '혼숙'을 '혼자 숙빅'으로 알아듣는다든지 하는 사례를 보면 이런 사례는 점점 심화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각에서는 원인으로 영상 플랫폼의 활성화를 들기도 하더군요. 걱정스럽습니다.
SiteOwner
2025-01-05 20:57:41
예의 지적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문해력 저하가 영상플랫폼 탓이라는 주장이 성립하면 폭력성은 게임 탓이라는 주장 또한 성립해야 하는 등 정당화되었을 경우 수용이 어렵거나 아예 불가능한 결론이 나니까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됩니다. 언어생활은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는 한은 절대로 늘지 않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개인의 게으름이 축적되어 언어에 관심없는 사회를 만들어 온 데에 있습니다
저런 세대가 개심하든지 죽어서 없어지기 전에는 해결이 안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