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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월 17일은 고베 대지진 및 효고현남부지진(兵庫県南部地震) 등으로 통칭되는 한신아와지대지진(阪神・淡路大震災)이 일어난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월 17일을 기해 발발 30년을 맞이했습니다.
이 지진은 효고현 최대의 도시이자 서일본 제일의 연담도시권인 케이한신(京阪神)의 서단(西端)에 있는 고베시(神戸市) 일대가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어 지진당일 및 이후의 재해관련사를 포함하여 6,434명이 사망하는 등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대지진(東日本大震災) 이전까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일어난 최악의 자연재해였습니다. 지구상의 지진의 20% 전후가 발생하여 자타공인 지진대국인 일본에서는 추모분위기가 어떤 때보다도 무겁게 깔려 있었고, 특히 2024년 1월 1일의 노토반도지진(能登半島地震) 발발로부터 이제 1년이 조금 더 지난 시점이다 보니 지진을 맞이하는 일본사회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더욱 진중합니다.
이 30년 전의 지진이 남긴 여파는 현재진행형이며 또한 이후의 일본사회의 재편에 깊은 영향을 주는 중입니다. 특히, 2020년대부터 일본정부를 중심으로 그 사용량이 증가중인 국토강인화(国土強靭化) 담론도 이 때의 경험에 근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게 3가지가 거론가능하겠군요. 세간의 상식과는 다른 전선류지중화(電線類地中化, Cable Undergrounding)의 위력, 전통건축물에서 노정된 취약한 내진능력 및 매립지의 연약지반문제.
일본에서는 1928년부터 전선류지중화가 시작되었습니다만 몇몇 대도시의 시가지를 제외하면 북미나 서유럽에 비하면 많이 보급되지는 않은 실정입니다. 비용의 문제도 있습니다만, 지진피해에 취약하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 의욕적으로 나서지 않은 지자체도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신아와지대지진에서 가장 심한 진도7의 피해지역에서 전선지중화 구간의 정전율이 그렇지 않은 구간의 피해율인 10.3%의 절반조차 되지 않는 4.7%를 기록한 것이 알려지면서 그 뒤로부터는 상황이 일변했습니다. 여전히 가공전선(架空電線)에 비해 단위구간당 공사비가 5-20배 정도 되는데다 1995년 당시 케이블의 단선 조사 및 수리에 2배 이상의 시간이 든 사례도 있다 보니 전선지중화가 만능인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의욕적인 지자체에서는 과감히 추진중입니다. 일례로 수도 도쿄도(高野町)에서는 2040년까지 전선지중화, 정확히는 무전주화(無電柱化)를 완료할 예정입니다.
일본이 지진대국이라 해서 결코 지진대비에 예외없이 강한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서일본의 내해지역인 세토내해(瀬戸内海) 연안은 작은 지진조차 잘 발생하지 않은 채 수백년간 평온했다 보니 노후한 전통가옥도 별 문제없이 많았는데다 고도성장기에는 철근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육교의 기둥이 강철 대신 목재가 쓰이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대책없이 만들어진 구조물이 많았습니다. 또한 못을 쓰지 않고 짜맞추는 목조건축물이야말로 일본의 지혜로 여겨지는 분위기도 팽배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는 실제 도심직하지진이 일어나니 허상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구조물은 거의 예외없이 부서지고 불타고 사람들이 대피할 틈도 갖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하는 원인이 되었을 뿐입니다. 의외로 미국이나 캐나다 등에서 흔한 로그하우스(Log House)가 지진에 더욱 강했습니다. 지진이 일어나며 발생한 횡진동이 목재를 고정시키는 각종 금속제 체결구를 벗기거나 부수지 못했다 보니 최소한 거주자가 탈출할 여유는 벌어줬습니다.
사실 이 지진의 1년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시에서 노스리지 지진(Northridge Earthquake)이 발생하여 큰 피해가 발생했음은 물론 고속도로 교량이 도괴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당시 일본의 전문가들은 일본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고 공통된 의견을 보였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신고속도로의 고가교 구간이 옆으로 드러눕듯이 무너진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미지 출처
(복구를 뒷받침한 기술 - 전선복구까지의 623일 - 한신아와지대지진으로부터 30년 한신고속의 방재 및 재해저감에의 노력, 한신고속 공식웹사이트, 일본어)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한신고속도로의 고가구간이 저렇게 힘없이 누워버린 것은 일본의 안전신화를 무자비하게 깨부순 계기. 그 이후로 일본의 내진능력 향상에 대한 노력은 더욱 고차원적으로 진전되었습니다. 매립지 특유의 연약지반에 대한 근본적인 개량이라든지, 구조물의 경량화 및 면진구조(免震構造) 채택 등의 개별 구조물에 대한 발본적인 일신 등이 착착 실행되고 있습니다. 강화된 내진기준 이전에 만들어진 목조주택 등은 여전히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만, 내진보강공사를 하면 방치해 두는 것보다는 월등히 낫고 2024년의 노토반도지진에서도 예외없이 증명되었습니다.
30년 전과 달리 한국내의 지진관련 보도 및 여론 또한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일본의 지진 발생에 대한 여론은 혐일 그 자체였고, 당시 지하철 내의 신문판매원이 "기분좋은 소식입니다, 일본 대지진입니다" 라고 외치는 것에 대해 신문지상에서 독자토론이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요즘 말로 재해석하면, "일본에 대한 혐오는 착한 혐오다" 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덕은 필요하다" 정도일까요. 요즘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듯합니다. 이미 경주 및 포항에서 일어났던 지진의 여파가 크다 보니 지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된 것도 있고, 일본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데다 요즘 국내시국현안이 워낙 급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전과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도 분명할 것입니다.
30년 전의 재난이었던 한신아와지대지진은 현대에도 이렇게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20대야 말할 것도 없고 30대의 경우에도 이 사건이 태어나기도 전의 역사였던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때의 그 역사는 지금도 살아 움직이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고베시 출신의 성우 겸 가수인 코토부키 미나코(寿美菜子, 1991년생)의 2010년 발표곡 시작의 장소(始まりの場所)를 조금 소개합니다(애플뮤직 바로가기/1분 30초). 고베 시내의 여러 곳의 정경이 묘사되는 이 노래로 글을 끝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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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마키
2025-01-18 16:19:19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한신아와지대지진 당시의 고베시 상황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는데요, 문자 그대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지옥이 생생하게 묘사되었죠. 지진 대비에 철저하다고 알려진 일본이었지만 현실은 철저는 커녕 지진에 속수무책으로 유린당했을 뿐이었구요.
SiteOwner
2025-01-18 22:13:30
자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제대로 실감할 수 있는 사례 중의 하나가 지진입니다. 특히 30년 전 한신아와지대지진으로 부서진 고베 시내는 그야말로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1923년의 칸토대지진이나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에 비해 창작물에서 다루기가 더욱 조심스러워서 인용 빈도가 낮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방영중인 NHK 연속TV소설 오무스비(おむすび)에 한신아와지대지진이 중요한 사건으로 등장하는데 지진당시의 상황이 재현되려는 장면 바로 앞에 "잠시후 지진상황이 묘사됩니다" 라는 자막이 화면 우측 하단에 나오는 것에서 충격의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에 고베에 가 본 적이 있었는데 1995년의 그 고베인가 싶을 정도로 달라져서 놀랐던 것도 기억납니다. 자연의 힘은 무섭지만 굴하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남는 인간의 의지는 아름답습니다.